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을 바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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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오메
작품등록일 :
2018.04.30 12:22
최근연재일 :
2018.05.17 18:00
연재수 :
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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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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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4.30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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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 가슴은 뜨겁게, 심장은 더 뜨겁게! - 3

DUMMY

“으... 형?”


네이는 삐걱거리는 몸을 간신히 일으켰다. 추락하는 순간 저스틴이 자신을 끌어안고 보호해준 덕분에 지면과 정면충돌하는 것은 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때문인지 저스틴은 정신을 잃고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형, 형!”


아무리 몸을 흔들고 뺨을 때려봐도 일어날 낌새가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숨은 쉬고 있다는 것이었지만. 더 최악인 것은 지금 해가 저물고 있으니 섣불리 움직일 수도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이곳에서 밤을 지새워야 한다는 결론이 내려지자 그는 하마터면 엉엉 울 뻔했다. 그는 고개를 세차게 가로저으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럴 순 없어.”


저스틴이 의식을 잃은 이상 자신이 정신을 차려야 했다. 주저앉아 울고 있을 수는 없었다.

그는 일단 그들이 있는 장소에 대해 파악했다. 그들은 정말 다행히 협곡 안에 있는 동굴로 떨어진 모양이었다. 나무들로 입구가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들이 타고 날아온 밧줄은 끊어진 것인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저스틴을 힘겹게 들어서 가방을 벗긴 다음 한쪽 벽에 바로 눕혔다. 그리고 가방을 뒤져 쓸 만한 것을 찾아냈다. 다행히 가방 안에 부싯돌이 있었다.


“정말 광산 안까지 들어가려고 준비한 건가...”


그는 한다고 하면 정말로 하려고 하는 남자였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했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았다. 그는 지금 이런 상황이 된 게 어찌 보면 다행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는 입구에 있는 나뭇가지를 꺾어 조그마한 모닥불을 만들었다. 이것으로 일단 급한 문제는 해결한 셈이었다.


“언제 일어나려나...”


아마도 가벼운 뇌진탕이고, 저스틴은 매우 건강한 편이니 빨리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걱정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렇다고 그가 뭘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도 없었다.

대충 30분 쯤 지나서, 그는 결국 자리를 털고 일어나 횃불을 하나 만들었다. 가만히 앉아있기도 뭐하니 이 동굴을 한번 탐험해보기로 한 것이었다. 혹시 이 길의 끝에 길이 있을 수도 있었으니까.

동굴은 꽤 넓고 깊었다. 대략 10분 쯤 걸었지만 끝이 보이지 않았다. 으슬으슬 추워지기도 해서 그냥 돌아갈까 생각도 해봤지만 조금 더 들어가 보기로 했다. 겁 많은 소심한 남자였지만 그 또한 일단은 13살짜리 꼬마였다. 아직은 호기심이 이성을 이길 나이였다.

얼마나 더 안으로 들어갔을까, 그는 동굴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처음 들어왔을 땐 저스틴 같이 키 큰 사람은 이마를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어른들이 5명쯤은 목마를 해야 닿을 수 있을 정도의 높이가 되어있었다. 그는 이상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안에 무언가가 있을 거 같다는, 그런 수상할 정도로 날카로운 직감 같은 것이.

갑자기 동굴이 엄청나게 커졌다. 이 조그마한 횃불로는 이 공동 안을 다 비출 수가 없었다. 네이는 설마 몬스터의 소굴일까 생각하며 매우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다행히도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 그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이 거대한 동굴을 탐험했다.

그때 그의 눈앞에 새하얀 어떤 것이 나타났다. 그것은 너무 커서 하마터면 바위인 줄 알고 그냥 지나칠 뻔했다. 가까이서 보니 무엇인지 알 거 같기도 했다. 하얗고, 단단하고, 휘어져 있는... 뼈였다.


“으와아아아악!”


