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핏빛 십자 기사단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연재 주기
justme
작품등록일 :
2018.04.14 10:53
최근연재일 :
2018.12.07 11:51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3,667
추천수 :
78
글자수 :
184,399

작성
18.08.24 12:13
조회
83
추천
2
글자
12쪽

20화

DUMMY

양선과 강연이 올라왔을 때는 진율과 선화가 서로의 머리채를 쥐어 잡고 싸우는 중이었다.

백설은 불안한 듯 눈을 굴리고 있었고, 재신은 그런 백설에게 계속 무언가를 먹인다.

주변의 다른 사람들도 별 반응이 없다. 사정을 아는 기사들과 2년 차 이상의 종자들은 또 저런다, 라는 느낌이었고, 신입 종자들은 자신의 기사가 반응을 보이지 않으니 계속 흘깃흘깃 쳐다보면서도 직접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백설보다 두 달 먼저 들어온 양선은 자신의 기사의 새로운 모습에 경악하고, 반년 후에는 종자 직함을 떼어내는 강연은 한숨부터 내쉰다.


"안 말리고 뭐 하십니까?"


강연은 재신의 옆에 앉으며 말한다. 재신은 강연에게 달걀을 하나 준다.


"뭐. 둘 다 진심도 아니고."


"그래 보이기는 합니다만."


그 둘의 대화에 백설과 양선이 경악한다.


"저게 진심이 아닌 겁니까?"


진율과 선화는 서로의 머리를 잡은 채로 발로 상대를 차기 위해 열심히 다리를 움직인다.

입에서는 차마 담기 어려운 욕설이 튀어나온다. 저게 진심이 아니라니.


"진심이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저번에는 칼 뽑고 싸웠지?"


"그때 진짜 무서웠습니다."


재신과 강연의 대화에 백설과 양선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간다.


"선화 언니. 아침 안 먹어요?"


"아침? 먹어야지."


"그럼 이것부터 풀지?"


진율과 선화는 아직 머리카락을 잡은 채다.


"그럼 셋 하면 동시에 놓는 거다?"


"좋아. 하나."


"둘."


"셋."


당연히 둘 다 놓지 않는다.


"뭐야 안 놓냐?"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사람이 이러기야?"


재신이 강연에게 눈치를 준다. 강연은 한숨을 쉬며 앉은 자리에서 일어난다.


"둘이서 이러는 거 종자들이 보기에 좋지 않습니다."


둘의 머리를 잡고, 있는 힘껏 부딪히게 한다.






일행의 앞에는 라면 그릇이 하나씩 있다.


"혹이 난 게 분명해."


"나중에 청구할 거야."


"둘 다 유치하게 그러지 맙시다."


강연은 사이다를 마시며 한참 선배인 두 사람의 말을 흘려듣는다.


"맞아요! 그렇게 싸울 시간에 저랑 놀아주세요!"


재신은 진율에게 달려들고 진율은 한 손으로 재신의 머리를 잡아 제지한다.


"참 궁금 하던 게 있었습니다."


강연이 재신을 바라보며 말한다. 양선은 무슨 말을 할지 눈치챘는지 흥미진진하게 바라본다.


"뭔데?"


"기사님은 왜 그렇게 진율 기사님한테 달라붙습니까?"


돌려 말하는 것 따위는 없는 돌직구. 백설도 그 주제에 흥미가 있는지 귀를 기울인다.


재신의 얼굴이 빨갛게 변한다. 진율은 머리를 긁적이고, 선화는 재밌다는 듯 웃는다.


"여자의 비밀을 캐물으려 하다니!"


"그럼 내가 말해줄게! 재신이한테 직접 들은 이야기!"


"안돼요!"


재신은 선화의 입을 막으려고 달려들고 선화는 진율처럼 재신의 머리를 붙잡아 제지한다.


"자. 이 이야기의 시작은 무려 9년 전입니다!"


백설과 강연, 양선이 자세를 고쳐 앉는다.


"나는 기사학교에서 공부 중이었고, 저놈은 종자 1년 차였지."


"으악! 진짜로 말하려고!"


재신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져 간다.


"저 자식이 자기 담당 기사랑 시내 순찰 도중이었어."


"그만! 그만! 그만!"


재신이 목소리를 높여 갈수록 선화의 입에는 악독한 미소가 채워져 나간다. 진율은 그저 한숨을 내쉬고, 종자들은 눈을 반짝인다.


"그런데 순찰 도중에 담배 피우던 불량학생들이 기사단을 습격했지!"


"으앙! 나 울어버릴 거에요!"


"울어!"


재신의 협박은 선화에게 통하지 않는다.


"당연히 우리의 미친개 진율은 말 그대로 개 패듯이 팼는데!"


선화의 이야기를 진율의 주머니에서 울려오는 벨 소리가 끊어놓는다. 진율은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내고 전화를 받는다.

번호는 발신자 제한. 이런 전화가 걸려오는 곳은 흔치 않다.


"기사 정진율입니다."


[오. 기사님. 시간 좀 되시면 저 좀 구해주시겠습니까?]


