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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빛 십자 기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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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me
작품등록일 :
2018.04.14 10:53
최근연재일 :
2018.12.07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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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5.12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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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5화

DUMMY

수도 지부의 현장 3팀 사무실은 아침에도 텅텅 비어있다.

사건을 담당하는 기사들은 현장으로 출근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담당하는 사건이 없는 진율만이 사무실의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분침이 천장을 향하기 오분 전 사무실 문이 열리고 백설이 들어온다.

땀을 흘리는 것을 보아 뛰어온 것 같다. 진율은 그것을 보며 피식 웃는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라."


백설은 숨을 가다듬느라 대답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진율이 정수기에서 물을 따라 주자, 백설은 순식간에 마셔버렸다.

조금 진정이 되었는지 거칠었던 호흡이 안정되었다.

진율은 자신의 자리에 가서 앉으며 질문한다.


"뭘 그리 급히 뛰어왔냐? 조금 늦는다고 뭐라 안 해."


백설도 자신의 자리에 앉으며 대답한다.


"기다리는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계단으로 올라왔어요."


진율은 백설을 황당하다는 눈으로 쳐다본다.

14층에 이르는 계단을 올라왔다니 놀랄 수밖에.

진율도 그 정도 되는 계단을 올라왔으면 지쳐서 나자빠진다.

백설도 지쳐서 책상에 쓰러져 있지만, 14층을 올라오는 것이 평범한 체력은 아니다.

진율은 백설을 위해 물을 한 컵 더 가져다준다. 백설은 고맙다고 인사하고 그대로 들이킨다.


"오늘은 특별히 할 일 없을 거야."


믿을 만한 말은 아니다. 출동 명령이 떨어지면 나가야 한다. 그리고 생각보다 출동명령이 자주 일어난다.

기사단은 언제나 인력이 부족하다.




"그러므로 오늘은 상황대처 훈련을 한다."


기사단 건물 옥상. 훈련을 위한 장비와 구역들이 정리되어 있다.

진율과 백설은 검은 트레이닝복을 입고 철창으로 둘러싸인 훈련장에 들어가 있다.

밑에 매트가 깔려있고 카메라가 둘을 찍는다. 실내 훈련장도 있지만, 진율은 야외를 선호한다.

백설은 묶었던 머리를 풀고 진율과 마주 보고 있다.


"일단 간단하게 몸 좀 풀어볼까?"


진율은 이미 간단한 스트레칭을 통해 근육을 풀어준다.

일단 백설도 진율을 따라 몸을 풀기 시작했다.

진율은 백설이 몸을 풀고 나자 아무 말도 없이 주먹을 휘둘렀다. 백설은 놀라면서도 용케 막아냈다.


"꽤 하는데?"


힘을 빼고 휘둘렀다지만 반응했다는 것이 대단하다.

진율은 계속해서 주먹을 날렸다. 머리 배 어깨 팔. 상체 전신에 진율의 주먹이 날아든다.

백설은 어떻게든 그 공격들을 다 막아낸다. 혼혈인 진율이 마음먹고 휘두르면 인간의 뼈는 손쉽게 부러진다.

온 힘을 다한 주먹은 아니었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더 빠르게 휘두르고 있다.

백설은 숨을 제대로 쉬지조차 못한다. 그저 진율의 공격을 막기 위해 급급할 뿐이다.

약하게 휘두른 주먹이라지만, 백설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강하다.

지속적인 충격 때문에 백설의 방어가 무너진다.


"커헉."


백설은 배를 움켜잡고 쓰러졌다. 진율은 쓰러진 백설이 일어나기를 기다린다.

백설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자리에 똑바로 일어났다.

진율은 일어난 백설에게 물병을 던져준다. 백설은 물병을 들이킨다.


"잘하는데? 벰파이어한테 몰려도 바로 죽지는 않겠어."


진율은 칭찬 아닌 칭찬을 한다. 백설은 안정되지 않은 호흡에도 감사 인사를 한다.


"그래도 더 강해야 해. 기사단은 수사기관이 아니야. 전투기관이지."


기사단은 벰파이어와 관련된 범죄에 대처하기 위한 조직이 아니다.

피를 먹은 벰파이어가 날뛰기 전에 제압하기 위한 조직. 덤으로 범죄 수사도 하지만 전투가 원래의 목적이다.

한국에서 유일하게 민간인을, 범죄자긴 하지만 즉결처형이 허락된 조직.

경찰과는 다르게 아예 살해를 목적으로 움직이기도 한다.


백설이 어느 정도 체력을 회복하자 진율은 다음으로 넘어간다.

