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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빛 십자 기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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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me
작품등록일 :
2018.04.14 10:53
최근연재일 :
2018.12.07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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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2.07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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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35화

DUMMY

기사단 수도지부의 심문실. 진율에게 심문을 받은 세 명은 일단 치료를 받기로 했다.


심문실의 문이 열리고 진율이 나온다. 진율은 기지개를 켜며 피로를 몰아낸다. 심문은 시시하게 끝났다. 부두에서 보여준 진율의 행동이 그들에게 저항할 용기를 빼앗았다.


진율과 심문실에서 마주친 남자는 진율의 얼굴을 보자마자 아는 내용을 술술 불어댔다. 다른 심문실도 비슷한 상황.

진율의 뒤를 이어 심문실들의 문이 열리고 현장 3팀의 사람들이 나온다.


"다들 일찍 나왔네?"


"벌벌 떨면서 다 불어댔습니다."


진율과 대면한 사람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기사단의 악명을 이해하고, 별다른 저항이 없었다.


"뒤처리는 조사팀이 할 테고. 우리는 자러 가자."


기나긴 하루를 마무리하기 위해 계단으로 내려간다. 예정대로라면 침대에 눕겠지만, 세상은 예정대로 흘러가지 않아 재미있는 법.


[특별팀 전원 집합.]


방송을 통해 울리는 국인의 목소리. 모두의 인상이 구겨진다.


진율은 한숨을 쉬고 내려가던 계단에서 발을 돌린다. 엘리베이터에 올라타 특별팀 사무실로 올라간다.


사무실에는 한숨을 내쉬고, 짜증을 내고, 얼굴을 찌푸린 사람들이 모여있다. 누구든 취침시간에 불려 오면 저렇게 반응할 것이다.


현장 3팀의 뒤를 이어 조사 2팀이 들어온다. 이것으로 특별팀 전원이 모였다. 통유리 너머의 특별팀장 실에서 지켜보던 국인이 문을 열고 나온다.


"좋아. 다 모였군."


국인은 사무실을 한번 둘러본다. 모여 있는 사람들의 표정은 그다지 좋지 않다.


"이 시간에 모여서 기분 안 좋은 건 알겠다만, 인상 좀 펴라."


그런 말도 특별팀의 분위기를 전환하지 못한다. 국인은 한숨을 내쉰다.


"어쨌든 너희를 이 자리에 부른 이유를 말해주겠다. 검은 피의 물류 창고를 찾았다."


기사들 사이로 한숨이 퍼져나간다.


"그렇다면 해야 할 일은 알겠지? 밑에 관짝이 준비되어 있다."


국인은 그 말을 마치고 사무실을 떠난다. 각자의 자리에 앉아 있던 기사와 종자들은 장비를 챙긴다.


현장팀뿐만이 아니라 조사팀도 준비를 시작한다. 이곳에 있지는 않지만, 사후처리팀도 이동을 준비하고 있다.


먼저 준비된 팀부터 사무실을 빠져나간다. 현장 3팀도 하품을 내뱉는 선화를 마지막으로 준비가 끝난다.


지상 주차장에는 관짝이 시동이 걸린 채 공회전 중이다. 현장 3팀 다음으로 사후처리팀과 조사 2팀이 올라탄다. 운전석 쪽의 창이 열리고 국인이 앉아있는 사람들을 본다.


"다 탔지? 출발하자."


엔진이 크게 진동하고 관짝은 앞으로 나아간다. 잘 포장된 도로에서도 덜컹거리는 관짝은 내부에 탄 사람들을 지치게 한다.


역시나 도착했을 때는 타고 있던 모두가 쓰러지듯 나온다. 멀미에 대한 내성이 없는 국인도 조수석 문을 박차고 뛰어나온다. 모두가 정상으로 돌아오기까지 5분이 걸린다.


아직 안색이 파리한 국인이 똑같이 안색이 파리한 특별팀 앞에 선다. 그들이 있는 곳은 경기도 광주의 외곽. 공장 하나만이 홀로 서 있다.


