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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빛 십자 기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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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me
작품등록일 :
2018.04.14 10:53
최근연재일 :
2018.12.07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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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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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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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8.17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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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9화

DUMMY

기사단 본부 지하 1층 대식당. 지금 내 앞에는 라면 한 접시가 놓여 있다. 하 제기랄.

내기는 흐지부지돼서 없던 일이 되었다. 어차피 진행됐다면 내가 졌겠지만.


검은 피의 마약 제조 공장을 습격했지만, 소득은 없었다.

백씨 놈의 양팔이 부러져서 일주일간 병가라는 부러운 소식이 위장을 쥐어짠다.


옆에서는 백설이 눈을 반쯤 감은 채 졸고 있고, 앞에서는 선화가 엎드려서 자는 중이다. 근데 예는 왜 내 앞에 있냐.


의문은 배에서 나는 소리에 묻힌다. 일단 먹자. 먹는 게 남는 거다.


젓가락에 걸린 라면의 면발은 아주 꼬들꼬들하다. 잘 익었네.


라면의 면과 국물이 식도를 지나 위장으로 들어간다. 그릇을 잡고 국물 한 방울까지 싹싹 긁어먹는다.

이제 살 것 같다.


그럼 자러 가자.


"백설 정신 차려."


"흐헷."


백설은 눈을 뜨고 입가의 침을 닦는다. 한숨 밖에 나오지 않는다.


"김선화! 너도 일어나라! 똑바로 누워서 자!"


선화는 고함에 일어나더니 식탁에 올라와 누워 버린다.


미치겠다.


일단 백설의 볼을 강하게 꼬집는다.


"으아으어으아아."


뭐라는 거야.


손을 떼자 백설은 빨갛게 물든 볼을 잡고 나를 흘깃 쳐다본다. 좀 셌는지 눈가에는 눈물이 맺혀있다.


"아픕니다."


백설이 볼을 우물거리며 말한다.


"저놈 좀 깨워봐."


백설은 내 손가락을 따라 선화에게 시선이 머문다. 당황이 역력한 눈으로 나를 한번 쳐다본다.


"그래. 저렇게 자고 있다."


백설은 아직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는지 나를 다시 한 번 본다. 다시 선화를 한 번 보고, 선화의 어깨를 두드린다.


"선화 기사님. 이런 곳에서 주무시면 입 돌아갑니다."


백설이 어깨를 흔드는 데도 선화는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선화가 일어나지 않자 백설은 더욱 강하게 어깨를 흔든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선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백설이 나를 돌아본다. 어쩔 수 없지.


폐에 공기를 채운다. 선화의 귀를 잡고.


"기상!!!"


식당 전체에 울리도록 소리를 지른다.


"으허허헉!"


선화가 그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며 소리 지른다. 백설도 놀랐는지 몸을 움찔한다. 주변을 보니 반쯤 졸던 모든 사람이 나를 바라본다.

제기랄. 이래서 백설한테 시킨 건데.


아직 잡고 있는 선화의 귀를 잡아당긴다.


"아파!"


선화는 귀를 부여잡으며 소리친다. 정신이 들었군.


"수면실 가서 자!"


원래라면 화를 내며 대판 싸웠겠지만, 피곤함에 찌든 선화는 군말 없이 걸음을 옮긴다.

이제 백설만 챙기면 되겠군.


백설은 그새 의자에 앉아 졸고 있다. 아. 내 주변 인간들은 왜 이리 잠이 많은 거냐.


"한백설!"


"느헤에."


백설은 나를 올려다보며 멍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간다.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기사님?"


그러고는 다시 엎어진다. 나도 이제 모르겠다.


"선배님. 아직 안 들어가셨습니까?"


지후가 눈을 비비며 말을 걸어온다. 저놈은 이제 자러 가는군.


손가락으로 엎어져 있는 백설을 가리킨다.


"아. 그럼 수고하십시오."


지후는 불안을 느꼈는지 빠른 걸음으로 움직인다. 그런 지후의 목덜미를 잡는다.


"선배가 곤란해 하면 해결해 줘야 하지 않겠나 후배 님?"


"하하하. 그렇게 말씀하셔도 곤란합니다만."


지후는 내 눈을 똑바로 보지 못한다. 눈알은 이리저리 굴러다니고, 땀이 흘러나온다.


"선배! 오랜만입니다!"


"크헉!"


누군가 등 뒤에서 달려들어 나를 껴안는다. 이럴 인간은 딱 한 명.


"이재신!"


