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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빛 십자 기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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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me
작품등록일 :
2018.04.14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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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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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8.3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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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1화

DUMMY

진율은 도를 쥔 상태로 나무 사이를 달려나간다. 처음 목표는 아무것도 모르는 듯 총을 쥐고 수색하는 사람.

나무를 밟고 가지로 올라가 떨어지며 머리를 쳐낸다.


그대로 몸을 굴려 수풀로 들어간다. 마침 그 옆을 지나가는 녀석의 심장을 뚫는다.


칼을 뽑고 다음 목표를 향해 달려간다. 다리를 베어내고 가슴을 뚫는다.


그제야 적들은 진율을 눈치챈다. 총구를 앞으로 향하고 이전보다 더 조심히 움직인다.


진율은 사각지대의 나무 뒤에서 숨을 고른다. 옆을 지나가는 녀석의 다리를 잘라내고, 허리를 틀어 머리까지 베어낸다.


총구가 진율을 향한 채로 방아쇠가 당겨진다. 진율은 나무 사이로 뛰어다니며 조준을 흐트러트린다.


그리고 기사단 특제 탄환이 놈들의 머리를 뚫는다.


"저격수다!"


백설은 적들이 나무 뒤로 숨기 전에 세 명의 머리를 더 뚫는다.


진율은 사격이 뜸해지자 다시 움직인다. 오른손으로 든 도를 왼손으로 옮긴다.

빈손으로 권총을 움켜쥔다.


나무를 타고 다시 위로 올라간다. 굵은 나뭇가지에 몸을 싣고 나무와 나무 사이를 뛰어넘는다.

적의 모습이 보일 때마다 총알을 박아준다.


이내 앞을 향하던 총구들은 위를 향한다. 진율은 이미 안전하게 땅에 내려왔지만 말이다.


위를 바라보느라 시선을 빼앗긴 검은 양복들은 진율이 검에 쓰러져간다.


총구가 다시 자신을 향하자 진율은 나무 틈새로 사라진다.


"백설. 얼마 정도 남았냐?"


[아직 스물은 더 됩니다.]


진율은 한숨을 한 번 내쉰다. 다시 오른손으로 도를 잡는다.


"어이. 형씨들. 인제 그만 돌아가는 게 어때?"


진율은 나무 뒤에 몸을 숨기고 소리친다. 대답 대신 총알이 날아든다.


진율은 자리를 피한다. 바위 뒤를 돌아 사격이 가해진 곳으로 향한다. 네 명의 남자가 기관단총을 들고 조준 중이다.

진율은 호흡을 조절하고 그들에게 달려나간다.


도신이 번뜩이면서 한 명이 쓰러진다. 반응하기 전에 도를 던져 가슴을 뚫는다.

달려가면서 뛰어올라 머리를 밟아 목을 부러트린다. 그대로 공중에서 권총을 쏘아 마지막까지 서 있던 녀석의 명을 다하게 한다.


어느 정도 사용된 탄알집을 갈아 끼운다. 시체의 가슴에 박혀있는 도를 빼낸다. 다시 나무들 사이로 달려간다.






백설은 조준경을 통해 본 광경에 경악 중이다. 자신의 기사가 저 정도의 실력이 되는 줄 몰랐다.

적들의 시야를 빼앗는 기만과 의표를 찌르는 민첩성. 그리고 한 번에 한 명씩 제거하는 정확성.


솔직히 말해서 백설이 돕지 않아도 진율이 다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계속해서 총구를 움직이고 있지만, 실제로 사격이 필요하지는 않다.


[얼마나 남았냐.]


그 세 한 무리의 남자들을 쓰러트린 진율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백설에게 물어본다.


백설은 조준경을 통해 전장을 파악한다.


"눈에 보이는 것만 서른입니다."


[아까보다 더 늘었어.]


진율은 그 말을 마치고 다시 움직인다.


백설은 침착하게 진율을 눈으로 좇는다. 통신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에서 지친 기색이 전해졌다.


소총의 탄알집을 갈아 끼운다. 진율은 바위 뒤에 숨어 적의 시선을 돌리는 중이다.


백설의 손가락이 방아쇠를 당긴다. 약실에서 폭발과 함께, 금속 탄두가 날아간다. 공중을 비행한 탄두는 한 생명을 끝장낸다.


옆의 동료가 쓰러지자 놀란 눈으로 대처하지 못하던 사람이 쓰러진다. 총알이 어디서 날아오는지 파악하지 못해 숨지 못한 또 한 명이 쓰러진다.

