JR 오피스: 4남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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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성太星
작품등록일 :
2018.04.11 19:00
최근연재일 :
2018.05.17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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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4.27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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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회 차: 재이의 어떤 하루

JR오피스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DUMMY

자고로 예나 지금이나 학생의 덕목은 공부, 공부의, 공부에 의한, 공부를 위한 존재이다. 대한민국 입시 위주의 공장과도 같은 생태계에서 ‘공부 따윈 너나 하세요’라고 하는 야생의 한 소년이 등교 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야 몸을 일으킨다. 여기저기 쓸리고, 베이고, 지지고, 볶고, 씹고, 뜯고, 맛 보... 한 넝마가 다 된 교복 바지를 올려 입고 위에는 회색 노 짚업 후드티, 거북이 등껍질 같은 백팩을 메고는 거울을 한번 본 뒤 주황 머리를 흩날리며 JR오피스를 빠져나간다.


도보로 약 15분 거리에 위치한 사상 최고의 인문계 고등학교...래리고등학교 재학생의 약 80%가 흡연자이며 건물 한 개 층마다 흡연실이 마련되어 있다. 또한, 한 반에 3분의 1이 배달업계 종사자(우린 배달의 민족이니깐...), 3분의 1이 명동에 있는 화장품 업계 종사자이다. 졸업 전 취업률 90%를 넘는다는 이 학교...교육청에 인문계고등학교로 인 허가를 받았다는 것 외에는 인문계라는 사실을 고등학교 행정 직원들 이외에는 잘 모른다. JR오피스를 기준으로 도보는 약 15분 거리, 대중교통은 약 5분 거리에 불과하지만 네 다리로 달리고 있는 듯한 소년은 우습다는 듯 이를 단, 3분 47초 만에 주파하고 학교 후문에 도착한다.


- 재이: 오늘은 좀 늦었네...기록보다 8초 느려


재이는 등교 시간 따윈 입학 전부터 안중에도 없었다. 오로지 등교까지 걸리는 시간이 중요할 뿐...본인이 몇 반인지도 모른다는 게 함정...그냥 감으로 반 위치를 찾아 입실한다. 하지만 반 안에는 3분의 2 이상이 자리에 없고 선생님 한 분은 칠판에 사자성어를 적은 채 창문 밖만 바라보고 있다.


‘자율학습’


- 재이: 오늘은 애들이 좀 많이 있네(재이는 입실하자마자 가방을 자기 책상 위에 올려둔다)


- 재이: (그럼 한번 마저 자볼까)


딩!동!댕!동. 동!댕!동!딩.


- 휴직중인 친구: 야 재이야 ! 일어나 빨리 ! 밥먹으러 가자


- 재이: 뭐! 뭐야 내 운동화 !... 아니 잠 좀 자려고 했더니 무슨 밥부터 먹으래 !


- 휴직 중인 친구: 밥은 먹고 자 나도 겨우 일어났어


재이가 래리고등학교에 진학 한 이유는 단 하나다. 급식이 맛있어서...어떤 한 5성급 호텔 조리사로 인턴 2년 차 근무하던 직원이 더 이상 설거지만 할 수 없다며 이럴 바엔 급식들에게 영양을 공급하겠다는 사명감으로 학교 영양 선생님으로 오게 된 이후 서울시 전역에 래리고등학교가 최강 급식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되었다.


학교급식 오늘의 메뉴


1. 하이얀 쌀밥(원산지 : 국산)

2. 베이컨 & 계란후라이(feat. 하울의 움직이는 성, 원산지 : 국산)

3. 주먹고기(feat 루피용, 원산지 : 국산)

※ 주의 : 1인당 1개(길이 15cm, 둘레 10cm)

4. 샐러드(원산지 : 제주 아일랜드)

5. 김치(원산지 : 학교 뒤뜰 채소농장)

6. 김(원산지 : 완아일랜드)

7. 음료수 : 딸기 바나나(원산지 : 태국산)


- 재이: 역시 급식은 래리고지!


