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 ( 바람의 아이 )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대체역사

완결

prinsilk
작품등록일 :
2018.04.23 15:30
최근연재일 :
2020.05.11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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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1.04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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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주신의 흰범 -3

DUMMY

기병을 시작으로 일제히 병사들이 언덕을 달려내려왔다.

언덕마다 내달리고 있는 병사들의 모습은 숨막힐 만큼이나 공포스러웠다.


진회색으로 칠해진 투구와 경갑과 중갑 사이정도의 갑옷들은 달릴 때 마다 저마다 부딧쳐 무시무시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 쏴라! ”


하운무의 목소리가 울려퍼졌고 그의 주변에 있던 청년들이 강하게 당기고 있던 활 시위를 놓았다.


휘휘휭~!


화살은 일제히 하늘을 떠올랐고 이내 정확하게 달려오던 병사들의 몸으로 날아들었다.


퍼퍼퍽!


분명 마을 전사들은 수가 적은 만큼 질에서는 훌륭한 수준이었다.

화살은 거의가 목표에 적중하였고, 달려오던 병사들의 상당숫자가 그대로 쓰러졌다.

병사들이 당황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이런 저항은 받아본적이 없었으리라.

단단한 갑옷을 입고 있었기에 얼마간의 수준낮은 화살정도는 갑옷으로 튕겨낼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을 터였다.


하지만 화살은 정확하게 갑옷을 입지 않은 부위를 찾아서 날아들었고, 갑옷으로 가리고 있는 가슴과 배 부위가 아닌 팔 다리 또는 얼굴에 박혀 사상자 들의 비명을 불러왔다.


자연스럽게 하운무 가 직접 지휘하는 부분 외의 지역에서는 임시 지휘관이 결정되었고 그들의 명령에 따라 전투가 수행되고 있었다.


그중 가장 격렬한 곳은 기병들이 나타났던 최초의 언덕이었다.

마을 북쪽의 가장 높은 언덕에서 내달린 기병들은 최초의 쏟아진 화살세례에 단 네명 만의 손실을 입은채 목책까지 도착했다.


목책 앞에는 깊지는 않았지만 해자가 파여져 있었고 아주 높지는 않았지만 흙벽이 가로 막혀 있었기 때문에 직접 목책 까지 도착한다고 해도 전투에 임할수 있는 숫자는 많지가 않았다.

기병들은 이내 마을로 들어서는 나무로 만든 다리로 몰려들었다.


기병들은 마을로 들어서는 나무문에 밧줄을 감아 말들로 끌어넘어뜨리려고 하고 있었고, 이에 마을 전사들은 목책 사이로 창을 뻗어 접근을 방해하는 한편, 화살을 쏘아대어 공격이 집중되는 것을 막고 있었다.


“ 적의 숫자는 많지만 아직 제대로 된 공격을 하는 것은 아니다! 각기 맡은 자리를 지켜라! ”


하운무 는 목책을 돌면서 전사들을 독려하였다.

최초의 상황은 나쁘지 않았다.

제대로 된 성과 비교하자면 보잘 것 없는 목책과 개울물에 가까운 해자 였지만 제 몫을 단단히 해 주고 있었던 것이다.


화살이 닿는 거리부터 시작하여 해자를 거치고 또 흙벽을 기어오르는 사이에 병사들의 희생은 중첩되어갔다.


그리고 마침내 목책에 도착하였다고 해도 도끼를 든 병사가 목책을 다 부술 때 까지 마을의 전사들이 손놓고 있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리 길지 않은 전투가 이어질때쯤 이었다.


부우우우웅~ 부우우웅~


전투 시작전에 울려퍼진것과는 또 다른 나팔소리가 울려퍼졌고 병사들은 일제히 후퇴를 시작하였다.


“ 지금 나가야죠! 쓸어버려요! ”


일부 청년들이 후퇴해 가는 병사들을 보고는 하운무 에게 달려와 건의를 하였다.


“ 아냐! 저들의 후퇴를 봐라. 흐트러짐이 거의없어. 괜히 잘못 나갔다가 우리 희생이 발생한다. 우리 희생이 크지 않으니 너무 무리하지 말아야 한다. ”


하운무가 청년들을 달래고 있을 때 였다.


“ 저기! ”


한명의 청년이 목책을 바라보며 소리를 질렀다.

문이 조금 열리고 쏜살같이 한명이 말을 탄채 목책 밖으로 달려나가고 있었다.


