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인생 역전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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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k2705
작품등록일 :
2018.04.11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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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7.3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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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화: 현실 (3)

*습작을 겸하고 있으며, 머리 속에 떠오르는 대로 써 볼 생각입니다. 다시 한 번 잘 부탁드립니다.




DUMMY

중학인생 역전 프로젝트

85화: 현실 (3)


“아··· 안, 안녕하세요···”


재웅과 한상태가 황급히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지금까지 별의별 상황을 다 겪었고, 아무렇지 않게 잘 넘겨왔다고 자신했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이번만큼은 그렇지 않았다. 마치 머릿속 전체가 하얗게 되고 모든 사고 회로가 정지된 것만 같았다.


“안녕하세요. 여기서 또 뵙게 되네요.”


“아··· 네···”


재웅은 대화를 어떻게 이어가야 할지 도저히 떠올릴 수가 없었다. 오죽 당황했으면 에어컨 바람을 따라 식은땀이 흘러내릴 정도였다. 설마 자기 앞에서 면접을 봤던 사람이 바로 뒤에서, 그것도 면접자를 평가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을 거라 누가 생각했겠는가?


“저기, 괜찮으시다면 잠깐 실례할게요.”


“네···?”


“뒤에 커피요. 제가 주문한 게 나와서요.”


재웅은 그제서야 38번이 적힌 주문표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서둘러 자리를 비켜주었다. 하지만 웬일인지 여학생은 재웅 앞에서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찰나의 순간, 그의 머릿속에는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그때였다.


“죄송한데-“


“네? 아니에요. 공공장소에서 이런 얘기를 하면 안 되는 거였는데, 어··· 도리어 제가···”


“아, 그게 아니라, 커피가 뜨거워서···, 컵 감싸개 좀 가져갈게요.”


“네? 아··· 네. 죄송합니다··· 정신이 없어서··· 하하···”


“너무 놀라지 않으셔도 돼요. 구석에 앉아있다가 방금 나왔으니까요. 그럼, 가볼게요.”


“네··· 그럼···”


재웅은 말을 끝까지 잇지 못하고 고개만 숙였다. 정말로 하나도 안 들었던 것일까? 따라가서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형님, 그러게 제가 뭐라 그랬어요. 일 얘기는 사무실 안에서만 해야 한다고 누누이 말했잖아요.”


“설마 거기 있을 줄 누가 알았겠냐. 전혀 예상 못 했다.”


“뭘 예상을 못 해요. 그럼 우리 학교 학생이 우리 학교 안에 있겠지, 어디 있겠어요?”


“그렇긴 하지···”


“에휴, 가뜩이나 결정 못해서 문제인데, 고민거리만 더 얹어 주시네···”


한상태가 한숨을 쉬었다. 혹여 철없는 행동을 저지르고 나서 핀잔을 듣는 것만 같았지만, 막상 뭐라 따질 여지도 없었다. 같은 학교 학생이 캠퍼스 내에 있는 걸 무슨 수로 막겠는가? 예상하고 못하고를 따질 필요도 없는 문제였다.


“근데 아까 왜 그렇게 당황하신 거에요? 아주 그냥 정신을 못 차리시던데. 크크.”


“무, 무슨 당황을 했다고. 솔직히 조금 당황하긴 했다, 왜. 너 같으면 안 그러겠냐? 당장 오늘 불합격 통지를 보내야 할지도 모르는데.”


“조금 당황하신 거 같아 보이지 않았는데요? 혹시 윤지혜 씨 면접 볼 때 했던 말···”


“설마 또 꺼내려고? 아니, 상태야. 너는 진짜 단 한 번도 그런 생각 안 해봤어? 가끔 어떤 사람을 봤을 때, 어디서 많이 본 거 같다는 생각 들 때가 있잖아. 막 데자뷔같이 말이야.”


“글쎄요··· 데자뷔가 느껴질 정도까진 진도 나가본 적이 없어서, 풉!”


“아오, 그냥 말을 말자, 말을 말아. 오늘따라 사무실 돌아가는 길이 왜 이렇게 길게만 느껴지는 거냐···”


재웅이 한탄하듯이 말을 흐렸다. 다만 약간 억울한 면이 없지 않아 있긴 했다. 면접 자리에서 처음 마주했던 앳된 여학생, 분명 평생토록 아무 접점이 없었던 게 틀림없었는데, 희한하게도 전혀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었다.


그래서 면접 질문을 던지는 것도 순간적으로 잊어버리고, 주소를 찾아보기 위해 서류만 뒤적였었다. 하지만 재웅과 겹치는 거라고는 같은 대학교에 다닌다는 점 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데도 언젠가,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었다.