- 휴직 중인 친구: 야 천천히 먹어 요새 급식비 없어서 수돗가에서 물만 마셨냐


- 재이: 뭔 소리야 나 회사 다니고 회사에서 밥도 줘(회사에서 자장면만 먹지만...)


- 휴직 중인 친구: 너희 회사는 근데 뭐 하는 회사냐 돈 많이 주냐?


- 재이: 뭘하는 진 모르겠지만 뭘 하긴 해 맨날, 근데 돈은 잘 안 주고 물건으로 받고 있어(재이는 한 발을 식탁 아래로 꺼내어 깔딱거린다)


- 휴직중인 친구: 오... 신발도 주는 거야 회사에서?


- 재이: 응 거의 근데 신발만 줘, 넌 배달일 아예 그만 둔 거야?


- 휴직중인 친구: 응 음주운전해서 면허 정지당했어 한 3개월 쉬려고


- 재이: 두발 멀쩡한데 뭐하러 오토바이는 타고 다니냐


- 휴직 중인 친구: 너처럼 그렇게 뛰어서 배달 다니면 짬뽕 국물 다 세 임마


- 재이: 크큭


즐거운 하이스쿨의 점심시간, 삼삼오오 모여 식사를 마치고는 다들 약속이라도 한 듯 식후 땡 장소로 이동한다. 주위를 둘러보며 천천히 밥을 먹던 재이는 한 소녀가 눈에 들어온다. 소녀의 머리는 영혼까지 끌어모아 올려 한 점 흐트러짐 없는 올백 머리, Made in 화개장터의 뿔테안경, 고등학교 때도 키가 10센치미터 이상 클 거라는 부모님의 확신이 담겨있는 오버핏 교복, 오로지 밥만 쳐다보고 이어폰을 낀 채 프랑스 식사 속도로 천천히 급식을 음미하고 있다. 누가봐도 내가 이 구역의 인문계 모범생이다...


- 재이: 기백아 쟤 누구야? 우리학교 다니던 애냐?


- 기백: 누구? 쟤? 쟤 입학식 때부터 유일하게 개근하고 있는 걔일걸?


- 재이: 뭐야 그게 가능해? 근데 혼자 저렇게 밥 먹나 보네 왕따 당하나?


- 기백: 아무래도 혼자 저렇게 열심히 학교 다니면서 공부하는 애랑 우리 같은 애들이랑 어울리기는 쉽지 않겠지 뭐


- 재이: 그래도 친구도 좀 챙기고 해야지 하여튼 요즘 것들이랑 쯧쯧...


- 기백: 재이야... 쟤 우리랑 같은 반이야...등교하다가 전봇대라도 부딪혔냐 갑자기 왜그래 신경끄고 밥이나 먹어 매점 가야지 흐흐


- 재이: 아... 야! 매점에 새로 나온 거 없냐?


- 기백: 신상 도넛!!!


- 재이: 오호 고고!


재이는 식사를 마치고 운동장 한 쪽에 있는 작은 정원 벤치에 누워있다. 따사로운 봄 햇살이 나뭇잎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감고 있는 재이의 두눈 위를 아른거린다. 살포시 바람 한 점이 날아와 재이의 뺨을 간질거리다 지나간다. 기분 좋을 정도의 따스함, 한숨 자기에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 재이: 아 맞다! 오늘 5교시 체육이지(재이가 유일하게 눈 뜨고 수강한다는 체육 시간이 생각났다.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황급히 교실로 향한다)



황사 바람 가득한 운동장, 풀 한 포기 허용하지 않는 그곳, 황야의 무법자가 나올 법한 그곳에 총원 28명, 열외 15명, 참석인원 13명... 2반 점호준비 끝, 번호시작 ! 이아니라 달랑 13명... 개학식 때도 12명 왔던 것을 생각하면 경이적인 참석률이다 이미 교시를 알리는 종이친 지 5분이 지났지만 저기 어딘가 멀리서 겨우겨우 뭉그적거리며 선글라스를 쓴 한 사내가 아이들에게 다가온다. 아이들은 마블리 같은 사내의 덩치에 매번 놀랐지만 오늘도 어김없이 놀라고 있다.


