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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빛 십자 기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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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me
작품등록일 :
2018.04.14 10:53
최근연재일 :
2018.12.07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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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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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8.1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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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8화

DUMMY

돌파 장비가 든 상자를 끌고 문앞까지 도달한 두 명의 종자는 지쳐서 나가떨어진다. 그들이 벽에 기대어 쉬는 동안 기사 두 명이 나와 장비를 상자에서 꺼낸다.


거대한 금속 드릴 머리와 땅에 단단히 고정될 수 있는 발, 모든 충격을 흡수할 몸체를 가진 이 물건은 기사들 사이에서 두더지라고 불린다.


발을 지면에 박아 단단히 고정한다. 몸체에서 머리 부분을 뽑아 문에 가져다 댄다. 걸쇠로 단단히 잠겨 있을 그 부분에 드릴을 놓고 작동을 시작한다.


몸체가 덜덜 떨리며 드릴이 회전을 시작한다. 물을 겉부터 갉으며 조금씩 안으로 파고 들어간다.


"얼마나 걸리겠나?"


"10분이면 뚫을 수 있을 겁니다."


인선의 질문에 두더지를 조작하던 기사들이 대답한다. 인선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또 휴식이구나!"


진율은 둘의 대화를 듣더니 다시 자리에 주저앉는다. 그 옆에 백설과 강원, 지후, 양선이 앉는다.


기계가 돌아가는 거대한 모터음의 반주로 채워진 통로를 기사들이 시답잖은 잡담으로 연주한다.

진율은 두 눈을 감고 그 음악을 만끽한다.


"뚫었습니다!"


기계의 진동이 멈추고 조작하던 기사가 소리친다.

드릴은 다시 몸쪽으로 수납되고, 다리가 접혀 철제 상자에 집어 넣어진다.


앉아서 쉬던 기사들이 일어나 장비를 점검한다. 백설도 자신이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간다.


"두더지는 그냥 두고 간다."


"문은 지금 엽니까?"


"안에 폭탄은 없겠지? 그냥 열고 들어가자."


강원이 방패를 내려놓고 문을 붙잡는다.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 문을 옆으로 밀기 시작한다.

강원의 입에서 기합이 나온다. 그대로 1분 정도 문을 붙잡던 강원은 손을 문에서 때어낸다.


"안 되겠는데?"


뒤를 돌아보며 강원은 말하고, 모든 기사들은 한숨을 내쉰다.


"같이 해봐."


진율이 강원의 옆에 붙어 함께 문을 밀기 시작한다. 두 명이 호흡을 맞춰 얼굴이 붉게 물들 때 까지 용을 썼지만 거대한 문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안 되겠는데?"


다시 기사들의 사이로 한숨 소리가 지나간다.


"다 같이 붙어!"


인선의 고함에 열 명이 넘는 벰파이어가 문앞에 붙었다. 호흡을 조절하며 힘을 모아 문을 밀어낸다.

거대한 철문은 조금씩 소리를 내며 자신의 의지를 굴복한다.


문이 열리고 그 내부가 환히 들여다보인다.


"우와. 장난 아닌데?"


문을 열다 지쳐 바닥에 주저앉은 진율이 내부를 바라보며 말한다.


새하얀 벽과 천장, 바닥. 새하얀 책상과 그 위에 올려진 알 수 없는 도구들. 그리고 번뜩이는 총구.

총구에서 소리가 나오기 전에 강원이 방패를 움켜쥐고 기사들의 앞을 막아선다.


총소리가 통로를 가득 메운다. 강원의 뒤에 서 있지 못한 기사들은 코트를 들어 올려 얼굴을 가린다.

기사단의 후미에서는 총기를 가지고 있는 기사들이 응전하여 사격을 개시한다.


총탄이 살의를 담아 서로를 노린다. 몇 번이나 탄창을 갈아 끼우는 동안 강원과 선두그룹이 조금씩 전진해간다.

어느 정도 사격을 가하던 인원들과 가까워지자 진율과 지후가 강원의 뒤에서 나와 적들을 향해 돌진한다.


코트를 들어 올려 얼굴을 감싼 채로, 이런저런 기구들로 가득한 책상을 넘어, 총탄의 비를 뚫고 가장 가까운 놈의 목을 찌른다.


진형이 무너져 내린다. 정면을 향하던 놈들의 총구는 뛰어든 진율과 지후를 노리기 시작한다. 가해지는 압박이 약해지자, 기사단의 공격이 매서워진다.


사격을 가하던 적들이 점차 쓰러져간다. 마지막 녀석이 가슴을 부여잡고 쓰러질 때까지 걸린 시간은 2분 32초.


"이상 무!"


