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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삼국지 헌제전[獻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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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좋은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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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15 0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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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6.09 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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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제전 27

DUMMY

“표정이 왜 그러시오? 마치 못 들을 걸 들었다는 듯한 표정이구려.”

“그, 그것이···.”


유표는 당혹스러운 얼굴로 말을 더듬었다. 난 씨익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농이오. 농. 형주목에게 농 한번 치기 힘든 것 같소. 저리도 정색을 할 줄이야.”


간이로 만들어진 황좌를 기준으로 양옆에 도열하고 있던 장수들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그에 반해 유표와 그를 따라나선 자들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보이지 않았다.


“그나저나 아무리 농이라도 말이오. 짐은 경이 빈 말이라도 황명을 따르겠다는 말을 할 줄 알았소. 이거, 짐이 형주목의 충심을 의심해야 하는 상황인 건가?”


농담 반, 진담 반섞인 나의 물음에 유표는 얼른 대답했다.


“당치도 않습니다. 소신은 황실에 충성, 또 충성하고 있습니다.”

“하하. 그렇소? 짐이 듣기로 족보를 따져보면 형주목이 우리 황실에 큰 어른이라는 말이 나오던데. 그 말이 참이오?”

“예? 그, 그건···.”

“형주목이 그런 말을 했던 게 아니오? 짐은 형주목 스스로가 황실의 큰 어른은 바로 자기라고 밝혔다는 말을 들었소.”


유표는 날카로워진 내 목소리를 느낀 탓인지, 몸을 움찔거리며 대답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어찌 소신이 그런 불경스러운 생각을 할 수 있단 말입니까.”


목소리까지 떠는 것을 보니, 내가 너무 과하게 몰아붙인 모양이다. 나는 부드럽게 표정을 풀었다.


“황실의 큰 어른인 것이 무슨 잘못이란 말인가? 오히려 짐은 황실의 어른일수록 예를 갖춰 받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


유표는 아무런 말도 못하고 입을 꾹 다물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것이다.

이제 장난은 그만 쳐야겠다.


“형주목 뒤에 있는 자들은 누군가?”


그제야 유표는 정신을 차리고 뒤에 있는 자들에게 눈짓을 보냈다.

유표를 따라나선 사람들은 총 세 명.

그중 유독 눈썹이 길게 추켜올라간 사람이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가 바로 채모였다.


“경이 채덕규인가?”

“예, 폐하.”


채모는 형주의 유력 호족 가문으로 응변이 뛰어나고 두루두루 사람을 사귀어 인맥이 넓었다는 기록이 있다. 그리고 형주 덕분에 채 씨 가문이 크게 번성하면서 나중에는 채주라고 불리는 섬에 채 씨 가문 사람들이 들어가 살게 된다.

형주에서 실질적으로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건 채모라는 것.


“경의 벼슬이 무엇인가?”

“남군태수를 맡고 있습니다.”


채모는 유표의 밑으로 들어간 뒤부터 강하, 남군, 장릉 태수를 역임하고 조조에게 형주가 먹히기 전에는 진남대장군군사라는 직책까지 맡는다.

한 마디로 자기가 올라갈 수 있는 위치는 다 올라가 본다는 것.


“그런가? 짐이 듣기로 채 씨 가문이 형주의 호족들 중에서 가장 위에 있다고 들었소. 형주목보다 더 위세를 떨친다고 들었는데. 이거, 형주목이 허수아비처럼 휘둘리는 건 아닌지 모르겠소. 짐도 그런 경험이 있어서 그 맘을 잘 알지.”


둘의 표정이 참 볼만 했다.

유표는 이마에 핏줄이 곤두설 정도로 흥분한 모습이었는데, 내게 화를 내기 보다는 자괴감이 드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채모는 나와 유표 사이에 껴서 새우등이 터지는 듯한 모습이었다.

나도 유표처럼 비슷한 상황을 겪어봤다고 얘기를 했으니, 채모로써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때 동탁 아래서 허수아비 노릇을 하지 않았던가.

지금 유표가 딱 그 짝이라고 내가 비꼰 것이었다.

바보가 아닌 이상, 저 둘은 내가 한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들었을 터.


