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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빛 십자 기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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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me
작품등록일 :
2018.04.14 10:53
최근연재일 :
2018.12.07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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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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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5.18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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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6화

DUMMY

햇살이 가득 채운 인천항의 구석진 창고 구역. 수많은 물건이 오고 가는 항구의 특성상 밀무역 밀입국이 빈번하다.

그러므로 당연히 범죄조직이 존재하기에 좋은 장소.

진율과 백설은 적당한 곳에 주차하고 장비를 챙긴다.

진율은 검집에서 검을 뽑는다. 백설도 등에 멘 소총을 견착한다.


"누가 공격하려고 하면 일단 쏴버려."


진율의 자율 사격 명령이 떨어졌다. 백설은 심호흡을 한다. 상당히 긴장되는 모양이다.

진율은 3번 창고라고 쓰여있는 철문 앞에 선다. 이 철문 너머에는 흉악하게 생긴 남자들이 각자의 연장을 들고 있으리라.

진율은 기습이 무리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장비를 트렁크에서 꺼낼 때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100여 명으로 구성된 밀수 조직. 생겨난 지 1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인천 지역의 마약 밀수를 꽉 잡고 있었다.

일반적인 경찰력으로는 제압이 힘든 상대기에 그들은 마음껏 날뛰고 있었다.

기사를 한 번도 만난 적 없다는 게 앞으로 일어날 불행이 원인이다.


"엎드리면 살려는 줄게."


진율이 철문을 열고 처음 한 말이다. 백설은 진율의 뒤에 서서 그들을 조준하고 있다.

쇠파이프, 도끼, 회칼 등 각종 연장을 들고 있는 남자들은 단둘이 온 진율과 백설을 보고 코웃음을 쳤다.


"밟아!"


누군가의 명령을 시작으로 남자들이 달려든다. 진율은 검을 버리고 맨손으로 그들을 상대한다.

백설의 소총에 장전된 탄환들도 비살상용 충격탄이다.

연장을 든 사내들이 진율을 향해 달려오는 그 짧은 순간 다섯 명이 바닥에 쓰러진다. 다들 이마에 혹이 날 것이다.

진율은 둔기들은 그냥 팔로 막고, 날붙이들은 절묘하게 피해낸다.

그러면서 한 번에 한 명씩 확실하게 쓰러트린다.

동시에 여럿이 공격하면 백설의 사격에 쓰러지고, 백설을 노리고 달려들기에는 진율이 너무 굳건히 버티고 서있다.


진율에게 덤벼든 남자들이 모두 쓰러지는 것에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뒤편의 의자에 앉아있는 이 조직의 보스로 보이는 사내와 그 수행원들만 바닥과 한몸이 되지 않았다.

진율은 쓰러진 남자들을 넘어 조직의 보스에게 다가간다.

수행원들이 달려들었지만, 백설의 엄호사격에 다가가지도 못하고 쓰러진다.

진율은 의자에 앉은 보스의 앞에 섰다.


"좋은 말로 할 때 거래내역 가져와."


누가 악당인지 모르겠다. 보스는 진율을 노려보더니 양복의 안주머니에서 권총을 꺼낸다.

총구가 진율에게 향하기도 전에 보스의 어깨에 구멍이 난다. 진율은 어느샌가 오른손에 권총을 쥐고 있었다.

보스는 어깨를 붙잡고 신음을 흘린다. 진율은 그 손을 치우고 상처를 쑤신다.

남자의 비명이 창고를 가득 채운다. 백설은 고개를 돌린다.


진율은 보스의 뒷머리를 붙잡고 고개를 세운다.


"다시 말한다. 거래내역 가져와."


거친 숨을 몰아내던 보스는 어딘가로 전화한다. 잠시 뒤 뒷문을 열고 남자가 들어온다.

남자는 들고 있던 서류뭉치를 보스에게 건넨다. 진율은 그 서류뭉치를 중간에 빼앗는다.

진율은 서류를 훑어본다. 조직에서 밀수하고 제조하고 판매한 마약들의 기록이 빼곡하게 쓰여있다.

진율이 서류를 검토하는 동안 백설은 일어나려고 하는 남자들의 머리에 한발씩 먹여준다.


"다음에 또 볼일이 없기를 바랄게."


건네준 내역이 마음에 들었는지 진율은 보스의 어깨를 두들긴 후 문으로 향한다.

백설도 소총을 등에 짊어지고 진율을 따라간다.

창고 밖으로 나온 진율과 백설은 누군가의 고함을 배경음으로 왜건에 탑승한다.