- 선글라스: 제군들 미안하네 체육시간인걸 깜빡했구만


- 재이: 뭐야 체육선생이 체육 시간을 까먹어...(재이는 속삭이듯 기백에게 얘기한다)


- 기백: 조용해 저 선생님 심기 건드리면 안 되는 거 알지?(기백은 검지를 자신의 입에 갖다 대며 연신 체육선생의 눈치를 본다)


- 재이: 아니 뭐...


기백은 재빨리 재이의 입을 가로 막는다.


- 체육선생: 오늘 같이 항상 학생들이 많았으면 좋겠구만 특별히 오늘은 참석인원이 많은 관계로 평소해보지 못한 피구대회를 개최하겠다! 으하하하


- 재이: 아 뭐야 풋살 같은 거나 하지 13명인데 뭔 대회래...


기백은 재이를 쳐다보며 얼마 전 체육선생이 심하게 뿔이 났던 날 축구골대 찍고 오기 선착순 했던 거 기억안나?라는 표정을 지었지만 재이는 입이 뚤려있는 걸 어떻게?라는 표정으로 화답했다.


- 체육선생: 자 그럼 시작해보자 ! 7판 4선승제다.


체육선생님을 포함해 14명이서 각각 7명씩 팀을 만들어 피구가 시작되었다. 고등학교는 한 교시당 50분, 늦게 나와 5분 이상 수업시간이 지났지만 7판 4선승제라니... 그러나 그런 기우도 잠시... 여기저기서 포화소리와 아이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 아이들: 꺅 미쳤나봐...


- 체육선생: 남자애들은 여자애들을 보호해줘야지 으하하


체육선생은 만40세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모태솔로여서일까... 힘이 너무 넘친다...(밤에 푹 자니깐...) 선글라스를 낀채로도 정확하게 시속 150km(체감속도)로 아이들에게 공을 뿌리며 하나하나 퇴장시키고 있다.


- 체육선생: 으하하하 괜히 7대7로 편을 나눴나 1대13으로 할걸 그랬네 !


- 재이: 뭐...뭐야 저게 사람이야?


- 기백: 내가 조심하라고 했...(풀썩)


- 재이: 야 괜찮아? 아까 피하려다가 뒷통수 맞은거 같은데...


- 기백: 잠깐만 나 그늘에서 쉬고 있을게...


- 재이: (저런 선글라스 낀 킹콩을 봤나...부들부들)


- 체육선생: 크크큭 3대0이니깐 이제 한판 남았다 마지막 판은 1대13으로 하자


그렇게 시작 된 사상 초유의 피구대첩?...그러나 아이들의 공포와 분노에도 불구하고 체육선생의 투속은 오히려 더 빨라지고 있다. 순식간에 추풍낙엽처럼 떨어져 나간 11명(치료중인 기백 포함)의 아이들은 여기저기 신음을 내며 라인 밖에 누워있다.


- 재이: (이런 미친 여자애들을 보호해야된다더니!!)


슈우우우우웅~ 재이의 얼굴 옆을 지나가는 포탄 아니 피구공... 순간 재이의 얼굴은 백인이 되었다...


- 체육선생: 자 어디한번 던져보거라 뒤에 소녀는 잘 보호하고 크큭


- 재이: (뭐야 언제 얘가 내 뒤에 있었지...? 아니 아까 혼자 밥 먹던 걔?!)


재이는 있는 힘 껏 피구공을 체육선생의 발을 노려 던졌지만 체육선생에게는 콩알탄 일 뿐 날아오는 피구공을 발로 차올려 떨어지는 공을 다시 잡는다.


- 체육선생: 오 방향은 좋았어... 하지만 상대가 틀렸다 받아랏!!!


