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 임프 작가의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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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공(撫空)
그림/삽화
stroketheair(撫空)
작품등록일 :
2018.04.13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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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1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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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9.07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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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바: 임프 작가의 여행기 – 13화

DUMMY

노바: 임프 작가의 여행기 – 13화






어마어마한 금액이었다.

금액도 놀랍지만 아르비는 금화를 태어나서 처음 봤다.

노바와 코부리는 원래부터 돈이 없었고, 대부분은 스미스가 준 돈이었다.

1코퍼 하나로 뭔가를 살 수는 없지만, 한 끼를 대충 때우는 건빵만 하더라도 10코퍼였다.

귀족이 아닌 바에야, 제법 잘 사는 가정이 한 달에 쓰는 돈이 1골드가 채 안 된다.

그런데 지금 아르비가 가진 것은 3골드가 넘는 거금.

만월까지 16실버로 살다가 3골드를 뻥튀기 한다 치면... 9골드가 생기는 것이다.

그 다음 달까지 넉넉하게 1골드로 생활하고 남은 8골드를 뻥튀기 한다 치면 24골드.

아르비는 벌써부터 부자가 된 것만 같았다.

한 달 동안 아끼고 아껴 1실버를 모으던 때가 먼 옛날 같았다.


“이제 돈 걱정은 안 해도 되겠어요! 히히.”

“근데 그게 다음에도 그렇게 될 지는 아직 모르는 거잖냐.”


코부리가 심드렁하게 일침을 놓았지만 들뜬 아르비의 기분을 망칠 순 없었다.

아르비도 마음속으로 안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런 생각들과는 별개로 기분이 계속 좋았다.

돈이 도대체 왜 좋은지 알 수 없는 노바도 아르비가 웃자 따라 웃었다.


어느덧, 필스 사막의 초입에 들어섰다.

세나 마을과 피렌 후작령의 중간 지점 정도 되는 곳에 있는 사막이다.

필스 사막은 그리 크지 않아서 많은 준비가 필요한 사막은 아니다.

하지만 위험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필스 사막은 그 기후보다도, 그 곳에 있는 인간이 가장 위험하다.

피렌 후작령과 가까운 이 곳에는 일명 ‘용사’라는 작자들이 가장 많은 곳이기도 하다.


“용사가 왜 위험해요? 용사는 멋있는 사람 아닌가요?”

“같은 인간이라면 그럴지도. 나에겐 가장 끔찍한 존재들이야. 용사를 본 적이 있냐?”

“아뇨. 하지만 들어는 봤어요. 용사 중의 진짜 용사는 왕자래요. 왕자를 보좌하는 신하들을 데리고 괴물들을 퇴치한다고 들었어요.”

“괴물? 괴물은 무슨 괴물? 퇴치는 무슨... 나 같은 임프나 괴롭히는 거지.”


아르비의 환상이 부서지는 순간이었다.

왕위계승권을 형들에게 양보한 막내 왕자.

그가 용사가 되어 백성들을 위해 괴물을 물리친다.

동화 속에서나 나올 이야기였다.

현실은 많이 달랐다.

동화 속의 괴물은, 멀쩡히 잘 살다가 인간의 칼에 맞은 임프와 샐러맨더, 그리고 놈이었다.

용사도 용사지만, 가장 많은 임프를 죽여 공을 세운 피렌 후작.

지금 향하는 방향은 바로 그 피렌 후작령이었던 것이다.

그런 곳이기에 자칭 ‘용사’들도 이 주변으로 몰려드는 것이다.

자신들도 공을 세워 진짜 용사나 피렌 후작처럼 되고 싶어서.

물론 코부리는 이런 위험천만한 피렌 후작령을 정직하게 지나갈 생각은 없었다.

적당히 돌아지나가서 에그랄 호수 너머로 갈 계획이다.

에그랄 호수...

호수 생각을 하니 갑자기 목이 더 탔다.

필스 사막이 규모가 작다고는 하지만 사막은 사막이다.

