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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삼국지 헌제전[獻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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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좋은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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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15 0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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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제전 37

DUMMY

“언제까지 출정을 미룰 생각이오, 총대장?”


거만한 목소리로 장내를 차갑게 만든 것은 여포였다.

상석에 앉아 있던 조조는 슬쩍 그를 노려보았다.


“아직은 때가 아니오.”

“하하. 때가 아니다? 혹 총대장은 황건적이 무서운 것이오?”


힘만 세고 머리에는 든 것도 없는 놈이 바로 저 여포가 아닐까.

조조는 짧게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그럴 리가 있겠소? 본인은 그저 때를 기다릴 뿐이오.”

“그 잘난 때를 기다리다가는 강산이 다 변하겠소이다. 그렇지 않소?”


여포가 시선을 돌려 좌우에 있는 장수들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여포를 따르는 부장들이 입을 모았다.


“여 장군의 말씀이 옳습니다. 언제까지 황건적이 날뛰는 것을 바라만 보고 있을 겁니까?”

“임성국까지 왔는데도 황건적을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으니, 황군의 위엄이 땅에 떨어질까 염려됩니다.”


구구절절 옳은 말이다.


“아무래도 총대장께서는 황건적과 맞서 싸우기가 두려우신가 봅니다.”


그런데 저 여포는 둘째 치고 그나마 제일 생각이 박혀 있는 서영까지 나서서 도발적인 언사를 내뱉고 있었다.


‘뭔가 이상하다.’


조조는 이들 사이에서 풍겨오는 이질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갑자기 저들이 싸움을 재촉하는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조조가 그렇게 오랫동안 임성국에 머무른 것도 아니다. 이제 겨우 일주일이 지났을 뿐인데도 저렇게 서두르라고 압박을 주다니.


“폐하께서는 본인에게 모든 군권을 맡기셨소. 그분께서는 황건적이 스스로 무너지기를 기다리라는 말씀을 하셨음을 제장들도 모르지 않을 터. 어찌 그리 서두른단 말이오?”

“나는 그런 폐하의 말씀을 들은 적이 없소. 혹, 총대장은 지금 우리를 속이기 위해 말을 지어내는 것이 아니오?”


쾅-!


여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누군가가 상을 강하게 내려쳤다. 그리고 걸걸한 목소리가 장내에 울려 퍼진다.


“무례하다! 지금 이분은 황군을 지휘하는 총대장이시거늘, 어찌 네놈들이 감히 이분께 그런 말을 지껄일 수가 있느냐!”


조조의 휘하 장수인 하후돈의 격정 높은 음성에 여포가 인상을 팍 구겼다.


“뭐야!? 지금 너는 누구 앞에서 목청을 높이고 있는지 알고 있는 것이냐! 나는 이 나라의 좌장군 여봉선이다! 그에 반해 제대로 된 직책조차 없는 놈이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건방지게 입을 나불대는 것인가!”


굉장한 여포의 목울대와 더불어 솟구치는 살기에 하후돈은 자기도 모르게 몸을 움찔거렸다. 그 광경에 조조는 혀를 짧게 차며 생각했다.


‘역시, 여포는 여포라는 건가. 듣던 대로 사나운 기세를 지녔구나.’


하후돈의 실력도 만만치 않을 거라 생각했건만, 최고의 무력을 자랑하는 여포 앞에서는 한참 부족할 뿐이다. 하지만 잠깐 주춤거리던 하후돈은 이내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게 직책을 따지시는 분이 총대장께는 그런 무례함을 보인단 말이오? 그럼, 나도 위아래를 따질 필요가 없겠군!”

“이놈!!”


얼굴이 시뻘겋게 변할 정도로 흥분한 여포가 허리춤에서 검을 뽑으려했다. 그 살벌한 분위기를 중재한 것은 다름 아닌 서영이었다.

그는 반쯤 검을 꺼내든 여포의 손을 잡고 낮은 음성으로 말했다.


“거기까지 하시오, 여 장군.”

“하지만 서 장군! 저놈이 감히 우리를 무시하고 있지 않소!”


서영은 눈을 번뜩이며 여포에게 다시 한번 말했다.


“그러니까 그만 하라고 말하는 게 아니오, 여 장군. 폐하께서 이런 장군의 모습을 보면 아주 실망할 것이오.”


