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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삼국지 헌제전[獻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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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좋은놈
작품등록일 :
2018.04.15 0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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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제전 15

DUMMY

15화.



서영, 양정, 그리고 호진.

서영 같은 경우는 유용한 장수라고 볼 수 있다. 손견과 조조를 패퇴시킨 저력이 있으며 동탁보다는 황실에 대한 충성심이 더 강하다. 그에 반해 호진과 양정은 그닥 쓸모가 있는 놈들이 아니다.

실제로 역사를 보면 양정과 호진이 배신을 하는 바람에 곽사와 이각을 치러 나갔던 여포와 서영이 크게 패배하고 만다. 물론, 저 둘이 배신을 하게 된 이유는 왕윤이 자신들을 섭섭하게 대했다는 이유 때문.


그렇다면 이들은 내게 적당한 대우를 받으면 충정을 바치려고 할까. 어차피 나는 이 황실의 지존이지 않은가?

처음에는 왕윤과 사손서가 동탁 주살을 공모하긴 했지만, 중반부터 전두지휘를 했던 건 바로 나다. 왕윤의 나라가 아닌, 나 유협의 나라라는 뜻이다. 그리고 앞으로 더욱 황권을 강건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쓸모없어 보이는 놈들이라도 최대한 포옹해야 한다.

양정과 호진이 못 마땅해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결국 저 둘은 한때 동탁군을 지휘하던 장수들이니까.


“서영은 들으라.”

“예, 폐하.”


전쟁 중에, 투구보다는 파란색 두건을 즐겨 쓴다고 알려져 있는 서영.

늠름한 그의 얼굴을 보니, 왠지 저 여포보다 더 믿음이 갔다.

난 그를 내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경은 역적 동탁의 휘하 장수로 여러 전공을 세웠다. 허나 과연 그것이 옳은 일인가? 그 승리가 정녕 이 황실을 위해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는가?”

“소장은 불충을 저지른 역적이옵니다. 이 목을 바치는 한이 있더라도 그 죄를 씻게 해 주십시오.”


역시, 쿨하게 인정을 할 줄 아는 남자다. 그리고 자신이 불충을 저질렀다는 걸 순순히 인정하고 있다. 그렇다는 건 황실에 대한 충정이 남아 있다는 것.


“경은 본인의 죄를 청산하고 싶은가? 그것이 정녕 죽음이라고 해도?”

“소장의 불충을 씻을 수만 있다면 그 어떠한 것도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난 흡족하게 서영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서영은 일어나라.”


그는 내 말에 따라 무릎을 꿇고 있던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내가 손짓하니, 조심스레 내 앞에 다가와 다시 무릎을 꿇었다.

난 황좌에서 내려와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경의 죄는 결단코 죽음으로 갚아서는 안 된다. 짐이 어찌 유능한 장수를 잃을 수 있단 말이냐? 그러므로 경은 역적을 위해서가 아닌, 앞으로 짐을 위해서 칼을 들거라. 그리 할 수 있겠느냐?”


땅에 머리가 닿을 정도로 숙이고 있던 서영이 천천히 머리를 들며 내게 물었다.


“소장의 잘못을 용서해 주시는 겁니까?”

“물론이다. 어찌 짐이 경의 죄를 묻겠는가? 모든 잘못은 동탁에게로부터 비롯된 것을···.”


서영은 주먹을 불끈 쥔 손으로 내게 예를 차리며 우렁차게 소리쳤다.


“소장, 앞으로 폐하를 위해 이 몸을 아낌없이 바치겠나이다!”


맹세까지 마다하지 않은 서영을 뒤로 하고 나는 호진과 양정을 내려다 보았다.

그들은 기대감 어린 눈빛으로 나와 서영을 번갈아 쳐다보고 있었다.

내심 한숨이 나오는 꼬락서니였지만, 어쩌겠는가?

지금 장안 외각에 진을 치고 있는 동탁 끄나풀들을 전부 내 손아귀에 넣기 위해서는 이런 놈들도 포옹할 줄 알아야 한다.

물론, 지금은 포옹만 할 뿐.

때가 되면 이들을 천천히 제거해 나가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양정과 호진은 들으라.”

“예, 폐하!”

“경들도 서영처럼 잘못을 인정하는가?”


그들은 서영이 했던 말을 똑같이 되풀이하기 시작했다.


