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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빛 십자 기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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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me
작품등록일 :
2018.04.14 10:53
최근연재일 :
2018.12.07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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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글자수 :
184,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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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9.14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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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3화

DUMMY

"이야, 준비 많이도 했네."


진율이 골목을 벗어나 적당한 크기의 공터에 도착해서 한 말이다.


그곳에는 쉰은 족히 넘어 보이는 검은 마스크 쓴 남자들이 서 있다. 흉흉하게 눈을 빛내며 도끼, 칼, 각목 등 다양한 흉기를 들고 진율을 노려본다.


진율은 검을 꺼내 들어 자세를 잡는다. 다행히 총을 소지한 녀석은 보이지 않는다.


"백설. 원거리 사격. 양선. 백설 호위. 선화. 넌 나랑 들어간다."


백설은 자세를 낮추고 소총을 견착한다. 양선은 단검을 돌리며 호흡을 가다듬는다. 선화는 와이어를 꺼내 들고 적들을 노려본다. 진율은 후배들의 준비 상태를 확인하고 검을 고쳐 잡는다.


"좋아. 다 때려 부수자!"


"구호 좀 바꾸시죠!"


진율이 검을 휘두르며 뛰쳐나간다. 선화는 구호에 불만을 품으며 그 뒤를 따른다. 진율이 자신들을 향해 뛰어오자, 마스크를 쓴 남자들도 맞서 달려온다.


백설은 침착하게 가까운 사람의 무릎을 노린다. 진율과 남자들이 맞닥뜨리기 전에 세 명이 바닥을 기게 된다.


일부 인원들이 백설을 노리고 우회해 오지만, 양선이 던진 단검을 피하지 못한다.


백설의 지원을 받으며 진율과 선화가 수십의 무리와 맞닥뜨린다. 진율의 검이 살을 가르고 지나간다. 선화는 앞서 오는 남자의 턱을 후려치고 들고 있던 도끼를 빼앗는다.


검과 도끼가 살을 파고든다. 금속의 몸체가 인간의 육신을 꿰뚫는다.


남자들이 휘두르는 무기들은 진율과 선화에게 닿지 않는다. 튕겨내고 피하고 목숨을 앗는다. 둘의 움직임은 마치 폭풍과도 같다.


스물에 가까운 남자가 피를 흘리며 쓰러지자, 그제야 다가오는 것을 멈춘다. 그리고 저격수를 앞에 두고 멈춘 것을 후회한다.


다섯이 무릎을 부여잡고 쓰러지고 나서야 공터를 벗어나 등을 보이며 도망친다.


"30분을 못 버티네."


"그것보다 고작 이런 수준으로 기사를 습격했다는 것이 마음에 걸립니다."


"확실히 이상하지?"


백설은 소총의 탄창을 갈아 끼우고 떨어진 탄피를 줍는다. 양선도 백설을 도와 쪼그려 앉는다.


"여기서 돌리면 나갈 수 있겠지?"


진율은 차를 가지러 골목으로 들어간다. 주머니에 탄피를 모두 넣은 백설과 양선이 선화가 있는 곳으로 이동한다.


선화는 진율이 차를 가져오길 기다리며 쓰러진 남자를 붙잡아 심문한다.


"비켜!"


골목에서 진율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백설과 양선은 화들짝 놀라 자리를 벗어난다. 선화는 침착하게 도끼를 들어 올려 목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던진다.


막 골목을 벗어난 진율은 날아오는 도끼를 보고 엎어지며 피한다. 진율의 등위로 날아간 도끼는 그 뒤에서 쫓아오던 남자의 머리를 부순다.


땅에 엎드린 진율은 자리에서 일어나 몸에 묻은 흙을 털며 선화에게 다가간다.


"죽이려고 환장했냐!!!"


선화의 귀를 잡고 고함을 지른다. 선화는 귀를 막고 주저앉아 신음을 흘린다.


"주저앉을 시간 없어! 더 온다!"


골목에서는 검은 양복을 입은 두 명의 남자가 걸어 나온다. 눈동자는 붉게 물들었고, 얼굴에는 핏줄이 솟아있다. 손에는 검을 한 자루씩 쥔 채로 진율을 똑바로 바라본다.


"기사님. 저건."


"흡혈한 녀석들이야. 괴물보다 더 까다롭지."


백설은 소총을 다시 견착한다. 양선도 거둬들인 단검들을 들어 올린다. 선화는 자리에서 일어나 진율의 귀를 잡는다.


"시끄러워!!!"


이번에는 진율이 주저앉는다. 선화는 복수에 성공을 웃음으로 표현한다.


진율은 금세 일어나 검을 고쳐 잡는다. 선화도 바닥에 떨어져 있는 도끼를 하나 집어 든다. 쓰러져 있던 남자들은 열심히 기어서 최대한 멀어진다.


"저건 어떡하냐."