진율의 신경을 긁어대는 목소리. 마약 유통자 이경이다.


"너 무슨 일을 벌이고 있길래?"


[지금 진짜 위험하니까, 빨리 와주시길 바랍니다. 지금 은신처에 있으니까 뒷문으로 오십시오.]


전화는 그것으로 끊긴다. 진율은 일단 한숨부터 내쉰다.


"백설. 움직여야겠다."


백설은 자리에서 일어난다.


"무슨 일입니까?"


"저번에 봤었지? 이경. 뭔 문제가 생긴 모양이다."


"엑. 가시는 거에요?"


재신은 선화에게 붙잡힌 상태로 진율을 바라본다.


"급한 일. 본부에는 선화 차 타고 가. 백설. 10분 내로 차로 와라."


"에에에. 재미없게."


진율은 그대로 휴게실을 벗어난다. 백설도 냉큼 그 뒤를 따른다.


진율과 백설이 나가면서 선화의 비밀 폭로 시간도 끝이 난다.






"무슨 일인지 설명해 주실 수 있습니까?"


진율이 모는 왜건은 신호와 과속 카메라를 적당히 무시하면 지나간다. 사이렌을 울리면 더 빠르겠지만, 공적 임무가 아니기에 사용할 수 없다.

사용 자체는 문제없지만, 그 후에 적성과 대면할 자신이 진율에게는 없다.


"나도 자세한 건 몰라. 엄청나게 급해 보이더라고."


서울의 중심부를 지나 차를 몰고 간다. 백설은 심각한 진율의 얼굴을 보고 질문을 삼킨다.


진율의 왜건은 서울 외곽의 야산으로 몰고 간다. 진율은 차를 적당한 곳에 주차하고 내려선다.

트렁크에 들어있는 검을 꺼내어 허리에 착용한다. 백설도 진율을 따라 소총을 꺼내 든다.


진율은 산길을 오른다. 정식 등산로가 아닌 동물들과 수상쩍은 사람들이나 사용하는 작은 샛길. 당연히 관리가 되어 있지 않다.

나뭇가지들과 나뭇잎들이 시야를 방해한다. 그런데도 진율은 빠른 속도로 산을 오른다.


10여 분을 걷고 나서야 진율은 발걸음을 멈춘다. 진율의 앞에는 건물 2층 높이의 절벽이 놓여 있다.

진율은 주변을 한번 살피고 절벽을 주먹으로 두드린다.


절벽을 두드리는 데 나는 소리는 철판을 두드리는 소리다. 그리고 진율이 두드린 부분이 옆으로 밀리며 어두운 통로가 나타난다.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동굴을 살짝 다듬은 듯하다.


그 통로를 지키던 사람인지, 검은 양복의 사내가 진율을 보고 허리를 굽혀 인사한다.


"정진율 기사님. 환영합니다."


"지금 그럴 때 아니잖아. 이경한테 가자."


남자는 진율과 백설이 들어오자 열린 문을 닫는다. 그리고 둘을 앞서서 통로를 걸어간다. 전기가 흐르는 곳은 아닌지 남자가 비추는 손전등을 의지해 걸어간다.


"무슨 일인데 나를 찾아?"


"습격을 받았습니다. 자세한 건 누님이 설명해 주실 겁니다."


남자가 손전등을 들어 통로의 끝을 비춘다. 그곳에는 철문이 달려 있다.


진율은 남자의 어깨를 한번 두드리고 그 문으로 향한다. 백설은 고개를 살짝 숙여 감사를 표한다.


철문은 잠겨지지 않았는지 쉽게 열렸다. 그 너머에는 타일로 바닥, 벽, 천장을 모두 도배한 살벌한 방이 있다. 광원은 천장에 달린 LED 등 하나.

그 아래 놓여있는 의자에는 왼쪽 어깨에 붕대를 감은 이경이 앉아있다.


"기사님. 조금 늦으신 것 같습니다."


"넌 무슨 일을 하길레 습격을 받냐?"


이경은 그저 웃으며 진율에게 태블릿 건넨다.


"외부 카메라 영상입니다."


진율은 백설이 보기 좋게 화면을 들어 영상을 확인한다. 산의 중턱쯤으로 보이는 곳에서 검은 옷을 입은 무리가 손에 총을 들고 주변을 수색 중이다.

얼굴에 깃든 살기를 보아하니 평범한 집단은 아니다.


"이놈들은 뭐냐?"


"검은 피라고 아십니까?"


진율의 얼굴이 구겨진다.


"그놈들 때문에 특근 중이다."


"그럼 자세한 설명을 안 해도 되겠군요."


어느샌가 이경의 부하로 보이는 남자가 의자 두 개를 들고 들어온다.

진율은 자연스럽게 의자에 앉는다. 백설은 잠시 뜸을 들이다 진율이 앉으라고 손짓을 하고 나서야 자리에 앉는다.


"아무래도 제가 가지고 있는 거래 루트가 목표인 거 같습니다. 거래처를 팔라는 요청을 거절하니까 대뜸 총부터 쏘더군요."


