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인생 역전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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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k2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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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11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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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다시 일상으로 (1)

*습작을 겸하고 있으며, 머리 속에 떠오르는 대로 써 볼 생각입니다. 다시 한 번 잘 부탁드립니다.




DUMMY

중학인생 역전 프로젝트

24화: 다시 일상으로 (1)


영어 선생이 아이들의 이름을 차례차례 호명하면서, 아이들은 저마다의 조를 찾아 교실 뒤편으로 가기 시작했다. 영어 선생은 옹기종기 모인 아이들을 바라보며 나름대로 아이들의 어색함을 풀어줄 것이라고 생각한 듯,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그건 그녀가 학생들에게 얼마나 관심이 없는가를 나타내는 가장 확실한 지표였다. 이미 입학하고도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 아이들은 마음도 맞지 않은 이들과 굳이 아이스 브레이킹 따위를 할 필요가 없었다. 특히 마지막으로 호명된 팀은 더욱 그랬다.


“10조, 이재웅, 송유선, 진성훈, 김규홍. 에이스가 두 명이나 있네, 기대 되는 걸?”


‘진짜 저걸 말이라고···’


마음 같아서는 오직 순도 백퍼센트 팩트만 담겨있는 강의평가 폭격을 해서 다시는 교단에 서지 못하게 만들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다는 현실에 화만 더 치밀어 오를 뿐이었다. 정말 아무리 랜덤하게 불렀다고 해도, 이 따위로 팀을 배정 받을 수는 없었다.


‘아이스 브레이킹은커녕, 빙벽 한 번 깨려다 깔려 죽겠네..’


“올~ 전교 3등이 우리 조에 있네! 안녕, 재웅아?”


“어.”


“······”


눈발 날리는 분위기를 바꿔 보기 위해 가장 먼저 나선 이는 송유선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아이스 브레이킹 접근법은 오히려 눈발을 눈보라로 바꿔버린 것에 불과했다. 몇 년이 지난 다음에야 팀플을 겪게 될 그녀는 민망한 듯 땅만 쳐다보기 시작했다.


“조장 누가 할래?”


결국 눈보라라도 피하기 위해 재웅이 두번째로 나섰다. 모든 팀원이 묵언수행을 선호하는 팀플에서는 일단 이 말부터 하는 게 장땡이었다. 결국 조장을 하기 싫어서라도 입을 열 것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하고 싶어서 입을 열 수도 있는 노릇이고.


“아무도 안 할 거야? 조장 같은 거 하면 선생님이 추가 점수 주실 지도 모르는데?”


“추가 점수?


사실 A+을 무조건 보장해준다고 하지 않는 이상, 끝까지 나서지 않는 게 지극히 정상인데, 다행히 이곳은 특목고 하나만 바라보고 사는 아이들이 모인 명문 삼산중학교였다. 삼산중에는 1점에 목숨도 바칠 수 있는 아이들이 상당히 많았다.


“아까 선생님이 추가점수 있다고 말씀하셨어? 못 들었던 거 같은데.”


“그냥 그럴 거 같아서 말해본 거야. 보통 조장이 일반 팀원보다 일을 많이 하게 될 텐데, 웬만하면 추가 점수 주지 않겠어?”


“그, 그런가?”


“그리고 유선이 넌 IBT반도 다니잖아. 영어도 이 중에서 제일 잘할 거 같은데?”


“너, 너도 저번에 영어 다 맞았잖아..?”


“아이 뭐, 그냥 운빨 한 번 따라줬던 거지. 나 같은 실력 가지고 IBT 준비하는 사람이랑 비교할 수 있겠니?”


재웅 입장에선 결국 껍데기 뿐인 칭찬에 불과했으나, 어쨌든 송유선은 잘 넘어갔고 결국 그녀가 조장이 되었다. 미래를 위해 준비해야 할 게 산더미같이 쌓인 마당에 별것도 아닌 추가 점수나 받겠다고 조장 노릇을 할 이유는 없었다.


‘그런데 이 팀플에서 조장을 하면 추가 점수를 받는 다는 걸 내가 어떻게 확신하는 거지? 영어 선생은 분명히 언급한 적이 없는데··· 가만 보니까 내가 이런 팀플을 했던가···? 그런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으로···?’


자신의 미래 계획 로드맵 짜던 재웅은 공책을 잠시 덮고, 과거의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첫번째 학창 시절 대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조별과제를 해본 건 손에 꼽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중 중학교 영어 수업 시간과 관련된 건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결국 재웅은 며칠동안 보지 않았던 마법의 일기장을 다시 꺼냈다. 그는 외국인들과 장기간 생활해보기 전까지는 영어에 대해 일종의 울렁증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그 울렁증은 중학교에 입학한 이후에 생긴 것이었다.


‘맞아··· 나는 중학교에 들어가고 나서부터 영어를 싫어하기 시작했어. 기억이 가물가물해도 어떤 굴욕 비슷한 걸 겪었을 거야··· 그 다음에는 일기장에 주절주절 적어 내려갔을 거고···’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아무리 일기장을 뒤적여보아도 영어 수업 팀플에 대한 이야기는 나와있지 않았던 것이다.


‘내가 뭔가 쪽팔린 거에 대해서는 아예 쓰지 않았었나? 아니야··· 넌 김규홍 면상 못 까서 진성훈 왕따 되는 걸 막지 못한 것도 잘만 써놨잖아. 근데 안 썼다고? 잠깐, 근데 내가 왜 영어와 관련된 내용가지고 쪽팔림을 당해야 하는 거지? 넌 영어 잘하잖아?’


