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령의 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무량극
작품등록일 :
2018.04.19 18:40
최근연재일 :
2019.09.30 23:58
연재수 :
200 회
조회수 :
56,346
추천수 :
269
글자수 :
1,220,287

작성
19.01.04 23:58
조회
157
추천
1
글자
10쪽

두려움 (5)

DUMMY

“도대체 어떻게? 느슨해져 있다고 해도 봉인은 충분히 가동하고 있었는데?”


하스트는 무너지고 있는 탑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탑에서 느껴지는 것이 아까와는 또 다르다.


“설마 위장? 말도 안 돼! 어떻게 막 깨어난 파괴자가···!”


하스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파괴자가 움직인다. 파괴자는 하스트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순식간에 원정대의 진영으로 파고든다. 그 속도는 저번의 파괴자 이상이었다.


“역시 날 노리네.”


파괴자가 나타난 것을 보고 몸을 풀고 있던 카를은 자신을 노리는 파괴자에 대응했다. 파괴자는 무조건 자신을 먼저 노린다는 이야기는 이미 들었기에 당황하지 않았다.


파괴자는 너무나도 정직하게 카를을 향해 주먹을 내뻗었다. 목표는 복부였다.


카를은 이렇게 너무 뻔히 보이는 공격에 맞아줄 생각이 없었다. 무엇보다 담겨있는 힘은 절대 보통이 아니다. 맞았다가는 몸은 멀쩡하더라도 방어구나 옷들이 그대로 터져나갈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우선 옆으로 피한 다음 반격하려 한다.


“만나자마자 미안하지만, 이대로 끝-”


콱!


하지만 회피라는 선택을 한 카를의 행동은 이어지지 못했다.


‘뭐지? 뭐가 내 발을-’


무언가 발을 잡아챈다. 무엇인지 궁금하기는 했지만, 정면에서 다가오는 파괴자 때문에 미처 확인할 시간이 없다.


하지만 이대로 잡혀있는 상태로 싸울 수도 없다. 그리고 느껴지는 힘은 단단하다. 단순히 발을 털어 뿌리치는 정도로는 자신을 잡는 무언가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렇기에 힘을 주어 억지로 붙잡힌 발을 들어낸다. 단단하게 붙잡고 있었지만, 그 무언가는 카를의 힘을 이겨내지 못하고 저지에 실패한다.


발을 잡고 있던 무언가가 뽑힌 반동으로 카를의 앞까지 튀어 오른다. 카를은 자신의 발을 잡고 있던 무언가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건 손?’


그건 금속질의 손이었다. 파괴자의 손과 비슷해 보였다. 이 금속의 손이 파괴자의 손인지 확인하기 위해 카를은 파괴자의 양손을 보았다. 그런데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주먹, 그리고 반대편 손까지 모두 멀쩡히 달려있다.


‘도대체 어디서 이런 게?’


잠시 지체하는 사이 파괴자의 주먹이 복부 바로 앞까지 다가와버렸다. 이에 급하게 몸을 튼다. 정말 아슬아슬하지만, 지금이라면, 자신이라면 아직 충분히 피할 수 있다.


퉁.


하지만 그전에 그의 몸을 막는 무언가가 옆에서 엄청난 속도로 솟아 나왔다. 금속의 벽이었다. 틀었던 몸이 벽에 막힌다.


‘젠장. 공간이-’


몸을 옆으로 돌릴 공간이 부족해졌다. 어쩔 수 없다. 회피를 포기한다.


‘우선 맞아주마. 그다음에 바로 부숴주지.’


이제는 피할 수 없다. 이미 상대의 공격은 닿기 직전이다. 이번 파괴자는 저번보다 크다. 아마 저번보다 강한 놈일 테니, 충격에 대비한 다음 바로 주먹을 날리기로 한다.


그 순간, 갑자기 파괴자가 달라진다.


‘이 녀석. 눈에 불이?’


원래도 눈으로 추정되는 부위에 희미한 빛이 있었지만, 그 광채가 갑자기 강렬해졌다.


파괴자가 주먹을 거둔다. 이에 충격에 대비하기 위한 카를의 균형이 살짝 흐트러진다. 그리고 주먹이 있었어야 할 위치에 다른 것이 다가온다. 파괴자의 어깨다.


그것을 인지한 순간. 이미 공격은 적중되었다.


