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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삼국지 헌제전[獻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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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15 0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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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제전 32

DUMMY

‘내가 천하를 버릴 지언정, 천하가 나를 버리지 못한다!’


조조의 명대사를 말하라고 하면 대부분 저 대사를 뽑을 것이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난 이 대사를 조조에게 이렇게 돌려 주고 싶다.


‘내가 조조를 버릴 지언정, 조조가 날 버리진 못한다.’


난 전각에 단둘이 남게 된 조조를 내려다보며 운을 뗐다.


“짐이 왜 경을 남게 했는지 아시오?”


조조는 조용히 고개를 숙여 대답했다.


“송구하오나, 잘 모르겠습니다. 폐하.”


조조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는 것이 보인다.

그는 지금쯤 내가 무슨 연유로 이곳에 남게 했는지 여러 계산을 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작부터 저놈을 가둬 놓을 순 없지 않은가.

난 아주 단순한 이유로 조조를 옭아매기 시작했다.


“별 뜻은 없소. 그저 경과 이야기를 나누면 더 좋은 계책이 나올 것 같아서 말이지.”


조조와 책략을 나눈다는 건 그냥 연막에 불과하다. 그는 조금 위화감을 느꼈는지 얼른 몸을 뺴려고 했다.


“폐하. 소신은 그리 명석한 사람이 아닙니다. 차라리 신료들을 다시 불러 모아 정식으로 논의를 하심이 어떻습니까?”


천하의 조조가 이런 식으로 나오면 곤란하지.

나는 이렇게 그를 놓아 줄 생각이 없다.


“짐이 듣기로, 경은 생각하는 바가 실로 깊어 항상 몇 수 앞을 바라본다고 들었소. 헌데 이리도 짐의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무슨 연유라도 있는 것이오? 혹, 겸양을 떠는 것이라면 그쯤 하면 됐소.”


조조는 난색을 표하며 다시 말했다.


“소신은 그런 뜻이 아니오라 조금 더 치밀한 책략을 세우기 위해서는···.”

“조공.”


내가 말을 중간에 끊으며 목소리를 낮추자, 조조는 더욱 허리를 숙여 대답했다.


“예, 폐하.”

“경은 혹시 짐을 깔보고 있는 것이오?”


내 말에 조조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얼른 대꾸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소신이 어찌 감히 그런 생각을 품을 수 있겠나이까?”

“뭐,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이지 않소. 짐의 나이가 아직 어리니 말이오. 누구라도 업신여길 만하지 않소?”

“천부당만부당한 말씀이옵니다. 감히 누가 폐하를 그리 생각할 수 있단 말입니까?”

“그러면 그쯤에서 해 둡시다. 경과 기싸움을 하는 것도 지겨우니까.”


조조는 뭐라 대꾸를 하지 못하며 입을 꾹 다물었다.

나는 어느 정도 시간을 가지며 고요한 침묵의 시간을 가졌다. 조조의 긴장감이 극도로 올라갈 수 있도록.


“이제 짐의 생각을 말해 주겠소.”


내가 살며시 운을 떼자, 조조는 안도의 한숨이 섞인 채 대답했다.


“예, 폐하.”


이제 이놈을 홀로 남게 한 이유를 말해 줄 때다.


“짐은 이번 황건적과의 전투를 경에게 맡길 생각이오.”

“···예?”


조조는 감히 황제 앞에서 반문을 했다는 걸 깨닫고는 넙죽 바닥에 엎드렸다.


“소, 송구합니다. 소신이 감히···.”

“하하. 괜찮소. 그게 그렇게나 놀랄 일이란 말이오? 짐은 능력 있는 자를 항상 대우하며 신분을 막론하고 직책을 내리고 있소. 경의 능력이 출중하니, 어찌 짐이 경을 의지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 하오나 갑자기 소신이 황군을 맡게 되면 주변에서 반발이 심하지 않겠습니까?”


이놈. 슬쩍 나를 떠 보고 있다.

내가 얼마나 황군을 잘 장악하고 있는지 궁금하다는 건가?


“그건 걱정하지 마시오. 짐의 명령이라면 감히 누구도 거스를 수 없을 테니까. 황명이 내려지면 짐의 장수들은 모두 경을 따라 전장에 나설 것이오.”


조조는 멍한 얼굴로 내게 물었다.


“하옵시면 폐하께서는 정녕 소신에게···.”

“그렇소. 짐은 10만의 황군을 경에게 맡길 생각이오. 짐이 경을 믿어도 괜찮겠소?”


조조라면 이 제안을 절대 거부하지 못할 것이다.

내 말을 거부하는 즉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상상도 못할 테니까.


“···알겠습니다, 폐하.”

“하하. 시원해서 좋구려. 경도 알다시피 짐이 나이가 어려 경험이 많이 부족하오 하여 경의 뛰어난 통솔력을 보고 배울 생각이니, 부디 최선을 다 해 주길 바라오.”

“예, 폐하.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내가 가진 10만의 황군을 이끌게 되는 조조라.