그는 소스라치게 놀라 하마터면 횃불을 집어던질 뻔했다. 그는 아픈 엉덩이를 부여잡고 다시 일어났다. 횃불을 높이 들어 조심스럽게 살펴보니 이건 아무래도 갈비뼈인 것 같았다.

그것을 중심으로 거대한 뼈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문제는 이 뼈들이 하나같이 정말 거대했다는 것이었다. 그가 아는 지식 안에서 이런 크기를 자랑하는 생물은 없었다.

아니, 어쩌면 딱 하나 있었다.


“에이, 설마.”


그는 되도 않는 생각이라고 치부하며 방금 떠오른 그 무언가를 머릿속에서 치웠다.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그도 전설에 흥미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것을 믿는 편은 더더욱 아니었다.

그렇게 생각하며 발걸음을 돌리려던 찰나, 그의 눈에 무언가가 반짝이는 것이 보였다. 뼈로 추정되는 것들의 안쪽이었다. 그는 횃불을 가까이 비췄다. 그것은 불빛을 받아 환하게 반짝였다. 혹시 보석일까, 하는 생각이 든 그는 재빨리 다가갔다.

그의 예상대로 그것은 보석이었다. 노란색의, 갓난아기의 주먹만 한 크기였다. 보석 안에 무언가 이상한 무늬가 있었지만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다.

횡재했다는 생각이 든 그는 그것을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혹시 더 떨어져 있나, 라고 생각한 그는 횃불로 바닥을 정신없이 훑었다. 소년의 눈이 호기심을 받아 눈부시게 반짝였다.

그 순간, 그는 뭔가가 목을 훑고 지나갔다는 느낌을 받았다. 등골이 오싹했다. 고개를 들면 안 될 거 같았다. 그는 용기를 쥐어짜내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어둠 속에 하얀 눈동자들이 있었다. 그것들은 전부 모습이 제각각이었다. 땅에 가까이 있는 것, 사람과 비슷한 높이에 있는 것, 아주 많은 것, 그는 몸을 벌벌 떨뿐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그때, 갑자기 위에서 돌멩이 하나가 탁, 하고 떨어졌다. 그 소리에 그는 깜짝 놀라 무작정 들어왔던 곳을 향해 달렸다. 동굴 안이 무섭게 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옆에 큰 돌덩어리가 쿵, 하고 떨어졌다.


“으아아아아악!”


그는 혼비백산하여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었다. 다행히 길을 잘 찾아갔지만 동굴이 무너지는 속도가 매우 빨랐다. 그가 밟고 지나온 길 위에 돌과 흙이 떨어져 내렸다.

동굴이 무너지는 속도가 그의 달리기를 따라잡기 시작했다. 그는 이대로 개죽음당하기는 싫었다. 하지만 점점 숨이 가빠왔다. 저스틴에게 끌려 다니면서 나름대로 체력은 키웠다고 생각했던 그의 자만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아버지, 죄송해요. 먼저 엄마를 보러 갈 거 같아요. 그는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그때 누군가가 그를 낚아챘다.


“야!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혀엉!”

“깨어나자마자 죽게 생겼네!”


저스틴은 네이를 등에 업고 죽어라 달렸다. 입구에 피워놓은 모닥불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는 힘차게 기합을 지르며 뛰어 올랐다.


“으랴아아아!”

“으아아아악!”


무너지는 동굴에서 탈출하는 것은 성공했지만, 그들을 반기는 것은 깎아 지르는 절벽이었다. 네이는 이제 눈물을 흘려도 되겠지, 따위의 한심한 생각을 하며 생의 마지막 숨을 들이마셨다.


“포기하지 마!”


그때, 저스틴의 목소리가 귀에 박혔다. 저스틴은 손을 뻗어 절벽에 튀어나온 돌이나 나무들을 필사적으로 움켜쥐었다. 재수 좋게도 그들은 바위틈에서 자라난 나무 위에 떨어졌다.