‘이건··· 예상과 다르잖아?’


파괴자의 목적이 자연력의 강탈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자신을 먼저 노리는 거라고. 그런데 벌어진 일은 예상과 너무나도 다르다.


‘날 날리다니?’


금속질의 무거운 질량에 정통으로 얻어맞은 카를은, 빠른 속도로 전장에서 이탈하고 있다.


쾅!


순식간에 공동의 벽을 뚫고 밖으로 사라진다.


“모두 도망쳐!”


그리고 이 모습을 본 하스트는 필사적으로 술법을 펼쳐낸다. 예상과 너무 다르다. 이번 파괴자는 저번 파괴자보다 힘을 회복한 상태다. 그것도 막 깨어난 정도가 아니라, 휴를 쫓기 직전의 파괴자보다도. 이제 막 깨어난 파괴자라고 볼 수 없는 움직임이었다.


하스트가 펼쳐낸 술법에 주변의 땅이 거칠게 일어난다. 목표는 파괴자. 순식간에 파괴자를 위한 거대한 무덤이 완성된다. 단시간에 펼쳐냈다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웬만한 동물들은 빠져나오는 데 꽤 시간이 걸릴 것이 분명한 견고한 흙의 무덤이다.


사람들도 카를을 날려 보낸 엄청난 힘을 목격하고, 하스트의 말에 따른다. 이야기로 전해 들은 대로라면 저것은 생물이 절대 대적할 수 없는 괴물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속에서 끓어오르는 호승심을 눌러야 할 때다. 호승심 때문에 주변의 동료들은 물론, 마을까지 위험에 빠뜨릴 수는 없다.


하지만 뒤로 물러나려 한 사람들에게 문제가 생겼다.


“하스트! 뒤에는 함정이 있다! 우린 길을 몰라! 절대 파괴 장치까지 건드릴 수도 있다!”


원정대가 함정 때문에 후퇴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젠장! 내가 왜 그딴 개소리를 해가지고!’


하스트는 지금처럼 방금 전의 자신이 원망스러웠던 적이 없었다.


“그딴 거 없으니까, 술법으로 모두 부수면서 가세요!”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단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술법으로 주변의 함정들을 모두 발동시키며 가기 시작했다. 속았다는 말도, 불평의 말도 없이.


‘휴··· 의심이 없어서 다행이다. 도깨비들이 아니었다면 큰일 날뻔했어.’


그에 하스트도 그들의 뒤를 따르려 한다.


-- ---


그런데 갑자기 무덤 안에서 조용히, 소리가 들려온다. 하스트는 머리카락이 거꾸로 곤두서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무덤이 파괴되는 소리라면, 그럴 수 있다. 주변의 땅이 진동한다면, 그것도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이소리는 아니다. 저것은 절대 들려서는 안 되는 종류의 소리다.


“어딜-”


그것은 목소리였다. 무언가가 갈려 들어가는 것 같은 거칠고 거친 쇳소리였다.


쾅!


그리고 갑자기 주변에서 굉음이 들려온다.


쾅!


그 소리는 하나가 아니었다. 연쇄적으로 들려온다.


쾅!


한 방향도 아니다. 모든 방향에서 소리가 들려온다.


“-가느냐.”


소리가 메아리친다. 아까보다 빠른 메아리다.


“이건··· 철?”


주변을 감싼 것은 강철의 장벽이다. 순식간에 갇혀버렸다.


“이딴 것쯤!”


거구인 도깨비들 중에서 특히 거구를 가지고 있던 사람이 자신을 바위로 감싸고 강철을 향해 몸을 던졌다. 가공할 힘에 땅이 들썩거리며 주변이 요동친다.


“큭···!”


그런데 무리였다. 얼마나 깊숙한 곳까지 박혀있는 것인지 강철이 움푹 파일지언정 쓰러지지 않는다.


“제길, 쓰러뜨리지 못한다면 위로 올라가면-”


“어딜 가느냐.”


촌장이 바위를 타고 탈출을 시도하려 술법을 준비하자, 다시 그 목소리가 들린다.


“대답할 의리 따위는 없다!”


땅에 손을 대고 땅을 일으키는 술법을 발동한다. 땅이 들썩거린다.


“이럴 수가?”


하지만 실패다. 땅은 조금 들썩거리기만 하고, 어떠한 변화도 보이지 않았다.


콰직!