진율은 받아낸 서류를 꼼꼼히 들여다봐야 하기에 백설이 운전석에 앉는다.


"괜찮은 정보 찾으셨습니까?"


백설이 차를 몰고 본부로 복귀하는 중에 물어본다. 진율은 고개를 들고 살짝 웃는다.


"제대로 물었어."


다시 서류에 집중한다. 백설은 질문을 이어가지 않는다.

잠시 뒤 진율은 서류를 다 읽었는지 고개를 움직이며 근육을 풀어준다.


"본부 말고 여기로 가자."


진율은 내비게이션을 조작하여 새로운 목적지를 설정한다.






검은 왜건이 도착한 곳은 폐가들로 가득하다.

재개발을 위해 주민이 모두 나갔지만, 회사가 도산해버리며 그대로 아무도 살지 않는 동네가 된 곳.

서울에 포함되어 있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그런 곳.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기에 그것을 목적으로 모이는 사람들이 있다. 진율은 그들 중 한 명을 찾아온 것이다.


차에서 내린 진율은 백설을 데리고 낡은 아파트로 들어간다. 아무도 살지 않는 듯 적막함이 감돈다.

오직 계단을 올라가는 두 명의 발소리만이 빈 복도를 채운다.

낡은 복도식 아파트의 꼭대기 17층. 계단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방 1715호.

진율은 철제문을 두드린다.


"암호."


문 너머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진율은 코웃음을 친다.


"웃기지 말고 열어라."


자물쇠를 많이 달았는지 철커덕거리는 소리가 끊김 없이 들려온다. 녹슨 문이 기이한 소음을 내며 열린다.

문을 연 남자는 머리를 시원하게 밀었다.

방안에는 책상 위의 촛불만이 아른거리며 불빛을 비춘다. 책상 너머에는 의자에 여성이 앉아있다.

다리를 꼬고 진율을 빤히 바라본다.


"오랜만입니다. 기사님. 뒤쪽은 종자?"


백설은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저 여성은 진율에 대해 잘 안다는 듯이 말한다.

진율은 여성의 질문을 무시하고 본론으로 넘어간다.


"너 3일 전에 산 포론 어디다 넘겼어."


진율의 질문에 여성은 두 손을 들어 올린다. 여성의 양손에는 새끼손가락이 없다.


"역시 기사님한테는 못 당하네요."


여성이 손짓하자 민머리의 남자가 방으로 들어간다.

진율은 주변에 널브러진 의자를 챙겨 그 자리에 앉는다.

백설은 진율의 뒤에서 여성을 바라본다. 여성도 백설을 지그시 바라본다.


"혈액 마약 사건이죠?"


시선을 돌려 진율을 바라보며 말한다.


"뭐 그렇지."


진율은 대답을 할지 고민하다 대답해준다.

여성은 흥미롭다는 듯이 진율을 쳐다본다. 진율은 자세한 설명을 해주지 않는다.


민머리의 남자가 방에서 서류뭉치를 들고 나왔다. 여성은 그 서류들을 받아 살펴본다.

진율은 그 작업이 끝나기를 기다린다.


"기사님. 저 사람은 누굽니까?"


백설이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진율에게 귓속말로 질문한다.


"이경. 마약유통자. 서울에 들어가는 마약의 절반 이상은 저 여자의 손을 거치지."


이경. 나이 불명. 서른은 안 넘었을 거다.

언제부턴가 서울로 들어오는 마약의 유통권을 잡기 시작하면서 쉽게 손 델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일반적인 공권력이라면 말이다.


정진율이 이경을 처음 만난 건 4년 전 혈액 마약 사건 때였다.

마약유통자를 찾다가 진율에게 발각된 이경은 살려달라고 빌게 되었다.

이경은 진율이 얼마나 미친놈인지 알게 되었고, 진율은 이경이 쓸모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 뒤부터 이 미묘한 관계가 지속되었다.


"포론은 한곳으로 들어갔네요. 클럽 '스포일라'."


혈액 마약의 재료 중 하나인 포론. 한국에서는 생산되지 않아 밀수에 의존한다.

인천에 있는 밀수조직의 거래 내역으로는 최근 이경이 포론을 대량으로 구매했다고 나온다.

그 포론이 향한 곳이 제조처일 것이다.


필요한 정보를 얻은 진율은 현관을 넘어가려 한다.


"기사님."


이경이 진율을 부른다. 진율은 뒤돌아서 이경을 바라본다.