“역적 동탁의 힘에 눌려 어쩔 수 없이 황실에 반기를 든 점, 소장들의 목숨을 바친다고 해도 이루 씻을 수가 없나이다.”


그럼 그 목을 내게 내놓으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난 꾹 참고 애써 인자한 목소리를 내었다.


“짐은 결코 경들을 탓하지 않는다. 경들도 황실이 동탁에게 능멸 당하는 것을 보고 얼마나 가슴이 아팠던가?”

“폐하. 그것은 실로 오장육부가 뒤틀릴 만큼 괴롭고, 견디기 힘든 나날이었습니다. 허나, 그럼에도 소장들이 끝까지 버틴 이유는, 바로 이날을 위함이 아닌가 싶습니다. 기회를 주신다면 영원히 폐하께 충정을 다 바치겠나이다.”


웃음이 터져 나오려는 걸 간신히 참았다.

오장육부가 뒤틀리고 견디기 힘든 나날을 보냈다?

동탁을 등에 업고 사리사욕을 챙긴 놈들이 뚫린 입이라고 말은 잘한다. 하지만 지금은 내 속내를 보여 줄 때가 아니다.

이놈들이 내게 철저히 의지하도록 만들어야 하는 것이 바로 황제의 할 일이지 않은가?

관대하고, 인자하며, 관용을 베푸는···.

그야 말로 성군이요, 군자의 길을 걷고 있는 한 사람으로 모두에게 비추어져야 한다.


“경들의 마음은 짐이 일찍부터 알고 있었느니라. 그러므로 앞으로 경들은 여기 있는 여봉선, 서영 장군과 함께 황실을 지키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거라. 짐은 능력 있는 자를 사랑하며, 그런 자에게 모든 것을 내어줄 정도로 관대하다. 경들이 공을 쌓으면 쌓을수록 짐은 있는 모든 것을 경들에게 줄 것이다. 알겠느냐?”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폐하!”


양정과 호진은 목숨을 건졌다는 안도감과 감격이 섞인 목소리로 크게 대답했다. 이제 이곳 밖에서 벌벌 떨고 있을 장교들에게 내 모습을 드러낼 차례였다.


“총 35명이라고 했던가?”

“예, 폐하.”


여포의 대답에 난 전각 밖을 나섰다.

과연 수십 명의 장정들이 밧줄로 꽁꽁 묶인 채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들은 내가 나타나자 저마다 신음 섞인 탄성을 짧게 터트렸다.


“너희들에게 묻겠다.”


지금쯤 거친 파도처럼 요동치고 있을 그들의 마음을 달래 줄 때가 왔다.


“짐은 이 나라의 지존이며, 만백성의 어버이다. 그 뜻은 곧 경들의 어버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헌데 어찌하여 경들은 이 나라의 지존인 짐에게 칼을 들이댔는가?”

“···.”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바보가 아닌 이상, 동탁이 죽으면서 제들의 시대도 끝났다는 걸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절망과 절벽 끝에 몰려 있을 때, 바로 그때 뻗어지는 구원의 손길은 그 어느 것보다 강력하다.

난 이들에게 구원의 손길이 될 것이며, 이들은 그 은혜를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그만큼 그들은 이미 수세에 몰려 있다.


“허나, 짐은 결코 너희들을 탓하지 않는다. 어버이가 자식의 죄를 물으며 그것을 죽음으로 갚게 하는 것을 보았느냐? 너희들의 잘못은 이미 동탁으로 끝을 냈다. 더는 내 자식들의 피를 보고 싶지 않구나.”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발언이었는지 장교들의 눈이 반짝였다. 그들은 서로 수군대기까지 하며 적잖은 흥분에 휩싸이고 있었다. 그러자 여포가 창으로 땅을 강하게 내려찍으며 그들의 입을 다물게 만들었다.

다시 숙여해진 분위기 속에 난 부드러운 목소리를 냈다.


“하여 너희들에게 묻겠다. 너희들은 짐의 백성이냐?”

“···예, 폐하.”

“짐의 자식이냐?”

“예, 폐하.”

“하면 짐에게 충정을 다 하고, 나아가 이 천하를 변화시켜 다시금 온 천하를 호령하는 한(漢)을 재건하고 싶으냐?”

“예, 폐하!”


난 여포에게 시선을 돌려 황명을 내렸다.


“이들을 전부 풀어 주어라.”

“···예, 폐하.”