진율은 훈련장 밖에서 진압봉을 들고 백설에게 건넨다. 백설은 진압봉을 들고 자세를 취한다.


"다음은 공격을 해보자고."


"정말 진압봉으로 공격합니까?"


백설이 불안해서 물어보지만, 진율은 대답하지 않고 공격을 시작했다.

진율이 주먹을 휘두르자 백설은 어쩔 수 없이 진압봉을 휘두른다. 백설의 진압봉은 진율의 공격을 막을 뿐이다.


"막지 말고 공격해라!"


진율이 소리치자 백설도 공세로 나서기 시작한다. 왼손으로 진율의 주먹을 막고, 진압봉으로 옆구리를 노린다.

진율은 왼팔로 진압봉을 막아낸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그대로 팔이 부러졌겠지만, 혼혈이라면 많이 아픈 수준으로 끝난다.

백설의 공격을 막은 진율은 공격을 멈추지 않는다. 백설도 진율의 속도에 맞춰 움직인다.

진율의 공격을 막거나 진압봉으로 쳐낸다. 가끔 반격도 섞어 넣는다.

진율이 혼혈의 힘을 제대로 사용한다면 절대 이길 수 없지만, 인간 중에서는 상당히 뛰어난 전투력을 보여주고 있다.


공방을 10여 분간 지속하니 백설이 지쳐가기 시작했다.

반응속도가 느려지고, 동작에 힘이 빠진다.

진율은 힘을 빼고 싸우기에 체력의 소모가 심하지도 않다.

백설의 호흡이 점점 거칠어져 간다.

결국, 턱을 노리는 주먹을 쳐내지 못한다.


진율의 공격을 허용한 백설은 그대로 쓰러진다. 진율은 앞으로 넘어지는 백설을 붙잡는다.

기절해버린 백설을 부축해서 벤치에 눕힌다.


'좀 세게 쳤나?'


백설이 자신의 공격을 잘 막다 보니 진율의 공격에 힘이 조금 들어갔다.

그 결과로 인간인 백설이 그대로 기절했다. 진율은 머리를 긁적이며 백설이 깨어나길 기다린다.

백설은 30분 정도 누워있다가 정신을 차렸다. 백설은 벤치에서 일어나 머리를 붙잡는다.


"일어났냐? 몸은 괜찮아?"


진율이 나름대로 걱정하면서 상태를 물어본다. 백설은 신음을 흘리며 대답을 하지도 못한다.


"의무실 가볼래?"


백설은 고개를 흔든다. 아직 말은 못 하고 있지만, 움직이는 데 지장은 없는 것 같다.

진율은 백설이 걱정되는지 심각한 표정으로 지켜본다.

잠시 뒤 백설은 제정신을 차리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다음은 무슨 훈련입니까?"


백설의 질문에 진율은 헛웃음을 날린다.

방금까지 기절해 있던 사람이 할 말은 아니다. 진율은 고개를 흔든다.


"없어. 점심 먹을 때까지 휴식!"


진율이 착한 사람은 아니지만, 환자였던 사람을 훈련으로 굴리지는 않는다. 백설은 왠지 불만인 것 같다.




점심을 해결한 진율과 백설은 다시 옥상의 훈련장으로 올라갔다.

백설은 충분한 휴식으로 최선의 상태가 되었다. 진율이 무리를 시키지 않는다면 훈련 자체로 쓰러지지는 않으리라.

둘은 오전에 훈련했던 철창 안으로 들어간다. 훈련을 준비하는데 옥상 문을 열고 누군가 들어온다.


"진율! 터졌다!"


기사 백강원. 현장 3팀의 동료 기사가 진율을 부르러 왔다.

다급해 보이는 그의 말투에 진율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절대 좋은 일은 아니다.

진율은 한숨부터 내쉰다. 백설도 분위기를 읽고 뻣뻣하게 굳었다.


"뭔데?"


"마약 사건."


"마약 사건? 그런 건 경찰들이... 진짜? 그거야?"


평범한 마약이었으면 경찰에서 처리했을 것이다. 그런데 기사단에 연락이 왔다면.


"혈액 마약."


강원의 말에 진율을 고개를 푹 숙인다.

인간의 피는 벰파이어에게 마약 같은 효과를 발휘한다. 강한 고양감과 금단증상.

그리고 벰파이어의 피 또한 적당히 가공하고 다른 물질들과 혼합되면 인간에게 강력한 마약이 돼버린다.

통칭 혈액 마약.

이 마약의 문제는 지속해서 섭취할 경우 마치 벰파이어처럼 인간의 피를 갈구하게 된다는 것이다.