“잡소리는 여기까지 하겠소. 헌데 짐을 언제까지 여기다 묶어 둘 생각이오? 슬슬 양양성으로 들어가야 하지 않겠소?”

“아. 예, 폐하.”


유표와 채모는 살짝 멍한 얼굴로 대답했다. 그러자 그 멍청한 얼굴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인지, 여포가 엄하게 호통을 쳤다.


“뭐하느냐! 어서 앞장서서 폐하를 모시지 않고!”


그래도 유표가 형주목인데, 여포는 위아래를 구분하지 못하는 건가.

아니면 구분할 생각이 없는 건가.

아무튼, 방금 건 나쁘지 않았다.

그 목소리에 놀란 유표와 채모가 후다닥 뛰어가고 있으니 말이다.

나는 다시 마차 위에 올라 편안한 자세로 양양성까지 행차를 이어 갔다.



* * *



“듣던 대로 역시, 풍족한 땅이오. 형주목이 이 땅을 아주 잘 다스린 것 같소.”

“황공하옵니다. 폐하.”


유표를 비롯해 양양에 있는 모든 관리들이 전각에 모여 나를 맞이했다.

그들은 나와 함께 형주로 온 장수들을 두려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무력시위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10만 병력을 전부 양양성 안으로 들인 다음, 전각 바깥을 지키도록 했다.

수천도 아니고 수만 명의 병사들이 사방에 깔렸으니, 어찌 두려움을 품지 않을 수 있을까.

겉으로 말하진 않았으나, 조금이라도 수틀리면 여기 있는 모두를 죽일 수도 있다는 엄포를 내놓은 것이었다.


“형주목. 그리고 채 장군.”

“예, 폐하.”

“형주에 있는 군사력이 어느 정도 되오?”


갑작스런 내 물음에 두 사람은 빨리 대답하지 못했다.

유표가 우물쭈물 거리며 뭔가를 말하려고 할 때, 내가 얼른 입을 열었다.


“당장 양양에서 모을 수 있는 군사 수가 3만이라고 알고 있소. 하지만 형주는 가능성이 무한한 곳이지. 충분히 군력을 쌓는다면 10만 병력도 어렵지 않을 터. 그렇지 않소?”

“아···. 예. 그렇습니다.”

“형주가 이토록 풍족하고 사예주보다 훨씬 큰 영향력을 지니게 되었으니, 짐이 거하고 있는 관중이 실로 보잘 것 없는 곳이 되어 버렸소. 그렇게 생각하지 않소?”

“그건···.”


나는 저 둘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고 몰아치듯이 말을 뱉었다.


“그래도 짐이 이 나라의 황제이거늘, 어찌 그런 초라한 모습으로 권위를 바로 세울 수 있겠는가? 하여 형주목과 채 장군에게 명할 것이 있소.”


부탁이 아니라 ‘명’이라고 했다.

거부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하, 하명하십시오.”


유표는 불안감 어린 목소리로 내게 물었고, 난 싱긋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형주목이 짐에게 바치고 있는 조공이 어느 정도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소. 또한 3만의 병력 중 2만을 황실군으로 편입시켜 황실의 위엄을 보여 주어야겠소.”

“폐, 폐하!”


채모와 유표가 동시에 나를 부르며 감히 얼굴을 높이 들었다.

난 그들을 차갑게 식은 눈으로 내려다보았다.


“왜 그러시오?”


유표가 뭐라 말을 꺼내기도 전에 시립해 있던 서영이 호랑이 얼굴로 고성을 질렀다.


“이놈!! 감히 폐하께 고개를 들다니. 네놈이 제정신이냐!!”

“소, 송구합니다! 하지만 갑작스레 2만의 병력을 데려가시면 이 땅을 누가 지킨단 말입니까?”

“음? 그게 무슨 소리요. 짐의 땅을 감히 누가 침범한단 말인가?”


할 말을 잃었다는 표정이다.

황실의 권위가 땅에 떨어지고, 군웅할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독자적인 세력들이 늘어난 건 사실이다. 하지만 동탁이 죽고 나서부터 그 흐름이 바뀌지 않았던가.

