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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빛 십자 기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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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me
작품등록일 :
2018.04.14 10:53
최근연재일 :
2018.12.07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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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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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9.07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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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2화

DUMMY

진율의 왜건에는 적막이 감돈다. 진율은 입을 다물고 앞만 보고 운전 중이다. 조수석의 백설은 안절부절못하고, 진율의 뒤에 있는 양선은 창밖을 내다보며 식은땀을 흘린다. 이 모든 일의 원인인 선화는 진율의 뒤통수를 뚫어지라 노려본다.


진율은 백미러로 선화를 힐끔 본다. 선화는 진율의 시선을 눈치채고 거울을 통해 눈을 맞춘다. 진율은 선화와 눈이 맞자 시선을 돌린다.


"왜 시선을 돌리십니까?"


"어? 어. 그게. 운전 중이라서?"


선화는 진율을 째려보고 진율은 다시 정면을 바라본다. 차 안에는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는다.


"어디로 가는 중입니까?"


침묵을 견디다 못한 백설이 입을 연다.


"강원도."


"잠깐만! 강원도?"


선화가 운전석을 잡고 몸을 앞으로 내민다. 놀란 진율이 핸들을 꺾지만, 다시 원래대로 되돌린다.


"야! 사고 날 뻔했잖아!"


"지금 그게 중요해요?"


"내 목숨을 소중히 여겨라!"


백설과 양선은 그저 창밖을 바라본다. 시간이 지나자 진정한 선화가 좌석에 등을 기대면 묻는다.


"왜 갑자기 강원도입니까?"


"개인적으로 얻은 정보가 있어서."


"그래 봐야 그 마약상이겠지."


"그렇긴 하지."


서울을 빠져나온 차는 고속도로로 올라간다. 선화는 한숨을 쉬며 상황을 받아들인다.


그 후에는 평화가 찾아온다. 긴장이 늦추어지고, 적막이 수다로 바뀐다.


검은색의 왜건은 약간의 소동을 싣고 도로를 따라 움직인다.


요금소를 지나고,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진율의 차는 강원도 춘천의 한 야산으로 향한다.


"저 산입니까?"


조수석에서 산을 먼저 보게 된 백설이 진율에게 묻는다.


"자연 동굴에 창고가 하나 있다더라."


진율은 사이드브레이크를 올리고 엔진을 정지시킨다.


"내려서 짐 챙겨!"


차의 네 문이 동시에 열린다. 붉은 코트를 입은 네 명의 기사가 차에서 내려 트렁크를 연다.


백설의 소총. 진율의 검. 양선의 투척용 단검을 꺼낸다. 선화도 손목의 시계에서 와이어를 당기며 장비를 점검한다.


"나랑 선화가 앞에서 들어갈 테니 둘은 알아서 잘 해봐."


진율은 검집을 허리에 차며 걸어간다. 선화는 진율과 함께 전방에서 돌입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구시렁거리면서도, 진율을 따라간다. 백설과 양선도 긴장의 한숨을 내쉬며 그 뒤를 따라간다.


진율이 앞장서 산에 올라간다. 길도 없는 야산을 거리낌 없이 올라간다. 진율의 당당한 걸음을 보고 뒤를 따르는 이들도 발걸음을 서두른다.


30여 분의 등산 끝에 진율이 걸음을 멈춘다. 지친 기색이 역력한 백설은 드디어 도착했다는 것에 안도한다. 백설뿐만이 아니라 양선과 선화도 낯선 길을 걷느라 곤두섰던 신경을 가라앉힌다.


진율은 뒤를 돌아 일행을 바라보며 손을 멋들어지게 뻗는다.


"잘못 왔다. 내려가자."


선화를 말리기 위해 양선과 백설이 달라붙는다.






다시 30분을 걸어 동굴이 보이는 곳에 도착한다.


"이곳이 확실합니까?"


선화는 진율에게 잔뜩 가시가 돋친 질문을 한다. 진율은 선화에게 맞은 볼을 어루만지며 고개를 끄덕인다.


"맞다니까."


"그런데 저희만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백설은 산에 오를 때부터 품었던 의문을 표출한다.


"어차피 내부는 비어있을걸? 안 비었으면 후퇴지."


진율의 대답에 백설은 고개를 끄덕인다.


"좋아. 그럼 가자!"


진율은 그리 외치고 동굴로 걸어 들어간다. 선화도 그 뒤를 따르고, 백설과 양선을 서로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레 동굴로 향한다.


동굴은 특별한 광원 없이 어둠 속에 잠겨있다. 눅눅한 공기가 마음에 안 드는지 진율은 인상을 찌푸린다.


"마약 보관하기에 너무 습하지 않습니까?"