조조가 왜 내 제안을 받아들였겠는가?

몰상식하게 내 군사를 빼앗아 세력을 일구고자 하는 건 절대 아니다.

내 군사를 가졌다고 해서 그들을 마음대로 통솔해 황제인 나를 조조가 공격할 수 있겠는가? 그건 하늘이 뒤집어져도 불가능한 일이다.

조조가 함께 통솔해야 할 수많은 장수들이 그걸 묵과할 리도 없고, 나의 황군이 조조의 명령을 가만히 따르지도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유는 간단하다.

단순히 후환이 두렵기 때문일 터.

조조는 그동안 내가 벌여온 행적에 대해 알고 있을 것이다.

그는 철저하게 상황을 계산하며 스스로를 위한 이득을 취해 온 인물이지 않던가.

그런 그가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예측할 수 없는 상대를 만나게 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땐 이도저도 못하고 끌려 다니는 수밖에 없다.

모든 것을 파악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지금이 바로 딱 그짝이다.


“짐은 처음부터 황건적과 싸울 맘이 없소 그들이 떼를 지어 여러 마을을 불태운 건 큰 잘못이지만, 그들이 봉기한 이유는 결국 이 나라가 이 모양 이 꼴로 돌아갔기 때문이오. 어찌 짐이 그들에게 형벌만을 내릴 수 있겠는가?”


조조는 빠르게 감정을 추스르며 내게 되물었다.


“하옵시면 폐하께서는 어찌 하실 요량이십니까?”


금방 냉정함을 찾는다고 하더니, 과연 그렇다.


“일단 그들에게 자비를 베풀어야겠지. 허나 그들이 끝까지 대항을 하고자 한다면 짐은 기필코 그들을 징벌할 것이오. 하지만···.”


내가 말을 흐리자, 조조는 몸을 조금 앞으로 기울어 내 다음 말에 집중했다.


“황건적이 짐의 말대로 항복을 할 거라고 보진 않소. 그러나 분명히 그 안에서 소요가 일어날 것이오. 경도 알다시피 짐은 이미 온 천하에 있는 만백성에게 신임을 사고 있소. 필시 황건적 안에서도 짐을 신뢰하는 백성들이 있을 터. 그들은 분명 짐을 위해 목소리를 낼 것이오.”

“그 말씀은··· 내분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겁니까?”

“바로 그것이오. 짐이 노리는 것 또한 그것인즉. 경은 그 기회를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오.”


조조는 복잡한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물었다.


“기회라고 하옵시면, 어떤 것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경이라면 금방 눈치를 챌 거라고 생각했는데. 뭐, 짐의 말재주가 부족했겠지.”

“그런 것이 아니오라···.”


조조 이놈은 또 정색을 하며 부정했다.

살짝 찔러 본 건데 저렇게 민감하게 반응을 하다니.


“황건적이 백성들을 위해 봉기했다고는 하나, 결국 제의 출세를 위해 그리 한 것일 뿐. 그들은 내부의 소리를 전부 무시하고 강압적으로 움직이려 하겠지. 이미 그때부터 그들은 자멸을 꾀한 것이나 다름없소. 그러니까 경은 그들의 뿌리가 흔들리고 있을 때를 노려 맹공격을 펼치시오.”

“항복하는 자들을 살려 주시는 게 아니었습니까?”

“짐이 말하지 않았소? 그들은 절대 항복을 하지 않을 것이오. 물론, 황건적 곁을 빠져 나와 짐에게 항복하려 하는 자들이 있겠지. 하지만 그들이 우리 쪽으로 당도하기 전에 경은 총공격을 시작하여 최대한 많은 적을 물리치도록 하시오.”


조조는 몸을 미세하게 떨며 말했다.


“선량한 백성들이 섞여 있을 수도 있습니다. 또한 폐하께 항복을 하려는 자들이 있을 수도 있는···.”

“조조.”


내가 차가운 음성으로 대뜸 이름을 부르자, 조조는 바짝 몸을 세우며 목소리를 떨었다.


“예. 폐, 폐하.”

“짐이 그거 하나 몰라서 너에게 그와 같은 명령을 내리고 있겠느냐?”

“폐, 폐하···.”

“전쟁이란 그런 것이다. 짐은 그들에게 자비를 베풀 것이나, 그 전에 먼저 짐은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 그런 다음 다시 손을 뻗게 되면 그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겠느냐?”

“···.”


아무런 대답이 없다.

조금 충격을 받은 걸까?


“그들은 크게 패배를 하고 나서야 정신을 차리게 될 터. 그동안 쌓아 놓은 승세가 전부 사라졌으니, 현실을 직시하게 될 것이다. 그때 짐이 다시 손을 뻗는다면 그들은 득달 같이 달려와 짐에게 무릎을 꿇게 될 터. 짐의 말이 틀리더냐?”

“지,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나는 당혹스러워 하는 조조의 얼굴을 보고 터져나오려는 웃음을 간신히 참았다.

내가 왜 이런 방법을 쓰겠는가? 이건 내 머리에서 나온 게 아니다.