“ 누구냐! 저 개념없는........ !!!!! ”


달려나가는 모습만 보고 분노를 터트리던 하운무는 이내 기수의 정체를 확인하고는 말문이 막혀 미간을 찡그렸다.


“ 하휘.... 군요. ”


마치 장난하는 것처럼 하휘는 말을 몰고 있었다.

화살 한발당 한명씩 벌써 목책으로 다가 오던 병사를 여섯명이나 쓰러뜨린 그녀였다.


뭔가 씌인 것처럼 그녀는 상기되어 있었고, 오늘은 무슨일을 해도 될것만 같았다.


들고있던 창을 익숙하게 한번 돌리고는 뒤를 힐끔힐끔 쳐다보며 도망가고 있는 병사의 등을 향해 창을 뻗었다.


묵직하게 팔을 타고 전해지는 저항감과 물컹한 무엇인가가 뚤려가는 느낌이 몸을 사정없이 흥분시켰다.


완전히 몸이 뚤려버린 병사는 힘없이 쓰러졌고 말이 달려가는 속도 그대로 창을 시체에서 뽑아낸 하휘는 다시금 창을 휘둘렀다.

창 끝은 그녀가 움직이고자 하는 방향대로 정확하게 움직여 주었다.

투구와 갑옷사이의 목덜미를 노리자 도망중이던 병사는 그대로 목이 뚤려 버렸고,


저항하고자 돌아서서 창을 휘두르는 병사의 겨드랑이를 겨누자 이내 병사는 겨드랑이에서 가슴까지 창에 뚤려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채 쓰러졌다.


그녀에게 있어서 지금은 마치 꿈속의 일부 같았다.


순식간에 십여명이 넘는 사상자를 만들어 내고 있는 단기 소녀의 추격에 한나라 군 에서도 기병을 내 놓았다.


후퇴하던 기병중의 일부가 일제히 창을들고 그녀를 향해 쇄도해 온 것이었다.


“ 읏차! ”


긴장감 없는 기합소리와 함께 하휘는 자신을 향해 찔러오는 창을 자신의 창으로 걷어내 버렸다.

오히려 균형을 잃어버린 병사가 낙마 하기 까지 했고, 이어 다음 열에서 달려오던 기병은 그녀의 창에 찔려 쓰러져 버렸다.


어느덧 언덕 위까지 달려온 그녀의 눈 앞에 고급스러운 갑옷을 입은 사내가 보였다.


“ 촌장님 보다는 나이가 좀 많은 것 같은데.. ”


수염이 군데군데 희게 변하여 바람에 날릴때는 순간 회색으로 보일 법한 장수는 눈 주변의 주름 때문인지 표정을 잘 알수가 없었다.


“ 네놈이 수장이냐? ”

“ ...... ”


하휘는 창끝으로 장수를 겨누었다.


워낙에 빨리 후퇴하던 병사들을 추월하여 진영으로 달려온 탓에 아직 병사들이 완전히 도착하려면 조금 시간이 남아 있었다.


그 자리에 남아있는 장수를 호위하는 병사라 봐야 고급장교로 보이는 십수명과 일반병사 십수명에 불과하였다.


“ 이야아아아!!! ”


병사 들이 자신의 두려움을 떨쳐 내려는 듯 괴성을 지르며 일제히 창을 찔러왔다.

하지만 하휘가 창을 찌를 것도 없이 하휘가 타고 있던 말이 훌쩍 뛰어오르며 병사들에게 부딧쳐 갔다.


발굽에 차인 병사 한명이 그대로 뻗어 버렸고, 당장이라도 달려들 것 같던 병사들은 어느정도 거리를 둔채 창을 자신의 방어용으로 바꾸어 사용하고 있었다.


“ 별것도 없네.. ”


하휘는 작게 중얼거리며 창을 뻗었다.

고급 장교들은 그래도 뭔가 다르다는 듯 일제히 창과 칼을 꺼내들어 하휘의 창을 받아내었다.


하지만 오늘은 분명히 하휘의 시간임이 분명했다.


하휘의 눈에는 고급장교 들이 힘껏 휘두르는 검과 창이 너무나 느리게만 보였다.

각기 사이로 창끝을 충분히 움직일수 있을 것 같았고, 그대로 창날을 움직일 뿐이었다.


창은 마치 뱀처럼 방어하려는 칼들 사이로 파고들었고, 단번에 두명의 고급장교의 목숨을 빼앗았다.


