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지기는 용사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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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emind
작품등록일 :
2018.04.11 21:18
최근연재일 :
2018.08.18 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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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6.01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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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지기는 용사를 꿈꾼다 33화 - 성과(6)

DUMMY

별빛 슬라임을 잡을 수 있다고는 하나, 슬라임 외의 마수를 상대로 하는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케이브는 사뭇 긴장했다. 보통이라면 렌에게 맡기고 렌이 익힌 요령을 공유해 천천히 마수를 사냥할 실력을 기르는 것이 정석이라 할 수 있었지만, 렌의 상태가 좋지 않으니 그것을 기대할 수는 없었다.

케이브도 자신이 여기서 나서는 건 그다지 현명한 행동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다. 렌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면 여기선 후퇴가 정답. 하지만 그는 싸우기를 선택했다.

지금은 자신의 노예라지만 렌은 언젠가는 헤어져야 할 사람이다. 크노트에 도달하는 것은 지금의 성장속도를 보건대 먼 일은 아닐 것이라고 케이브는 계산했다. 그렇기에 렌이 없는 경우도 생각해 두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렌이 떠나가면 마물을 공략하지 못하는 반푼이가 되는 것은 원하는 바가 아니다.

'이런 것은 습관이 무섭지.'

각종 게임을 해본 케이브는 그런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떠먹여 주는 것만을 익히면서 게임을 하게 되면 그 게임을 이해할 수가 없게 된다. 가르쳐 주는 사람이 없으면 아무 것도 응용하지 못하는 백치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처음에는 마음껏 지더라도 몸으로 깨우치는 게 중요했다. 물론 현실이니만큼 '마음껏 질수는' 없지만 케이브가 자신의 재능을 알면서도 굳이 슬라임을 잡으러 나간 첫날도 그런 의미에서의 도전이었다. 성인 남성도 쉽게 잡을 수 있는 기본적인 마물. 하지만 완벽한 무장을 하고서도 생사의 사투를 벌였기에 케이브는 이 세계에서의 자신의 수준과 현실의 잔혹함을 알 수 있었고,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필요하다면 가르침을 요청하고 배운다. 하지만 그것에 의지하기만 해서는 그 이상을 노릴 수는 없는 것이다. 케이브는 마침 적당한 기회라고 생각했다.

별빛 슬라임 정도는 잡을 수 있는 실력을 만들어 두고 만나는 첫 다른 마수. 게임 상에서 타쿤드의 수준은 별빛 슬라임보다는 강했지만, 지금의 케이브라면 별빛 슬라임이 동시에 두마리가 나타나더라도 어찌어찌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은 되었다. 그렇기에 케이브는 다른 변수가 없는 객관적인 자신의 실력이라면 타쿤드 한마리 정도는 무리 없이 잡을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다행히 렌의 넓은 시야 덕에 풀숲을 뒤지다 공격을 당할 염려도 타쿤드가 무리로 나오는 일도 없다. 순수한 1:1의 싸움인 것이다.




케이브는 단검을 뽑아 들고 천천히 타쿤드를 향해 다가갔다.

'으아..'

접근하면 할수록 케이브는 털이 솟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멀리서 보면 그저 뿔 달린 애벌레 같은 느낌이지만, 썩어도 준치라고 이 세계에서 '마수'라고 불리우는 생물. 그 크기는 적당한 크기의 고양이 한마리가 몸을 쭉 펴고 누워 있는 정도로 큼지막 했다.

'징그러워.'

어째서 렌이 벌레를 꺼려하는지 사뭇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타쿤드가 얼마나 강하든 그다지 건드리고 싶지는 않은 외관이었다.

'하지만 물러날 수는 없지.'

조금 더 접근하자 타쿤드는 케이브를 눈치챈 듯 움찔 거리면서 뿔을 케이브에게 겨냥하고는 돌진했다.

"읏!"

