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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드
작품등록일 :
2018.04.16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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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0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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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6.24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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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Deus ex machina-1

.




DUMMY

곧바로, 초상학부장이 자리를 박차고 뛰쳐나간다. 그 거대한 등치가 눈에 잡히지 않는 속도로 이동한다. 잘 보면, 그의 몸 주위로 작은 스파크가 일어나는 것이 눈에 보인다.


“ 자, 오데안. 마술과 신성을 사용하지 못한다고 해도 상관없다. 초상적인 능력이 없다고 해도 상관없다. 이건 오로지, 우리가 자연에서 ‘배울’수 있는 힘이자, 기술이다. ”


초상학부장이 내게 말한다. 그는 이 상황조차 수업의 한 상황으로 진행하는 듯, 나에게 설명을 이어나간다. 아주 옛날에, 어렴풋이 한번 들었던 기억이 있는 것 같다. 마력도 신혈도 없는 인물이, 초상능력에 비할정도로 강해진다는 이야기.


그가 순식간에 베레모의 남자에게 도착한다. 그는 손아귀로 남자의 얼굴을 쥔채, 곧이어 바닥에 내려꽂는다. 굉음과 함께 아스팔트 바닥이 패어나간다. 학부장이 손을 들어올리자, 베레모의 남자 얼굴이 함몰되어 있는게 눈에 보인다.


“ 더 날뛰어도 되 카일, 이곳의 공간은 이미 내가 점령했으니까. ”


성술학부장이, 초상학부장에게 말한다. 그러자 초상학부장은 주위를 한번 둘러보더니, 허공의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 격리된 공간을 덮어쓴건가. 훌륭하군. ”


그가 냄새를 통해서 무언가 알아냈는지, 그렇게 말하고서는 그의 몸이 한계까지 부풀어 오르기 시작한다. 가뜩이나 거대했던 등치가, 근육이, 상반신의 옷을 찢어버릴 듯이 팽창한다.


그 모습을 보며 오델이 안경을 올려쓰고서는 탄성을 내뱉었다.


“ 과연, 초상학부장은 드루이드였나. 게다가 저 정도의 기를 다룬다니. 성술학부장이 특출난 괴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닌건가. ”


베레모를 쓴 남자가 빈사에 처하자, 뒤에서 다른 사람들이 나왔다. 이전에 봤던 지도를 가진 남자도 있었고, 지나가다 스치듯 본 사람들, 1층에서 끊임없이 물만을 마시고 있던 사람들 눈에 띈다.


그들이 마치 하나인 듯 동시에 말한다. 모두 똑같은 어조와 똑같은 목소리로. 모두 전에 들었던 그 교주의 목소리다.


“ 우리는 모두가 하나죠. 고작 하나가 사라져도 우리는 변하지 않아요. 나는 수많은 영혼을 모았고 수많은 목숨을 가졌어요. ”


그들이 자비를 베풀듯이 이야기한다. 마치, 자기를 적대하는 것이 '무지'에서 비롯되는 것처럼. 아이들에게 설명해주는 것처럼. 그는우리의 적대 행동이 쓸모없는 것이라고 말하는 듯 했다.


“ 그런 나를 어떻게 이기겠다는 거죠? 부정하지 말고, 현실을 받아들여서 나의 딸의 제물이 되어주세요. ”


그들의 발 밑에서 거대한 진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마치, 바닥 아래에서 무언가 거대한 것이 움직이는 느낌. 아니, 이건 무언가 ‘흐르는’ 느낌이다.


초상학부장이 부쉈던 아스팔트 바닥이 폭발하듯 터져올라온다. 그곳에서 터져나온 것은 마치 화산이 폭발하듯 분출된 다량의 물이었다. 그 물은 한자리에 모이기 시작한다. 전에 본, 교주가 딸이라고 했던 물로 이루어진 사람의 형상. 그 인형이 지금 다시 우리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물이 분출된 것과 동시에 초상학부장이 뒤로 뛰어올라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손에 있던 베레모를 쓴 남자를 그 자리에 버리고 뛰어올랐는데, 그 남자는 그대로 폭발하는 물에 휩쓸려 사라져버렸다.


물이 약간 붉은색으로 변했다가 원래의 투명한 색으로 돌아온다. 그 베레모를 쓴 남자의 형상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 채로. 안에서 녹아버린 것 처럼, 그의 형상은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다.


그것을 보자 성술학부장이 눈썹을 징그리며 우리에게 이야기한다.


“ 저거, 설명을 들었을 때는 단순히 외도의 물을 염력따위로 조종하는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런게 아니네. 오델이 보기엔 원 재료가 똑같으니 그렇게 봤을 수도 있겠지만. ”


초상학부장이 우리를 등 뒤로 숨기듯이 감싸며 성술학부장에게 추가적인 설명을 요구한다. 아무래도, 그는 앞에서 싸우는 타입으로 이런 분석과 조사에는 능력이 약한 것 같았다.


