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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빛 십자 기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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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me
작품등록일 :
2018.04.14 10:53
최근연재일 :
2018.12.07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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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7.20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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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5화

DUMMY

5층 상가 건물의 옥상. 붉은 코트를 입은 진율과 백설이 의자에 앉아있다. 그 둘은 분노로 씩씩거리는 남자를 바라본다.


"씨발! 내가 내려가면 너희 다 죽여버릴 거야!"


그 남자는 의자에 묶여있다. 의자의 다리 네 개 중 두 개는 옥상 밖으로 빠져나가 있으며, 중력의 법칙에 따라 의자는 45도 정도 옥상 밖으로 기울어져 있다.


"그래? 그럼 나 일어난다?"


남자의 몸에 묶인 밧줄은 의자를 감싸고 주욱 늘어져 진율이 앉아 있는 의자와 연결되어있다.


그 상태로 진율이 일어나려 하자 남자의 몸은 더욱 기운다. 남자는 사색이 된다.


"제기랄! 잘못했어! 내가 잘못했다고! 다시 앉아!"


진율은 의자에 앉아 밧줄을 조금 잡아당긴다. 의자를 뒤로 끌어 위치를 잡고 남자를 바라본다.


남자의 온몸에는 공포에 의한 땀이 흐른다. 입고 있던 티는 다 젖어있으며, 안경에도 습기가 가득 차있다.


진율은 남자의 그런 모습이 즐거운 듯 미소를 그치지 않는다. 백설은 진율의 모습이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본다.


"그럼 이제 말해보라고."


의자에 묶인 남자는 호흡을 고른다.


"일단 풀어주고. 알았어! 말할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려던 남자는 진율이 슬쩍 움직이자 의견을 접는다.


"그놈들하고 만난 건 반년 전이다. 자신들을 검은 피라고 불렀어."


남자가 말을 멈추자 진율은 계속하라고 시선을 준다.


"자신들이 마약을 공급해줄 테니까 판매만 하라더군. 비율은 3대 7. 물론 내가 3이야."


"생각보다 많이 받았네?"


진율의 말에 남자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엄청나게 수상하지. 그래도 돈을 많이 주겠다잖아. 거절 못 하지."


"이제 그 이야기는 됐으니까, 최근 얘기를 해봐."


남자는 한숨을 쉰 뒤 말을 이어나간다.


"가장 마지막에 만난 건 지난 금요일 밤. 매번 거래 방식과 장소가 달라져. 사람이 직접 와서 전달해주고."


"무지 귀찮은 방법을 쓰네요."


"놈들도 찔리는 게 있을 테니까. 계속해봐."


"이게 마지막 거래라더군. 이유를 물으니까 거래하기 곤란해졌다네."


백설이 남자의 말에 놀란다.


"공사장에서 괴물 나온 때가 금요일 아닙니까?"


"그쪽도 검은 피라는 놈들이랑 연관 있겠군. 기사단이 추적해 올 걸 알고 준비해둔 거야."


진율은 생각보다 많이 커진 일에 한숨을 쉰다.


"내가 아는 건 그 정도."


"뭐야 별거 없네."


"하부 조직이 그렇지 뭐."


진율은 더는 심문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야! 너 일어나면!"


남자가 앉은 의자는 중력을 버티지 못하고 옥상 너머로 떨어진다. 쿵 하는 소리가 공기를 울린다.


"괜찮은 겁니까?"


걱정스러워하는 백설의 질문에 진율은 웃음을 흘린다.


"밑에 봉고차 있어서 괜찮아. 그리고 벰파이어는 이 정도 높이에서 떨어져도 안 죽어."


당연하다는 듯한 진율의 말에 백설도 의자에서 일어난다.


1층에서는 경찰들이 떨어진 남자를 구속하고 있다. 5층에서 떨어진 사람치고는 멀쩡하게 걷고 있다.


남자의 체포를 확인한 진율은 왜건에 올라탄다. 아직 돌아다녀야 할 곳이 몇 곳 더 있다.


차에 시동이 걸리고 서서히 움직인다. 다음은 서울을 벗어나는 일이다. 목적지는 인천의 한 공장.






버려진 공장 주차장에 차가 한 대 주차된다. 진율과 백설은 차에서 내린 뒤 장비를 챙긴다.


깨져있는 창문들, 반쯤 벗겨진 페인트 너머로 회색의 콘크리트 벽이 보인다. 진율과 백설은 공장으로 걸어간다.


"시선 느껴지냐?"