공식적인 서류에 의하면 합법적인 공장이다. 정보팀의 조사에 의하면 평범한 것은 공식적인 서류뿐. 전국에서 모이는 마약을 다시 전국으로 보내는 중간 물류 기지.


진율은 그 공장 건물을 바라본다. 창문으로 잠깐씩 사람의 모습이 지나간다.


"역시나 걸렸군."


"관짝 엔진 소리 못 들으면 병원 가봐야죠."


기사단 수송 차량인 관짝은 절대 조용하지 않다. 엔진음은 대기를 가르며 관짝의 위치를 사방에 알린다.

장비개선부에서 3년째 소음을 줄이는 방법을 연구하는 중이지만, 현재 스펙을 유지하며 소음을 줄이는 방법에 진전은 없다.


"돌입은 언제 합니까?"


"지금."


현장 1팀의 기사 하나가 손을 들고 묻자, 즉답이 튀어나온다.


"좋아! 가서 다 부숴버리자!"


진율이 구호를 외치고 뛰어나간다. 현장 3팀의 다른 사람들도 한숨을 쉬고 진율의 뒤를 따라간다.


"3팀한테 지면 안 되지!"


현장 1팀도, 2팀도 진율이 이끄는 3팀의 뒤를 쫓는다. 그래 봐야 굳게 닫힌 문 앞에 멈춰 선다. 검은 철문은 기계장치로 잠겨있는 듯 문 옆에 카드 단말기가 설치되어 있다.


"이거 폭약으로 안 터지겠지?"


진율은 철문을 두드려본다. 상당히 두꺼운지 소리가 울리지 않는다.


"두더지 가져올까요?"


돌파 장비가 필요하냐는 지후의 질문에 진율은 고개를 가로젓는다.


"창문으로 들어가자."


진율은 허리에 맨 검집을 풀러 등에 멘다. 끼고 있는 장갑을 벗어 코트 안쪽에 쑤셔 넣는다. 양 손바닥을 힘껏 부딪친다.


"같이 갈 사람?"


벽을 오를 준비를 끝낸 진율은 현장 3팀을 둘러본다. 아무도 반응하지 않는다. 진율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그래. 고맙다. 박지후."


지후는 고개를 젓고 검집을 등에 멘다. 다른 사람들은 진율과 눈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 고개를 돌린다.


"오! 강연이 너도 올라간다고? 위험한 곳에 함께 해주다니!"


강연은 한숨을 푹 내쉰다. 이름이 불렸으니 빼지는 못한다. 강연 또한 검집을 등 뒤로 고쳐맨다.


세 명의 남자는 창문 밑의 벽으로 다가간다. 창문을 바라보며 거리를 잰다. 진율이 벽에 손을 가져다 댄다.

혼혈 특유의 발달한 손톱으로 벽을 파고든다. 팔의 근육만으로 온몸을 들어 올린다. 전투화 발로 벽을 밟아 체중을 지탱한다.

그렇게 차근차근 벽을 기어 올라간다.


진율이 중간쯤 올라가자, 지후와 강연도 벽을 올라가기 시작한다. 3층 정도 되는 높이의 창문을 향해 기어가는 세 남자를 보고 선화가 웃음을 터트린다.


그 웃음을 들었는지 창밖으로 누군가 얼굴을 내민다. 그는 벽을 타고 올라오는 진율과 눈이 마주친다.


"백설!"


남자가 창문 안으로 몸을 집어넣기도 전에 백설이 쏜 탄환이 날아든다. 미간 사이를 관통하고 남자의 시체는 창밖으로 떨어진다.

벽을 오르던 사람들은 벽에 몸을 기대 떨어지는 남자를 회피한다.


남자의 시체는 바닥에 떨어진다. 인간의 몸에서 가장 무거운 부분은 머리. 머리부터 떨어진 시체는 머리가 조각난다.


뇌수와 피, 두개골의 조각으로 바닥이 더럽혀진다. 진율은 아래를 내려다보고 인상을 찌푸린다. 다른 두 명은 고개를 내릴 생각도 않는다.