재이에게 마하 2.5의 속도(체감속도)로 피구공이 날아왔다. 그 순간 약0.00001초 동안 재이는 수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 재이: (내 뒤에 여자 애가 있는데 내가 이걸 피하면 얘는 이걸 그대로 맞겠지...? 안돼... 나 이 공 맞으면 그대로 죽을거야 저녁은 지옥에서 먹는거다...지옥에도 중국집은 있겠지...그래도...내가 피하면 이 여자애가...)


- 재이는 본능적으로 포탄 아니 공을 피하려 했으나 한 가닥 남은 이성의 끈이 다리를 멈추게 하였다. 펑 ! 재이의 이마를 강타한 피구공은 하늘 높이 치솟아 보이지 않았고 재이는 그대로 쓰려지고 말았다.


- 한 소녀: 꺅!!!


- 체육선생 : 뭐야? 죽은거야?


딩!동!댕!동. 동!댕!동!딩.


- 체육선생 : 자...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어서 교실로 돌아들 가라 나 먼저 간다(체육 선생은 홀연히 자리에서 사라진다)


아이들은 모두 어디론가 흩어지고 한 소녀와 생과 이별한 한 소년만이 운동장에 누워있다. 얼마에 시간이 흘렀을까... 운동장의 모래를 봄 바람이 두어번 휩쓸고 간 뒤였을 것이다.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는 한 피구공을 소녀가 무의식적으로 받는다.


- 재이: (재이님, 재이님 ! 귀인이십니다 귀인...! 재이의 귀에서 환청이 들린다... 월직차사인가...으으)


- 재이: (순간 단발머리에 꼬마소년가 보인 듯했다) 으으 뭐야... 무서... 아무튼 우리 진거 아니다 (풀썩)


늦은 저녁, JR오피스 소장과 이마에 붕대를 칭칭 감은 재이가 정적이 흐른채로 서로를 마주보고 있다.


- 소장: 우하하하 뭐? 그래서 이마 빡이 그 모양에다가 강준혁네 집도 못 들렀다고?


- 재이: 나 지금 부상중이야 말 걸지마 으으... 이런 킹콩 선글라스 같으니라고... 오늘 입학이래 처음으로 버스타고 집에 왔어


재이는 세상 귀찮다는 듯 쇼파에 몸져 누였다.


- 소장: 우하하하하 진짜? 아니 지금 그래서


- 재이: 아 말 걸지 말라고


- 소장: 아니 그래서 걘 예뻤냐?




JR오피스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래리고등학교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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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3회 차 : 소녀와 바이올렛 사건 Ⅲ 18.05.16 120 0 9쪽
12 12회차: 소녀와 바이올렛 사건 Ⅱ 18.05.15 131 0 8쪽
11 11회 차: 소녀와 바이올렛 사건 Ⅰ 18.05.15 97 0 10쪽
10 10회차: 돌돌 아이돌 사건 Ⅸ(完) 18.05.11 105 0 10쪽
9 9회 차: 돌돌 아이돌 사건 Ⅷ 18.05.11 84 0 10쪽
8 8회 차: 돌돌 아이돌 사건 Ⅶ 18.05.08 148 0 11쪽
7 7회 차: 돌돌 아이돌 사건 Ⅵ 18.05.08 104 0 7쪽
» 6회 차: 재이의 어떤 하루 18.04.27 331 0 12쪽
5 5회 차: 돌돌 아이돌 사건 Ⅴ 18.04.24 116 0 9쪽
4 4회 차: 돌돌 아이돌 사건 Ⅳ 18.04.24 141 1 11쪽
3 3회 차: 돌돌 아이돌 사건 Ⅲ 18.04.11 155 1 13쪽
2 2회 차: 돌돌 아이돌 사건 Ⅱ 18.04.11 171 1 9쪽
1 1회 차: 돌돌 아이돌 사건 Ⅰ 18.04.11 629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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