선화는 코트의 주머니에서 라이트를 꺼내며 말한다.


"그래도 실제로 보관은 한 거 같다."


진율은 한쪽 무릎을 꿇은 채, 동굴 바닥에서 무언가 끌린 자국을 가리킨다. 선화가 불빛을 비추며 허리를 숙인다.


"돌 바닥이 긁힐 정도라니. 얼마나 많은 양이 있었을까요?"


"양보다는 기간의 문제지. 습기를 방지하기 위해 목제가 아닌 철제 상자를 이용했을 테고."


자리에서 일어선 진율은 동굴 안쪽을 가리킨다. 선화가 동굴 안쪽을 비춘다.


"일단 안쪽까지 들어가 보자."


동굴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마약이 쌓여있다는 흔적이 늘어난다. 깨진 병 조각, 버려진 주사기, 꾸부러진 철제상자. 사람이 상주했던 듯 침대와 의자 같은 가구도 눈에 띈다.


"쓸만한 건 없어 보이는군."


끝까지 들어갔지만, 남아있는 흔적이라고는 쓰레기들뿐이다. 진율은 코트에서 면장갑과 비닐 지퍼백을 꺼낸다.


"좋아. 이제 담아."


그러면서 백설과 양선에게 건네다. 둘은 진율을 바라본다.


"장갑 끼고 증거물 수집해."


"저희가 말입니까?"


양선이 놀란 듯 진율에게 묻지만, 진율은 얼굴에 미소를 가득 띠며 대답한다.


"그럼. 내가 하리?"


백설과 양선이 열심히 증거를 수집하는 동안, 진율과 선화는 의자에 앉은 채로 그들에게 명령할 뿐이다.


증거(라고 쓰고 쓰레기라고 읽는다)를 잔뜩 수집한 채로 동굴을 벗어난다. 한참 동안 산을 내려가, 진율의 차에 도착한다. 장비와 증거물들을 트렁크에 실어 넣는다. 왔던 대로 자리에 앉고 차에 시동이 들어간다.


"그럼 저녁은 뭘 먹을까?"


액셀을 밟기도 전에 진율은 점심 이야기를 꺼낸다.


"춘천은 닭갈비!"


"으악!"


배고픈 선화가 조수석과 운전석 사이로 고개를 내민다. 진율은 갑작스러운 기습에 소리를 지른다. 그리고 선화가 그런 것을 가만히 두고 볼 사람은 아니다.


"푸하하하하하."


선화의 웃음이 차내에 메아리친다. 진율의 얼굴은 붉게 물들고, 백설과 양선은 그저 차에서 내리고 싶을 뿐이다.


선화의 웃음은 점점 커진다. 심지어 눈물을 보이기까지 한다. 진율은 그저 이를 물고 정면을 바라본다. 백설과 양선은 창밖을 바라보며 평화롭게 끝나기를 빈다.


선화는 이제 숨을 쉬기도 힘든 듯 꺽꺽거리며 웃는다. 진율의 눈에 살기가 깃들기 시작한다. 백설과 양선은 안전띠를 맨다.


선화는 호흡이 달려 얼굴이 붉게 물들고, 진율은 액셀을 강하게 밟는다. 미리 안전띠를 맨 백설과 양선은 덜컹으로 끝나지만, 선화는 큰 소리를 내며 앞좌석에 이마를 박는다.


상당히 고통스러운지 이마를 붙잡고 아무 말도 못 하는 선화를 보며 진율은 입가에 미소를 짓는다. 백설과 양선은 이럴 줄 알았다며 한숨을 쉰다.


"죽을 뻔했잖습니까!!!"


선화의 고함에 진율은 귀를 틀어막는다.


"안 죽었잖아. 너희도 벨트 풀어라."


진율의 말에 백설과 양선은 벨트를 푼다. 선화는 진율을 노려보지만, 진율은 개운한 표정으로 차를 몰기 시작한다.


"좋아. 그럼 저녁 먹으러 가자!"


선화의 살기 어린 눈을 무시한 채 진율은 콧노래를 부른다.






다행히 닭이 구워지는 소리에 선화의 기분도 풀어진다.


네 명이어서 팔 인분의 닭을 해치우고 기사단의 법인 카드를 긁는다. 참고로 공깃밥 네 개와 볶음밥 사 인분이 포함되어 있다.


진율이 이쑤시개를 문 채로 운전석에 올라탄다. 다른 이들도 문을 여는 순간,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가 그들의 귀를 때린다.


"가야겠지?"


운전석에서 진율이 뒤를 돌아 막 차에 올라탄 선화에게 물어본다. 선화는 한숨을 쉰다.


"가야겠죠."


