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 ( 바람의 아이 )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대체역사

완결

prinsilk
작품등록일 :
2018.04.23 15:30
최근연재일 :
2020.05.11 04:09
연재수 :
219 회
조회수 :
209,395
추천수 :
2,819
글자수 :
1,194,078

작성
19.02.12 00:44
조회
875
추천
12
글자
11쪽

소용돌이 -6

DUMMY

환희가 탄식으로 바뀌는데는 찰나의 시간 밖에 필요치가 않았다.

불과 수백기에 불과한 병력이었지만 워낙에 절묘한 순간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앞열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리고 충돌과 함께 적절한 병과에서의 위력이 나타났다.

중원의 군대가 갖고 있는 중기병들은 무지막지하게 진영을 뚫고 지나가고 있었고, 흉노 부대로서는 마땅히 이 돌격을 막을만한 수단이 없었던 것이다.


“ 젠장! 막아! 한줌도 안되는 저놈들을 막으라고! ”


몽우는 지휘봉을 마구 휘두르며 신경질을 내기 시작했고 장수들은 어쩔줄 몰라하며 분주하게 명령을 전달하고 있었다.


평원에서 마주쳤다면 직접적인 전투를 피하면서 기동력을 이용한 유린도 가능했을 터였다.

그리고 그것이 흉노군의 장점이기도 했다.


하지만 돌격이 감행되고 있는 이 순간은 달랐다.


“ 돌격하라! 쓸어버려!! ”


중갑기병들은 육중한 갑옷을 무기로 어지간한 공격은 받아내면서 충실히 진영을 뚫고 나가고 있었다.


점차 유지장 군을 밀어붙이던 힘이 약해지는 것이 보였다.


“ 지.. 지금이다! 공격!! ”


현재 상황을 얼떨떨하게 지켜보던 호족 한명이 정신을 차린 듯

얼어붙어 있는 흉노병사들을 보고는 고함을 질렀다.


기병들의 돌진하던 기세가 꺽이자. 보잘 것 없어 보였던 보병들의 반격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과 라는 무기는 걸어서 베는데 특화된 무기였고, 보병들중 상당한 숫자는 이 무기를 들고 있었다.


겁에 질려있던 병사들은 언제 용기가 솟아났는지 복수심에 불타는 눈빛으로 과를 들어 말에탄 흉노병사들을 잡아당겼다.


“ 으아아아! 살려줘! ”

“ 이 더러운 오랑캐 자식들! 죽어! ”


순식간에 수십명의 흉노병사가 낙마하였고 쓰러진 그들은 복수심에 불타는 유지장 군의 보병들에 의하여 난도질을 당하였다.


말은 덩치가 큰 동물이었다.

기병들은 달리면서 그 무계와 힘을 이용해야 했다. 막상 맨 앞열이 멈춰버리자 자신들의 부피에 오고가도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 곳은 흉노군 쪽이었다.


“ 으으으... 후.. 후퇴! ”


그리고 마침내 흉노병사들의 문제점이 들어났다.

흉노병사들은 삶이 전투 그 자체여서 그렇지 제대로 된 군사훈련을 받은 병사들은 아니었고 일방적인 전투가 이루어지지 않자 급속도로 사기가 꺽여 나갔고 이어 전열이 흩어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일부 병사들이 무너지며 언덕위로 되돌아 올라가자

그 뒤를 따르는 병사들의 숫자가 급속도로 늘어났다.


“ 이 무슨 추태냐! ”


몽우는 분노에 차서 소리를 질렀고 곁에 있던 장수를 노려보았다.


“ 지금 바로 나가서 진열을 정비하라! 후퇴하는 병사들을 모으란 말이다! ”

“ 네 알겠습니다. ”


장수는 급히 달려나가 자신의 병력으로 후퇴하는 병사들을 막아섰다.

유지장 군에 충분한 기병이 있었다면 전황이 분명히 바뀌었을 것이다.


하지만 유지장 군에는 불과 수백의 기병만이 있었을 뿐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보병으로 이루어 졌기에 거의 무너지듯 후퇴하는 흉노 기병들에게 제대로된 타격을 주기에 무리가 있었다.


저추는 맨 앞에서 병사들을 독려하며 달려갔지만 이내 언덕 중간정도에서 나타난 새로운 흉노병사들을 바라보고는 추격을 멈추었다.


조금전 까지의 전투가 벌어졌던 곳에는 시체만이 가득 쌓여 있을뿐 병장기 끼리의 부딧치는 소리는 완전히 멈추어 버렸다.



흉노기병들은 후퇴하는 자신들의 병력을 충분히 수용한후 천천히 열을 맞춰 언덕위로 되돌아 올라갔다.



“ 으하하하하하 통쾌합니다! 우리가 이겼어요! ”

“ 그러게나 말입니다. 아직도 믿겨지지가 않아요. 이겼어요 이겼어! ”


호족들은 언제 유지장을 욕했느냐는 듯 주변에 서서 자신의 전공을 뽐내고 있었다.

하지만 전투 직전과 달리 유지장의 얼굴은 많이 어두워져 있었다.


