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핏빛 십자 기사단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justme
작품등록일 :
2018.04.14 10:53
최근연재일 :
2018.12.07 11:51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4,836
추천수 :
78
글자수 :
184,399

작성
18.10.05 12:16
조회
101
추천
2
글자
12쪽

26화

DUMMY

진율은 1,199개의 시선을 한몸에 받는다. 숫자는 정확하지 않지만, 대충 맞을 것이다. 짝수가 아닌 홀수인 이유는 수사부서장인 박광연은 왼눈을 잃었기 때문이다.


심호흡하며 긴장을 풀어보지만, 몸이 굳어 걷는 것조차 어색하다. 진율은 딱딱하게 굳은 몸을 옮겨 어떻게든 연단 앞에 선다.


등 뒤에는 기사단의 상위 간부들이, 눈앞에는 진율을 바라보는 수많은 눈이 있다. 진율은 청중을 한번 둘러보고 숨을 깊게 들이쉰다.


"현장 3팀의 정진율 기사입니다."


입을 연 진율에게는 긴장은 사라져있다.


진율이 사람들의 앞에서 자신을 소개한다.


"심문하면서 알게 된 사실을 말해주게."


진국의 말에 진율은 다시 호흡을 가다듬고 청중을 바라본다.


"오늘 오전에 검은 피에 마약을 공급한 혐의가 있는 조직을 습격했습니다. 그런데 그 조직의 보스가 양강일이더군요."


듣고 있던 사람들 사이로 소란이 피어나간다. 아는 사람은 안다는 범죄계의 거물의 이름이 나왔다. 이것으로 검은 피가 단순한 신생 조직이 아니라는 것이 증명된다.


"그리고 심문 도중에 양강일의 입에서 검은 피의 뒤에 장관급이 자리 잡고 있다는 진술을 받았습니다."


강일의 이름으로 퍼졌던 소란은 더욱 커진다. 소란은 쉬이 잠잠해지지 않는다.


"조용."


결국, 진국이 나서서 소란을 진화한다.


"전진율 기사. 자리로 돌아가게."


진율의 눈동자가 눈에 띄게 커진다. 그러면서도 금세 몸을 돌려 연단에서 내려간다.


"자, 그럼 이어서 내가 말하도록 하지."


진율의 자리는 진국이 메운다. 청중들은 일제히 진국에게 집중한다.


"일단 이 사건에 대해서 외부로 알리지 마라."


당연한 조치. 어쨌든 기사단은 수사 기관의 형태를 하고 있다. 수사 내용을 외부로 발설하는 것은 기사의 수치.


"그리고 검은 피 사건을 전국 규모로 다루기로 했다."


무대 뒤쪽의 간부들은 이미 들었기에 동요는 없다. 물론 그 이야기를 처음 듣는 진국이 보고 있는 사람들은 다르지만.


기사단 역사상 전국 규모로 다루어진 사건은 단 셋. 대규모 테러 계획 사건, 기사단장 암살 미수 사건, 거물 정치인과 연관된 폭력 조직 사건. 이 세 사건 모두 대한민국의 근간을 흔들 뻔 한 일들이다. 지금 수도지부장이자 핏빛 십자 기사단의 부단장인 강진국은 검은 피를 한국에 안보적 위협을 초래하는 존재로 선고하겠다는 것이다.


"각 지부의 지부장들, 기사단장님과는 이야기가 끝난 상태다. 지금 지금부터 검은 피는 전국 규모 수사에 들어간다."


단원들 사이로 한숨이 지나간다. 특근만 해도 모두를 힘들게 하는데, 전국 규모면 업무량이 대폭 증가한다.


"다들 고생하도록."


진국의 얼굴에 비릿한 웃음이 지나간다.


현재 자리에 앉아있는 일반 단원들은 전국 규모 수사에 참여해 본 적이 없다. 그저 메뉴얼로 읽었을 뿐. 심지어 간부들도 절반은 전국 규모에 참여한 적이 없다.


진국은 이 상황이 무척이나 재밌다. 이것으로 다음 세대의 주역들이 나타날 것이다.


"그럼 자세한 이야기를 하도록 해볼까?"






"으아. 고작 그 이야기를 하려고 부르다니."


아직 밑에서는 진국이 앞으로 나아갈 길을 설명하고 있다. 진율은 앉아 있던 재신을 밀어내고 백설의 옆에 앉는다.


"수도지부장님이 농담 좋아하는 건 알고 있지 않나?"


"그래서 지난 경찰의 날에서 기사에 실렸죠."


"그때 진짜 재밌었지."


백설은 앞을 보면서도 진율과 인선의 이야기를 듣는다.


사실 진국의 이야기에는 중요한 것이 없다. 전국 규모 조사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그것은 전부 메뉴얼에 적혀 있는 말들. 그리고 어차피 세부 사항은 각 팀의 팀장들이 전달할 것이다.


