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령의 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무량극
작품등록일 :
2018.04.19 18:40
최근연재일 :
2019.09.30 23:58
연재수 :
200 회
조회수 :
56,354
추천수 :
269
글자수 :
1,220,287

작성
18.05.04 07:00
조회
768
추천
4
글자
8쪽

순찰 (5)

DUMMY

치익~!


“크으··· 냄새 죽인다.”


“크크크크. 용케 지금까지 참았다. 돌에다 굽는 건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게 단점이네.”


셋은 침을 흘려가며 고기가 올려지는 것을 구경하고 있었다.


소의 목을 잘라내면서 한 번에 많은 피가 나와서 주변에는 혈향이 강하게 퍼져있다. 동물들이 싸울 때는 이 정도로 한 번에 많은 피를 흘릴 일이 없으니 먼 곳에 있던 동물들이 다가올 확률이 아주 커졌다.


그렇기에 셋은 소를 필요한 만큼만 재빨리 해체하고 자리를 황급히 피했다.


“우와! 진짜 맛있다!”


“그렇지? 마을에서는 소고기 먹을 일이 별로 없을 테니까. 마을에서 보관해온 육식동물들 고기랑은 전혀 다른 맛이지? 한스, 너는 어떠냐?”


“정말 맛있습니다. 하루의 피로가 모두 풀리는 것 같습니다.”


“그러네. 이야. 이 정도 맛이면 피 냄새가 아니라 고기 냄새 때문에 육식동물이 오는 거 아니야? 하하하.”


그 대화를 끝으로 셋은 고기를 먹는 데에만 집중하며, 말을 아꼈다. 모닥불의 근처에는 고기 먹는 소리만이 맴돌았다. 이 순간이 계속되기를 바라며.




다음날. 결국 올 것이 왔다.


“모두, 준비되었지?”


“으으··· 잠깐만··· 다시 한번 심호흡 좀 하고. 후! 하! 후! 하!”


“너무 격하게 하는 거 아니냐?”


“그러는 한스, 너도 목소리가 많이 떨리는 것 같은데?”


“후후후후. 그럴 리가?”


결국 둘은 강을 건너기로 했다. 애초에 선택지가 없었으니까.


“내가 있으니 걱정마라.”


“대장님은 수영을 잘 하십니까?”


“아니. 나도 거의 해 본 적 없는데? 다른 강에서는 해본 적이 있기는 하지만, 강 속에 생물이 사는 것도 아니니, 딱히 할 필요성을 못 느껴서 말이야. 걱정 마라. 설마 죽기야 하겠냐?”


“후! 하! 후! 하!”


“후! 하! 후! 하!”


카를의 말을 듣자마자 말롬은 물론 한스마저 격한 심호흡을 하기 시작했다.


“꼴값들 그만 떨고, 가자. 다른 동물들 자극하지 않게 조심하고.”


셋은 언덕을 내려가 강가로 향했다.


강가로 갈 때까지는 별일이 없었다. 문제는 강가 근처였다.


“너무 많군.”


동물들이 물을 먹기 위해 강가를 빽빽이 채우고 있다. 이대로라면 동물들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야 한다. 근데 그러다가는 뒷발차기 한 대 맞기 딱 좋다. 그러면 큰 부상을 입는다. 결국 일행은 강가 근처에서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흠··· 이러면 어쩔 수 없군. 괜히 동물들에게 다가갔다가 얻어맞을 수는 없으니.”


“그러면 어떻게 해? 동물들이 없는 곳까지 강을 따라 이동해야 해?”


“그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동물들을 안 건드리고 지나갈 수밖에.”


“그게 어떻게 가능합니까? 하늘을 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그래. 바로 그거야. 하늘을 날아가는 거.”


“네? 아니 그게 무슨. 어떻게.”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이 세상에 하늘을 나는 생물 같은 건 없다. 하늘에 있는 것은 오직 바람뿐. 그런데 어떻게 하늘을 날아간다는 말인가.


“어떻게긴. 이렇게지.”


“어···?”


카를이 한스를 번쩍 들더니 냅다 던져버렸다.


“으아아악!”


“으이그. 저 멍청한 놈. 동물들 자극하지 말라니까.”


하지만 소리치지 않는 게 더 이상하다. 그는 말 그대로 한스를 하늘 높이 던져버렸으니까. 생전 처음 느껴보는 부유감이 자신을 덮친다면 그 어느 누구도 소리치지 않을 리 없다. 아예 몸이 굳어버리는 거라면 모를까.


“자. 다음은 너다.”


“형? 나는 괜찮을 것 같은데? 난 동물들을 제치고 강으로 뛰어들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니. 넌 못해.”


카를은 바로 말롬까지 던져버렸다.


“꾸에에에엑~!”


이번에는 하늘에서 돼지 멱따는 소리가 들려오자 동물들의 동요가 더욱 커진다. 놀라서 강가에서 벗어나는 동물도 생길 정도였다. 덕분에 카를은 널찍해진 강가를 걸어서 갈 수 있었다.


“녀석. 엄살은. 하지만 덕분에 귀찮지 않게 걸어서 입수할 수 있게 되었네.”