겉보기에는 엉금엉금 기어다니는 것밖에 할 수 없어 보이는 마수지만, 케이브는 타쿤드가 돌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게임 상에서도 한껏 힘을 모으고는 박차면서 몸통을 부딪히며 공격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게임 상에서는 느끼지 못했지만 타쿤드의 그 속도는 일반 슬라임의 튕기기 이상이었다. 하지만 이미 수많은 슬라임을 상대하면서 단련해 온 케이브에게 그정도의 '올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돌진을 피하는 것은 간단했다. 케이브는 사뿐히 왼쪽으로 뛰어 타쿤드의 돌진을 회피하고는 그대로 타쿤드에게 파고 들어서 단검을 찔러 넣었다.

"뀌이이이이"

괴상한 비명과 함께 손 끝에 속이 뒤틀리는 불쾌한 느낌이 전해졌다.

"해내셨군요!"

상당히 멀리서 렌의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케이브는 그 목소리에 반응할 틈이 없었다. 아직 타쿤드는 죽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검으로 찌른 부분에서 나오는 악취에 케이브는 검을 뽑아 냈다. 그것을 기다렸다는 듯이 타쿤드는 천천히 케이브를 향해 몸을 돌렸다.

'과연 한번으로는 죽지 않는 건가.'

다시 케이브를 향해 돌진하는 타쿤드의 공격을 이번에는 오른쪽으로 피해 케이브는 이번에는 검을 찌르지 않고 횡으로 베어 버렸다. 렌에게 배운 기술중에 가장 먼저 마스터한 기술이다. 한번 두번 세번을 베고 나자 그제서야 타쿤드는 외마디 괴성을 내뱉고는 움직임을 멈추었다.

완벽하게 케이브가 마수를 잡았다는 것을 확인한 렌은 천천히 케이브에게 왔다.

"주인님!"

"렌 봐라 나도 할 수 있지?"

"멋지십니다."

'어째 렌에게 이런 말을 들으면 놀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단 말이지. 그런 게 아니라는 건 알고 있지만서도..'

케이브는 쓰러진 타쿤드를 보고 인상을 찌푸리며 머뭇거리다가 뿔을 잘라내고 내뱉은 마석을 회수했다.

"타쿤드 정도가 되면 마석도 이정도 크기구나."

슬라임을 잡았을 때의 마석이 모래알보다 조금 큰 정도였고, 별빛 슬라임의 마석이 몇달은 기른 손톱을 자른 정도의 크기였다면 타쿤드는 온전한 손톱 정도의 크기를 이루고 있었다.

'확실히 별빛 슬라임보다는 까다로웠지.'

케이브는 단검을 보면서 생각했다. 슬라임의 서식지에서는 베로아의 가장 좋은 단검으로 일격일살로 사냥하는 게 가능했다. 그렇기에 케이브는 첫 공격을 좀 더 강한 찌르기를 선택했던 것이다. 하지만 타쿤드는 한번 베거나 찌르면 찢어져 터지는 슬라임과는 다르게 내구력이 높았다. 찌르기는 베는 것에 비해 공격력이 높지만 박힌 것을 회수하는 시간이 있어 상당히 위험했기에 케이브는 두번째부터는 렌에게 배운 횡베기를 사용해 연격을 사용한 것이다.

'별빛 슬라임보다 강한 건 내구력 때문인가. 공격 패턴은 훨씬 단순했고.'

별빛 슬라임은 일반 슬라임처럼 통통 튀면서 자신의 몸을 박는 몸통 박치기와 곡선으로 점액을 뿌리는 원거리 공격까지 가능한 마물이었다. 그렇기에 싸울 때도 양쪽의 대비를 잘 해야만 했지만 타쿤드는 한가지의 공격밖에 할 수 없었다. 표적을 겨냥하고 꿈틀거리는 힘을 모아서 돌진해 뿔로 찌른다. 그 속도는 슬라임 이상이지만, 겨냥과 힘을 모은다는 행위가 있기에 슬라임의 공격을 피하는 것에 익숙하다면 피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상대해 봐서 좋았다.'

