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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2018공모전참가작 정복군주 공민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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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화 화폐 개혁 (1)

DUMMY

76화 화폐 개혁 (1)






재신들과 훈훈한 등산을 마치고 오니, 다들 하나같이 힘든 표정을 지어대며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난 아직 30대 초반의 건장한 몸인지라 산에서 내려온 뒤 콩국수 한 그릇 비우고 나자 어느새 활력을 되찾고 있었다.


그런 내게 벽란도 항을 책임진 관리들이 대련과 영구에서 전년도 몫의 왕지세(王地稅), 금과 은을 보내왔다는 소식이 전해 왔다. 지문하성사 겸 내수사 제조 이승경과 내수사 관리들을 불러 그들이 보낸 재물을 확인하고 있는데, 보면 볼수록 입이 벌어질 정도였다.


[왕지세(王地稅): 왕지인 대련, 영구에서 매년 왕실에 바치는 은]


“이게······ 모두 작년 한 해의 왕실 몫이라고?”

“그렇습니다, 전하. 왕지(王地) 대련과 영구에서 각각 보낸 것인데, 지금 벽란도 항에서 하역되어 왕실 수장고로 운반 중입니다.”


대련 총독 설장수와 영구 총독 정운경이 서해 함대를 통해 은괴 상자와 금괴 상자를 왕실에 대한 세금으로 보냈는데, 그 양이 자그마치 은 6백만 냥을 넘고 있었다. 대련 총독 설장수가 보낸 은이 은 350만 냥에 영구 총독 정운경이 보낸 은이 은 250만 냥으로, 설장수가 보낸 은 350만 냥에는 내가 출자(出資)한 은 20만 냥에 대한 배당(配當) 은 150만 냥도 포함되어 있었다.


[출자(出資):회사 등에서 자본금을 냄, 배당(配當): 이윤을 나눔]


정운경에도 은 20만 냥을 내어주었지만, 그는 아무래도 관리 출신인지라 상인인 설장수보다 보수적으로 상단을 운영하는 모습이었다. 그래도 은 20만 냥으로 은 50만 냥의 수익을 내었으니, 정운경도 할 만큼은 하는 셈이었다.


원나라와 요동, 강남 군벌들 사이를 오고가며 교역에 집중해 온 저들이 거둔 엄청난 성과에 나와 이승경은 잠시 말조차 잇지 못하고 있었다.


내수사 제조 이승경조차 그 막대한 금은에 놀라 어안이 벙벙한 모습이었다. 잠시 망설이던 그는 곧 나에게 청했다.


“왕지(王地) 대련과 영구에서 보내는 은의 양이 실로 막대합니다. 이렇게 된 것, 전하께 한 가지 청을 드리려 하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청?”


은괴를 만지작거리며 좋아하던 내게 이승경이 침을 꿀꺽 삼키더니 입을 열었다.


“고려의 화폐를 바꾸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충혜왕 원년(1331)에 소은병(小銀甁)으로 고려의 화폐를 삼고 있기는 하나, 아시다시피 소은병의 가치가 너무 큰 탓에 시장에서 유통하기가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쇄은(碎銀) 조각은 아시다시피 일일이 잘라주어야 하는 문제도 있는데다 그 조각을 어찌 잘랐는지에 따라 분쟁이 자주 일어났지요. 그러하니······.”


[소은병(小銀甁): 은병 모양으로 생긴 화폐. 은 반근 정도의 무게이다.]


[쇄은(碎銀): 은을 무게 단위로 잰 칭량화폐(稱量貨幣:중량으로 무게를 달아 가치를 매기는 화폐)이다.]


이승경은 덥수룩하게 기른 수염을 슬쩍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소은병은 그대로 두되, 은전과 동전을 만들어 상업을 활발히 발전시키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호오······.”


‘확실히 화폐가 있어야 상업이 발전하는 법. 이승경의 말이 일리가 있어.’


손가락으로 툭툭 의자의 팔걸이를 두드리던 나는 곧 그에게 물어보았다.


“은전과 동전을 만들어 상업을 발전시키자는 뜻에는 과인도 수긍하는 바이오. 하지만 충분한 양의 은과 동을 계속 공급할 수 있을지가 의문인데. 과연 그것이 가능하겠소?”

“지금 왕실 수장고 안의 은만 천만 냥이 넘습니다. 동은 고려에 널린 것이 구리광산이니 충분히 공급이 가능할 것입니다.”

