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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삼국지 헌제전[獻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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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좋은놈
작품등록일 :
2018.04.15 0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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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7.0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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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제전 38

DUMMY

전각 밖을 나서며 처소로 돌아가고 있던 진궁은 터덜터덜 발걸음을 이어 갔다.

그는 마치 뭔가에 흘린 것처럼, 넋이 나간 얼굴이었다.


‘지금의 폐하께서는 도저히 예측하실 수 없는 분이오. 이분이 과연 성군이신지, 아니면 폭군이신지도 모르겠단 말이오. 한 가지 확실한 건, 그분은 매우 영민하시어 우리가 당최 따라갈 수 없는 곳까지 생각하고 계시다는 것이오.’


불현 듯 스쳐 지나가는 순욱의 목소리였다.

황제를 만나기 전, 순욱은 진궁에게 그와 나누었던 이야기를 해 주었다. 또한 황상의 심기를 건드리지 말라는 충고까지 들었다.

그래서 나름 마음의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앞에서 보니 생각 이상으로 그 압박감이 대단했다.

특히 마지막으로 진궁에게 남겼던 말이 더욱 소름끼쳤다.


‘아주 무자비하게, 아주 고통스럽게, 그리고··· 아주 천천히 그들을 베어 버릴 것이오.’


그들이란 누구인가.

바로 황실의 혼란을 틈타 독자적으로 세력을 일으킨 군벌들이다. 하지만 사면장을 공표하면서 모두 용서한 게 아니었나?

진궁은 혼란스러웠다.

정녕 황제의 목표가 무엇이란 말인가.

이 나라의 안정인가, 아니면 혼란인가?



* * *



나는 이 나라의 안정을 원한다. 하지만 안정을 찾기 위해서는 반드시 혼란이 먼저 와야 한다. 태풍이 지나간 자리에는 무너진 흔적들이 남지만, 그곳을 더럽게 했던 것들이 전부 씻겨 나간다.


천하의 이치도 이와 같다.


지금 같이 더러운 구정물들이 잔뜩 끼어 있는 이 땅 위에 한번쯤 거대한 태풍이 휘몰아쳐야 되지 않겠는가?

이곳을 정화하기 위해서는 크나큰 폭풍이 필요하다. 피를 비처럼 내리고, 핏물이 강처럼 고이게 하는 그런 정화가.

그러므로 나는 이미 이 나라의 정통성을 부정한 군벌 세력들을 전부 제거할 것이다. 물론, 힘만으로는 그들을 없앨 순 없다. 그럼, 너무 재미가 없지 않겠는가?

때로는 나의 힘으로, 때로는 누군가의 힘으로, 때로는 스스로의 힘으로 자멸하도록 만드는 것이 게임의 희열을 높여 준다.



나는 뒷짐을 진 채로 천천히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밤하늘에 떠 있는 초승달을 보니, 오늘은 청승맞게 술이라도 한잔 하고 싶은 기분이다.

유독 오늘 밤에 뜬 달이 참으로 붉다. 내가 품고 있는 야망처럼, 내가 바라보고 있는 이 천하의 미래처럼.


“호청아.”

“예, 폐하.”

“너는 짐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너무 잔인하다고 생각하느냐?”


호청은 잠시 말이 없다, 이내 대답했다.


“···잘 모르겠습니다.”


재밌는 대답이다.


“잘 모르겠다? 진궁에게 했던 말을 들었을 텐데. 짐은 설령 상대가 용서를 구한다고 해도 무자비하게 쳐낼 것이다.”

“그것이 정녕 천하를 위한 일입니까?”


천하를 위한 일이라.

개인의 희락을 위한 것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이 세상을 위한 것이다.


“그래. 나쁜 것들을 거둬 내고 깨끗하게 정화시키는 것이지 않느냐? 짐은 이것이 천하의 대업이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그걸 잔인하다 말 할 수 없겠군요.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는 것이니 말입니다.”


호청의 말이 맞다.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는 것. 그것이 바로 대업이라는 이름에 붙여진 면죄부다, 그리고 그 면죄부를 앞세워 무고한 피를 흘리게 만드는 건 나와 같은 권력자들이지 않은가.

나는 누구보다도 무고한 피를 폭포수처럼 흐르게 만들 준비가 되어 있다.


“네 말이 옳구나.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는 것. 그것이 정치라고 불리는 것이 아니겠느냐?”


나는 농담삼아 호청에게 고개를 돌려 말을 이었다.


“너는 호위무사 말고 차라리 정치꾼을 했어야 됐다.”

“그랬으면 지금쯤 목이 잘려 있었겠죠.”

“하하하-!”


이런. 생각 이상으로 호청은 스스로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저놈 말대로, 호청은 정치꾼이 되었으면 아마 진작 목이 잘렸을 것이다.