매번 대회의 때마다 그랬다는 것을 알고 있는 고참들은 전국 규모 수사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신참들은 앞에 서 있는 진국의 말에 집중한다.


"전국 규모가 되면 어떻게 됩니까?"


궁금함을 참지 못한 백설은 진율과 인선의 농담을 끊고 질문을 한다.


"관할 범위가 전국 규모로 늘어나."


진율도 직접 겪어본 적은 없지만, 메뉴얼은 달달 외웠다.


"그걸로 끝이 아니지, 아마 각 팀에서 차출해서 특별팀도 창설할 거야."


가장 최근의 전국 규모 수사 당시 기사 학교에서 공부하고 있었던, 인선이 말을 이어간다.


"아마 정진율 너는 전투 기사니까 특별팀으로 넘어갈 거다."


진율은 한숨을 쉰다. 앞으로 한동안 제대로 된 휴식은 없을 것이다.


"좋아. 그럼 나머지는 돌아가서 각자 팀장급에게 듣도록."


진국의 이야기는 끝이 나고, 대회의실의 모든 인원도 각자의 자리로 돌아간다. 현장 3팀의 기사와 종자들도 14층의 사무실로 내려간다.


14층으로 내려가자마자, 인선이 회의실로 모이라고 명령한다. 회의실에 인원들이 모이고 잠시 기다리자 팀장 유적성이 문을 열고 들어온다.


적성은 그대로 앞으로 걸어나간다.


"전국 규모 사건으로 결정되었다. 그러므로 특별팀에 차출할 인원을 선정하겠다."


그 말에 회의실 안의 모두가 긴장한다. 이미 자신이 뽑힐 것을 알고 있는 진율과 백설을 제외하고는.


"먼저, 전투기사인 백강원과 그 종자 김재천. 정진율과 그 종자 한백설. 김선화와 그 종자 박양선."


진율은 담담히 결과를 받아들인다. 선화도 한숨을 쉬지만, 전투기사인 이상 차출될 각오는 한 모양이다.


"그 외에 가고 싶은 사람?"


적성은 회의실에 앉아 있는 기사들에게 질문한다. 그 질문의 당사자들은 눈을 돌리고 서로의 눈치를 본다.


언제나 진율과 함께 있고 싶은 재신의 손과 입은 그녀의 종자인 강연이 억누르고 있다. 강연도 어지간히 특별팀이 싫은 모양이다.


적성의 눈동자는 한곳을 향해 있다. 그 시선을 한몸에 받은 지후는 눈물을 흘리며 손을 든다.


"좋아. 박지후와 그 종자 진휘석. 다른 사람?"


이번에 향하는 곳은 재신. 강연은 어차피 그만둘 종자 생활의 편의를 위해 그 시선을 무시하고 재신의 행동을 막는다.


적성은 이제 강연의 눈을 바라본다. 강연은 그 눈동자를 무시하며 손에 힘을 준다.


"그럼. 이재신과 그 종자 이강연."


강연의 노력도 소용없다. 적성은 그냥 재신과 강연의 이름을 부른다. 강연은 재신을 막던 손을 떨군다. 재신은 부족한 숨을 몰아쉰다.


"다른 인원들도 평소보다 빠르고 확실하게 움직이도록!"


적성의 말에 기운 빠진 대답만이 들려온다. 적성은 이 의욕 없는 집단에 한숨을 내쉰다.


"특별팀 소속은 23층으로 올라가고, 나머진 일이나 해!"


적성이 회의실을 나가고, 다른 기사들도 차례차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다. 남은 것은 특별팀으로 넘어간 여덟 명이 남아있다.


자신의 이름이 불릴 줄 알았던 진율과 백설, 선화는 특별한 반응을 하지 않는다. 어찌 되었든 진율과 함께 있는 것이 좋은 재신은 그저 행복하게 웃고만 있고, 특별팀이 무엇인지 모르는 양선은 그저 어리둥절한 채 선화의 뒤에 서 있다.


지후는 책상에 엎드려서 절망을 표현하고, 지후의 종자인 진휘석은 바닥에 누워버린다. 강연은 자신의 기사를 죽일 듯이 쏘아본다.


"일단 올라가자. 다른 팀에서도 올 건데 늦으면 그렇잖아?"


베테랑 수준에 들어간 경력을 가진 진율이 분위기를 조율한다. 회의실의 사람들은 한숨을 쉬거나, 담담히 받아드리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23층. 평소에는 쓸 일 없는 공간. 언제나 쓸 수 있게 집기는 갖춰져 있지만, 특별팀만을 위한 사무실이다.


두 시간 전만 해도 아무도 없었을 공간을 수십의 사람들이 채우고 있다. 참고로 특별팀은 24층도 한꺼번에 사용한다.


진율을 비롯한 현장 3팀의 인원들은 일단은 회의실에 앉아 있다. 다른 부서와 만날 기회가 없던 백설과 양선은 불안한 듯 자리에서 몸을 들썩인다. 다른 부서의 인원들과 친분이 있는 기사와 오래된 종자들은 알고 있던 사람을 통해 처음 보는 사람들과 소개를 한다.