더군다나 내가 서량군 10만을 흡수하면서 모두 내 눈치만 보고 있는 실정이다.

과연 나의 다음 행보는 무엇이며, 누가 먼저 움직일 것인가··· 하는 눈치 게임.

그리고 서로의 눈치만 보며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는 제후들을 가만히 지켜보다 한 명씩 다가가 찌르는 건 바로 나의 몫이었다.

누가 어떤 방법을 쓰든, 결국 명분으로나 힘으로나 내가 이길 수밖에 없는 게임이라는 것.


“폐하. 황건적의 잔당들이 아직 도처에 남아 있습니다. 또한 원술을 비롯해 여러 제후들이 호시탐탐 형주를 노리고 있는 실정입니다. 어찌 그들을 소신 혼자 막아낼 수 있단 말입니까?”


나는 눈을 부라리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건 또 무슨 소리요? 누가 감히 짐의 명령도 없이 군을 독자적으로 움직여 형주를 침범한단 말인가! 그것은 명백한 반역이다! 짐이 그것을 묵과할 것 같으냐?”

“폐, 폐하···.”

“형주목은 들으라. 짐의 명령 없이 경은 군을 움직일 것이냐? 채 장군. 경도 그럴 것인가?”

“그렇지 않사옵니다!”

“그런데! 경들도 움직이지 않는 판국에 감히 누가 짐의 의지를 무시하고 군을 움직일 수 있단 말이냐? 만일 그런 놈이 있다면 기필코 그 역적 놈의 목을 벨 것이다. 짐이 친히 동탁의 목을 찔렀던 것처럼!”


이 정도까지 말했으면 저 둘도 더는 반대 의견을 내놓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정치란 자고로 하나를 받으면, 하나를 주는 것이 아니던가?

물론, 채모가 아닌 유표에게만 해당하는 것이겠지만.

유표의 힘을 가져갔으니, 난 유표에게 다른 힘을 줄 작정이다.


“채 장군.”

“예, 폐하.”


그것도 유표의 입이 찢어질 정도로 반가운 힘을 말이다.


“경은 짐과 함께 장안으로 갈 채비를 하시오.”

“···예?”

“짐의 말을 못 들었소? 경은 이제 장안에서 짐을 섬겨야 할 것이오. 경의 수완 능력을 짐은 높이 평가하는 바. 그에 합당한 직책을 내려, 짐의 곁에 둘 작정이오.”


난 말을 마치고 유표와 채모의 표정을 번갈아 살펴보았다.

과연 유표는 씰룩이는 입술을 가까스로 감추고 있었으며, 그에 반해 채모는 똥이라도 씹은 표정으로 온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유표. 이 정도면 좋은 선물이 되겠냐?


작가의말

에고고. 글이 좀 늦었네요

죄송합니다.
그리고 재밌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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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헌제전 32 +10 18.06.27 5,205 155 13쪽
32 헌제전 31 +17 18.06.24 5,252 157 12쪽
31 헌제전 30 +13 18.06.23 5,508 174 11쪽
30 헌제전 29 +17 18.06.20 5,542 169 12쪽
29 헌제전 28 +15 18.06.12 6,156 167 9쪽
» 헌제전 27 +13 18.06.09 5,910 165 10쪽
27 헌제전 26 +7 18.06.07 5,959 169 8쪽
26 헌제전 25 +6 18.06.06 5,870 165 8쪽
25 헌제전 24 +12 18.06.05 5,915 168 13쪽
24 헌제전 23 +8 18.06.02 6,176 158 8쪽
23 헌제전 22 +7 18.06.01 6,030 156 8쪽
22 헌제전 21 +10 18.06.01 6,131 140 8쪽
21 헌제전 20 +8 18.05.31 6,323 168 10쪽
20 헌제전 19 +8 18.05.29 6,348 171 8쪽
19 헌제전 18 +17 18.05.15 7,127 189 10쪽
18 헌제전 17 +10 18.05.12 7,054 177 9쪽
17 헌제전 16 +8 18.05.07 7,359 189 8쪽
16 헌제전 15 +9 18.05.04 7,569 208 11쪽
15 헌제전 14 +15 18.05.01 7,559 23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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