"주말에 시간 되세요? 저랑 데이트하실래요?"


이경의 미소를 본 진율은 고개를 돌린다.


"난 범죄자랑 연애 안 해."


"전 기사님이 좋은데. 제 손가락을 자르실 때부터 당신한테 빠졌어요."


이경은 아름답게 미소를 짓고, 백설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렸다.

진율은 듣기 싫은 걸 들었다는 듯이 얼굴을 찡그리고 현관을 넘는다.

백설도 서둘러 진율을 따라간다.


하늘에는 흰 구름이 떠다닌다. 더워질 시간이지만 바람이 불어와 땀이 흐를 정도는 아니다.

왜건의 운전석에는 백설이 앉는다.


"스포일라로 가나요?"


"일단 본부로."


백설은 차를 운전한다. 진율은 조수석에 등을 기대고 눈을 감고 있다.

백설은 진율을 힐끔거리며 쳐다본다. 진율은 백설의 움직음을 느꼈는지 눈을 뜬다.


"왜?"


백설은 잠시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진짜 그 여자의 손가락을..."


"잘랐냐고?"


백설이 잇지 못한 말을 진율이 대신한다. 백설은 대답 대신 침묵을 선택한다.


"잘랐지."


백설은 잠자코 이야기를 듣는다.


"피의 갈망이라고 알아?"


"알고는 있습니다. 피를 오랫동안 먹지 못한 벰파이어나 혼혈이 이성을 잃고 피를 갈구하는 현상입니다."


"잘 알고 있네. 그걸 막기 위해 정부에서 일정량의 혈액을 공급해주지.

그런데 피의 갈망이 흡혈 부족으로만 일어나지는 않아."


백설은 처음 듣는 소리인지 눈을 동그랗게 뜬다.


"가끔이지만. 목숨이 경각에 달하거나, 극히 흥분했을 때도 피의 갈망이 나타나지.

특히 벰파이어에 비해 자제력이 떨어지는 혼혈들은 훨씬 심하지."


혼혈들이 사회에 섞여 살기 힘든 이유다.

자제력이 떨어지는 혼혈에게 학교는 맛있는 음식이 가득한 만찬장과 같다. 그런 곳에서 집중하고 공부할 수 있는 혼혈은 드물다.

수업시간에 공부가 아닌 자기통제를 하다 보니 성적이 떨어진다.

어떤 회사든 전교석차가 아래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사람을 쓰고 싶지는 않으리라.

성인이 되어도 인간과 벰파이어에 비해 자제력이 떨어진다. 자신을 무서워해 히키코모리가 되는 경우도 부지기수.


"그 녀석이랑 만났을 때 쇠파이프가 뒤통수를 때렸거든?

흥분해서 주변에 있는 놈들 전부 죽였어."


일반인이 쉽게 입에 담지도 못할 말을 입에 내뱉는다.

백설은 침을 삼킨다. 기사단에 들어온 순간 언젠가 살인을 하게 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실제로 경험담을 듣는 게 그리 기분이 좋은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 흥분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경을 만났고, 그다음은 고문했지 뭐."


백설은 괜히 질문했다고 생각한다.

기사는 현행범에 한해 고문이 허용된다.

뭐 이런 미친 집단이 다 있느냐고 묻겠지만, 이들이 있기에 벰파이어로부터 안전하다.

고문이라도 해서 정보를 얻지 못하면 시민 중 누군가가 죽는다.


진율은 말을 이어가지 않고, 백설도 그저 운전에 집중한다. 진율의 왜건은 금세 기사단 본부에 도착했다.

차는 지하에 주차해두고 사무실로 올라간다.

다섯 명 정도의 기사가 회의실에서 이야기를 나눈다. 진율은 회의실로 들어간다.

회의실로 들어가자 모두 진율을 바라본다. 기사들은 진율을 한번 보고 다시 회의를 시작한다.

회의 내용은 용의자 두 명의 진술과 통신 기록들. 통신 기록에서는 따로 나온 것이 없다고 한다.

진술을 거부했고 변호사가 찾아와서 고문도 불가. 혈액 마약을 어디서 공급받았는지 알아내지 못했다.


진율은 이야기가 끝날 기미가 보이자 입을 열었다.


"나 어디서 유통됐는지 아는데."


회의실이 조용해지고 모두 진율을 쳐다본다. 진율은 관심을 즐긴다.


"클럽 스포일라."


회의실이 다시 북적인다. 목표를 잡았으니 바쁘게 움직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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