여포의 약점을 서영은 잘 알고 있었다. 아니. 여기 있는 누구라도 황제의 말이라면 죽는 시늉이라도 해야 할 판이지 않은가.

여포는 끙 신음을 터트리며 신경질적으로 칼을 집어넣었다.


“운 좋은 줄 알아라.”


살기 넘치는 여포의 으르렁거림에 조조도 절로 몸이 떨릴 정도였다. 과연 황제 곁에는 호랑이 같은 장수들만 있다는 말이 참으로 옳다.

저 통제 불능으로 보이는 여포를 서영이 진정시키는 것도 신기했지만, 이 가지각색인 장수들을 거느리며 그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황제가 더 대단하게 보이는 스스로가 비참하게 느껴졌다.


여포가 진정되자 이번에는 서영이 도끼눈을 뜨며 하후돈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자네 이름이 뭔가?”


심상찮은 분위기 속에 하후돈은 조심스레 입을 열어 대답했다. 하지만 여포에게 말했던 것처럼 무례하게 말하진 않았다.


“소장의 이름은···.”


쩌억-!


하후돈이 이름을 다 말하기도 전에 서영이 가마솥만 한 손바닥으로 상대의 안면을 날려버렸다. 눈살이 절로 찌푸려질 정도의 소리가 터지면서 모두 눈을 크게 뜨며 서영과 하후돈을 번갈아 쳐다볼 뿐이었다.


“네 이름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세상이 다 빙빙 돌 정도로 강한 충격이었으나, 하후돈은 간신히 균형을 잡은 채 제자리에서 꾹 버텼다. 그리고 다시 입을 열려는 찰나.


“저는···.”

쩌억-!


서영의 손바닥이 또 한 번 거침없이 하후돈의 뺨을 강타했다. 결국 참다못한 조조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게 무슨 짓이오!”


서영은 조조의 노성을 무시하며 차갑게 식은 눈으로 하후돈을 내려다보았다.


“군법으로 다스린다면 네놈은 즉각 처형이다. 그러니 이정도로 끝내 주는 것을 감사하게 여겨야 할 것이다. 그리고 또 한번 이런 일이 생긴다면 그땐 결코 용서치 않겠다. 오늘은 내 총대장의 얼굴을 봐서 참는 것이다.”


서영의 일갈에 조조와 하후돈은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여포를 비롯한 제장들도 꽤 놀랐는지 밖을 나가는 서영의 뒤를 엉거주춤 따랐다.


“괜찮으냐?”

“송구합니다, 주공.”


조조는 하후돈의 등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지금은 참고 또 참아라. 언젠가 저들에게 되갚아 줄 기회가 생길 것이니.”


하후돈과 더불어 조조와 함께 있던 장수들 모두 눈빛을 반짝였다. 그들도 이와 같은 수모를 결코 잊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불타는 의지와는 다르게 조조는 속이 착잡했다.

여포에 이어 서영까지 저런 거친 반응을 보일 줄이야. 이건 마치 저들 모두 작당하고 조조를 괴롭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던가.

그렇다면 저들이 왜 갑자기 저런 행동을 보이는 것일까.

단순히 조조가 총대장이 되었다는 것에 대한 질투심 때문일까?

하지만 저들은 황제를 두려워하고 있다. 그리고 그 황제가 직접 이렇게 명령을 내리기까지 했다. 총대장의 명령을 따르라고.

황제의 말은 그 어떤 것보다 무겁다. 저들이 그것을 모르지 않을 터. 그런데 저렇게 삐딱한 자세로 나온다?


조조는 자꾸만 이것이 누군가의 의도된 장난질이라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누굴까. 누가 이런 분탕질을 벌이는 것일까.

아니. 굳이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추측되는 사람은 단 한 명밖에 없지 않은가.

진궁과 순욱을 인질로 잡아두고 조조 자신을 이곳까지 보낸 사람. 그래도 조금의 인정은 있었는지, 장수들까지 진류에 강제로 남겨 두진 않았다.

하지만 이건 마치 손은 있는데 다리가 없는 셈이다.

머리를 쓸 줄 아는 사람이 있어야 같이 논의를 할 터인데, 여기는 칼만 쓸 줄 아는 자들이 태반이지 않던가.