밑에 있는 사람들도 고개를 돌린다. 아직 망가져 버린 시체에 익숙하지 못한 백설은 강한 구토감을 느낀다.


"무슨 일이야!"


총소리를 들었는지 또 다른 한 명이 창밖으로 고개를 내민다. 백설은 구토감이 가시기도 전에 남자의 머리를 노리고 방아쇠를 당긴다.

이번에는 뒤로 넘어간다.


창문 너머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온다. 진율은 속도를 올린다. 창문에 모습이 보이면 백설이 바로 저격한다. 백설의 엄호를 받으며 진율은 창틀에 손을 올린다.


팔로 몸을 끌어올려 창문을 넘는다. 등에 멘 검집에서 검을 뽑는 것은 상당히 힘든 일이다. 진율은 일부러 엉성하게 묶어놓은 검집의 매듭을 푼다.

검집을 떨어트리며 손잡이를 잡고 검을 뽑아낸다. 계단을 통해 위층으로 올라오는 적의 몸통을 가른다.


"좋아! 덤벼보라고!"


진율은 계단 위에 서서 올라오는 상대들에게 검을 겨눈다. 파이프나 잭나이프를 들고 있는 남자들은 섣불리 올라오지 못한다.

진율과 남자들이 계단에서 대치 중인 동안 지후와 강연도 창문 위로 기어 올라온다.


지후와 강연도 메고 있던 검집을 풀고, 검을 뽑아든다. 두 명이 전투 준비가 끝난 것을 곁눈질로 확인한 진율은 계단으로 뛰어든다. 가장 앞에 있던 남자의 가슴을 발로 밀어낸다.

그대로 넘어지면서 뒤쪽의 사람들도 균형을 잃는다.


진율은 넘어진 사람들을 밟으며 계단을 내려간다. 계속해서 남자들이 올라오지만, 검으로 쳐내고, 발로 밀어 차며 밑으로 내려간다.

지후와 강연은 진율의 뒤를 따르며 쓰러진 사람들의 무릎을 베어낸다.


계단을 내려오는 진율을 피해 올라오던 남자들이 내려간다. 진율은 앞이 비게 되자 더욱 빠른 속도로 계단을 내려간다.


밑에는 한 무리의 남자들이 진율이 내려오길 기다린다. 계단에서는 고저 차로 인해 밀렸지만, 평지에서는 수로 밀어붙이겠다는 심산이다.

진율은 그들을 내려다볼 수 있는 계단 위에 멈춰 선다.


"박지후! 이강연!"


진율이 이름을 외치자, 뭉쳐있는 남자들 위에 두 사람이 떨어진다. 밑에 있는 사람의 어깨나 머리를 밟고 안전하게 착지한다.

당황하며 물러나기 전에 검을 휘둘러 피를 흩뿌린다. 진율도 계단에서 뛰어내리며 남자들을 향해 검을 휘두른다.


남자들은 세 명을 피해 공장 안쪽으로 도망간다. 계단과 바닥에 쓰러져 있는 사람은 어림잡아 열다섯 정도. 도망친 것도 그 정도 숫자다.


진율은 잠겨있는 문으로 다가간다. 카드 단말기가 달려있던 위치에 열림과 닫힘 버튼이 있다. 진율은 그대로 열림이라 쓰여있는 초록색 버튼을 누른다.


문에서 금속성 소음이 일어난다. 눈에 보이는 변화는 없지만, 열리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잠겨있는 걸쇠가 다 풀렸는지 문이 조금씩 열린다.

달빛을 가린 구름 탓에 빛이 쏟아져 들어오지는 않는다. 그저 앞에 모여있는 무장 상태의 기사들이 보일 뿐.


문이 열리자 현장 3팀이 먼저 공장으로 발을 들인다. 1팀과 2팀도 그 뒤를 이어 건물로 들어간다.


"내부는 어떻습니까?"


"생각보다 공격이 약해."