호족들은 기쁨에 차서 피 묻은 갑옷을 뽐내며 이야기 하고 있었지만 그는 그런 그들의 모습을 조금 떨어져서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 그에게 저추가 조용히 다가왔다.

작은 상쳐들이 가득한 그는 최대한 몸가짐을 가다듬으며 유지장의 곁에 섰다.


“ 유지장님 ”

“ 저추... 우리 피해는 얼마나 되는지 파악되었습니까? ”

“ 네. 유지장님 대략 전사가 8백 정도에 전투불능이 2천 정도가 됩니다. ”

“ 거의 반절이 날아갔군요. ”

“ 네... 하지만 이번 전투에서는 우리가 ”

“ 이겼다고 하고 싶은건가요? ”


유지장의 차가운 목소리가 작게 울려퍼졌고, 저추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들의 분위기를 알리 없는 호족들은 여전히 흥분한채 크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 내일이면 전멸할 겁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저들의 희생은 불과 일천명도 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거의 반이 날아갔구요. ”

“ 하지만.. ”

“ 우리가 더 많이 죽고 이제 싸울 힘이 남아있지 않은데 어째서 우리가 승리한 것입니까? ”

“ 그럼 어찌해야 하겠습니까? ”


유지장은 두 손을 얼굴에 묻었다가 마른 세수를 하듯 얼굴을 몇 번 비비고는 고개를 들었다.


“ 배수의 진을 친 덕에 거의 반이 날아갔음에도 불구 진영이 유지되었다는 것은 대단하지만 여기 까지입니다. ”

“ ...... ”

“ 우린 할만큼 했어요. 다음을 기약하려면 여기서 다 죽을 필요는 없습니다. ”

“ 그럼... 어떻게... ”

“ 저추! 빼 놓은 별동대를 밤에 성문 쪽으로 이동하십시오. ”

“ 그.. 그럼 여기 남아 있는 병력들은요? ”

“ 할수 없죠. 모두가 이동하면 다 죽을겁니다. ”

“ ....... ”

“ 내 말을 들으십시오. ”

“ 네.. ”


저추는 마지못해 고개를 숙였고 조금은 쳐진 어깨로 몸을 돌렸다.


“ 저추! 조용히 움직이십시오. 모두에게 알릴필요는 없습니다. ”

“ 네.. 아무도 모르게 움직이도록 하겠습니다. ”

“ 움직이는 부분에 대하여서는 잘 이야기 해 놓겠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

“ 네. ”


저추가 시아에서 사라지자 굳어있던 유지장의 얼굴이 극적으로 변하였다.

밝게 웃음을 띈 그가 호족들에게 끼어들었다.


“ 정말 믿겨지지 않는 승리입니다. 하하하하 ”


유지장이 웃으며 가장 목소리가 큰 호족의 곁에 섰고 그 호족은 어쩔줄 몰라하다가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 네 유지장님! 그 흉노족의 군대로부터 제대로 거둔 한방 이었습니다. 어떻게 그런 묘수를 준비하신겁니까? ”

“ 우연입니다. 우연. 외부로 나갔던 기병들이 마침 그 시간에 돌아와 주었죠. 조금만 늦었다면 우리가 다 죽은 다음에 돌아왔을 겁니다. ”

“ 기막힌 안배에 아주 크게 도움을 받았습니다. ”

“ 별말씀을요. 하하하하 ”


유지장의 너스레에 주변은 모두 웃음을 터트렸다.


“ 그래서 말입니다. 내일 있을 전투에서도 어느정도 이번과 같은 준비를 해 놓으려고 합니다. ”

“ 어떻게 말입니까? ”

“ 선봉군을 일부 빼서 성문쪽에 배치하면 저들은 우리 병력이 갑자기 나뉘어져 있는데다가 성을 끼고 싸운다고 생각하여 겁을 집어먹지 않겠습니까? ”

“ 오오~ 정말 그렇겠군요. ”

“ 그러면 감히 저들의 수가 아직 많다고는 하나 섯불리 달려들지 못할겁니다. ”

“ 탁월하십니다. 역시 유지장님은 병법에도 조예가 깊으셨군요. ”

“ 하하하 과찬이십니다. ”


호족은 과한 몸동작으로 감탄하며 주변의 호족들의 호응을 유도하였고, 유지장은 손을 저으며 웃음을 터트렸다.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지금과 같은 기분은 이내 냉정해 질것이 분명했다.

지금은 싸워볼만한 상황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최대한 늦게 깨닳기를 바라면서 유지장은 거짓 미소로 모두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느때 보다도 가슴한구석이 떨려오는 것을 느꼈다.


병사들에게는 넉넉한 식량과 약간의 술이 돌아갔다.

전투가 벌어졌던 진영에서의 식사였기에 마치 병동에서의 식사와 다를바 없었다.

여기저기 시체가 눈에 들어왔고, 다친 병사들의 신음이 이어졌다.


하루종일 제대로 먹은 것이 없었을 터인 병사들중 일부는 그런 광경속에서 제대로 씹지도 못하여 입에 물고 있던 것을 토해내기 까지 했다.