추후의 일을 거론할 수도 없으니 조조로써는 참으로 답답할 노릇이었다.


“여기까지 보내고서도 흔들어 놓을 셈인가?”


조조는 쓰디쓴 음성으로 중얼거리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 * *



지금쯤이면 슬슬 장수들이 조조를 압박하고 있을 것이다.

설마 내가 아무런 장치도 없이 조조에게 황군을 맡겼을까?

나는 장수들에게 한 가지 명령을 내려 둔 상태였다.


‘조조가 공격을 하기 위해 앞으로 나가거든, 너희들은 뒤로 물러나라. 그리고 조조가 뒤에 머무르려 하면 너희들은 그를 재촉해 앞으로 나서게 하라.’


쉽게 말해서 조조가 이도저도 하지 못하게 묶어 두라는 뜻이다.

어차피 황건적이 먼저 조조를 공격할 일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조조도 장수들의 견제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되면 결국 임성국에 대기할 수밖에 없다.

뭐, 조조가 역정을 내며 장수들과 정면으로 싸우게 될 경우, 그는 그날로 죽은 목숨이다.

어차피 결정적인 순간이 오면 황군은 절대 조조의 말을 듣지 않는다. 들어도 서영의 말을 듣게 되겠지.


즉, 이것은 내가 조조에게 던져 준 하나의 게임이다.

과연 조조는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인가?

이대로 싸울 것인가, 아니면 타협을 할 것인가.

아니면 내가 예상하지 못할 방법으로 이 수렁을 빠져 나갈 것인가?


“진공.”

“예, 폐하.”


나는 연주자사 유대가 바친 보검을 고급스러운 비단으로 천천히 닦아내며 고개를 숙이고 있는 진궁을 불렀다.

조금 텀을 두고 불렀으니, 분명 순욱에게 들은 말이 있을 것이다. 난 그를 슬쩍 떠 보듯이 운을 뗐다.


“순문약에게서 말이오. 짐이 아주 재미난 이야기를 들었다오.”

진궁은 살짝 몸을 움찔거렸지만, 이내 침착한 목소리로 내게 되물었다.


“그것이 무엇입니까?”


모른 척을 하겠다는 건가.

하긴. 그러는 편이 내게는 더 편할 것이다.


“순문약이 그랬지. 동군 태수는 마침내 이 나라를 멸망시키는 천하의 간웅이 될 것이라고.”

“그··· 랬습니까?”

“아. 오해는 하지 마시오. 짐이 끝까지 허수아비 황제로 남는다는 전제로 시작했던 순문약 개인의 상상일 뿐이니까.”


아까 순욱이 내게 조조에 대한 평가를 남겼을 땐, 그는 내가 여전히 허수아비 황제로 남았을 때를 가정해서 한 말이었다.

그러니까 만약에 내가 아직도 동탁의 손에 붙잡혀 있는 채로 살았다면, 조조가 마침내 최후의 승리자가 되었을 것이라는 평가를 내린 것이다.


“진공은 이번 인선에 대해 어찌 생각하시오?”

“인선이라 하옵시면···.”

“왜 짐이 경과 순문약을 이곳에 남겨두고 동군 태수를 출진시켰는지, 그 이유를 아느냐고 묻는 것이오.”

“그것은···.”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이 아니다.

어떤 대답을 내놓든 충분히 꼬투리가 잡힐 수 있는 물음이지 않던가.

솔직히 진궁의 답변을 기대하고 던진 질문이 아니다. 이 물음의 의도는 전혀 다른 곳에 있었다.


“호청아.”

“예, 폐하.”


항상 나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어떤 때에도 내 곁을 떠나지 않는 사람은 호청이 유일하다. 내가 이놈을 옆에 끼고 다니는 이유는 단순히 무예 실력 때문이 아니다.


“넌 어떻게 생각하느냐? 동군 태수를 임성국에 보낸 짐의 선택이?”


호청은 멀찍이 서 있는 진궁을 흘깃 바라보다 이내 대답했다.


“폐하의 장난이 좀 과하신 듯합니다.”