몸과 머리는 가렸지만, 발이 삐쳐 나왔기에 쏜다. 발에서 고통을 느끼자 몸이 휘청거리고, 백설은 빠져나온 머리를 날린다.


진율은 또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백설은 호흡을 고를 틈도 없이 다음 목표를 찾는다. 백설의 옆에 있는 남자들은 혹시라도 가까이 오는 녀석들만 쏘기로 되어 있다.


한발 한발. 백설의 총구가 불꽃을 뿜을 때마다, 한 명씩 목숨을 잃는다. 백설의 얼굴이 갈수록 창백해진다.


이번이 처음 살인은 아니다. 기사학교에서는 예비 기사들의 살인에 대한 저항감을 낮추고자, 사형수를 직접 사형시키게 한다.

직접 손을 쓰지는 않지만, 자신이 당긴 레버에 의해 한 사람의 목숨이 사라진다는 것은 꽤 충격적인 일이다.


그전부터 시체 해부, 동물 살해로 비위를 높이기에 기절하는 사람은 없지만, 대부분은 구토감을 이기지 못한다.


백설은 그때의 구토감을 느낀다. 위장을 쥐어짜는 듯한 감각을 느끼며, 지금 당장에라도 소총을 내팽개치고 싶다.


맨눈으로는 잘 보이지도 않는 거리. 그렇지만 백설의 손에 의해 죽은 자들의 시신. 백설의 손은 조금 떨리고 있다.


"진정하시죠."


누군가 백설의 어깨에 손을 얹는다. 백설은 살짝 고개를 돌려 이경을 바라본다.


"사람을 죽이는 것은 처음입니까?"


백설은 엉겁결에 고개를 끄덕인다.


"기사 생활 하면서 많이 죽이게 될 테니 미리 익숙해지십시오. 팀을 하나 드리자면 쏘는 상대를 인간이 아니라 쓰레기라고 생각하면 편합니다."


이경은 그 말을 남기고 뒤로 물러난다. 백설은 심호흡을 하고 조준경에 눈을 가져다 댄다.


진율은 또 한 무리의 적들과 싸우고 있다. 도를 휘두르며 무참히 살을 썰어간다.

입고 있던 옷은 원래의 색을 잃고 핏빛으로 물들었다.


[야. 이경. 이놈들 어디서 튀어나오는 거냐?]


지친 것이 분명하다. 백설은 진율이 바위에 기대어 앉는 것을 본다.


[산 아래에서 올라옵니다.]


[그나저나 도대체 몇 명인 거야? 내가 지금 수십은 잡은 거 같은데.]


통신기 너머로 들리는 진율의 말에는 잔 호흡이 많이 섞여 있다.


[그래도 이제 얼마 안 남았을 겁니다. 저희도 내려가도록 하죠.]


[그럼. 난 들어간다. 지휘관 잡으면 나도 만나자.]


진율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터덜터덜 백설이 보는 방향으로 걸어온다.






은신처 한쪽에 조그맣게 만들어져 있는 샤워실에서 진율이 나온다. 몸에 묻어있던 피는 말끔히 씻겨졌다.

속옷까지 피에 젖었기에 이경이 준비한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었다.


백설이 건네준 붉은 코트를 걸친다.


"대장은 잡아 왔어?"


"밑에 묶어 놨습니다."


"한번 만나 보자."


이경은 고개를 끄덕이고 앞장서 걸어간다. 계단을 내려가자 철문 앞에 건장한 남자 둘이 서 있다.

그들은 이경의 얼굴을 보자 말없이 문을 열어준다.


문 너머에는 의자에 묶인 채 고개를 떨구고 있는 남자가 있다. 천장의 백열전등만이 그 남자를 비추고 있다.


남자는 이미 몸 곳곳에서 피를 흘리고 있다.


진율은 남자의 머리채를 잡고 고개를 일으킨다. 남자의 얼굴은 잔뜩 부어 있어서 알아보기 힘들다.


정신은 있는지 눈은 뜨고 있다.


"알아낸 건 뭐가 있지?"


진율은 이경을 바라보며 물어본다.


"검은 피의 돌격대장이랍니다. 이름은 김진진. 딱 봐도 가명일 테죠."


진율은 고개를 끄덕인다.


"좋아. 김진진. 이경을 습격한 이유가 뭐지?"


진진은 거친 호흡을 내쉰다. 대답할 마음이 없는지, 눈을 부라린다.


"도구는 있지?"


"기사단 표준으로 있습니다."


"백설 데리고 주변 좀 견학시켜줘."


이경은 백설과 함께 철문을 넘는다. 철문이 다시 닫힌다. 백설은 뒤를 돌아본다.