‘아니야! 정신 차려 이재웅. 중요한 프로젝트를 앞두고 데자뷔 같은 거나 따질 때야? 일에만 집중하자. 아니, 일단 이 생각에서만큼은 벗어나자.’


재웅은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적어도 사무실에 돌아가 일에 집중하기 전까지, 그에게는 복잡해진 머리를 환기해줄 다른 주제가 필요했다. 본인 뇌가 불러일으켰을 착각 따위에 소중한 시간을 할애할 수는 없었다.


“상태야.”


“네?”


“요즘 뭐 재미난 일 없냐?”


“아까 그 일 계속 생각나셔서 물어보시는 거죠?”


“뭐?”


“아니에요. 딱히 재미있는 일은 없는데··· 대신 관심 가질만한 뉴스는 있죠.”


대체 왜 이러는 건지, 재웅은 이번에도 커다란 실수를 저질렀음을 깨달았다. 병역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지 못한 남학생이 관심 가질 만한 뉴스는 전날 발생한 사건뿐이었다. 하지만 한 번 뱉은 말을 다시 주워담을 수도 없는 법, 재웅은 꼼짝없이 전날 겪었던 악몽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되새겨야 했다.


“그래도 요즘 많이 좋아졌다고 들었는데, 어째 남 일 같게 느껴지지는 않더라고요.”


“맞아···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일이긴 하지··· 내, 내가 알기로는 집안 환경이 크게 작용했다고 들었어···”


“그러니까요. 말 그대로 정말 가서는 안 되었는데, 끌려간 거나 마찬가지잖아요. 그것도 제일 중요한 시점에.”


“······”


“그 사람 이야기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휴··· 이왕 말 나온 김에 형님한테는 알려드려야 할 거 같네요. 저는 이제 부르면 갈 거예요.”


“뭐, 뭐라고?”


재웅은 너무 놀란 나머지, 직원을 위해 포장해왔던 커피 컵을 모조리 떨어트릴 뻔했다. 그리고 가던 걸음도 멈추고 폭탄선언을 한 직원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한상태는 비록 전공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지만, 다른 업무를 생각하면 회사에 반드시 남아있어야 할 인원이었다.


“상태야, 너 지금··· 제대로 생각하고 말하는 거지···?”


“아, 마지막에 전달이 잘못됐네요. 가긴 갈 건데, 일단 이 프로젝트가 제대로 완성되고, 회사도 안정권에 올려놓은 다음에 가야죠.”


“야, 군대 기준만 따지면 지금도 적지 않은 나이인데. 너 그러면 자대 가서 띠동갑 수준 되는 애들하고 투닥거려야 해. 재수 없으면 노예만도 못한 취급 당할 수도 있다고.”


“뭐하다 이제 왔느냐고 욕먹을지도 모르죠. 그래도 막 이런저런 핑계 대면서 빼지는 않으려고요. 저처럼 들어갔다 와도 될 사람이 가야, 사정 있는 사람이 오지 않아도 될 여지가 생기지 않겠어요?”


“그래도 그렇지. 정신력으로 버틴다고 백날 다짐해도 들어가자마자 멘탈 가루 되는 곳이 군대야. 내가 헌병대 처음으로-“


“네? 형님이 무슨 헌병대를?”


“아, 아니야. 내 친구가 갔다 왔는데, 너무 놀라서 말이 헛나왔어···”


실수를 연발할 뻔했던 재웅은 속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과거로 돌아오기 한참 전에 끝냈던 군 복무, 이제는 없어진 기억으로 잊혀야 하는 게 정상이었다. 하지만 이때의 기억은 여전히 인생 최악의 경험으로써 선명한 잔상이 되어 남아있었다.


“어쨌든 제 계획은 그렇습니다. 너무 걱정하지는 마세요. 제 후임은 확실히 구해놓고 갈 생각이니까요.”


“상태야, 무조건 결정하지만 말고, 신중하게 생각해. 2년 남짓 아무 소득 없이 고생만 하는 건 절대 작지 않아. 어차피 아예 안 할 것도 아니잖아. 2년을 보내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고. 내가 말했잖아. 그 문제에 관해서는 민규를 믿으라고.”


“어차피 저는 머리가 나빠서 자격 요건도 충족 못 할 거예요. 그것보다 회사 일에 집중하는 게 먼저고요. 그리고 민규 형님은··· 별로 신뢰가 가지 않네요.”


“······”


“거봐요. 형님도 바로 반박 못 하시잖아요. 전 솔직히 민규 형님이 이번 프로젝트 진행하면서 사고 안 치고 형님 산업기능요원 가는 문제나 잘 해결해줬으면 좋겠어요.”