풍덩.


카를은 강으로 가볍게 뛰어들었다. 멀리서는 이미 강에 빠진 두 명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우아아악! 부모님! 어제 인사한 대로 저도 따라갑니다!”


“내가 죽으면 형을 평생 따라다닐 거야!”


“헛소리들 하지 말고 팔다리나 놀려라! 입 열어서 물 먹지 말고!”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카를도 가라앉고 있다.


‘안 뜨네···’


카를은 평범한 사람보다 근육량이 어마어마하다. 부피에 비해서 무게가 많이 나가는 것이다. 가만히 있는다면 당연히 가라앉는다. 하지만 다행히 카를은 무게 이상의 힘을 가지고 있다.


팡!


발을 놀리니 카를의 뒤로 물보라가 치솟는다. 족히 4미터는 될 법한 높이다. 카를은 떠내려가고 있는 두 사람에게로 맹렬한 속도로 다가갔다.


“야. 야. 날 잡아라.”


“오오. 당신은 물의 정령이십니까?”


“이게 물 먹더니 미쳤나?”


“아버지. 어머니. 제가 왔습니다.”


“요놈도 맛이 갔군.”


카를은 생각보다 상태가 안 좋아 보이는 두 동생들을 끌고 빠르게 북으로 올라갔다.




철퍽. 철퍽.


“우웩! 살았다··· 하하하. 내가 살아있다니...”


“후후. 말롬. 엄살이 심하구나. 난 우리가 살 줄 알았어.”


“그런 말은 일어서서 하시지? 고개를 땅에다 처박고 있는 주제에 뭐라는 거야?”


카를은 둘이 제정신을 차릴 때까지 잠시 내버려두고 주변을 둘러봤다.


“흠··· 역시 없군.”


카를은 자신의 생각이 맞았다는 것에 아쉬워했다.


강의 수속 때문에 출발 지점보다 상당히 하류로 내려왔다. 당연히 원숭이들의 발자국이 근처에 있을 리가 없다.


“생각해보니, 원숭이들도 강을 건널 때 더 상류에서 출발했을 테니 그곳으로 도착한 거겠네.”


미처 생각 못했던 사항을 확인하며 카를은 목적지를 확인했다. 어차피 발자국이 언제까지 이어져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어떻게 하죠, 대장님? 아무래도 원숭이들의 발자국은 끊긴 것 같은데요?”


“발자국이 보일 때까지 상류로 올라가나?”


“둘 다 정신 차렸구나.”


카를은 뒤돌아보지 않은 채 멀리 보이는 산맥을 보았다. 그곳이야말로 이번 순찰의 변하지 않는 목적지니까.


나머지 둘도 카를의 시선을 따라 산맥을 보았다. 아직 멀리 떨어져 있지만, 북부로 온 순간부터 왠지 모르게 산맥의 존재가 강하게 다가오는 느낌이었다.


“이제부터는 각자 알아서 살 길을 찾아야 한다.”


카를이 전에 없던 엄숙한 표정으로 말을 시작했다.


“여기서부터는 누구도 오지 않았던 곳. 어떤 위험한 동물이 있을지 모른다. 아마 처음 보는 동물들도 엄청나게 많겠지. 나도 예측하지 못하는 다양한 상황들이 우리를 덮칠 것이다. 나도 당해내지 못하는 동물이 있을 수 있어.”


카를의 말에 한스와 말롬도 진지하게 귀를 기울인다.


“나에게 기대지 말고 본인의 능력 이상을 발휘하여 활로를 찾아야만 이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강을 건널 때처럼 정신을 놓는 순간, 죽은 목숨이라고 생각해라. 알겠나?”


“네!”


“옙!”


셋은 긴장된 표정으로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기서부터는 순찰이 아니다. 모험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정령의 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수술 (수정) 19.10.02 54 0 -
공지 방관자 (5) 가 수정되었습니다. 19.09.27 32 0 -
200 다시 시작된 이변 (1) +2 19.09.30 53 0 27쪽
199 방관자 (9) 19.09.28 23 0 30쪽
198 방관자 (8) 19.09.27 23 0 27쪽
197 방관자 (7) 19.09.26 34 0 28쪽
196 방관자 (6) 19.09.25 32 0 26쪽
195 방관자 (5) 19.09.24 29 0 26쪽
194 방관자 (4) 19.09.23 29 0 17쪽
193 방관자 (3) 19.09.23 32 0 11쪽
192 방관자 (2) 19.09.21 43 0 13쪽
191 방관자 (1) 19.09.21 24 0 13쪽
190 왕국의 잔재 (4) 19.09.20 27 0 13쪽
189 왕국의 잔재 (3) 19.09.20 32 0 16쪽
188 왕국의 잔재 (2) 19.09.19 96 0 12쪽
187 왕국의 잔재 (1) 19.09.19 34 0 13쪽
186 나이트와 파괴자 (4) 19.09.18 26 0 14쪽
185 나이트와 파괴자 (3) 19.09.18 38 0 13쪽
184 나이트와 파괴자 (2) 19.09.17 25 0 17쪽
183 나이트와 파괴자 (1) 19.09.17 34 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