이경의 안내를 따라 백설이 도착한 곳은 은신처라는 이름과 어울리지 않는 장소였다.

붉은 융단이 깔렸고, 고급 목재를 사용한 티 테이블과 티 세트가 놓여 있다.


"여긴?"


백설의 질문에 이경은 희미하게 웃는다.


"원래 이 은신처가 어떤 부자의 불륜을 위해 지어진 곳입니다."


그렇게 각하면 이해 못 할 것은 아니다. 이경은 의자에 앉은 채 백설에게 앉을 것을 권유한다.

백설은 이경과 마주 보며 자리에 앉았다.


둘 사이의 연결점은 진율 밖에 없었기에, 진율이 없는 이 공간은 극도의 어색함만이 흐른다. 백설은 시간이 얼어붙는 것을 느낀다.


먼저 입을 연 것은 이경이다.


"기사단 생활은 하실 만하던가요?"


"에?"


백설은 갑작스러운 질문에 살짝 놀란다.


"아. 네. 괜찮습니다."


그리고 다시 침묵. 이번에 침묵을 깬 것은 백설이다.


"그. 범죄자 생활은 어떠신가요?"


백설은 이경이 한 질문을 그대로 돌려주었을 뿐이다. 질문이 이상하다는 것은 이경의 표정이 굳은 뒤에야 깨달았다.


"아니. 그런 의미는 아니고."


이경은 백설의 필사적인 변명을 보고 웃는다. 백설도 이경이 웃는 것을 보고 마음이 놓였는지 살짝 미소 짓는다.


"백설 씨와는 친해질 수 있을 것 같군요."


이경의 말에 백설의 웃음이 굳어버린다.


"범죄자와 친구가 되지 못할 정도로 정의감에 불타면 조금 곤란합니다만."


"곤란할 건 또 뭐냐?"


어느샌가 진율이 문가에 서 있다. 백설과 이경은 드디어 끝난 둘만의 시간에 안도를 표한다.


"좀 알아내셨습니까?"


"이놈들 전국구더라. 서울에 있던 놈들은 강원도로 갔단다."


"큰일이군요."


"큰일이지. 합동 수사가 시작될 거다. 너도 한동안 얌전히 있어."


"은신처에 얌전히 있지요."


"백설. 가자."


백설은 의자에서 일어난다. 진율은 그대로 몸을 돌려 뒷문을 향해 걸어간다.


뒷문에서 만났던 남자의 안내를 받아 은신처 밖으로 나온다. 산에서 내려가서 주차된 차의 트렁크를 열어 검과 소총을 집어넣는다.


차에 탑승하고 시동을 건다. 액셀을 밟아 시내로 들어온다.


백설은 진율의 옆에서 조용히 창밖을 바라본다.


"좋아 그럼 점심을 먹어볼까?"






기사단 현장 3팀의 사무실에는 기사들과 종자들이 자신의 자리에 앉아 애먼 컴퓨터를 노려본다. 온종일 나가서 쉬고 있기에는 적성의 눈동자가 매섭다.


진율도 코트를 캐비닛에 집어넣고 자리에 앉는다. 진율은 누가 보든 말든 의자를 돌리며 천장을 바라본다.

백설은 일단 컴퓨터를 바라보지만, 무엇을 할지 몰라 그저 바라만 본다.


"일이나 하시죠!"


빙글빙글 도는 진율의 머리를 무언가 치고 지나간다.


"커헉."


현장 3팀에서 이런 일을 할 사람은 하나뿐. 진율은 두꺼운 서류뭉치를 든 선화를 째려본다.


"전투 기사한테 뭘 바래?"


진율은 그대로 책상에 엎어진다. 당연히 서류뭉치는 진율의 머리 위로 떨어진다.


백설도 이제 슬슬 익숙해졌는지 한번 쳐다보고 컴퓨터를 바라본다.


"팀장이 주변 좀 털고 오랍니다."


"너랑 나랑 둘이서?"


선화가 한숨을 내쉰다.


"어쩌겠습니까. 빨리 준비하시죠."


선화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다. 진율은 엎어진 채로 한숨을 쉬고 자세를 바로 한다.


"그럼 다시 외출이군!"


진율은 의자에서 일어나 다시 코트를 꺼내 입는다. 백설도 자리에서 일어나 코트를 걸친다.


선화와 양선도 코트를 입는다.


"차는?"


"선배 거 타죠."


"나보고 운전하라고?"


"네."


진율은 다시 한숨을 내뱉으며 차 키를 챙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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