진율이 소리치자 아직 총기를 겨누던 기사들이 내부로 들어온다. 미리 도착해있던 사후처리팀이 내부의 사진을 찍고 각종 도구를 거둬간다.


"자. 계속 진행하자고."


이곳에 연결된 문은 하나. 만약을 대비해 기사와 종자 한 명씩만을 남겨두고 움직이기로 한다.


당연히 문은 잠겨 있다. 폭약으로 문을 터트린 후 강원이 방패를 치켜세우고 돌입한다. 단순한 통로인지 특별한 장치는 보이지 않는다.

기사단은 그대로 5분을 걸어 다른 문에 도착한다.


"통로가 너무 넓은 거 같은데."


"나중에 한번 조사해보면 되겠지."


통로를 폭음이 가득 채운다. 열어젖힌 문으로 강원이 앞장서 들어간다.


"제기랄."


문 너머는 철제 우리로 가득하다. 2층 높이까지 쌓아 올려진 우리들은 사람 하나가 쪼그리고 들어갈 크기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 내부는 전부 비어 있지만, 핏자국과 사슬들이 무엇이 이곳에 있었는지 말해주고 있다.


"저거 사람이 들어가 있던 건가요?"


양선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질문한다. 진율은 이를 간다.


"어. 저기에 전부 피를 빨리는 벰파이어들이 들어있었겠지."


진율은 우리의 철창을 구부러트린다.


​"일단 혈액 검사로 누가 있었는지 확인하자고."


진율은 인선의 말을 듣고 심호흡을 한다. 다른 기사들도 이 경악할 광경에 머리를 부여잡거나 호흡을 가다듬으며 흥분을 가라앉힌다.


"얼른 다음으로 넘어가자고!"


20미터 정도 늘여져 있는 우리들의 끝에는 철문이 달려 있다. 다들 분노로 가득 찬 얼굴로 그 문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우리로 가득 찬 벽면 한쪽에서 무언가 튀어나온다. 강원은 미처 피하지 못하고 그것에 치여 반대쪽 벽으로 날려진다.


​강원을 밀쳐낸 그것은 붉게 충혈된 눈과 다물어지지 않는 입, 잔뜩 부풀어 오른 몸을 가지고 있다.


"괴물 대응 자세!"


인선의 공간을 울리는 명령에 인간 기사들은 뒤로 빠지고, 벰파이어 기사들이 앞으로 나선다.


괴물은 그들을 관찰하듯 노려본다. 진율과 선화가 그에 대치하듯 괴물을 노려본다.


"백강원 살아있냐?"


몇 번의 기침 소리 끝에 강원이 대답한다.


"죽지는 않았습니다."


괴물은 자신의 앞에 있는 둘에 위협을 느끼는 듯이 진율의 외침에 반응하지 않는다. 진율은 괴물이 움직이지 않자 기사 둘을 불러 강원을 보호하게 한다.


"제가 먼저 갑니다."


강원이 안전하게 보호된 것을 확인한 선화가 쥐고 있던 창을 내던지고 달려나간다. 손목에 차고 있던 시계에서 와이어를 한 가닥 뽑아낸다. 괴물이 내지르는 팔을 피하며 와이어를 그 팔에 걸고 잡아당기며 달려간다. 자연스럽게 괴물은 균형을 잃고 넘어진다.


진율은 그 틈을 놓치지 않는다. 그대로 달려들어 쓰러진 괴물의 아킬레스건을 끊어 놓는다.

피를 마신 상태라면 심장을 뚫었겠지만, 일반적인 상태에서 괴물의 가슴 근육을 뚫을 자신은 없다.


괴물이 고통에 발버둥 치자 선화도 와이어를 놓친다. 피를 마시지 않은 상태로는 괴물의 근력을 버텨내지 못한다.


자유로워진 괴물은 똑바로 일어서려고 한다. 하지만 아킬레스건이 잘려나간 존재가 설 수 있을 리가. 괴물은 오른 무릎을 땅에 대는 것이 전부였다.


"사격!"


진율과 선화가 재정비를 위해 뒤로 빠지자 그 빈틈을 총탄의 비로 메꾼다. 괴물은 무릎을 꿇은 채로 양팔을 들어 올려 얼굴을 가린다.


"피를 마시지 않으니까 힘드네요."


"그래도 당장 준비된 건 없는 걸 어떡하나?"


"그냥 빠는 건 좀 그렇겠죠?"


"접촉 흡혈이 얼마나 쉽게 감염되는지 아는 인간이 할 소리인가?"


진율은 인선에게 투정을 부리고 있다. 선화는 와이어를 놓치며 베였는지 손바닥에서 흐르는 피를 핥는다.