듬성듬성 있는 바위를 밟으면 미친듯이 뜨거웠고, 그렇다고 모래를 밟으면 움푹하게 발을 감싸안으며 끓는 기름에 발을 들이미는 것 같았다.


"에휴, 나무혐오자 새끼. 덕분에 졸라 뜨겁네."

"숲이 엄청나게 그립네요. 나무혐오자는 누구예요?"

"누구긴 누구야. 피렌 후작 말이지. 나무를 얼마나 싫어하면 눈에 보이는 모든 나무를 다 베어버리겠어."

"그럼 피렌 후작이 이 필스 사막을 만든 건가요?"

"필스 사막은 원래 있었지만, 과거엔 지금보다도 훨씬 작았다더라. 피렌 후작이 임프들을 죽이고 땅을 넓혀 갈수록 사막이 커져간다던데."


노바는 옆에서 말없이 걷기만 했다.

현명한 판단이다.

이렇게 목이 마를 때, 말을 할수록 목은 더 마르다.

하지만 어린 아이가 묵묵히 걷는 게 안타까운지, 코부리는 마법을 쓰기 시작했다.

코부리가 어둠의 힘을 사용하여 없는 그늘을 만들어내자, 다들 한결 낫다는 기색이었다.

비록 바람이 불어오면서 앞의 뜨거운 공기는 그대로 전해지지만, 뜨겁게 달구어지던 로브가 식어가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정도였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자 저 멀리 세 명의 인간이 걸어오고 있었다.

그동안 눈이 부셔서 알아보지 못한 걸까.

햇빛을 이용하여 교묘히 쫓아오던 인간들인가.

닐렘 일행이라고 하기엔 인원수가 맞지 않다.

그 쪽은 인간 네 명에 거대한 샐러맨더 하나였으니.

게다가 분명 남쪽이 아니라 서쪽으로 간다고 했다.

코부리는 스스로가 너무 예민한가 의심해 보았다.

단순히 가는 방향이 같은 인간들일 수도 있지 않은가.

하지만 그렇게 물렁하게 생각할 장소가 아니다.

이곳은 필스 사막이기에.

한참동안 뒤쪽을 째려보는 코부리 덕에, 뒤늦게 노바와 아르비도 인간들의 존재를 눈치챘다.

아르비는 닐렘 일행을 처음 마주쳤을 때와 마찬가지로 자신이 나서려고 한다.

하지만 왠지 예감이 좋지 않다.

이번에는 그때처럼 운 좋게 넘어갈 수 있지 않을 것만 같다.

코부리는 반갑게 인사하려던 아르비를 제지했다.


"더 빨리 가자."


속도를 내는데도 거리가 벌어지지 않는다.

저쪽은 여전히 느긋하게 걷고 있다.

뛰어서 쫓아오는 것이 아님에도 처음 발견했을 때와 같은 거리였다.

뒤를 안보고 있는 사이에 몰래 뛰는 것이 아닌가 싶어서 불시에 고개를 돌려보아도, 항상 같은 속도로 느릿느릿, 그러나 천천히 압박하며 걸어오고 있다.

노바와 아르비 뿐만 아니라 코부리마저 금세 지쳐버렸다.


"심리전에서 말렸군. 제길. 일단 좀 쉬자."


노바와 아르비는 대답할 힘도 안보였으나, 눈빛으로 긍정의 의미를 보내왔다.

코부리는 아예 체력을 회복하며 기다려서, 저 인간들과 맞부딪힐 심산이었다.

저자들의 정체를 모른 채로 이렇게 불안해하며 지치는 것보다야 낫겠지.

차분하게 마음을 가다듬으며 한참을 기다렸다.

하지만 저 멀리서 걸어오는 인간들의 발걸음이 멈추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더 가까워지지도 더 멀어지지도 않았다.


"내가 지금 헛것이 보이는 건가?"

"사막에서는 신기루라는 현상이 있대요. 그런게 아닐까요?"