"두 명으로는 무리지 않습니까?"


"뭐 시간만 끈다면 어떻게든 되겠지. 10분 정도면 지원 부대 올 테니까."


진율은 검을 고쳐 잡는다. 선화도 어깨를 풀며 전투를 준비한다.


"백설. 양선. 너희는 뒤로 물러나 있어."


"저희도 싸우면 안 되겠습니까?"


진율과 선화는 양선의 말에 실소를 터트린다.


"너희 저놈들한테 한 대 맞으면 죽어."


"그렇다면 원거리에서 싸우면."


백설도 대화에 참여한다.


"단검 정도야 쉽게 피할 테고, 소총도 피할걸?"


백설은 진율의 말에 경악한다. 저격수로서 자신의 총기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탄알을 토해내는지 알기에 양선보다 반응이 강하다.


"나도 흡혈하면 반응해서 피할 수 있으니까."


"권총도 아니고 소총탄을 피하다니······."


"그러니까 뒤로 빠져 있으라고."


진율과 선화는 잠시 눈짓을 나누더니 골목 앞에서 자세를 잡은 둘에게 달려나간다. 붉은 눈동자의 남자 둘도 그에 맞춰 달려온다.


강철과 강철이 부딪힌다. 흡혈한 벰파이어를 상대로는 힘과 속도에서 밀리기에 기술로 승부를 건다. 빠르게 날아오는 검을 쳐낸다. 아무리 상대가 자신들보다 강하다고 하더라도, 진율과 선화는 전투의 전문가다. 자신들보다 빠르게 휘둘러지는 검을 최소한의 동선으로 막아낸다.


상대가 발을 차올리면, 손으로 흘리고. 주먹질하면, 발로 차 거리를 벌린다. 진율이 상대의 검을 받아쳐 선화에게 넘기면, 선화는 그 검의 움직임을 잠깐이지만 봉쇄한다. 검 두 자루가 동시에 선화를 노리면 진율이 한 자루를 맡아서 처리한다. 서로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이 사촌지간들은 7년간 같은 전선에서 검을 휘둘러온 사이다.


진율과 선화의 기술, 경험, 호흡은 흡혈한 둘을 조금씩이지만 밀어내고 있다. 진율의 검이 적의 목을 노린다. 검으로 받아치려 하지만, 그 움직임을 선화가 봉쇄한다. 하나의 검이 선화의 가슴을 노린다. 진율이 어깨로 선화를 살짝 밀어 피할 기회를 만든다.


백설은 그런 광경을 보고 어쩌면 자신의 기사가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생각은 금방 부서진다. 진율이 충격을 버티지 못하고 검을 손에서 놓친다. 피가 흩날리는 것을 보니 손바닥도 완전히 찢긴 모양이다.


날아간 검을 공중에서 왼손으로 붙잡지만, 이미 타이밍을 놓쳤다. 진율의 방어가 무너지자 맹공이 시작된다. 자세가 크게 흐트러진 진율은 어떻게든 막아내지만, 저점 뒤로 밀린다. 선화는 자신의 상대가 진율에게 뻗는 검을 막아내는 것만으로 벅차한다.


진율의 몸에 조금씩 상처가 생긴다. 급소를 노린 공격과 크게 휘두르는 것은 전부 막아내지만, 가랑비에 옷이 젖듯이 코트를 찢고 날아드는 검격이 늘어난다. 자세가 불안정하니 체력의 소모도 점점 커져만 간다.


체력이 떨어진 것을 느낀 진율은 검을 휘두르는 적의 가슴을 강하게 밀어 찬다. 디딤발로는 바닥을 차며 거리를 벌린다. 선화는 진율이 거리를 벌리는 것을 보고 오히려 거리를 좁힌다.


선화가 한 명을 확실하게 물고 늘어지는 동안 진율은 대치 상태를 유지한다. 호흡을 가다듬으며 상황을 파악한다.


"김선화! 뒤로 빠져!"


진율의 말에 선화가 도끼를 크게 휘두른다. 상대가 피하고자 주춤하는 사이 거리를 벌린다. 진율은 선화가 빠진 틈으로 파고들어 간다. 진율과 대치하던 적이 막으러 들어오지만, 진율의 생각을 눈치챈 선화가 상대를 막아선다.


진율이 강하게 휘두른 검은 쉽게 막힌다. 그러나 선화의 무거운 도끼와는 달리 진율의 검은 더욱 빠르게 다음 참격을 날린다. 여태까지 상대했던 도끼와는 속도도 위력도 확연하게 차이가 나자, 상대는 제대로 반격을 날리지 못한다.


그것은 선화가 상대하는 적도 마찬가지다. 진율의 검보다 훨씬 무거운 도끼를 상대하느라 조금씩 박자가 맞지 않는다.