"기사님 핥지 마세요."


양선이 붕대를 꺼내 들어 선화의 손에 메어준다.


"선배 어떻게 할겁니까?"


메여놓은 붕대가 불편한지 선화는 손을 몇 번씩이나 쥐었다 폈다 한다.


"우리 둘로는 힘들겠지?"


"그렇다고 다른 사람도 없지 않습니까."


괴물과 싸우는 것은 평범한 기사에게 맡길 일이 아니다. 특수한 훈련을 받은 괴물 사냥 전문, 전투 기사가 필요하다. 지금 모인 인원 중에 전투 기사라고는 진율과 선화밖에 없다.

강원도 전투 기사이지만, 아직 철창의 틈 속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는 안 되겠나?"


"가죽을 못 뚫습니다. 아킬레스건 자르는 것도 실수할 뻔했어요."


"힘들 겁니다."


"다른 기사들을 붙이는 건?"


"누구 하나 죽으라는 겁니까?"


인선은 턱을 잡고 고민한다. 탄약은 잔뜩 들고 왔기에 시간적 여유는 잇는 편이다.


"쳇. 이봐! 누구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흡혈을 당할 사람 있나!"


"무슨 말을 그렇게 합니까?"


곁에 있던 양선이 갑자기 슬슬 눈치를 보며 뒤로 물러선다.


"힉!"


양선은 진율과 선화와 인선의 시선을 받고는 멈춰 선다. 우물쭈물하며 말하기를.


"그러니까. 남자한테 흡혈 당하고 싶지는 않고. 선화 기사님은 뭐랄까 어 좀 그렇습니다."


그 말에 진율은 웃고, 선화는 눈에 불을 켠다.


"어쩔 수 없군. 지원자 없나?"


"제가 하겠습니다."


백설이 손을 들고 나선다. 저격 소총은 등에 메고, 얼마나 쐈는지 화약의 검댕이 얼굴에 묻어 있다.


"괜찮겠어?"


진율의 물음에 백설은 단호하게 끄덕인다. 양팔을 내미는 백설을 보고 진율은 한숨을 쉰다.


"직접 흡혈은 이런저런 바이러스에 감염되기 쉽다는 거 알고 있지?"


"기사 학교에서 배운 내용입니다."


칫. 진율은 혀를 한번 차고 백설의 팔을 잡는다.


"그럼 사양하지 않고."


"나도 잘 부탁해."


선화도 백설의 왼팔을 붙잡는다.


백설의 양팔에 입술이 닿는다. 날카로운 이빨이 피부를 뚫는다. 피가 빨려 나가는 감각을 느끼며 백설은 얼굴을 찡그린다. 그다지 좋은 느낌은 아니다.


"그만."


인선이 진율과 선화의 뒷목을 잡고 백설에게서 때어낸다. 진율과 선화의 입에서는 빨간 피가 흐르고 있다.

둘 다 묘하게 풀린 눈동자로 입가에 흐르는 피를 혀로 핥는다.


"정신 차려라!"


인선의 고함에 진율과 선화의 눈동자가 돌아온다.


"얼른 가서 때려눕히고 와!"


인선은 진율과 선화를 괴물 쪽으로 밀어 넣는다. 둘은 비척거리며 괴물에게 다가간다.


"박양선. 백설을 치료해라."


"예!"


양선은 백설의 팔에 연고를 바르고 붕대로 감싼다.


"물릴 때 느낌이 어때요?"


"약간 이물감은 느껴지는데 아프지는 않았습니다."


"신기하네."


백설이 치료를 받고 휴식하는 동안 진율과 선화는 괴물의 앞에 도달한다. 총탄이 멎고 대결을 위한 장소가 마련된다.


진율과 선화 둘 다 붉게 변한 눈동자로 사냥감을 노려본다. 눈빛을 교환하고 진율이 먼저 달려나간다.


괴물은 팔을 뻗는다. 진율은 검면으로 팔을 쳐내고 어깨로 괴물을 밀쳐낸다. 달려와서 진율의 어깨를 밟고 솟아오른 선화가 괴물의 목에 와이어를 감는다.

괴물의 뒤로 착지해 그대로 잡아당긴다.


괴물은 발버둥 치지만 피를 먹은 선화도 쉬이 놓치지 않는다. 균형을 잃은 괴물의 무릎을 진율이 검면으로 후려친다.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괴물의 비명이 공간을 가득 채운다. 목을 잡아당기는 힘을 이기지 못하고 뒤로 넘어져 버린다.


진율은 쓰러진 괴물의 가슴을 밟고 움직임을 멈춘다. 진율의 검은 천장을 향하고, 떨어져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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