배를 두른 팔을 때어내고 뒤로 돈다. 지후 녀석은 그 틈에 잽싸게 도망간다. 쫓고 싶지만, 재신이 있는 상태로는 무리지.


"너 언제 돌아왔냐?"


"10분 전에 왔습니다!"


긴급 상황이라 복귀했구나. 재신은 헤실 거리며 나를 바라본다. 항상 볼 때마다 너무 부담스러워.

그래도 이럴 때는 쓸모 있겠군.


"좋아. 이재신. 그럼 백설이를 들고 수면실로 데려가라!"


"네?"


재신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진다. 동공이 격하게 흔들린다.


"부탁할게."


만면에 미소를 가득히 채우자. 몇 번 경험해봐서 아는데 재신은 내 미소에 약하다.


"어. 그렇게까지 부탁하신다면. 제가 힘내겠습니다!"


재신은 자신보다 큰 키를 가진 백설을 안아 들고 질질 끌고 간다.

그래도 저건 아니지. 어쩔 수 없다.


백설의 양 겨드랑이에 팔을 집어넣고 용을 쓰며 끌고 있는 재신에게 다가간다.

한숨을 한번 내쉬고, 백설의 다리와 등을 잡고 들어 올린다.


재신이 충격적인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공주님 안기! 말도 안 돼! 저도 해줘요!"


"내가 제정신인 이상 그럴 일은 없다."


그나저나 백설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것인지 잠만 잘 자고 있다. 내 종자가 이 모양이라니.


수면실은 대식당 옆에 남성용과 여성용으로 나누어져 있다. 백설을 안아 든 채로 식당을 빠져나온다.

이 광경을 보고 휘파람을 부는 놈들에게는 눈총을 날려주자.


수면실의 문 앞에서 백설을 재신에게 넘긴다. 아무리 그래도 들어가는 건 그렇지.

재신이 백설을 끌고 들어가는 것까지 확인하고 수면실로 들어간다.


수면실에는 3층 침대가 엄청나게 놓여있다. 말 그대로 잠을 자기만을 위한 공간. 적당히 자리를 잡고 눕는다.




아침이 밝아오고, 기사단 본부 지하의 수면실에 기상 방송이 울려 퍼진다. 침대에 누웠던 모든 이들은 눈을 비비고 기지개를 피며 정신을 차린다.

진율도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자리에서 일어난다.


화장실에 들어가서 양치와 세수만 하면 출근 준비 끝. 다들 금세 14층의 회의실로 모인다.


눈에 다크 서클이 한가득한 사람들이 의자와 벽에 기대어 졸고 있다. 백설도 진율의 뒤에 서서 열심히 졸고 있다.

회의실의 문을 열고 피곤함에 찌든 적성이 들어온다. 적성은 회의실을 한번 둘러보고 한숨을 쉰다.


"다들 집중!"


엎어져 있던 기사들, 기대고 있던 종자들이 모두 자세를 똑바로 한다.

물론 자세만 바를 뿐 눈동자는 퀭하니 죽어있다. 적성은 다시 한숨을 쉬고 머리를 긁적인다.


"오늘은 좀 쉴까?"


"찬성입니다!"


"좋아. 그럼 그 열정으로 조사하도록."


생기가 돌던 눈은 다시 죽어간다.


"오늘은 각자 조사해라."


적성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쓴웃음을 내뱉고 회의실을 벗어난다.


"좋아. 백설. 우리는 찜질방에서 조사하기로 한다!"


진율은 경쾌하게 자리에서 일어난다. 백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네?"


어리석은 질문을 한다.


"기사단에게 각자 조사란 휴식을 의미하지! 그래서 갈아입을 옷은 있어?"


"없습니다만."


"나중에 시간 되면 가져다 놔."


"그럼 우리도 찜질방이다!"


진율과 백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재신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외친다. 그 뒤에는 종자 강연이 자신의 머리를 부여잡는다.


"남는 옷 있어?"


"백설한테 빌려주면 되죠?"


"가지고 지하 주차장으로 와라."


진율의 부탁을 받은 재신이 나가고 강연은 진율에게 다가온다.


"저희 기사님 데리고서 괜찮으시겠습니까?"


"어떻게든 되겠지."


백설은 아직 상황을 따라잡지 못하고 진율과 강연을 번갈아 바라본다.


"자 그럼 우리는 차에서 기다리자."


진율은 거침없이 회의실을 나간다. 강연도 입가에 미소를 띠며 나간다. 마지막까지 남은 백설만이 어벙한 표정을 지으며 따라 나간다.