백설과 양선이 자리에 앉자, 진율은 핸들에 달린 작고 붉은 버튼을 누른다. 왜건의 지붕에 달려 있던 붉은 점멸등이 반짝인다. 그 옆의 사이렌도 강하게 울린다.


검은색의 왜건은 신호와 교통 법규를 적당히 무시하며 앞서간 경찰차를 따라잡는다. 경찰차는 왜건이 가까이 다가오자 조수석의 창문을 내린다. 진율도 그에 맞춰 운전석의 창을 내린다.


"기사단이십니까?"


"예. 기사단 수도지부의 정진율 기사입니다."


"지금 은행에 강도가 들었답니다. 도와주실 수 있습니까?"


진율에게 먼저 떠오른 생각은 한국에서 강도? 였지만 일단은 따라가기로 한다.


경찰차가 앞서 가고, 진율은 창문을 올린다.


"어떻게 생각하냐?"


"확실히 이상하긴 합니다."


진율은 백미러로 통해 선화와 대화를 나눈다.


"은행 강도인데 경찰차 한 대. 진짜 수상하단 말이지."


"확인해 보면 되겠습니까?"


백설이 핸드폰을 꺼내 든다. 진율은 고개를 젓는다.


"실제로 은행강도는 있을 거야. 저 경찰차가 진짜냐의 문제지."


"차적 조회하면 실제로 있는 차일 겁니다."


"그 정도 준비도 안 하면 기사단 습격 못 하지."


정확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백설과 양선은 그저 멀뚱히 둘의 대화를 듣는다.


"일단 본부에 상황 알려."


백설은 진율의 명령을 받고 본부 상황실에 전화를 건다. 그동안 경찰차는 시내에서 빠져나간다. 진율은 의심을 없애지 않은 상태로 경찰차를 따라간다.


"무슨 상황입니까?"


궁금증을 참지 못한 양선이 자신의 기사에게 물어본다.


"나도 실제로 겪어보진 못했는데."


"7년 전에 경찰로 위장한 집단 하나가 기사단을 유인해서 습격했어. 다행히 기사단에서 사망자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한 명이 3년간 혼수상태에 빠졌었지."


차 안에는 침묵이 감돈다. 백설과 양선의 얼굴에 긴장감이 드러난다.


"그래도 우린 네 명이니까 어떻게든 되겠지?"


그때 경찰차가 골목으로 급하게 우회전을 한다. 진율은 미처 반응하지 못하고, 그대로 직진을 한다. 길이 급격히 좁아지며 차를 돌려 나갈 수도 없게 된다.


"하하. 당했네."


진율은 차를 세운다.


"내려서 장비 챙겨."


기사단의 붉은 코트들이 좁은 골목에 휘날린다. 장비를 챙기고 차가 온 방향을 확인하니, 아까의 경찰차가 퇴로를 막고 있다.


진율은 한숨을 한번 쉬더니 앞으로 걸어나간다.


"작전은 없습니까?"


"다 때려 부수기?"


"정말 미친개다운 작전이군요."


진율과 선화는 이런 때도 서로를 물고 늘어진다. 백설은 소총을 꽉 움켜쥔 채 손을 떤다. 양선은 단검을 떨어트리기까지 한다.


"긴장하지 마. 30분 내로 지원병력 도착할 거야."


진율의 단호한 말에 백설과 양선의 긴장이 조금 풀린다. 진율은 둘의 모습에 피식 웃는다.


선화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쉰다.


"얼른 갑시다."


"선배 노릇 좀 하겠다는데 뭘 그리 구시렁거리느냐?"


"그 선배 노릇 저한테 해보는 게 어떻습니까?"


"난 아직 제정신이란다."


서로를 보고 으르렁거리는 진율과 선화. 백설은 그 모습에 살짝 웃는다.


"거기 너무 분위기 좋은 거 아니야?"


목소리를 듣자마자 진율은 검을 뽑아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겨눈다. 골목 저 멀리서 검은 코트를 입은 남자가 그들을 바라본다.


백설은 그를 행해 총구를 겨눈다.


"나는 검은 피의 기사 강산진. 그쪽 기사들은 이름이?"


진율은 콧방귀를 낀다.


"뭐야? 갑자기 통성명이야? 백설. 쏴."


백설은 거리낌 없이 방아쇠를 당기고, 강상진이라 이름을 밝힌 사람은 머리에 구멍이 나 쓰러진다.


"너무하신 거 아닙니까?"


"그럼? 이름도 들어주고 그러냐?"


"그래도 무릎 정도로 해야 심문할 것 아닙니까."


"그건 또 그렇군. 다음엔 무릎을 쏴라."


"네. 알겠습니다."


"그럼 다시 가보자."


붉은 코트의 기사들은 검은 코트의 시체를 넘어 골목을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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