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령의 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무량극
작품등록일 :
2018.04.19 18:40
최근연재일 :
2019.09.30 23:58
연재수 :
200 회
조회수 :
56,352
추천수 :
269
글자수 :
1,220,287

작성
18.12.13 01:00
조회
194
추천
2
글자
7쪽

새로운 만남 (6)

DUMMY

거한은 특이하게 살색이 회색빛이었다. 그리고 머리는 갈색에, 카를보다 약간 더 큰 덩치를 하고 있었다.


남부에서는 자신보다 큰 사람을 본 적이 없던 카를에게, 처음으로 본 자신보다 큰 사람이었다. 오거와 트롤은 사람보다는 사람 형태의 짐승에 가까운 존재들이니까.


카를은 상대의 지목과 도전에 황당함을 지우고 냉정히 이야기했다.


“싫은데?”


“음? 뭐라고?”


회색빛의 거한은 카를의 거절이 의외라고 생각했는지, 길게 자란 눈썹을 꿈틀거렸다.


그 모습을 보며 카를은 다시 한번 거절의 뜻을 내비쳤다.


“우린 그냥 여기를 지나가면 그만이야. 너하고 싸울 하등의 이유가 없는데?”


“크하하하! 농담이 심하군. 너는 분명히 강하다! 우리 마을 사람이 아닌데도 그 정도로 육체를 단련한 자가 강하지 않을 리 없지. 그리고 자랑 같겠지만, 나도 나름 강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둘 다 강자라는 말이 된다! 그리고 이렇게 두 명의 강자가 모였으니 싸우는 것은 당연하다!”


“뭐야? 그건?”


카를은 거한의 이론에 다시 한번 황당해했다. 불안한 느낌이 든다. 눈 앞의 거한을 설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그의 머릿속에서 스멀스멀 기어 나온다.


뒤를 돌아 일행에게 이 상황을 의논하려 했지만, 하스트와 엘르는 멀리서 속닥거리고 있을 뿐, 전혀 도울 생각이 없어 보였다.


‘젠장. 설마 아까의 복수냐?’


어쩔 수 없다. 카를 혼자서 거한을 설득해야 한다.


“그렇게 싸우고 싶으면 저기 그 곰인가 뭔가 하는 동물이랑 싸워라.”


하지만 카를은 설득이라는 단어와 거리가 있는 사람이었다. 화살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수 말고는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그리고 카를의 수는 벌써 실패했다. 어느새 곰도 한 발짝 떨어진 곳에서 구경하며 고기를 먹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고기는.


“뭐야? 두더지?”


곰 근처를 보니 두더지 몇 마리가 죽어있다. 아무래도 이 쪽도 습격을 받은 것 같다. 거한도 그렇고, 곰도 그렇고 전혀 상처가 없는 것을 보아 쉽사리 물리친 게 분명하다.


‘저 곰도 뭔가-’


쿵!


카를이 잠시 곰에게 한눈을 판 사이에, 거한이 갑자기 발을 크게 굴렀다.


“이런···”


거한의 발에서 거대한 진동이 주변을 울린다. 그것만이 아니다. 진동은 주변을 떨게 하더니, 이내 하나의 벽을 세웠다.


“땅의 자연력인가···”


그 위치는 거한의 뒤편이다. 흙으로 된 벽이 우뚝 솟아, 카를에게 지나갈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여기를 지나가고 싶다고 했나? 이곳은 이미 나의 영역! 지나가고 싶다면 날 쓰러뜨려라!”


“막무가내구만···”


이렇게까지 사람 말을 듣지 않으니 카를도 슬슬 짜증이 났다.


한숨을 쉬며 어쩔 수 없이 응해주기로 하고 무기를 꺼내려다 움찔하며 손을 멈춘다.


‘잠깐. 이 앞에 다른 마을이 있다고 했는데, 이놈 그 마을 사람 아냐?’


근처에 마을이 몇 개나 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다음 산에 목표한 마을이 있는 것은 확실하다. 그렇다면 눈 앞의 거한이 그 마을 사람일 수도 있다.


‘이 놈은 맨손으로 싸울 모양인데···’


상대는 무기는커녕 방어구도 없다. 이 상황에서 만약 무기로 상대에게 상처를 입혔다가는 괜히 마을에 안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상대가 짐승 같은 상대라면 모를까, 지금은 서로 대화가 가능한 사람이다. 홀로 무기를 사용한다면 승패가 어찌 되었든 비난을 들어도 할 말이 없다.


‘또 그럴 수는 없지.’


그리고 엘프 마을에서 어떤 일을 겪었는지를 생각한다면, 그것은 절대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괜히 귀찮은 일에 휘말릴 바에야···’


그렇다면 상대에게 완벽히 맞춰주기로 한다.


“오!”


거한과 마찬가지로 카를도 짐을 모두 내려놓았다. 무기와 방어구도 모두.


“그쪽도 맨몸이니 나도 맨몸으로 싸우겠어. 그리고 네가 원하는 대로 싸워주지.”