삼국지를 보면 조조가 바로 저 방법으로 황건적을 물리친다. 처음에는 회초리를 들었다가 다음에는 당근을 꺼내 황건적을 꼬드긴 것이다.

난 그걸 똑같이 행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게 가장 효율이 높은 방법이니까.

폭군과도 같은 차가운 음성을 풀고, 난 다시 부드러운 목소리를 내는 어린 황제로 돌아갔다.


“조공.”

“예. 폐, 폐하.”


하지만 조조는 아직 폭군의 음성이 잊혀지지 않는 모양이다.


“그만 물러가 보시오. 경도 짐의 말을 잘 알아들었을 테니.”

“···예, 폐하.”


그는 어안이 벙벙한 듯 잠깐 멍하니 써 있다 내 명령에 따라 크게 절을 올린 다음 천천히 전각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이럴 때 또 찔러 주지 않으면 섭섭하지 않겠는가?

나는 지나가는 말로 그에게 말했다.


“경에게 유능한 책사 둘이 있다고 들었소. 그게 아마 순문약과 진공대라고 했던가.”


조조는 몸을 움찔거리며 조용히 대답했다.


“그렇사옵니다.”


대답을 하는 그의 음성에 불안감이 흠씬 묻어나온다.

이번에는 내가 무슨 꿍꿍이인지 알아내기 위해 머리를 복잡하게 굴리는 것이다.


“다음에 그들도 한번 봐야겠군. 그들의 도움을 받아 이 무너지고 있는 천하를 잘 평정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소? 그렇지 않아도 인재가 부족한 이때에 말이오.”

“···예, 폐하.”

“짐이 너무 오래 붙잡아 두었구려. 얼른 돌아가 준비를 하시오.”

“망극하옵니다, 폐하.”


조조는 께름칙한 표정을 지우지 못한 채 전각 밖으로 나섰다.

나는 오랜만에 황좌에서 다리를 꼬아 앉아 사라지는 조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아마 저놈은 모르겠지만, 이미 내가 펼쳐 놓은 올가미에 걸려들었다.



* * *



순문약은 곧 순욱을 뜻하며, 진공대는 곧 진궁을 뜻한다.

진궁이 누구인가?

본래 역사를 따르자면 조조, 장막, 그리고 여포를 섬긴 책사다.

지금은 아직 조조를 따르고 있을 시기.

연주 구원전 때, 진궁이 포신과 잘 입을 맞춰 조조를 연주목으로 추대하는 지대한 공을 세웠다. 하지만 진궁은 조조에게 있는 간악한 마음을 알아차리고 그를 떠나 장막에게 붙는다. 그러다 나중에는 여포의 밑으로 들어가 조조를 공격하게 하는데, 여포가 진궁의 말을 따르지 않아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된다.


천하의 흐름을 잘 파악하고 있는 사람으로써, 진궁의 재능은 쓸 만하다고 볼 수 있다. 지략적인 면이 뛰어난 인물이니, 내가 어찌 그를 쓰지 않겠는가.

거기다가 순욱은 진궁보다 훨씬 더 뛰어난 인물이다.

훗날 내정의 달인이라고 불릴 만큼 그는 정치적인 능력이 매우 뛰어나 조조의 뒤를 든든하게 지켜 준다.

운 좋게도 그는 한황실에도 지극한 충심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라, 분명 내가 손을 뻗으면 잡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내가 할 일은 정해져 있지 않겠는가?

천천히 조조를 옭아매고, 그를 나의 것으로 완전히 귀속시켜 버린다.

역사를 보면 조조가 유비를 옭아매어 자신의 울타리에 가둬 놓은 기록이 있는데, 마치 그것처럼 나도 조조를 내 울타리 안에 가둬 놓을 생각이다.

유비는 그 울타리에서 가까스로 탈출하게 되지만, 과연 조조는 그게 가능할까?

다른 사람도 아닌, 나의 울타리에서?


치세에는 능신, 난세에는 간웅이라는 말이 있다.

이건 바로 조조를 빗대어 하는 후세인들의 평가다.

즉, 천하가 태평하면 조조만 한 인재가 없다는 뜻이고, 난세에는 천하를 뒤흔들 간웅이라는 것.

황권이 굳건하게 서고 있는 이 때에, 과연 조조는 능신의 길을 걸을 것인가. 아니면 간웅의 길을 걸으려 할 것인가.

솔직히 그의 선택은 나에게 중요하지 않다.

내가 강제로 그를 능신으로 만들어 영원히 나의 노예처럼 부려 먹을 테니까.

그는 내가 묶어 놓은 목줄에서 절대 탈출 할 수 없을 것이다.

이건 마치 조조가 내 애완견이 된 기분이다.

물론, 시작부터 애완견을 시키겠다고 하면 어떻게서든 도망치려 하지 않겠는가?

처음 시작은 미끼를 던져 주며 스스로 목줄 안에 들어오게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짐승을 다루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작가의말

천하의 조조를 마구 휘두르는 재미가 쏠쏠 하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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