“은이 지금은 많이 들어온다지만 계속 그러리란 보장이 없지 않소? 고려에 은 광산이 없는 것은 아니나······.”


말을 하던 나는 벽에 걸린 지도를 보다 흠칫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었다. 지도를 보던 내 눈에 마침 태행 만호부 옆 혼슈 남쪽 끄트머리가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저기 즈음에 ’이와미‘라고 엄청난 광맥을 자랑하던 은 광산이 있지 않았나? 그 은광에서 나는 은 덕에 왜가 나중에 크게 번창하게 되지······.’


“전하?”


내가 말조차 잊어버린 듯 뚫어지게 이와미 은광 쪽이 있을만한 혼슈(本州) 지방 남서쪽을 훑어보고 있는데, 옆에 있던 이승경이 놀란 눈으로 날 쳐다보았다.


“혹시 이와미 은광(石見銀山)을 아시고 계시는 겁니까?”

“자네도?”

“왜에서 은이 많이 산출되는 곳으로 이와미란 곳이 있다는 이야기를 왜의 상인으로부터 들은 바가 있습니다. 그런데 전하께서는 어찌?”

“험험. 과인도 어찌하다보니 들은 이야기일세. 그런데 이와미 은광이란 곳이 정말 그렇게 은이 많이 나는 곳인가?”


내 물음에 이승경은 확신이 없는 표정을 지었다.


“저 역시 들은 바에 불과할 따름이라······ 하지만 고려에도 은 광산이 있으니 은의 수급을 따로 걱정하실 필요는 없을 겁니다. 게다가 이와미 은광이라니. 우리에게 다자이후 항을 빼앗긴 오우치 일족이 그곳까지 내어주려 할 리 없지요.”

“흐음······ 하긴 그 말도 틀린 말이 아니군. 그나저나 고려의 은광은 어디가 제일인가?”


화폐개혁을 하려면 은과 구리의 수급이 가장 중요하니, 구리 광산은 그렇다 치더라도 은 광산이 필요했다. 매장량이 많으면서도 캐내기 쉬운 곳으로 말이다.


“신이 알고 있기로 동북면 함주 근처 독로올(禿魯兀)이란 땅에 광맥이 풍부한 은 광산이 하나 있습니다. 근처에 올량합 여진 부족이 있어 은을 캐내고 있지는 못하나 안전만 확보된다면 화폐를 공급하기에 충분한 양일 것입니다.”

“은 광맥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한 후에 이야기하세. 돈을 바꾸는 일은 국가의 기밀이니 각별히 비밀유지에 신경 써야 할 것이야.”

“네, 전하.”


* * *


이승경이 돌아간 후, 나는 보탑실리와 아들 왕도(王祹)와 함께 망중한(忙中閑)을 즐기고 있었다. 왕도를 낳은 후 보탑실리는 뭐랄까, 좀 더 어른스러워 졌다고 할까? 그런 느낌인지라 갓난아이인 왕도가 꼼지락거리는 모습을 지켜보는 그녀가 조금은 낯선 느낌이었다.


궁녀들이 타락죽(駝駱粥)을 가져왔길래 아무 생각 없이 한 입 두 입 떠먹고 있는데,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이소소가 투덜거렸다.


[타락죽(駝駱粥): 쌀을 우유에 불린 죽]


“왕비마마 드리려고 가져온 건데, 전하께서 다 드시면 어찌합니까?”

“응? 나 먹으라고 가져온 것 아니었어?”

“왕자님 젖을 먹이려면 마마께서 잘 드셔야지요!”

“아. 그, 그렇지!”


왕자 왕도(王祹)를 자신의 아이 마냥 생각하는 이소소인지라 요즘에는 모든 것이 왕도가 기준이 되어있었다. 타락죽을 못 먹은 보탑실리가 혹여나 젖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되었는지, 이소소는 잔뜩 뿔난 표정이었다.


‘어쩐지 타락죽 그릇이 보탑실리 근처에 있더라.’


미안한 표정을 지으니 보탑실리는 화사하게 웃었다.


“괜찮습니다. 그깟 타락죽이야 다시 가져오라 하면 그만인 것을요.”

“그, 그렇지요?”


어색한 웃음을 짓는 사이, 이소소는 다른 궁녀들을 시켜 타락죽을 다시 가져오라 명하고 있었다. 소소는 보탑실리가 아이를 잘 낳을 수 있도록 가벼운 운동을 가르친 후, 그녀의 총애를 한 몸에 받고 있던 터라 궁녀 중 제법 높은 지위에 올라 있었다.