"밀수야 제작이야?"


진율은 제발 밀수이기를 바란다.


"안타깝게도 제작."


진율은 머리를 부여잡는다. 골치 아프게 되었다.

혈액 마약의 가장 중요한 성분은 벰파이어의 피. 사람의 혈액을 쉽게 구할 수 있을 리가 없다.

혈액 마약이 제조된다는 것은 누군가 불법적인 방법으로 벰파이어의 피를 공급하고 있다는 말과 같다.

주로 사채를 쓰다 돈을 갚지 못한 벰파이어가 자신의 피를 뽑아내다 판다. 가끔은 아예 감금되어서 피만 뽑히는 경우도 있다.


"빨리 내려갈게."


강원은 진율의 대답을 듣고 옥상을 떠난다. 진율과 백설도 옷을 갈아입고 14층의 사무실로 향한다.

사무실에는 열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있다.

출동 중이던 기사 중 중요도가 낮은 임무를 받은 사람들은 전부 복귀해서 혈액 마약 사건으로 배정되었다.

유적성 팀장도 팀장실이 아닌 회의실에서 기사들을 지휘한다.


"정진율. 빨리 와서 앉게."


부팀장을 맡은 노인선이 진율을 독촉한다. 많은 사람이 모였지만 회의실 의자는 반이나 남았다.

돌아오는 중이거나 다른 중요한 사건을 맡은 기사들도 부지기수였다.

일단 당장 모일 수 있는 기사들은 자리에 앉았다. 종자들은 각자 기사의 등 뒤에 서서 팀장을 바라본다.

백설은 자신의 선배들이 잔뜩 있는 것을 보고 긴장하기 시작한다.


팀장인 유적성이 현재 상황에 관해 설명해준다.


"12시 14분 신고자가 층간 소음으로 경찰에 연락했다.

출동한 경찰들이 경비원과 동행해 문을 열고 들어갔다.

범행 장소인 1308호에는 용의자 김남원과 박재수가 말 그대로 발광을 하고 있었다.

경찰들이 제지하려고 하자 경찰을 공격하려 들었고, 테이저건으로 제압되었다.

집을 수색한 결과 다량의 마약이 발견되었고, 용의자 두 명은 긴급 체포.

마약수사대에 연락해서 마약의 성분을 확인한 결과. 혈액 마약인 것이 밝혀졌다.

내용물의 신선도를 확인해본 결과 제조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았다고 한다."


방대한 팀장의 말이 끝나자 모든 기사가 머리를 부여잡고 한숨을 내쉰다. 어느 정도 경력을 가진 종자들도 마찬가지.

백설은 이 상황이 얼마나 중대한지 알지 못하지만, 주변 분위기를 통해 짐작은 할 수 있었다.

진율은 그냥 머리를 책상에 박아버린다. 강원에게 미리 듣지 못했다면 기절했을 수도 있다.


"용의자들은 지금 어디 있습니까?"


"아직 깨어나지 못했다. 깨어나면 연락해준다고 했으니 그때 취조하러 가면 된다.

용의자 취조는 박지후가 맞는다."


작년에 기사로 취임한 박지후는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정보처리팀에서 용의자 두 명의 핸드폰과 메일을 조사할 테니 백강원과 김선화가 주변 탐문을 시행한다."


백강원과 김선화는 종자를 데리고 회의실을 나선다.


"나머지는 주변 조직들을 탈탈 턴다."


팀장의 명령에 진율도 자리에서 일어나 움직인다. 다른 기사들처럼 캐비닛에서 장비를 꺼낸다.

붉은 코트를 걸치고 장검을 허리에 찬다. 코트 안쪽의 권총집에 권총과 탄알집을 채워 넣는다.

백설은 자신의 캐비닛을 열어본다. 언제 도착했는지 장비가 한가득하다.

백설도 붉은 코트를 몸에 걸친다. 맞춤 제작인 코트는 몸에 꼭 달라붙는다.

저격용 소총을 등 뒤에 메고 탄알집을 허리춤에 꽂는다. 권총과 전투용 단검도 챙겨 넣는다.

기본적인 준비는 끝났다.


백설이 준비 된 것을 확인한 진율은 사무실을 나선다. 백설도 그 뒤를 따라 주차장으로 내려간다.

진율의 검은색 왜건 트렁크에 장비를 싣는다. 장비를 트렁크에 실은 진율과 백설은 차에 탑승한다.

시동을 걸고 액셀을 밟는다.


"좋아 가볼까."


백설의 첫 번째 사건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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