진율의 검이 다시 튕겨 나간다. 왼손으로 잡고 있다 보니 악력이 모자란 것이 문제다. 이번에는 공중이 아닌 땅으로 날아가기에 중간에 잡지도 못한다. 진율은 날아오는 검격을 피하며 선화에게 조금씩 다가간다.


진율이 피하는 것에만 집중하자 상대는 진율의 털 한 가닥도 건드리지 못한다. 선화도 진율이 뒷걸음질 치는 것을 보고 자신도 진율에게 다가간다.


조금씩 가까워지던 둘의 등이 맞닿았다. 진율은 몸을 숙이며 왼쪽으로 돈다. 선화는 도끼를 들고 뒤로 돌며 휘두른다. 진율은 선화가 상대하던 적의 다리를 걸어 자세를 무너트린다. 선화의 도끼는 진율을 노리던 녀석의 머리로 향한다.


자세가 무너진 녀석은 몸을 굴려 거리를 벌린다. 자신의 머리를 향해 날아드는 도끼를 본 녀석도 뒤로 크게 물러난다.


"검은 어디다 팔아먹었습니까?"


"엿 바꿔 먹었지."


여유를 찾은 진율과 선화는 바로 농담을 시작한다.


"얼마나 남았냐?"


"1분 정도면 오지 않겠습니까?"


"그럼 도망치자."


"네."


진율과 선화는 그대로 등을 돌려 도망간다. 공격을 경계하던 상대들도 정신을 차리고 뒤를 쫓는다. 멀리서 진율과 선화의 도망을 본 백설과 양선도 등을 돌려 달려나간다.


흡혈한 벰파이어와 달리기를 한다면 질 수밖에 없는 것이 흡혈하지 않은 벰파이어라지만, 무기마저 버리고 달리는 상대를 쫓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진율과 선화가 따라 집힐 때쯤, 큼지막한 총소리가 공터를 가득히 채운다. 소리보다 빠르게 날아오는 강철의 탄환은 흡혈한 자들이 미처 반응하기 전에 다리를 뚫는다. 동료가 쓰러지자 다른 한 명도 달리는 것을 멈추고 총소리가 들려온 곳을 바라본다.


건물의 옥상에서 불꽃이 일어난다. 그것을 본 적이 몸을 날려 피한다. 인간을 넘어선 반응 속도. 그렇다고는 해도 연속해서 날아오는 총알을 피하지는 못한다.


결국, 흡혈한 자들은 바닥에서 무릎을 붙잡고 바닥을 긴다. 공터 사방에서 붉은 코트를 입은 기사들이 들이닥친다. 죽지 않은 자들을 구속하고 장소를 정리한다.


책임자로 보이는 한 명이 진율과 선화에게 다가온다.


"반갑습니다. 강원지부 현장 1팀 소속 천동진 기사입니다."


선한 인상의 기사는 진율과 선화에게 손을 뻗는다. 진율은 그 손을 잡으며 입꼬리를 움직여 미소를 만든다.


"수도지부 현장 3팀의 정진율 기사입니다."


"저 자식들이 누구인지 아십니까?"


"검은 피라고 대규모 마약 조직입니다."


동진은 한숨을 내쉰다.


"여긴 강원지부에서 처리할 테니 본부로 귀환하시면 됩니다. 나중에 메일로 현장 보고서나 보내주시죠."


동진은 그 말을 남기고 뒤처리를 하는 기사들에게 간다. 상황을 보던 백설과 양선이 진율과 선화에게 다가온다.


"끝난 겁니까?"


"그래. 얼른 가자."


진율은 찢어진 오른손에 붕대를 감고, 차가 세워져 있는 골목으로 들어간다. 검은 왜건이 골목을 통해 밖으로 나온다. 공터에서 방향을 바꿔 다시 골목을 정면으로 바라본다.


트렁크에 장비를 집어넣고 차에 올라탄다. 노을에 의해 골목은 그림자로 가득하다. 진율은 조심스레 액셀을 밟고 차는 엔진을 울리며 나아간다.


본부에 도착했을 때는 해가 이미 완전히 져버렸다. 진율이 지하에 차를 주차하는 동안 나머지 일행은 사무실로 올라간다. 선화가 사무실 문을 열자 그곳에는 눈을 새파랗게 뜬 유적성 팀장이 서 있다.


선화는 자신도 모르게 문을 다시 닫는다. 백설과 양선을 보고,


"내가 잘못 본 거는 아니지?"


자신의 두 눈을 의심한다. 백설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젓자, 침을 한번 삼키고 문을 연다. 역시 적성이 선화를 죽일 듯이 노려본다.


"지금이 도대체 몇 시지?"


"모든 잘못은 정진율 기사에게 있습니다!"


선화는 지금 없는 진율에게 책임을 떠넘긴다. 적성은 한숨을 쉰다.


"팀장실로 데리고 와."


선화의 눈은 이미 죽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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