“타락죽은 만들기가 어려운데······ 열을 은근히 가해야 하는지라 시간이 제법 걸린단 말이에요.”


작은 목소리로 투정부리는 이소소를 보며 나와 보탑실리가 웃고 있는데, 문득 내 머릿속을 스치는 것이 있었다.


‘그러고 보니 연은분리법인가 뭔가도 열을 가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었던가? 납에 열을 가하면 은이 나온다고······ 이거 맞나?’


연은분리법이 전파되며 이와미 은광이 엄청난 은을 생산했다는 이야기가 기억나자, 난 저도 모르게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고 말았다.


“그래, 그거야!”


보탑실리와 이소소 두 사람이 날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는데, 아기가 배시시 웃으며 손을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 * *


다음 날 날이 밝자마자 좌부승선 이인임을 시켜 은을 제련하는 자들을 궁으로 불러들였다. 개경에 은을 제련하는 이들은 시전(市廛)에서 귀금속으로 공예품을 만들어 파는 자들이었는데, 다짜고짜 내가 던진 질문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시전(市廛): 시장 거리]


“은 광석에서 은을 어찌 얻는가?”

“어, 어찌 얻는다니요. 당연히 은 광석을 태운 다음, 재에서 은을 걸러 내옵니다.”

“은 광석을 태워?”

“그렇습니다, 전하.”


은 제련 기술자들이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는 사이, 나는 툭툭 손가락으로 의자의 팔걸이를 건드리며 생각에 골몰하고 있었다.


‘그러면 납은 안 들어간다는 말인데······ 아니 납광석에서 은을 추출하는 게 연은분리법 아니었던가?’


직접 해보지 않고 어디서 주워들었던 기억만으로 뭔가를 만들어낸다는 게 쉬울 리 없었다. 아마도 엉터리인 기억을 재조합하며 어떻게든 제대로 된 연은분리법을 떠올리려 했지만, 지나가다 주워들은 기억만으로 완벽한 제조법을 떠올리는 것은 그야말로 장님이 문고리 잡는 격이었다.


한동안 멍하니 있던 나는 곧 은 광석을 주워들어 살펴보고 있었다.


“전하, 내수사 제조 이승경이 군기감 소감 최무선과 함께 들었사옵니다.”

“어서 들어오라 일러라.”

“네, 전하.”


내시 안도치가 이승경과 최무선을 데려오는 사이, 난 은 제련 기술자들에게 명했다.


“한번 시연해 보이거라.”


곧 궁궐 내 한적한 곳에서 은 제련 기술자들이 준비해 온 은 광석을 태워 은을 만드는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좀 떨어진 곳에서 멀거니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는데, 이승경과 최무선이 다가와 인사를 올렸다. 귀찮은 듯 고개만 끄덕인 후, 시연 광경을 바라보고 있자 두 사람도 나를 따라 시연을 지켜보았다.


“회취법(灰吹法)을 확인해 보시는 겁니까, 전하?”


내게 질문을 던진 건 최무선이었다. 그는 내가 뭘 알아내고 싶어 하는지 대강이나마 눈치 챈 듯 했다.


“그렇네. 은 광석에서 은을 추출하는 법이 너무 단순한 탓인지 생산량이 적다는 생각이 들어 시연을 지켜보고 있던 참이지. 자네 생각은 어떤가?”


사실을 이야기할 수 없어 대충 둘러대는 말에 최무선은 대답조차 없이 은 광석만 요리조리 살펴보고 있었다. 이어 시연한 과정을 자신이 직접 한번 해보더니,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렇군요. 소신이 예전에 어떤 은 제련업자에게 들은 이야기가 있는데, 지금의 회취법보다 나은 회취법이 있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뭔가 이상한 광석을 섞어 은이 포함된 괴(塊)를 만든 후, 거기에 다시 무언가를 섞어 녹이면 순수한 은이 나온다더군요. 하지만 어디까지나 소문일 뿐. 그 은 제련업자도 더 이상은 알지 못했습니다. 한 광부가 만들어냈었는데 그 광부가 죽으면서 제련법이 사라졌다고만 했습니다.”

“흐음······.”


‘그게 혹시 연은분리법 아닐까? 그렇다면 이상한 광석은 납이고 섞어 녹인다는 건 아마도······.’


난 시연장에 남아있던 재들을 뚫어져라 노려보고 있었다.


‘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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