"자 다들 자리에 앉아."


회의실 문을 열고 중년 남성이 들어온다. 진율은 그가 누구인지 안다. 수사 2팀의 팀장. 현장에서 일하다가, 총알이 폐를 관통하면서 수사팀으로 전향한 홍국인.


국인은 회의실의 앞으로 가서 앉아있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반갑다. 내가 이번에 특별팀을 이끌 수사 2팀의 팀장 홍국인이다."


국인은 미소를 지어 선한 인상을 만들어 보인다. 저 미소의 정체를 아는 5년 차 이상의 현장팀 기사들과 같은 수사 2팀의 사람들은 몸을 떨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저 착한 사람으로 보인다.


"특별팀에는 현장 1, 2, 3팀과 수사 2, 3팀, 정보부와 기록원의 엘리트들이 모여있다."


라기에는 5년 차 이상의 사람들이 너무 적다.


"그럼. 엘리트들이니까 엄청나게 굴려도 따라오겠지?"


낮게 깔린 그 목소리에는 반대는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국인의 원래 성격을 알던 사람들은 속으로 죽었다고 복창한다. 그리고 아까의 미소와는 다른 어둠의 웃음을 접한 사람들은 온몸이 얼어붙는 것을 느낀다.


"대부분은 원래 있던 팀 대로 움직일 예정이다. 그래도 서로의 얼굴 정도는 익혀두도록."


당연한 말이다.


"그럼 바로 일을 하도록 하지. 현장 1팀은 검은 피와 연결되었다는 놈들 잡아와. 2팀은 다른 곳 몇군데 쑤셔봐. 3팀은 양강일의 넥타이? 거기 좀 쑤셔보고. 수사팀은 1팀과 3팀을 도와줘."


현장팀들은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난다. 수사팀원들도 회의실을 벗어나 새로이 지정된 자신의 자리로 간다. 진율과 현장 3팀도 회의실에서 나가 사무실로 내려간다. 장비를 챙기고 지하로 내려간다.


사람이 많아 한 차로는 갈 수 없다. 재신의 강력한 주장으로 진율과 백설, 재신과 강연이 진율의 차에 타기로 한다. 선화와 양선, 지후와 휘석은 지후의 차에 올라탄다.


진율은 차에 시동을 넣고 통신기의 주파수를 조절해 지후의 차와 연결한다.


"들리냐?"


[네. 잘 들립니다.]


약간의 잡음 너머로 지후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어디로 가실 겁니까?]


"병원."


[놀리러 가십니까?]


"그렇지 뭐."


"선배 완전 못됐네요."


뒷좌석의 재신이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로 얼굴을 내민다. 진율은 오른손으로 머리를 잡고 뒷좌석으로 밀어 넣는다.


"너 진짜 그러다 사고 나면 훅 간다?"


"앗! 설마 걱정해 주시는 건가요!"


재신은 진율의 힘을 버텨내며 눈을 반짝인다. 진율은 오른발로 액셀을 한번 밟는다.


당연하게도 재신의 몸은 균형을 잃고 앞으로 쏠린다.


"으익!"


운전석과 조수석에 손을 대고 용케 버텨낸 재신은 진율을 노려본다.


"선배 완전 못됐어요."


"그러니까 똑바로 앉아."


"칫."


재신은 혀를 한번 채고 의자 등받이에 등을 댄다.


"이제 출발한다."


[따라가겠습니다.]


진율은 내비게이션에 백강원이 입원해 있을 기사단 수도 병원을 입력한다. 소요시간은 1시간 25분. 진율은 액셀을 강하게 밟는다.


"그럼, 실컷 놀리러 가볼까!"


검은 왜건은 지하 주차장을 빠르게 벗어난다. 그 뒤를 지후의 붉은 왜건도 따라간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핏빛 십자 기사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휴재 관련 공지 18.12.07 89 0 -
35 35화 18.12.07 73 2 13쪽
34 34화 18.11.30 66 1 11쪽
33 33화 18.11.23 71 1 12쪽
32 32화 18.11.16 74 1 12쪽
31 31화 18.11.09 78 1 12쪽
30 30화 18.11.02 87 2 12쪽
29 29화 18.10.26 101 2 12쪽
28 28화 18.10.19 93 2 12쪽
27 27화 18.10.12 104 2 11쪽
» 26화 18.10.05 102 2 12쪽
25 25화 18.09.28 115 1 12쪽
24 24화 18.09.21 112 1 12쪽
23 23화 18.09.14 101 1 12쪽
22 22화 18.09.07 117 2 12쪽
21 21화 18.08.31 131 1 11쪽
20 20화 18.08.24 117 2 12쪽
19 19화 18.08.17 133 2 12쪽
18 18화 +2 18.08.10 130 2 11쪽
17 17화 18.08.03 131 1 11쪽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justme'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