아니나 다를까, 모래바람이 한 차례 불더니 그 이후에 모습이 사라졌다.

코부리는 자기도 모르게 멀쩡히 뜬 눈을 손으로 비볐다.

그러고 나선 손에 묻은 모래가루가 눈에 들어가자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크아아악! 내 눈!"

"코부리, 괜찮아?"

"이쪽으로 오세요!"


아르비는 황급히 자신의 수통에 든 물을 아낌없이 코부리의 눈에 부었다.

코부리의 눈을 씻기며 흘러내린 물은 사막의 모래 바닥을 적셔 그 언저리의 색이 짙어졌지만, 금세 증발해버려 바닥은 원래의 색을 되찾았다.

아르비의 물이 바닥나버렸다.

그러자 옆에 있던 노바는 아끼고 아끼던 자신의 물을 아르비에게 건넸다.

하지만 정작 건네는 노바의 입술을 말라비틀어져서 갈라져 있었다.

그런 순간에도 아르비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과연 10골드짜리 미소였다.


"난 괜찮아. 노바, 너야말로 목 좀 축여."

"미... 미안하다. 괜히 나 때문에..."

"히히. 코부리 아저씨, 이렇게 힘없는 모습 처음이네요. 괜찮아요. 아저씨 말대로라면 이제 곧 사막이 끝날 텐데요 뭐. 벌써 저어기 도시가 보이는 것 같아요."


허풍이었다.

사막은 머지않아 끝나겠지만, 도시는 한참은 더 가야 한다.

게다가 애초에 코부리는 피렌 후작령을 피해 갈 생각이다.

오히려 도시가 나와서는 안 된다.

뭣보다도 앞쪽에는 거대한 바위가 시야를 가로막고 있었다.

하지만 아르비의 허풍은 듣기에 좋았다.


"저 바위만 지나면 물을 구할 곳이 있을 거야. 가자."


정면에 있던 거대한 바위는 좀처럼 가까워지지 않았다.

하지만 아까의 신기루같던 인간들과는 달리, 결국에는 도착할 수 있었다.

코부리의 말대로, 바위 너머에는 더 이상 사막이 아니었다.

피렌 후작의 영향인지 커다란 나무는 없었지만, 자라난 지 3년 이하 정도의 작은 나무들은 곳곳에 있었다.

노바가 마법을 쓰자, 여러 나무에서 열매가 맺혔다.

셋은 정신없이 열매를 먹기 시작했다.

수분을 섭취하기 위해 먹은 열매였지만, 너무 달콤해서 정작 본질을 잊고 배불리 먹어버렸다.

피로가 가시며 노곤해질 때, 무언가가 코부리의 머리를 쳤다.

퍼억-

아르비와 노바는 열매를 먹다 말고 코부리를 돌아보았다.

신기루인 줄만 알았던 세 명의 인간이 서있었고, 그 옆에 코부리가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었다.


"워후~. 이런 곳에까지 임프가 있었네. 꼬맹이들아 고마운 줄 알아라. 아저씨들 아니었음 꼼짝없이 납치당할 뻔했잖니~."

"코부리~!"

"뭔 아저씨야. 암만 봐도 형 뻘인데. 것보다 납치당한 게 아니라 동료였나 본데?"


두 남자의 대화를 듣다가, 코부리의 머리를 친 세 번째 남자가 나섰다.


"임프와 한통속인 인간이라. 아이라고는 해도 적이군. 다 죽이자."


아르비는 오싹했다.

그가 그동안 접해 온 인간들은 마을 사람들과 노바.

모두 기본적으로 자신에게 호의를 품은 인간들 뿐이었다.

닐렘 일행이 코부리를 처음 봤을 때, 싸우려고 들 때에도 이해하지 못하고 나서서 말렸다.

다행히 닐렘 일행은 자신을 알기에, 대화가 통했다.

하지만 순수한 악의를 가지고 접하는 이들은 도무지 그럴 것 같지 않았다.

그때 두 번째 남자가 말했다.