케이브는 타쿤드를 상대하면서 오랜만에 게임을 하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지금까지는 기본조차 되지 않았기에 렌에게 받은 경험. 타라에게 받은 요령이나 렌에게 받는 지도에 따라 슬라임을 넘는 연습만을 해왔지만, 그 기본이 마련된 지금은 나름대로 마물이나 마수에 대한 공략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처음 베로아를 나설 때의 그를 생각해 본다면 장족의 발전이라 할 수 있었다.

'역시 혼자 상대해 보는 것으로 얻는 경험은 무시할 수 없군.'

"다수를 상대하는 것만 피한다면 사냥 자체는 가능하겠어."

"다수는 힘든 겁니까?"

케이브는 렌을 슬쩍 바라보고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렌은 생각이 깊은 것 같으면서도 이런 부분을 보면 참 무신경한 아이라고 케이브는 생각했다.

"보통 사람을 너와 비교하면 곤란해. 아마 너라면 괜찮겠지. 타쿤드의 공격을 피하면서 다른 마물들의 공격도 보면서 싸울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일반인들. 아니 나는 저 타쿤드의 공격을 신경쓰면서 다른 마물들의 공격까지 피할 자신이 없어."

슬라임의 무리 속에서도 상처하나 나지 않는 렌이다. 타쿤드의 빠르지만 굼뜬 공격 정도야 5마리든 10마리든 너끈히 피할 수 있을 것이지만, 케이브는 그 움직임을 흉내낼 자신이 없었다.

"죄 죄송합니다."

"아냐. 뭐 한두번이어야지."

"으윽."

"뭐 그건 그거고, 일반인들이 타쿤드의 무리를 잡는다고 한다면 역시 공격력이겠지."

"공격력이요?"

"나는 찌르기 한번에 베기 세번으로 겨우겨우 잡았지만, 힘이 있는 전사류라면 무리를 만나도 한번 피하고 내지르는 일격에 하나씩 처리해 버리겠지. 그정도 공격력을 갖춘다면 공격 한번에 타쿤드 한마리는 신경쓰지 않아도 되니 다른 마물들의 공격도 어느 정도 신경쓰기 편할테니까."

"오호. 좋은 걸 배웠습니다."

"가르쳐 줄 때 참고해서 가르쳐 줘. 어라?"

케이브는 자신이 쓰러트린 타쿤드의 사체가 사라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라졌네요."

"원래 이런 건가?"

"슬라임 때도 비슷하게 사라지긴 했는데요."

렌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납득하고 있었지만, 케이브는 그런 일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기 때문에 놀라며 물었다.

"그랬어?"

"네."

보통 슬라임을 잡으면 물이든 비닐을 찢어 버리는 것처럼 녹아내리며 점액이 바닥으로 스며들어서 케이브는 그 많은 슬라임을 잡으면서도 깨닫지 못했다.

"그렇다는 건 그 비닐 비슷한 껍데기도 사라졌다는 건가?"

비닐 조차도 벽을 이루는 점액으로 이루어져 있었기 때문에 딱히 신경을 쓰지는 않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렇게 슬라임을 학살하면서도 슬라임의 시체는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었다.

"비닐? 비닐이 뭔지는 모르지만 주인님의 말씀대로입니다. 껍데기도 껍데기지만 그 액체도 곧 사라지는 것 같았어요."

'이상한데.'

케이브는 게임을 생각해 보았다. 게임 내에서는 슬라임의 점액이나 마물이나 마수의 껍질등 여러가지의 재료가 존재했고, 그것을 수집하는 의뢰도 즐비했다.

"그래 이 타쿤드의 뿔도 수집대상이잖아!"

케이브는 목걸이에 집어넣은 타쿤드의 뿔을 떠올리고는 목걸이를 조작했다. 바로 케이브의 손에는 주먹만한 뿔이 등장했다.

"휴 이건 사라지지 않았네. 그런데 어째서지?"

'또 상식의 문젠가?'

"렌 왜 이런 건지 알고 있어?"

"아뇨."

"렌도 모르는 건가. 뭐 어쨋든 사라지기 전에 잘라두면 사라지지는 않는 모양이니 다행이야. 일단은 힘내서 10개를 모아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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