그것은 어찌 보면 상대를 무시하는 발언일 수도 있다. 카를도 상대가 화나서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달려들어도 변명할 말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승부에 있어서는 이것은 효과적이다. 분노는 힘 조절을 망친다. 그렇기에 빈틈이 생길 일이 많다. 그렇다면 누구에게 승기가 돌아갈지는 생각할 필요도 없다.


물론 분노하면 평소보다 강한 힘을 내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기술이 배제된 힘이다. 그리고 힘으로는 카를 자신은 누구에게도 져본 적이 없다. 그런 그에게 화난 사람은, 상대하기 가장 쉬운 사람이다.


그리고 확실히 거한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카를이 예상한 반응은 아니었다.


“크하하하하! 더 마음에 들어! 아주 마음에 들어! 그래, 사내라면 응당 그 정도 자신감을 가지고 있어야지! 그렇다면 나도 전력을 다해 응하도록 하겠다. 네가 원하는 대로 내가 가장 자신 있는 전투를 택하지. 불만 따위는 당연히 없겠지.”


드디어 싸움을 할 수 있게 된 거한은 호기롭게 웃었다.


거한이 다가온다. 팔소매를 걷으며 팔근육을 과시한다. 그의 거대한 손은 자신에게 잡히는 것이 무엇이든 으스러뜨릴 것을 맹세한 것 같이 강렬해 보인다.


카를도 다가간다. 그의 팔근육도 어느새 걷어진 소매에서 해방되어 자신을 과시하고 있다. 그의 주먹은 자신의 앞길을 막는 것이 그 무엇이라도 부수겠다는 것처럼 강건하게 쥐어져 있다.


평범한 사람이 그 팔을 보고 느끼는 반응은 굉장하다, 이것 하나뿐일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상대와 자신을 비교한다. 하지만 두 거한의 팔은 감히 자신과 두 거한을 동일 선상에서 비교할 생각조차 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같은 인간의 것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두 거한의 팔은 우람하게 꿈틀거리고 있다.


두 거한은 점점 서로에게 다가섰다. 그리고 팔꿈치가 닿을 정도가 되어서야 결국 멈추었다.


거한은 카를의 눈을 흔들림 없이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제안할 것은 씨름이다.”


“씨름?”


“음? 씨름을 모르는 건가?”


카를은 씨름이라는 단어는 안다. 하지만 그가 알고 있는 단어는 싸움법이랑은 다른 단어였다. 이루고자 하는 것을 위해 온 힘을 다한다라는 말이었으니까.


카를의 반응에 거한은 간단하게 설명한다.


“정확히 몰라도 상관없겠지. 간단하게 말하자면 타격은 금물이고, 맞잡은 상태에서 상대를 넘어뜨리기만 하면 되는 거다. 방법은 상관없다.”


“확실히 간단하네.”


간단한 규칙의 싸움이라는 것을 이해한 카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라면 자신 있었다. 맞잡은 상태라면 힘이 최고니까. 그리고 힘겨루기에서는 한 번도 져본 적이 없다.


“훗. 그럼 시작하기 전에 통성명부터 하지. 난 퇴기(㕍示)라고 한다.”


“난 카를이다.”


“그래, 카를. 그럼 시작하자!”


퇴기는 카를의 허리춤을, 카를은 퇴기의 목깃으로 손을 뻗는다.


두 덩치가 서로를 맞잡는다.


작가의말

 컨디션 난조로 별로 쓰지 못했네요... 죄송합니다.


 여러분은 몸 조심하시고, 건강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정령의 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수술 (수정) 19.10.02 54 0 -
공지 방관자 (5) 가 수정되었습니다. 19.09.27 32 0 -
200 다시 시작된 이변 (1) +2 19.09.30 53 0 27쪽
199 방관자 (9) 19.09.28 22 0 30쪽
198 방관자 (8) 19.09.27 23 0 27쪽
197 방관자 (7) 19.09.26 34 0 28쪽
196 방관자 (6) 19.09.25 32 0 26쪽
195 방관자 (5) 19.09.24 29 0 26쪽
194 방관자 (4) 19.09.23 29 0 17쪽
193 방관자 (3) 19.09.23 32 0 11쪽
192 방관자 (2) 19.09.21 43 0 13쪽
191 방관자 (1) 19.09.21 24 0 13쪽
190 왕국의 잔재 (4) 19.09.20 27 0 13쪽
189 왕국의 잔재 (3) 19.09.20 32 0 16쪽
188 왕국의 잔재 (2) 19.09.19 96 0 12쪽
187 왕국의 잔재 (1) 19.09.19 34 0 13쪽
186 나이트와 파괴자 (4) 19.09.18 26 0 14쪽
185 나이트와 파괴자 (3) 19.09.18 38 0 13쪽
184 나이트와 파괴자 (2) 19.09.17 25 0 17쪽
183 나이트와 파괴자 (1) 19.09.17 34 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