그리고 생각보다 늦었지만, 마침내 파괴자가 다시 움직인다. 그런데 자연력을 흡수해서 무덤을 흩어버릴 줄 알았던 예상과는 다르다. 안쪽에서 튀어나온 강철의 파편들이 물리적으로 무덤을 파괴하고 있다.


파괴된 흙무덤 안에서 파괴자가 걸어 나온다. 입이라고 추정되는 금속 부위를 달싹거린다.


“어딜 가느냐.”


“미친! 파괴자에게는 발성기관 따위 없을 텐데! 어떻게 말하는 거야!?”


하스트는 빌어먹을 현실에 신경질적으로 외쳤다.


“어딜 가느냐.”


하지만 들려오는 대답은 답이 되어주지 못한다.


‘큰일이야···’


파괴자와 마주하고 있다. 그것도 막혀있는 공간에서. 자신이라면 날아서 이 천장 밖으로 도망갈 수 있을 테지만, 파괴자가 놔둘 리가 없다. 정말 절체절명의 위기다. 무엇보다 위험해 보이는 것은 파괴자가 술법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젠장! 깨어난 지 얼마 안 되었다면, 박혀있는 명령에만 따르는 짐승 이하의 지능이어야 하는데!’


그런데 적은 조금이나마 이지가 있다. 그렇다는 말은 활동은 안 하고 있었지만, 깨어난지는 꽤 되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것도 이상하다. 파괴자는 깨어나는 순간, 모든 자연력을 없애는 존재다.


‘도대체 어떻게?’


하스트의 의문과 동시에 파괴자의 눈이 번뜩하더니, 분위기가 다시 달라진다.


“왜 내가 땅에 박혀있었나 궁금한가?”


“!”


“내가 말을 하는 게 놀라운-”


“이런!”


파괴자가 말을 하다 말고 갑자기 움직인다. 어느새 파괴자의 눈에서 빛나던 광채가 흐려졌다. 하지만 행동은 민첩하다. 그리고 아까와는 다르게 주변의 자연력을 흡수하며 움직이고 있다. 저번에 보았던 파괴자처럼.


파괴자가 사람들에게 다가가 누군가의 자연력을 강탈하기 위해 다가온다. 금속으로 이루어진 몸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속도다. 그리고 가볍게 느껴지는 그 속도와는 또 다르게 너무나도 확실한 질량감이 느껴진다. 저거라면 강탈의 능력이 없더라도 위협적이다.


우뚝!


“이런··· 잠시 정신을 잃었군. 내가 뭐라고 했었지?”


파괴자가 급하게 정지하더니 다시 뒤로 물러난다.


‘뭐야, 이 녀석? 지금 우리와 대화하겠다는 건가?’


쾅!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는 와중에 갑자기 위에서 소리가 들리더니, 하늘이 열리고 무언가가 떨어진다.


“휴. 아직 다들 무사하네.”


“... 생각보다 빨리 왔구나.”


아까 날아갔던 카를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정령의 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수술 (수정) 19.10.02 54 0 -
공지 방관자 (5) 가 수정되었습니다. 19.09.27 32 0 -
200 다시 시작된 이변 (1) +2 19.09.30 53 0 27쪽
199 방관자 (9) 19.09.28 22 0 30쪽
198 방관자 (8) 19.09.27 23 0 27쪽
197 방관자 (7) 19.09.26 34 0 28쪽
196 방관자 (6) 19.09.25 32 0 26쪽
195 방관자 (5) 19.09.24 29 0 26쪽
194 방관자 (4) 19.09.23 29 0 17쪽
193 방관자 (3) 19.09.23 32 0 11쪽
192 방관자 (2) 19.09.21 43 0 13쪽
191 방관자 (1) 19.09.21 22 0 13쪽
190 왕국의 잔재 (4) 19.09.20 27 0 13쪽
189 왕국의 잔재 (3) 19.09.20 32 0 16쪽
188 왕국의 잔재 (2) 19.09.19 96 0 12쪽
187 왕국의 잔재 (1) 19.09.19 34 0 13쪽
186 나이트와 파괴자 (4) 19.09.18 25 0 14쪽
185 나이트와 파괴자 (3) 19.09.18 38 0 13쪽
184 나이트와 파괴자 (2) 19.09.17 25 0 17쪽
183 나이트와 파괴자 (1) 19.09.17 34 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