진영 사이를 걸어가는 유지장은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혀를 찼다.


“ 이게 어딜봐서 승리했다고 하는거지? 호족 놈들이란! ”


속으로 말하려던 것이 생각지도 못하게 입으로 튀어나왔기에 유지장은 자신의 실수에 미간을 찡그렸다.


멀리 흉노군이 포진한 곳이 눈에 들어왔다.

휘날리는 깃발과 간간히 움직이는 정찰병들이 언덕위로 보였다.


“ 저추! 이동시킬 준비는 되었습니까? ”

“ 네.. 기병도 함께 이동하는 것 입니까? ”

“ 함께 이동할 껍니다. 우리의 목적은 분명 양동으로 설명했으니까요.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놓아버려야 할지도 모르니 말조심을 하도록 하시오. ”

“ 네.. 알겠습니다. ”


저추는 담담한 표정으로 유지장이 조금전 까지 바라보던 진영을 훑어 보았다.

병사들의 모습을 잠시 보던 그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


“ 잘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

“ 내말을 믿으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이것이 최선입니다. 우리는 최선을 다했고, 흉노군 에게 우리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각인시켰습니다. 그것으로 된 것입니다. ”

“ 네.... ”



같은 시간 몽우의 진영에서는 심각한 표정으로 회의가 이루어 지고 있었다.


“ 이번 전투만큼 엉성하고 멍청한 지휘를 본적이 없다. 이유가 뭔지 말해보라 ”


싸늘하기 까지 한 몽우의 말에 장수 한명이 쭈삣거리며 입을 열었다.


“ 저들을 너무나 얕보았습니다. 또한 너무나 적절한 시기에 중갑기병이 돌입하여.... ”

“ 그걸 변명이라고 하는 것인가? 분명히 별동대의 유무에 대하여 확인하고 있다고 네놈이 말했다. ”

“ 그러하오나.. ”

“ 시끄럽다! 네놈 따위에게 군을 맡긴 것이 실수였다. 네놈은 말을 돌보는 수준이 어울리는 녀석이었다. ”

“ 그... 그것은.. ”

“ 물러가라! 네놈에게 군을 맡기는 일은 두 번다시 없을 것이다. ”


장수는 고개를 숙이고는 천막 밖으로 나섰고 천막안은 침묵만이 감돌고 있었다.

침묵속에서 한명의 장수가 미소를 지으며 몽우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 장군님.. 이러실것이 아니라 내일 저들에게 우리의 위엄을 다시 보일 것을 준비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

“ 그럴것이 무엇이 있느냐? 한번 돌격이면 다 없어질 녀석들이다. 그나마 있던 숨김수 도 바닥이 났을테지 ”

“ 그럼 어찌하실 생각이십니까? ”

“ 병사들에게 아침을 두둑히 먹이도록 하라. 오늘 후퇴한 부대부터 투입하여 적진을 뚫는다. 나머지 부대는 혹시나 뒤돌아 서는 우군이 있다면 베도록 하라 ”

“ 훌륭하신 방법입니다. ”

“ 부끄러울 지경이구나 보병놈들 5천에게 우리 희생이 벌써 1천 이라니 ”

“ 그것도 내일이면 끝일겁니다.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여명 ( 바람의 아이 )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드디어 완결입니다. 20.05.11 248 0 -
공지 드디어 완결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20.05.04 138 0 -
공지 한동안 쉬었습니다. 다시 써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20.03.11 171 0 -
공지 글을 이어쓰기 +4 18.05.24 1,045 0 -
219 종국 7 마침 +3 20.05.11 711 7 6쪽
218 종국 6 20.05.11 471 8 14쪽
217 종국 5 20.05.11 419 8 14쪽
216 종국 4 20.05.10 414 8 13쪽
215 종국 3 20.05.10 426 8 15쪽
214 종국 2 20.05.09 429 8 14쪽
213 종국 1 20.05.09 436 8 12쪽
212 역성혁명 -7 20.05.08 476 8 13쪽
211 역성혁명 -6 20.05.08 424 9 13쪽
210 역성혁명 -5 20.05.07 418 7 15쪽
209 역성혁명 -4 20.05.05 433 8 13쪽
208 역성혁명 -3 20.05.05 447 8 12쪽
207 역성혁명 -2 20.05.04 443 9 14쪽
206 역성혁명 -1 20.05.04 449 10 12쪽
205 주객전도 -10 20.05.03 454 9 13쪽
204 주객전도 -9 20.05.03 502 8 13쪽
203 주객전도 -8 20.05.02 484 9 16쪽
202 주객전도 -7 20.05.02 449 9 15쪽
201 주객전도 -6 20.04.30 456 8 12쪽
200 주객전도 -5 20.04.30 476 9 15쪽
199 주객전도 -4 20.04.29 481 9 14쪽
198 주객전도 -3 20.04.28 474 9 14쪽
197 주객전도 -2 20.04.28 499 8 13쪽
196 주객전도 -1 20.04.26 476 9 14쪽
195 인연 11 20.04.25 480 8 12쪽
194 인연 10 20.04.25 497 7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