"좋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물에 몸을 담근 진율이 아저씨처럼 소리를 낸다. 평일 오전의 찜질방은 사람이 전혀 없어야 하지만, 지금은 기사단의 기사들로 우글거린다.


"역시 한국인은 뜨거운 물에 몸을 담가야 하나 봅니다."


진율의 옆에는 강연이 똑같이 자세를 잡고 즐기고 있다.


"선화 기사님이 없으니 더 좋은 것 같네요."


양선 또한 그들과 같은 탕에 들어와 있다.


"여기 오래 있으면 화내겠지?"


"특히 재신 기사님이 그렇겠죠."


"선화 기사님도 만만치 않을걸요?"


원래는 진율, 백설, 재신, 강연. 이렇게 넷이 모여서 움직였다. 본부에서 차를 타고 10분 정도 걸리는 대형 찜질방에 도착해서 선화를 만났다.

선화와 진율은 서로를 보자마자 으르렁거렸지만, 재신 덕분에 분위기는 금세 뭉그러졌다.

그리고 재신의 권유에 선화와 그 종자 양선이 같이 있게 된 것이다.


그렇게 진율, 강연, 양선이 한 욕탕에 몸을 담그고 있다.


"이강연. 너 기사 서임 받을 거야?"


진율은 대뜸 강연에게 질문을 던진다. 강연은 물에 몸을 담근 채로 한숨을 쉰다.


"아무래도 기사는 체질에 안 맞는 것 같아서요. 고향으로 내려가서 농사나 지으려고요."


"재신이는 알고 있어?"


"상담도 했답니다. 팀장님도 알고 계시고요."


모든 종자가 그대로 기사가 되지는 않는다. 기사라는 것은 결국 살인자.

그에 적응하지 못한 이들은 기사의 직위를 받지 않고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


"그래. 너한테 맞는 길이 있겠지."


"참. 항상 궁금하던 게 있는데. 이 틈에 물어봐도 됩니까?"


"뭔데?"


"재신 기사님은 왜 그렇게 진율 기사님을 따라다닙니까?"


예상치 못한 질문이었는지 진율은 헛기침을 한다. 양선 또한 은근히 대답을 해주기를 기다리는 눈치다.


"당사자의 과거랑 연관되어 있어서 내가 그냥 말해주기는 그런데······."


진율은 말을 이어가지 않는다. 오히려 그 부분이 젊은 청년 둘을 흥분시킨다.


"그럼 올라가서 물어보면 되겠군요."


"할 수 있으면 해봐."


진율이 욕탕에서 일어난다.


"난 먼저 올라간다."





진율이 휴게실로 올라갔을 때는 백설, 재신, 선화가 달걀을 까먹고 있었다. 진율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재신이다.


"늦어요. 선배! 어떻게 남자가 여자보다 늦게 올라와요!"


진율은 손을 뻗어 자신에게 달려오는 재신의 머리를 잡아 다가오는 것을 막는다.

재신이 짧은 팔을 뻗어 아등바등하지만 진율에게 닿지 않는다.


진율은 그대로 재신을 밀면서 앉아 있는 일행에게 다가간다.


"뭐야. 종자들은 어디다 두고 혼자서 올라와?"


달걀을 먹던 선화가 식혜와 함께 삼킨 후 진율에게 말한다. 진율은 선화의 질문을 듣고 인상을 찌푸린다.


"갑자기 반말이냐?"


"그러면 오라버니라고 불러드릴까?"


"아니. 제발 그러지 마라. 토할지도 몰라."


백설은 둘의 대화에 당황해서 눈을 좌우로 굴린다.


"몰랐어? 둘이 사촌지간이야."


재신의 설명에 백설의 입이 벌어진다. 눈동자는 갈 곳을 잃고 방황한다.


"정확히 말하면 새어머니의 조카지."


"아버지 여동생의 남편이 전 아내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사람이야."


"예전에 봤을 때는 꽤 귀여웠는데 다시 보니까 완전 괴물이 되었지."


"예전에 봤을 때는 상당히 성실했는데 다시 보니까 그냥 쌩 양아치가 되었지."


"처음에는 처음 뵙겠습니다. 김선화라고 합니다. 막 그러면서 인사도 했는데."


"처음에는 그래. 난 정진율이야. 앞으로 잘 부탁해. 그러기도 했는데."


과거의 추억을 이야기하는 것치고는 둘의 눈에는 불이 타오른다.

백설은 그사이에 껴서 어쩔 줄 모르고, 재신은 항상 있는 일인 듯 달걀을 까서 백설에게 건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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