백설은 진율의 말에 주위를 둘러본다.


"잘 모르겠습니다."


"공장 옥상에 세 명이 우리를 보고 있어."


백설은 옥상을 올려다본다. 잘 모르겠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뭐 인간의 감각으로는 발견하기 힘들지."


진율은 그대로 4미터 높이의 철문을 향해 걸어간다.


"너희 내가 누군지는 알지? 일 크게 벌이기 싫으면 문 열어라!"


거대한 철문이 울릴 정도로 두들기는 진율. 백설은 불안을 느낀다.


사람 한 명이 간신히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만 열린 문. 머뭇거리는 백설과 달리 진율은 공장 안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백설도 어쩔 수 없이 공장으로 들어간다.


깨진 창문으로 들어오는 작은 햇빛을 제외하고는 어떠한 광원도 없다. 진율은 시야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는 공간을 서슴없이 걸어간다.


진율과 백설이 공장의 중앙에 도착하자 천장에서 스포트라이트가 내리쬔다. 백설은 갑자기 비친 강렬한 빛 때문에 눈을 감는다.


"기사님께서 이런 누추한 곳에 오시다니 영광이군요."


빛 너머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나이를 쉬이 가늠할 수 없는 목소리. 진율은 목소리의 주인이 보이기라도 하는 듯 시선을 한곳으로 고정한다. 백설은 광도의 차이로 빛 밖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


"왜 왔는지는 알고 있지? 쉽게 가자고."


진율의 말에 목소리의 주인이 웃는다. 공장은 그 웃음으로 가득 메워진다. 진율은 그 인상을 찡그린다.


"기사님. 재밌는 말을 하시는군요."


"난 네 대답이 더 재밌는데?"


진율과 남자가 같은 순간에 웃는다. 두 남자의 웃음은 백설에게 혼란을 느끼게 한다. 웃음이 한순간에 멈춘다.


"밟아."


남자의 말에 불빛이 꺼진다. 사방에서 고함이 들려오며 땅을 박차고 달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결국, 이렇게 되나."


진율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눈을 빛낸다. 허리춤의 검집에서 검을 뽑아내고, 정면을 향해 휘두른다.


비명이 울려 퍼진다. 차가운 바닥에 뜨거운 피가 흩뿌려진다. 백설도 코트 안쪽에서 권총을 집어 든다. 저격 소총은 이런 좁은 공간에 어울리지 않는다.


빛에 적응한 눈이 어둠 속을 꿰뚫어 보지는 못하지만, 비명이 들려오는 진율이 있는 곳만 제외하면 아무 곳이나 사격해도 문제는 없다.


방아쇠가 당겨지고 철의 탄환이 날아간다.


"제기랄! 총이다!"


총을 사용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지 놈들 사이에서 혼란이 퍼져 나간다. 백설은 눈을 감고 소리에 의지하여 사격을 시작한다.


"재장전할 때 덮쳐!"


조금 똑똑한 녀석이 작전을 지시한다. 백설은 그 외치는 소리를 듣고서도 연속 사격을 멈추지 않는다. 열다섯 발의 탄환이 열다섯 명의 몸에 꽂혔을 때 잠시 사격이 멈춘다.


"지금!"


재장전을 시도하는 백설에게 각종 무기를 가진 남자들이 달려든다.


그들이 착각한 것이 있다면 재장전에 걸리는 시간. 기사학교에서는 재장전을 따로 교육할 정도로 장전 시간을 주요시한다. 기사학교 사격술에서 3년간 A를 놓치지 않는 백설에게 재장전이란 숨쉬기나 마찬가지다.


세 걸음을 채 내딛기도 전에 가장 선두에 섰던 남자가 쓰러진다. 백설은 코트 안쪽에서 다른 권총을 꺼내 양손으로 사격을 시작한다. 서른 발의 탄피가 바닥에 떨어지자 누구도 백설에게 접근하지 못한다.


백설이 대치 중인 동안 진율은 적진 한복판을 휩쓸고 있다. 피와 비명이 난무하는 죽음의 무도. 진율의 검이 빛을 받아 번뜩 일 때마다 한 명이 쓰러진다.


"그래 봤자 칼이다! 동시에 덮쳐!"


남자들은 백설의 총보다는 진율의 칼이 상대하기 쉽다고 생각한 듯 동시에 달려든다. 진율은 검을 오른손에 쥔 채로 왼손으로 코트 안에 넣어둔 권총을 꺼내 든다.