사무실에 돌아와 직원과 함께 시원한 커피로 목을 축인 뒤, 재웅은 다시 일에 집중했다. 시간이 얼마 없었다. 어머니 말처럼 남들이 다 선택하는 길, 누군가의 부품으로 평생을 살아가느냐, 아니면 스스로 성공의 길을 개척하느냐, 이제는 모든 게 경각에 달려있었다.


“다들 어떻게 생각해?”


재웅은 수시로 직원의 의견을 물었다. 하지만 사무실 내 인원 의견은 좀처럼 하나로 모일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비슷한 스펙을 지닌 최종 후보 둘을 두고 좀처럼 결론을 내지 못했다.


“경력사항을 따지면 사실 김유리 씨가 더 낫긴 해요. 윤지혜 씨는 기업을 목표로 하기 보다는 그냥 문학 쪽에 가까워 보이는데.”


“그런데 지금 우리가 뽑으려는 사람은 ‘스토리담당’이잖아요. 따지고 보면 기업 광고 공모전, 마케팅 콘텐츠 공모전도 하나의 장편 이야기를 만드는 것과 다를 수 있다고요.”


“아니, 잘 생각해봐요. 지금 우리가 만들려고 하는 이 게임 아이디어를 누가 생각했어요? 재웅 선배잖아요. 어차피 스토리의 큰 줄기는 재웅 선배가 만들 텐데. 차라리 이용자의 세일즈 포인트 같은 걸 잡아내느냐 그런 걸 고려해야 하지 않겠어요?”


“재웅 형님이 여러 명도 아니고 어떻게 모든 일을 다 합니까? 기본적인 아이디어를 갖고 있어도 세부적인 거까지 다 생각할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진짜 스토리 콘텐츠를 만든 경험, 이런 경험을 가진 인원이 필요하다는 거죠.”


“사공이 많으면 산으로 가는 법이에요. 괜히 의견 충돌만 하다가 중구난방 꼴 나면 어떡하려고요?”


직원 간의 의견 차이는 시간이 갈수록 더 벌어지기만 했다. 재웅도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한 채 서류만 계속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럼 물어봅시다. 재웅 선배, 선배.”


“듣고 있어.”


“선배가 ‘스토리’ 짜는 거 할 거죠? 주도적인 입장에서 말이에요. 핵심 아이디어는 선배가 갖고 있잖아요.”


전혀 진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던 순간, 한 직원이 재웅을 불렀다. 좀처럼 끝이 없는 논쟁의 핵심은 스토리 담당의 역할이었다. 재웅이 만들어낸 아이디어를 보조만 하느냐, 보완해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냐. 직원들이 각기 다르게 제시한 역할은 두 가지였다.


‘내 아이디어··· 중학인생 역전 프로젝트··· 스토리···’


머릿속, 십여 년 전 믿을 수 없는 기억에서 비롯된 게임의 ‘스토리’. 재웅은 자신을 바라보는 직원의 시선을 뒤로 한 채,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간 그가 벌였던 온갖 일들이 주마등처럼 빠르게 지나갔다. 잠시 후, 재웅은 고개를 들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휴~ 드디어 끝났네. 수고하셨습니다, 형님.”


"그래 상태야, 너도 수고했다. 제대로 뽑은 거 맞겠지?”


“그러길 바라야죠. 전 솔직히 형님이 제 의견을 따를 거라 생각하지 않았는데.”


“네 의견을 따른 게 아니라, 내가 스스로 결정한 거야. 개인적으로 내가 생각해낸 이야기는··· 좀 보완이 많이 필요할 거 같았어. 시작이 중요한데 대충 해서는 안 되지.”


“그래요? 전 나쁘지 않았는데. 어쨌든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형님도 빨리 들어가서 쉬세요. 이제 다음주부터 형님 말마따나 뺑이 칠 텐데, 확실히 쉬셔야죠.”


“내 걱정 그만 하고, 너나 빨리 들어가. 다음주부터 뺑이 칠 잘 하고. 들어가라.”


재웅은 한상태가 문을 닫고 나가는 순간까지 자리에 서 있었다. 곧 문이 닫히면서 사무실에 다시 정적이 찾아오자, 그는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보완이 필요한 건··· 이야기가 아니라··· 그 이야기를 이끄는 주인공일지도 모르지···”


그는 서랍을 열어 과거로 돌아왔을 때부터 함께 해왔던 일기장을 펼쳤다. 하지만 변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여러 명의 인생을 완전히 뒤바꿔버린 ‘스쳐 가는 인연이라도 가벼이 여기지 말라’는 구절 뒤로 남아있는 건 오직 날짜뿐이었다. 그러나 꿈에서 본, 어쩌면 과거에서 봤을 그 구절은 재웅의 머릿속에 그대로 남아있었다. 재웅은 속으로 마지막 구절을 되뇌며 일기장을 덮었다.


‘마지막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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