호청의 대답을 들은 진궁의 눈이 번쩍 뜨였다. 황제에게 저런 무례한 언사를 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세상 어디에 있겠는가. 하지만 나는 진궁이 의도하는 것과 전혀 다른 반응을 보여 주었다.


“하하하-! 이래서 짐이 널 옆에 두고 있는 것이다.”


나는 검을 닦던 손을 멈추고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자 진궁은 방금 전보다 훨씬 더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어떻소, 진공. 호청은 짐의 장난이 과하다고 하는데. 경이 생각하기에도 그렇소?”


진궁은 어찌 대답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

내가 호청을 옆에 두고 있는 것이 바로 저런 성격 때문이다.

이놈은 간이 배 밖으로 튀어 나온 것인지, 당최 두려움이라는 게 없다. 즉,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은 하고야 마는 성격이라는 것이다.


이놈이 만약에 문관이었다면 두 번 보지도 않고 목을 베었겠지만, 내 호위무사라는 신분 때문에 목숨을 유지하는 것이다.

어차피 공석에서는 아무런 발언권도 가질 수 없는 위치이지 않던가?

오로지 사사로운 자리에서만, 그것도 내가 물음을 던질 때에만 대답을 할 수 있다.

다른 문관들처럼 아무 때나 혀를 나불댈 수 있는 위치가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가시방석에 앉은 듯이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진궁에게 슬쩍 말을 던졌다.


“진공. 이 검을 보시오.”


그 말에 진궁은 조심스레 고개를 들었다.


“연주 자사 유대가 이번에 내게 바친 보검이라오. 이 영롱한 자태가 참으로 아름답지 않소? 허나 이 칼의 날카로움은 실로 닿기도 전에 베일 것만 같다오.”

“예. 실로 보검이라 불릴 만합니다.”

“하하. 뭐, 진공도 그렇고 짐도 그렇고. 어차피 우리는 칼 하나 제대로 쓰지 못하는 작자들이지 않소? 그리고 짐의 키보다 더 큰 이런 검을 써서 뭐하겠소? 허나···.”


난 바닥에 내려앉는 아주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우리는 이 머리로, 또 이 혀로 능히 수만의 사람을 죽일 수 있는 힘을 지녔소. 무관은 칼을 휘두르나, 우리는 그 칼을 휘두르게 만드는 자들이지. 그리고 결국 가장 위에 서는 사람은 칼을 잘 휘두르는 사람이 아니라, 휘두르게 만드는 사람이라 생각하오.”

“그 말씀은···.”

“이 칼이 아름답기는 하나, 이 칼에 죽을 적들은 끔찍하게 보이겠지. 하지만 짐은 이 칼에 쓰러질 이들에게 결코 동정심을 보이지 않을 것이오. 아주 무자비하게, 아주 고통스럽게, 그리고··· 아주 천천히 그들을 베어 버릴 것이오.”


마른침을 삼키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진궁은 애써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폐하께서 생각하고 계시는, 그 칼에 쓰러질 이들이 과연 누굽니까?”


난 싱긋 미소를 지으며 마음에 품고 있던 첫 목표를 말해 주었다.


“누구겠소? 황실의 약함을 틈타 독자적인 세력을 일으킨 군벌들이지.”


삼국지에 나오는, 흔히 영웅이라고 칭송받는 군벌 세력들.

난 그들 하나하나를 이 칼 아래에 묻을 생각이다.

그들이 내게 용서를 빌든, 고개를 조아리든 상관없다.

내가 이곳에서 눈을 뜬 순간, 그 영웅들이 각자의 야망을 품었던 순간 이미 그들의 생사는 결정이 됐기 때문이다.


작가의말

결국 주인공은 아무도 살려 줄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이군요.

모든 것을 게임으로 여기는 주인공. 그리고 그 게임 속에 살아남는 것은 오직 자신 하나뿐이라고 생각하는 주인공. 


하지만 결코 쉽게 영웅들을 죽일 생각인 것 같진 않습니다.

하나씩 천천히 그들이 고통 속에 빠져 드는 걸 즐기며 바라볼 생각을 하니, 저도 소름이 끼치네요.


한 가지 유의하셔야 할 게, 결코 개과천선물이 아님을 밝힙니다.


마지막으로...오늘 분량이 꽤 많습니다.

이 정도면 만족하실지...ㅠ-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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