진율의 왼손에 있는 권총을 본 남자들이 급정지를 시도하지만, 뒤에 오는 사람들에 밀려 볼품없이 넘어질 뿐이다.


"푸하하하. 너희 뭐하냐?"


진율은 그 광경을 보고 소리 내 웃는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풀어진다. 백설 또한 사격자세를 풀고 진율의 옆으로 다가간다.


"이제 어떻게 할 거야? 계속할래?"


빈정대며 말하는 진율. 처음 대화하던 남자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젓는다.


"어쩔 수 없군요. 대화로 풀도록 합시다."


"싫어."


"기사님?"


진율의 말에 당황한 것은 남자가 아닌 백설이다. 오히려 남자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한숨을 쉰다.


"어떤 조건을 원하십니까?"


진율은 그 말에 잠시 고민한다. 남자는 진율이 고민하는 사이 부상자들을 추스른다.


"일단 마약 전부 넘기고, 정보도 필요하고, 기사단에 후원도 좀 해줘라."


"그 정도로 됩니까?"


진율은 고개를 끄덕인다. 백설은 이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눈을 동그랗게 뜬다.


"마약과 정보는 이 자리에서 처분할 수 있지만, 돈은 세탁하는 데 조금 걸릴 겁니다."


"그래. 그래. 나중에 적당히 보내줘."


"그럼 따라오시지요."


남자는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 투박한 철문을 향해 걷는다. 진율과 백설도 그 뒤를 따른다.


"기사님. 원래 이런 식으로 일하십니까?"


"응?"


걸어가는 진율에게 백설이 질문한다.


"조직한테 물건 받는 거 말입니다."


"아아. 문제는 없어. 기사단에서 권장하는 일이니까."


"진짜입니까?"


"정보야 당연히 필요한 거고, 마약은 사용에 따라 약이 되기도 하고, 돈은 있으면 좋은 거지."


"그래도 범죄자를 돈을 받고 놓아주는 것 아닙니까?"


진율은 발걸음을 멈춘다.


"진짜 그렇게 생각해?"


"아닙니까?"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진율은 손가락을 턱에 덴 채로 생각에 잠긴다.


"악을 이기는 것은 온전한 선과 더욱 큰 악뿐이다."


"그건."


"핏빛 십자 기사단의 설립자. 초대 기사단장 이즈라운 김의 유언이지. 동시에 그가 살아오고 기사단을 설립하게 된 신념이기도 하고."


백설은 입을 다물고 진율의 이야기를 듣는다.


"기사단은 절대 정의로운 단체가 아니야. 벰파이어로부터 국민을 보호한다는 목표를 위해 어떤 짓도 할 수 있는 집단이다."


"잘 모르겠습니다."


"종자 3년은 채우고 생각해. 안 맞으면 그때 다른 일이라도 알아보라고."


진율은 남자가 들어간 문을 열며 대화를 끝낸다.






진울과 백설은 자신들에게 배정된 일을 처리하고 사무실의 휴게실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름은 병신같은데 조직력은 장난 아니네."


"그러게 말이다."


휴게실에는 강원이 커피를 타서 마시고 있다.


"그런데 네 종자는?"


"작전 중에 다리 부러져서 치료 중."


"한동안 현장 안 들어가겠네?"


"그렇지 뭐."


백설은 진율과 강원의 시답잖은 대화를 묵묵히 듣고 있다.


"저기, 정진율 기사님 계십니까?"


누군가 휴게실의 문을 열고 고개를 내민다. 20대의 젊은 남성. 진율은 그 남자를 알아본다.


"장비개선 부의 김! 뭐였는데."


"김원국입니다. 기억 안 해주셨으면 좋겠네요."


진율은 원국의 어깨를 치며 웃는다.


"뭘 그리 섭섭하게. 그나저나 무슨 일이야?"


"저희 부장이 찾으십니다."


원국은 진율의 손이 매운지 어깨를 쓰다듬는다.


"자성이 형이?"


"시간이 비면 오라고 하셨습니다. 그리 급하진 않으니 다른 일 없을 때 슬슬 오라고 했습니다."


"지금 당장 시간 비었으니 올라가 볼게."


그럼 수고하십시오. 하고 원국은 휴게실에서 나간다.


"한백설. 넌 어떻게 할 거야?"


"따라가도록 하겠습니다."


진율은 백설의 답을 듣고 문을 연다.


"빨리 와라. 언제 출동할지 모르니까."


"알아서 합니다요."


휴게실에는 강원만이 앉아서 커피를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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