원래 바른 말을 하는 사람일수록 명줄이 짧고, 상대방이 좋아하는 말만 골라 할수록 명이 긴 법이다.

이래서 충신은 빨리 죽고, 간신은 장수한다고 말하는 거다.


“아아. 오늘도 참 날이 좋구나. 숨결이 맑아지듯, 내 머리도 그러한 것 같으니까.”


나는 눈을 감고 조용히 심호흡을 이어 갔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제 슬슬 선택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누구를 첫 번째 제물로 삼을 것인지.


동탁은 제물이 아니었다. 그저 제단 위로 올라갈 계단이었을 뿐.

그 영광스러운 제단 위에 올릴 첫 번재 사람이 누구인지는 아직 모른다. 그러나 몇 명의 후보는 이미 내 머릿속에 있다. 그들의 이름을 한번 더 고요하게 떠올려 보는 중이었다.


과연 누가 가장 적합한 첫 번째 제물이 되어 줄 수 있을까?

조조일까, 아니면··· 다른 누군가일까?



* * *



“출정을 하지 못하겠다고?”

“예. 서 장군과 그 외 3명의 장수들이 병가를 냈으며, 여 장군은 아직 때가 되지 않은 것 같다며 철회 요청을 해 왔습니다.”


조조는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상을 강하게 내려쳤다.


“이놈들이 지금 나를 갖고 노는 것이냐!”

“주공! 어찌 놈들이 저럴 수 있단 말입니까. 이참에 저놈들을 전부 죽인 다음, 새로 군을 꾸리십시오!”

“옳소!”


조조가 역정을 내자, 조인이 맞장구를 치며 불에 장작을 던져댔다. 다른 장수들도 같은 반응을 보이기 시작하자, 조조는 스스로의 머리를 차갑게 식혀야했다.

만일 진궁이나 순욱이 이 자리에 있었다면 조조와 같이 동조를 하기 보다는 먼저 그를 진정시키려 했을 것이다.

조인의 말처럼 제대로 된 명분 없이 황제의 장수들을 죽일 수 없지 않은가.

설령 명분이 있다고 해도 허수아비나 다름없는 총대장의 권한으로 저들을 건드릴 순 없다.


“아직 때가 되지 않았다고, 여포 그놈이 그렇게 말을 한 게 확실하더냐?”

“예, 주공.”

“다른 장수들은 전부 병가를 냈고?”

“예. 몇몇은 병가를 냈으며, 또 몇몇은 아직 때가 되지 않았다며 여 장군과 같은 뜻을 나타냈습니다.”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다가왔다.

조조는 찌푸려진 미간을 잡으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설마 했는데, 역시 황제가 이번 일을 좌지우지 하고 있던 것인가.

그렇지 않고서야 저놈들이 단체로 저런 짓거리를 벌일 리 없다. 저번에는 공격을 왜 하지 않냐고 닦달을 하던 놈들이지 않던가.

그런데 막상 공격을 하려 하니, 태세를 완전히 전환시켰다.

이번 일로 조조는 확신했다. 황제가 뒤에서 모든 것을 조종하고 있음을.


“일단··· 대기한다.”

“주공!”

“이대로 물러날 생각이십니까?”


휘하 장수들의 항의에 조조는 목청을 높였다.


“너희들은 정녕 모르겠느냐?”

이들의 얼굴을 보니, 역시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다. 그냥 조조가 총대장이 되었다는 이유로 저들이 질투심에 저 자세로 나오고 있다고 생각하는 게 틀림없다.

이래서 얘기를 나눌 책사들이 필요한 것이다.


“저들은 단순히 질투심 때문에 나를 견제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필시 황상의 밀명이 있기에 가능한 일.”

“폐하가요?”

“아니. 폐하께서 왜···.”


조조는 또 한번 답답함을 느꼈다. 그러나 저들을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제대로 전후 사정을 말해 주지도 않았으니 말이다.


“설명을 하자면 복잡하다만, 이것이 황상의 밀명이라는 건 틀림없을 것이다.”

“폐하가 왜 주공을 노린단 말입니까?”

“그건···.”


하후연의 물음에 조조는 아무런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조조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왜 황제는 자신을 괴롭히지 못해 안달이란 말인가.

생각을 하면 할수록 의문만 남았다.

도대체 황제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며, 이토록 자신의 일을 방해하는 것일까. 그저 조조 자신은 동군태수에 불과하거늘.


“일단 척후병을 띄워라. 황건적의 동태가 어떤지 알아야겠다.”

“예, 주공.”


황제가 방해를 한다고 해서 멍청하게 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다. 일단 할 수 있는 일은 해 봐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이대로 가면 황제에게 무슨 꼴을 당할지 모른다.

최악의 사태가 벌어지기 전에 조조는 대비를 해야 했다.


그것이 반역을 일으키는 일이라도 조조는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


작가의말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슬슬 조조도 발톱을 드러낼 생각을 하고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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