구슬픈 비명소리와 함께 장교 두명이 엎어졌지만 진영이 크게 흩으러 지진 않았다.


장수는 서너명의 장교와 함께 몸을 돌려 도주를 하고 있었고, 이어 후퇴해 오는 병사들이 점점 언덕위를 채워가고 있었다.


“ 적병은 단 한명이다! 포위하라!! ”


장교는 자신들의 수가 많아지고 있음을 알아채고는 병사들에게 소리를 질렀다.

먼저 자신들의 진영에 도착해 있는.. 그것도 소녀의 모습에 어리둥절해 있던 병사들은 이어 쓰러져 있는 동료들의 모습에 정신을 차리고는 훈련 받은대로 움직여 갔다.


밀집대형으로 자신을 몰아가는 병사들의 모습에 하휘는 이제 빠질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 그 목을 잘 간수하고 있으라고! 내가 곧 따 줄테니까! ”


호기롭게 옛 이야기 책에서 들은 것 같은 대사를 크게 외친 하휘는 말을 돌려 마을을 향해 달려내려갔다.


한나라 병사들은 언덕위를 지키지 않고 그대로 숲 까지 군을 물려 버렸다.


창을 대충 크게 휘둘러 뭉쳐있던 핏물을 털어버리고 하휘는 날아갈듯한 기분으로 목책 앞까지 다가왔다.


문이 천천히 열리고 그녀가 문안으로 들어서자 마을 청년들의 함성이 울려퍼졌다.


“ 하휘 멋지다! 대단해! ”

“ 아주 다 죽여버리지 그랬어 ! 하하하 ”


지나갈때마다 한마디씩 거드는 흥분한 전사들의 말에 입꼬리가 위로 올라가 광대가 아플 지경임을 느꼈다.

여기저기 히죽웃으며 그녀가 마침내 도달한 곳은 심각한 표정으로서 있는 하운무 의 앞이었다.


“ 아빠! 저 아주 멋졌죠? 헤헤헤 ”

“ ...... ”


하휘는 밝게 웃으며 말에서 뛰어 내렸다.

주변은 자신을 위해 밝게 빛나고 따뜻한 느낌이었지만 아버지 곁에서 만은 공기가 얼어붙을 것 같다는 느낌이 몰려왔다.


“ 아빠? ”

“ ....... ”


짝!


가까이 다가간 하휘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휙 돌아갔다. 자신에게 무슨일이 있었는지 조차 인지 하는데 잠깐의 시간이 들정도로 이질적인 느낌이었다.


엄한 아버지. 하지만 아직까지 단 한번도 하휘에게 손지검을 한적은 없었던 것으로 그녀도. 또한 그도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 돈독한 부녀관계는 아니었지만 상대에게 화를 직접 터트릴 정도로 악화된적도 또한 없었다.


자신이 뺨을 맞았다는 것을 인지하자 하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억울하고 현재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 이게 무슨? ”


짝!


반대방향으로 얼굴이 돌아갔다. 하휘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그 달아오르는 이유가 아버지로 부터의 폭력때문인지 아니면 자신에게 몰려있던 청년들의 시선에서 추한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부끄럼 때문인지 알수가 없었다.


“ 다른 사람도 아닌 네가! 군령을 어기고 혼자 돌격해?! 진퇴를 마음대로 정하지 말랬지?! 네가 그러면 이제 누가 내 명령을 듣겠느냐! ”

“ ....... ”

“ 이런 상황에서 군령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느냐?! ”

“ 우리가 군대도 아니고... ”

“ 잘못을 뉘우치진 못할망정 뭐라고?! ”


하운무 의 손이 다시금 하휘의 뺨을 향해 날아들었고 그녀는 다른 손을 뻗어 아버지의 손을 잡아챘다.


“ 우리는 군인이 아니에요. 아버지도 제 상관이 아니구요! ”

“ ...... ”


하운무의 손에 힘이 빠지고 있음을 알아챈 하휘는 그의 손을 놓았다.

힘없이 하운무의 손이 허리 아래로 툭 떨어졌고, 이어 힘없이 그의 어깨가 돌아갔다.

아버지의 뒷모습이 눈앞에 들어왔다.


‘ 어 .... 이러려던 것이 아닌데... ’


뭔가 덜컥 내려앉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버지를 향해 걸어가려던 그녀의 몸은 다른 자신의 생각에 짖눌려 버렸다.

아버지로 인해 떨어져 버린 자존심이 힘없이 돌아서는 자신의 아버지 에게서 승리감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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