“ 에초에 저 물은 레테의 강물을 ‘가공’한게 아니야. 저건 그냥, 거대한 영혼덩어리다. 레테의 강물은 그저 좋은 매개체였을 뿐이지. 거기다가 딸을 ‘신’으로써 특정지었을 뿐이야. ”


그녀의 설명에 따르면 아무래도 마술이 영락한 그들로서는, 레테의 강물을 가공할 만한 고위의 마술을 사용하지는 못한 것 같다고 한다. 교주가 처음 딸의 영혼을 수조에 담을 때, 그 수조 자체가 레테의 강물이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아마 레테의 강물을 사용하여 그저 사람들의 영혼을 모두 앗아버리고, 그것을 딸의 영혼을 담은 수조에 흡수하는 식으로 사용했다는 것 같다.


그들이 한 것은 단순하게 영혼의 성질을 이용했을 뿐 이라고 한다. 콘스텔라티오에서 분석해낸 영혼이란, 가이아와 같은 일종의 정보망이다. 마치 인터넷 클라우드 드라이브 같은 거라고 볼 수 있다는데, 저건 사람들의 영혼을 초기화 시킨 후 뺏어서 자신의 드라이브 크기를 늘린 셈 이라고 한다.


“ 에스터 설명은 나중에 하고. 그래서 요점이 뭔데? ”


초상학부장이 계속해서 설명하려는 성술학부장을 막은 채로, 요점을 물어왔다.


“ 의지를 가진 레테의 강물이란거야. 저거에 삼켜지면, 물을 마시든 말든 비대해진 영혼에 존재 자체를 흡수당해서 뒤진다고. 나름 참신하게 잘 만들었네. 고위 마술은 없어도 자잘한 몇 가지 개수작을 부려놨어. ”


자신의 말이 끊기자 상당히 불쾌한 듯, 성술학부장의 말이 비꼬아져서 나왔다.


그 모습을 본 교주의 집단이, 성술학부장을 향해 조롱이 담긴 칭찬을 보내기 시작했다.


“ 호오, 한눈에 그렇게나 알아채다니 나름 능력은 있나보군요. 하지만 그래서, 나의 딸을 상대로 어떻게 하시겠다는 거죠? ”


“ 저걸 딸이라고 부르다니, 어지간히 미쳐버렸군. 아니지, 자신의 분신이라고 보면 어떤 의미에서는 딸이라고 불러도 맞겠지? ”


그녀가 비웃음을 담아 이야기하자, 교주의 표정이 굳어진다.


“ 저게 진짜 너의 딸이라면, 그렇게 네 멋대로 ‘조종’할 수 없겠지. 너는 나름 두 마리의 토끼를 잡으려 했던 것 같지만, 아쉽게도 하나는 놓친 것 같네. ”


“ 그만! ”


교수가 서둘러서 그녀의 말을 막는다. 그녀가 더 이상 이야기 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듯이.


“ 레테의 강물을 담은 수조에 딸의 영혼을 넣었지만, 딸의 영혼만 넣은 게 아니잖아? 레테의 강물양이 그렇게 많지가 않았나봐? 딸의 영혼을 담기도 해야했고, 너의 딸을 괴롭힌 사람들에게 처벌도 내려야 했고? ”


“ 닥쳐! ”




“ 그래서-, ‘둘 다’ 담은거지? 99%의 자신의 영혼과, 1%의 딸의 영혼을? 그럼 대체 그건 누구의 영혼일까-? ”




“ 그만하라고! ”


교주가 울부짖는다. 그의 외침은 마치 비명같이, 단말마같이, 상처입은 짐승을 연상케 했다. 그런 교주에게 관심이 없는 채로 성술학부장은 뒤로 돌아 우리를 쳐다보며 말한다.


“ 있지-. 생각보다 일이 수월해졌어. 수만명의 교도 중에 하나가 교주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 있지, 교주는, ”




그녀의 미소가 잔혹해진다.




“ 저기있는 물이 교주 자체야. 본체 라고 해야할까? ”




그 말을 듣자, 교주는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주저앉아 귀를 막는다. 그는 주위를 쳐다보지도 않고, 아무것도 들으려 하지도 않고 그저 앉아서 모든 것을 부정한다. 그가 잠시후 다시 고개를 들자, 그의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 내 딸을 왜곡하지 마! ”


교주의 외친다. 그 말과 함께 사람의 형태를 이루고 있던 물이 주위로 퍼져가며 교주의 집단을 순식간에 집어삼켰다. 물에 닿자마자, 사람들이 녹아내리듯 사라지며 물덩이의 부피가 급속도로 늘어난다.


물덩이는 그 한계까지 몸집을 키우더니, 다시 사람의 형상을 띄우기 시작했다. 이전과는 다른 성인 남성의 모습으로. 그 남자는, 우리를 향해 그 주먹을 내리쳤다.