여포는 조금 떨떠름하게 대답하며 병사들에게 눈짓해 장교들을 묶고 있던 밧줄을 끊게 했다.


“이제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거라.”


내 명령에 장교들 전부 제자리에서 일어났다.

무릎을 꿇고 있을 때와, 서 있을 때의 괴리감이 참으로 크다.

역시, 내가 작긴 작구나···.

저들이 만들어낸 그림자에 내 몸 전체가 덮일 정도라니.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내가 저들보다 크다.


“너희들의 대답, 그리고 그 마음. 짐은 충분히 듣고 느꼈다. 앞으로도 영원히 그 마음이 편치 않을 것임을 느꼈다는 것이다. 결코, 다시는 짐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 말거라. 너희들은 나의 자식이요, 이 나라를 부흥하게 할 유능한 인재들이니까. 알겠느냐?”

“예, 폐하!!”


장교들은 큰 목소리로 대답하며 가장 앞에 있는 지휘자의 호령에 따라 모두 바닥에 엎드려 내게 절을 올렸다.


“소인들의 목숨이 다 할 때까지 폐하를 모시겠나이다!”

“충성을 다 하겠습니다, 폐하!”


난 그들 하나하나의 어깨에 손을 올려 주며 말했다.


“믿는다. 짐은 너희들을 믿는다.”


결국 그들 중 한 명이 울음을 터트리면서 다른 이들도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목이 날아갈 줄 알았는데, 목숨을 구제 받았으니 어찌 긴장이 풀리지 않을까.

아마 이들은 다리에 힘이 풀려 제대로 걷지도 못할 것이다.


“여기를 맡기도록 하겠네, 서영 장군.”

“예, 폐하.”


난 서영, 양정, 호진에게 뒤처리를 맡기고 여포와 함께 다시 전각 안으로 들어왔다.

나는 다시 황좌에 앉아 여포의 표정을 슬쩍 살피며 말했다.


“뭔가 못 마땅한 것 같구려. 여봉선 장군.”

“아, 아닙니다. 폐하.”

“그렇소? 아닌 게 아닌 것 같은데···.”

“···.”


여포 딴에는 동탁의 휘하 장수들을 전부 죽이고 자신이 모든 것을 독차지 할 거라 생각한 모양이다. 하지만 여포 하나로 군을 관리한다?

그것만큼 어리석은 짓이 또 어디 있겠는가?

여포는 그저 무력만 강한 장수에 불과하다. 그것이 군의 사기를 최대치로 이끌긴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땐 결코 좋은 장수는 아니다.

서영 같은 지장이 잘 이끌어줘야 더욱 큰 폭발력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여봉선 장군.”

“예, 폐하.”

“너무 섭섭하게 생각지 마시오. 짐이 생각하는 이 나라의 대장군은 바로 여봉선 장군, 경 밖에 없으니까.”


대장군이란 말이 나오자 여포는 언제 그랬냐는 듯 어두웠던 기색을 지우고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역시, 생각 이상으로 단순한 녀석이다.


“그러므로 앞으로 경은 짐의 말대로 하시오. 짐의 명령을 잘만 따른다면 이 세상 누구도 대적할 수 없는 최강의 대장군이 될 것이오. 경은 짐의 말을 믿을 수 있겠소?”

“폐하. 소장은 오로지 폐하의 말씀만 받들며 살 것을 맹세했나이다!”


세상에서 가장 믿지 못할 말이 바로 여포의 맹세다.

삼국지에서 가장 배신 잘하기로 낙인을 찍힌 게 바로 여포이긴 하지만, 왜 그가 배신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곰곰이 생각을 해 봐야 한다.

과연 여포는 다룰 수 없는 놈일까?

이놈 재주만 아니었다면 고민하지 않고 바로 쳐냈겠지만, 지금은 여포의 무력이 필요할 때다.

물론, 진짜 대장군의 자리를 줄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갱생의 여지가 있다면 충분히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지 않겠는가?


작가의말

제가 다른 일도 하고 있어서 매일 연재가 되지 않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사실 매일 연재를 하고 싶긴 한데, 아시다시피 헌제라는 인물이 굉장히 높은 난이도를 요구하는 캐릭터라...고민하고 또 고민해서 쓰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소 연재가 늦을 수 있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하지만 늦는만큼 훌륭한 퀄리티를 자랑하는 글을 내놓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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