"이봐. 그럴 것까지야 있어? 그냥 원래 계획대로 돈이나 뜯자고."

"그래그래. 얘들아~. 이 형들 무서운 사람이야. 그러니까 서로 편하고 빠르게 가자~. 돈 어디 있니?"


두 남자가 나서서 일을 착착 진행하자, 세 번째 남자는 못마땅하다는 듯이 들고 있던 둔기를 조용히 내렸다.

하지만 아르비가 돈을 꺼낼 때까지 노려보는 것은 잊지 않았다.

덕분에 아르비는 돈주머니를 꺼내는 아주 간단한 일을 몇 번이나 허둥대며 실수했다.

돈주머니를 꺼내자 마자 첫 번째 남자가 낚아채서 안을 힐끔 보았다.


"야 이 미친놈아. 일하는 중에 한눈팔지 말라고 했지? 암만 꼬맹이들이라도 임프랑 같이 있던 애들이야."

"헛! 우... 우와아... 이 자식들 이거 생각보다 돈 많은데~? 완전 땡 잡았네."

"뭐? 봐봐! 얼만데?!"


가만히 있던 세 번째 남자가 아무 말 없이 둔기를 땅에 꽂았다.

쿠웅-

느낌상으로는 땅이 울리는 것만 같았다.

돈주머니를 구경하던 두 남자는 움찔하더니 잽싸게 품 속에 넣었다.


"빠르게 이동한다."

"그래. 가자고~."

"얘들아. 잘 쓸게! 다음에 또 돈 생기면 보자!"


세 남자는 세 번째 남자를 필두로 빠르게 멀어져 갔다.

그들이 시야에서 사라지자마자, 노바와 아르비는 쓰러진 코부리에게 달려갔다.

다행히 코부리는 제법 멀쩡했다.


"제기랄. 머리야아..."


약간 비틀거리는 걸 빼면 말이다.

코부리는 일어나자마자 모두의 상태부터 확인했다.

임프인 코부리만 맞고, 노바와 아르비는 멀쩡한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그 뒤엔 소지품을 점검해보았다.

역시나 돈주머니 외엔 빼앗긴 게 없었다.

다만, 아르비는 굉장히 솔직하게 가진 모든 돈을 순순히 주었다.

코부리라면 그중 적어도 1골드는 숨겨놓았으리라.

반대로 말하자면 그만큼 순수했기에 안 다치고 끝날 수 있었다.


“죄송해요. 다 뺏기고 말았어요.”

“괜찮아. 애초에 내 돈도 아니고, 안 다쳤으니 그게 제일 다행이지.”


코부리는 노바에게 하듯 습관처럼 아르비의 머리를 쓰다듬으려 했으나, 아르비의 키가 꽤 크자 등을 툭툭 두드리며 위로했다.

어느덧 날이 저물어가고 있었다.

하루 동안 별달리 한 일도 없는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나 싶었다.

노바와 아르비는 세 명의 인간들로 인해 잔뜩 겁먹었다가 긴장이 풀리면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코부리, 어디가아?”

“응. 그냥 주변 좀 둘러보려고. 먼저 자고 있어들.”

“네. 다녀오세요.”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소년은 로브로 몸을 꽁꽁 싸매고 잠에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코부리의 몸이 어둠 속으로 스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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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노바: 임프 작가의 여행기 – 8화 18.09.05 37 0 12쪽
7 노바: 임프 작가의 여행기 – 7화 18.09.05 40 0 13쪽
6 노바: 임프 작가의 여행기 – 6화 18.08.31 48 0 13쪽
5 노바: 임프 작가의 여행기 – 5화 18.08.31 41 0 12쪽
4 노바: 임프 작가의 여행기 – 4화 18.08.31 35 0 12쪽
3 노바: 임프 작가의 여행기 – 3화 18.08.29 28 0 13쪽
2 노바: 임프 작가의 여행기 – 2화 18.08.29 41 0 14쪽
1 노바: 임프 작가의 여행기 – 1화 18.08.29 78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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