"진짜 제정신이 아닌 놈들이군. 그래서 저렇게 대규모로 습격하는 거야?"


"일단 제 부하들이 막고 있지만, 저희로는 무리입니다. 그래서 도움을 요청한 거죠."


진율은 한숨을 쉬고 고민에 잠긴다. 이경을 도와줬을 때 얻을 이익과 위험에 대해 따지고 있다.

백설은 진율의 옆에 앉아서 진율의 결정을 기다린다.


"좋아. 나 엄청 비싼 거 알지?"


"어련하시겠습니까."


진율은 이경의 미소를 뒤로하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아. 저격 포인트는 있겠지? 백설. 너는 그쪽에서 엄호사격을 해라."


"넵."


이경의 부하가 백설의 앞에서 움직인다.


"정문으로 안내해줘."


이경은 의자에서 일어나 진율을 안내한다.


안쪽에서 바라본 정문은 단순한 철제문이다. 바깥에서 보면 다르겠지만. 진율은 그 문 앞에 서서 장비를 점검한다.


기사단의 상징인 붉은 코트는 벗는다. 수상쩍은 사람이나 입을 법한 검은 옷을 입고, 얼굴도 복면으로 가린다.

무기도 기사단에서 준 정규 물품이 아닌, 이경이 준비한 일본도를 든다.


"쳇. 도는 잘 못쓰는데."


지문이 남지 않게 가죽 장갑을 끼고, 신발도 산악용으로 갈아신는다. 자동 권총과 탄알집도 한가득 챙겨 넣는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기사단의 흔적은 찾을 수 없는 상태.


"이걸 끼십시오. 저희와 종자분과 통신이 가능합니다."


이경이 진율에게 인 이어 통신기를 건네준다. 진율은 귀까지 덮은 복면을 살짝 내리고 착용한다.


"백설. 들려?"


[네. 들립니다.]


약간의 잡음이 끼어있지만 백설의 목소리는 명확하게 들린다.


"[저도 들립니다.]"


이경의 목소리가 통신기와 공기를 타고 전해진다. 진율은 몸을 몇 번 움직이더니.


"좋아. 문 열어."


닫혀있던 철문이 옆으로 밀린다. 바깥의 햇살이 들어온다. 진율은 눈을 약간 찌푸리고 문을 넘는다.






백설은 현재 이경의 은신처의 꼭대기 층에서 조준경을 통해 밖을 보고 있다. 산을 뚫고 만들어진 이곳은 은, 엄폐가 확실하다.

대신 시야를 확보하는 데 약간의 문제가 있다.


백설의 주변에는 비슷하게 소총을 든 남자들이 조준하고 있다. 이들은 오직 진율의 엄호를 위해 이 자리에 올라와 있다.


[백설. 나 보이냐?]


통신기를 거친 진율의 말에 백설은 총구를 움직인다. 이내 바위 앞에서 손을 흔드는 검은 인형을 확인했다.


"보입니다."


[멀리서 총을 조준하는 녀석만 노려줘.]


"네."


진율은 도를 몇 번 휘두르더니 앞으로 걸어나간다. 백설이 있는 곳에서는 나무에 가려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다.

백설은 엄호사격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을 시작한다.


"괜찮을 겁니다."


어느샌가 올라온 이경이 백설을 진정시킨다.


"이 산 의외로 나무가 적어서 그렇게 시야가 방해되지는 않습니다."


이경의 말대로 다. 입구가 있는 곳은 나무가 빡빡하게 자라있지만, 조금만 벗어나도 나무와 나무의 거리가 멀다.

백설은 조준경으로 진율을 쫓는다.


[발견. 너도 보여?]


백설은 진율의 말에 조준경을 돌린다. 나무에 가려 잘 보이지는 않지만, 건장한 체격의 남자들이 무기를 쥔 채 움직인다.


"발견했습니다."


[이제 돌입할 거니까. 엄호 부탁한다.]


진율은 그 말을 한 뒤, 나무 사이로 달려나간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핏빛 십자 기사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휴재 관련 공지 18.12.07 38 0 -
35 35화 18.12.07 35 2 13쪽
34 34화 18.11.30 35 1 11쪽
33 33화 18.11.23 38 1 12쪽
32 32화 18.11.16 46 1 12쪽
31 31화 18.11.09 44 1 12쪽
30 30화 18.11.02 53 2 12쪽
29 29화 18.10.26 58 2 12쪽
28 28화 18.10.19 59 2 12쪽
27 27화 18.10.12 62 2 11쪽
26 26화 18.10.05 63 2 12쪽
25 25화 18.09.28 66 1 12쪽
24 24화 18.09.21 79 1 12쪽
23 23화 18.09.14 73 1 12쪽
22 22화 18.09.07 90 2 12쪽
21 21화 18.08.31 103 1 11쪽
» 20화 18.08.24 84 2 12쪽
19 19화 18.08.17 89 2 12쪽
18 18화 +2 18.08.10 92 2 11쪽
17 17화 18.08.03 97 1 11쪽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justme'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