그 주먹은, 무언가 안보이는 ‘막’에 부딪힌 것처럼 허공에 막힌 채 흘러내린다. 성술학부장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겁에 질린 우리와 다르게 태연하게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 영혼을 다루는건 내 전문이지. 이런 외도 따위가 하찮게 부려먹은 마술로, 감히 어느 영역을 넘보는거야. ”


그녀의 등뒤로 검붉은 안개가 서려있다. 그 안개는 마치 하나의 팔처럼 꿈틀대며, 우리의 앞을 막아서고 있었다. 아까의 물을 막아낸건, 이 안개였던 것 같다.


옆에서 그 모습을 보고 초상학부장이 우리를 안심시키듯이 말한다.


“ 에스터는 마녀의 핏줄이다. 그것도 악마를 사역하는 강력한 진짜 마녀. 이 사건에 영혼이 관련되 있는 순간, 그녀를 위험하게 할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으니 걱정하지 마라. ”


그녀의 등뒤에 있는 검붉은 안개가 점점 진해진다. 점점 더 핏빛을 흘려가는 그 광채는 사이함과 괴이함, 두려움을 동반케 했다. 그 안개는 끝없이 진해지며, 흐르지 않고 하나의 형태를 이루기 시작한다.


아까의 꿈틀대는 듯한 팔과는 다르게, 완전하게 실체로 보이는 팔이 그곳에 있었다. 팔의 근원은 여전히 안개처럼 뭉실거리는 채로 성술학부장의 등뒤에 떠있었지만, 성인 두세명의 몸집만큼 커다란 그 팔은 완전한 물체로서 그 위압감을 발하고 있었다.


“ 뭐냐 그건! ”


거대한 물덩이에게서 소리가 들린다. 사람의 형상을 띄고 있다고 해도, 입으로 말하는 것 같지는 않고 뭔가 특수한 마술같은 부류를 사용하는 것 같다.


“ 육체를 떠난 너의 영혼을 보내줄 안내인이지. ”


그녀가 거대한 물덩어리가 되어버린 교주를 향해 뛰쳐나간다. 그녀의 등 뒤에 있던 팔이 마치 그녀의 몸에 일부인 것처럼 따라서 이동하는게 눈에 보인다.


“ 멍청하긴! ”


교주가 팔로 보이는 거대한 물을 휘두른다. 초상학부장처럼 빠르게 이동하지 못하는 그녀는 아무리 봐도, 그 물덩이를 피할 방법이 없어 보인다. 그녀에게 쏟아내린 물덩이가, 그 질량에 의해 커다란 소리를 내며 땅에 부딪힌 충격으로 비산한다.


우리는 비산한 물을 피하기 위해 뒤로 물러났다. 어느정도 까지 거리를 물러난 뒤에 그 장소를 다시 쳐다보자, 그곳에는 멀쩡하게 서 있는 초상학부장이 있었다. 단지 이전과 다른점은, 등뒤의 팔이, 아까보다 두세배 정도 더 커졌다는 정도.


“ 어째서?! ”


교주가 당황한다. 너무나도 멀쩡한 그녀의 모습에, 그 거대한 덩치가 뒤로 조금씩 물러난다. 아까처럼 ‘막’같은 것으로 보호한 것 같은데, 여전히 그 수단과 방법을 알 수가 없다. 일방적으로 공격은 통하지도 않고, 상대는 어떠한 수단을 사용했는지, 사용하는지조차 알 수 없다. 성술학부장이 다루는 마술을 아예 모르는 나도, 그 공포감을 일부분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녀의 등 뒤에 있는 팔이 점점 기괴한 모습으로 변해간다. 마치, 악마란게 있다면 저런 팔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싶은 모습으로. 그 팔은 곳곳에 가시가 돋아나 있고, 핏빛의 피부에는 혈관이 겉에 달린 것 처럼 징그럽게 꿈틀거렸다.


교주가 일반적인 공격이 소용없다고 판단했는지, 그 모습을 바꾸었다. 이전처럼 사람의 형태를 유지하지 않고, 그저 타원형의 물방울 같은 모습으로. 그는 그 모습 자체로 성술학부장을 감싼다.


“ 어?! ”


무심코 입에서 비명이 나왔다. 뭔가 이상하다. 분명히 이상한 ‘막’으로 물덩이를 막고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교주가 물덩어리로 모습을 바꾼채로 그대로 집어삼키자-




- 그녀는 그대로 물속에 잠겨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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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홀로 꽃피우는 유산-1 18.07.08 11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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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Hanging Gardens-1 +1 18.06.30 157 2 11쪽
19 Hanging Gardens 18.06.28 142 1 12쪽
18 Deus ex machina-2 18.06.26 123 1 12쪽
» Deus ex machina-1 18.06.24 137 1 12쪽
16 Deus ex machina 18.06.22 13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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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영혼이 흐르는 밤 18.06.20 13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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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도서관-1 18.06.16 142 4 12쪽
9 도서관 18.06.15 161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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