갑작스럽게 찾아온 기억의 혼선에 재웅은 머리를 붙잡고 잠시동안 가만히 앉아있었다. 자세히 생각할수록 자신의 영어 실력에 왜 의심을 가져야만 하는지, 왜 영어 같은 거 가지고 망신을 당해야 하는 지 이해할 수 없었다. 원래부터 잘하지 않았던가?


‘에이씨, 알게 뭐야. 그냥 옛날에 팀플 했으면 한 거지, 이게 뭐 중요하다고. 어차피 커서 영어 선생 할 것도 아니고, 머리 크면 또 잊어 먹을 거 아니야. 이제 방해꾼도 사라졌겠다, 그냥 하던 일에나 집중하자, 재웅아!’


재웅은 미래에 대한 내용이 적혀 있는지만 확인한 뒤, 일기장을 다시 책상 구석으로 밀어 넣었다. 그에게 중요한 건 더 나은 미래를 맞이하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게 무엇이 있는지 생각하는 거였지, 별로 중요하지 않은 먼 과거의 일을 기억해내는 게 아니었다.


‘일단 내 소중한 시간을 빼앗는 방해꾼들은 대충 정리된 거 같고. 중학교 성적은 보장되어 있으니까, 어디 한 번 고등학교 로드맵부터 짜볼까? 일반고랑 특목고··· 굳이 특목고를 갈 필요가 있나? 어차피 수시 넣을 때만 불리해질 텐데. 그러면 다른 곳은 상관없다 쳐도 원탑을 못 가게 되잖아.’


재웅은 빨간색 사인펜을 들어 특목고라 써넣은 칸에 굵은 두 줄을 그었다.


‘어차피 고등학교 놈들도 대학 가면 연락 끊는게 부지기수인데 네임 벨류 같은 거 굳이 신경 쓸 필요는 없지. 그럼 고등학교는 일반고로 가서 양민 학살 하는 걸로 하고. 대학 간판은 탑3에 들어가는 걸로 하자. 원탑에 들어가면 최상이겠지만, 어쨌든 이 세 개 중 하나만 들어가면 인맥가지고 손해보는 일은 없을 테니까.’


학교 다음에 써넣은 항목은 전공이었다. 재웅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문과라고 써진 항목에 줄을 그었다.


‘인문학 해서 먹고 살게 해준다면야 나도 언제든지 다시 선택할 수 있지. 그리고 인문학은 다른 거 하면서도 언제든지 취미생활로 곁들일 수 있어. 하지만 빌어먹을 삼천만원 가까이 쏟아 부으면서 배울 학문은 아니야.’


결국 그에게 남은 선택지는 이공계로 전공을 정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망설여졌다.


‘그럼 확실한 의대로 갈까, 왠만하면 다 먹여주는 공대로 갈까··· 근데, 잠깐만··· 지금 이공계로 마음을 굳히면 과거로 돌아온 메리트를 못 받을 수도 있는데··· 애초에 수학이랑 과학이 도저히 감당이 되지 않아서 문과로 간 거 아니야. 게다가 과학은 고1 들어가면서부터 손을 놨으니··· 아니야! 너는 지금 정신상태가 그때와 다르잖아.’


재웅은 잠시 딴 생각을 품었던 자신의 머리를 한 대 친 뒤, 책장 한 구석에 박혀 있는 책들을 모조리 꺼냈다. 언제부터인가 과학 교양도서를 대체하기 시작한 역사 관련 교양도서들, 숫자와 각종 도식이 주는 두통을 한 번에 가시게 해주었던 책들이었다.


‘그래, 내가 한 때 다른 건 몰라도 역사 관련한 지식은 많이 알았었지. 유일하게 자랑할 수 있었던 과목이기도 했고··· 하지만 그건 첫번째 시절의 이야기일 뿐이야. 역사를 잊은 민족에겐 미래가 없다고 했던가? 역사를 기억하는 나에겐 미래가 주어지지도 않았어.’


“그 책들은 왜 다 갖고 나왔니?”


“어? 아, 내일 분리수거 할 때 다 버리려고.”


“다 버린다고? 너 역사 과목 공부할 때 필요한 거 아니야?”


“엄마, 모든 공부는 교과서를 기본으로 하는 거야. 특히 역사 과목 할 때는 다른 책 없어도 돼.”


수능 만점자나 할 법한 말을 하는 아들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입가에서는 웃음이 떠날 줄을 몰랐다. 평소 역사책을 붙들고 있는 아들을 보며 그래도 책도 읽지 않은 애들보다 낫다고 했던 어머니였지만, 사실 아들이 국영수 책을 보는 걸 더 바라곤 했기 때문이다.


“재웅아, 그래도 그냥 분리수거 해버리는 건 좀 아까우니까, 나중에 진욱이 크면 주는 게 어떻겠니?”


하지만 재웅은 일말의 변수도 남기고 싶지 않았다.


“어··· 내 생각엔 진욱이 글 읽을 때 되면 개정판 나와서 별 소용 없을 거 같은데··· 아! 좋은 생각났다. 엄마, 나 이 책들 중학교 도서실에 기증할 게. 그럼 책 필요한 다른 애들이 볼 수 있잖아.”


본인 머릿속에 나온 말이긴 했으나, 정말 손발이 오그라드는 것 같았다. 그래도 정말 기발한 아이디어인 듯 했다. 학교와 학생들의 교육에 도움이 되고자 비싼 책을 기증하는 모범생은 거의 없을 테니 말이다. 선생들에 비칠 대외적인 이미지를 고려하면 그야말로 일석이조가 되는 전략이었다.


‘자, 그러면 이제 방해거리들도 대충 처리 될 거 같고··· 이제 본격적인 인생 역전 프로젝트를 설계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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