선화의 질문에 진율이 감상을 말한다. 다른 검은 피 조직들은 총을 쏘거나, 괴물을 풀거나, 흡혈한 벰파이어를 이용했다.

그에 반해 이곳에는 그저 쇠파이프나 들고 덤벼온다. 검은 피보다는 그저 작은 조직 수준의 방위. 진율은 이것에 약간의 의문을 품는다.


"이곳 물류 창고라고 하지 않았나요? 방어가 너무 약하네요."


재신의 말에 진율은 자신의 턱을 쓰다듬는다.


"뭐. 위험해 보이는 건 없으니까."


진율은 검에 묻은 피를 털어낸다. 밖에 서 있던 사람들은 다 안으로 들어갔다. 현장 3팀만이 공장 입구에 서 있다.


"일단 들어가자. 사격 주특기는 계단 올라가서 자리 잡고, 양선이는 사격하는 사람들 호위. 나머지는 나랑 같이 들어간다."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 재신, 휘석, 백설과 양선은 계단을 올라간다. 쓰러진 사람들은 적당히 피해간다.


"올 때 검집 챙겨와라!"


진율은 놓고 온 검집을 떠올리며 말한다. 재신이 손을 흔들며 알았다는 답을 한다.


"좋아! 다 부숴 버리자!"


함성에 답은 없다. 진율은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인다. 반응이 없자 그저 공장 안쪽으로 걸어간다.


안쪽은 이미 초토화 직전이다. 현장 1팀과 2팀이 남아있는 사람들을 쓰러트리고 구속한다. 상자에 담긴 마약들을 압수하고, 곳곳에서 기사단식 심문이 진행 중이다.


"뭐야. 다 끝났네."


진율은 검을 축 늘어트린다. 선화의 눈총을 무시하며 진율은 뒤처리를 도와준다. 지후도 강연도 한숨을 쉬며 쓰러진 사람들을 묶어 한쪽으로 옮긴다.


"저긴 뭔지 알아?"


한쪽에 켜켜이 쌓인 상자들을 진율이 손가락을 가리킨다. 진율과 같이 뒤처리를 하던 현장 2팀의 기사 하나가 진율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을 바라본다.


"그냥 마약 아닐까요?"


"그런가?"


수갑에 묶인 남자를 한쪽 벽에 기대놓은 진율은 쌓여있는 상자 쪽으로 향한다. 주변의 다른 상자와 같은 나무상자.

갈색의 원목에는 아무런 흔적도 없다. 진율은 상자를 가볍게 두드려 본다. 내부가 비었는지 텅텅거리는 소리가 난다. 그리고 비어있는 상자가 아닌 다른 소리도 듣는다.

누군가의 숨소리.


직감적으로 위험을 느낀 진율은 들고 있는 검으로 몸을 가린다. 상자가 무너지며 강한 발길질이 진율을 향한다.


"커헉."


검으로 막았지만, 엄청난 충격이 진율을 덮친다. 진율은 힘에 밀리며 뒤로 몇 바퀴 구르고 자세를 잡는다.


진율이 튕겨 나간 것을 본 다른 사람들도 곧바로 전투를 준비한다. 상자를 뚫고 나온 것은 강철로 만든 옷을 입고 있는 사람.

투박한 헬멧. 이상하게 생긴 부츠. 단검 길이 정도의 짤막한 검. 전신은 검은 철판으로 덮여 있다.


상대가 모습을 드러내자 현장 2팀의 기사 세명이 동시에 덤벼든다. 철판을 뒤집어쓴 사람은 침착하게 단검의 손잡이로 손을 옮긴다. 진율은 그 남자의 동작을 보고 이자성이 떠올랐다.


"뒤로 물러나!"


진율의 고함에 달려들던 기사들이 발로 땅을 차고 물러난다. 철판을 입은 남자의 단검은 아까까지 기사들이 있던 공간을 강하게 베어낸다. 단검은 기이한 소리를 내며 공기를 가른다.


"초진동 칼날."


진율은 그 남자가 착용한 장비의 이름을 나지막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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