하지만 제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든 나무가 그 충격을 버텨낼 수 있을 리 만무했다. 두 사람을 받아낸 나무는 뚝, 하고 부러지며 그들을 다시금 추락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그 찰나의 순간, 네이는 그의 가방을 뒤적여 남은 밧줄을 찾아냈다. 그리고 그는 그 자신도 놀랄만한 속도로 빠르게 매듭을 지어 올가미를 만들어 저스틴에게 건넸다. 그는 씨익 미소 지으며 올가미를 던졌다. 그것은 정말 운 좋게도 부러진 밑동에 정확히 걸렸다.


“기합이다아아아!”

“이제 제발 그만 살려줘어!”


두 사람의 염원을 담은 고함이 숲 전체에 울려 퍼졌다. 저스틴은 밧줄을 필사적으로 움켜쥐었다. 마찰에 의해 손바닥에서 피가 배어나왔지만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위에서 대부분 사용해버렸던 밧줄은 그 길이가 매우 짧았다.


“젠장...”


결국 밧줄을 놓친 그들은 절벽 밑의 나무들 위로 떨어졌다. 하지만 중간에 나무에서 한 번, 밧줄로 한 번 총 두 번의 감속을 거친 그들은 큰 충격 없이 나뭇가지 몇 개를 부러트리며 떨어져 간신히 큰 줄기 위에 매달릴 수 있었다.

저스틴과 네이는 끙끙대며 나뭇가지 위로 올라왔다. 한번 크게 숨을 고른 그들은 서로를 마주보며 낄낄거리며 웃었다. 어쨌든 둘 다 살아남은 것이다.


“와하하하하!”

“이히히히히...”


그렇게 한참을 마주보며 웃은 그들은 일단 지금 그들의 상황을 파악했다. 목숨을 건지기는 건졌지만, 그들이 있는 곳은 어디까지나 몬스터들이 출몰하는 위험지역이었다. 그리고 방금 전 소란으로 인해 몬스터들이 이곳에 몰려들 가능성이 충분히 있었다.


“일단은 계속 이 위에 있자. 나무를 탈 수 있는 녀석들은 그렇게 많지 않거든.”

“응...”

“그나저나 갑자기 거기는 왜 무너진 거야? 너 뭐 건드렸냐?”

“아니, 딱히...”

“안에 뭐 없었고?”

“음... 엄청 커다란 뼈다귀 같은 게 있었어. 누구 뼈인지는 잘...”

“그래? 크으... 아쉽군. 내 탐험 욕심을 충족시켜줄 무언가일 수도 있었는데.”

“아하하하...”


그는 문득 아까 주머니 속에 넣었던 그 물건이 떠올랐다.


“아, 이런 걸 찾았는데...”


그는 주머니 속의 보석을 꺼내 저스틴에게 보여줬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것이 보석과 같은 무언가라는 것은 그 또한 짐작할 수 있었다.


“호오... 도시에 팔면 꽤 비싸게 팔 수 있겠는데?”

“그런가?”

“짜식, 횡재했네.”

“형이 가질래? 난 필요 없는데...”

“아앙? 네가 찾은 걸 왜 내가 가져?”

“어... 나는 잘 모르니까?”

“웃기고 있네. 잘 가져가. 잃어버리지 말고. 정말 비싸 보이는데.”

“응.”


그는 보석을 다시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돌아가면 아마 맞아죽겠지?”

“...그러겠지?”


네이의 아버지는 기본적으로 네 인생은 네가 살아라, 하는 성격이었지만 몬스터들에 관련해서는 이야기가 달랐다. 그의 어머니가 그렇게 죽었었으니까.

자식도 그렇게 죽는 것을 바라는 부모 따위가 세상에 존재할 리가 없었다. 돌아가면 어떻게 혼이 날까, 그 이전에 과연 무사히 돌아갈 수는 있을까. 그는 갑자기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저스틴은 훌쩍거리는 그를 보며 뭐라 해주고 싶었지만 그를 이런 상황에 끌어들인 것이 바로 자신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죄책감이 들어 감히 위로의 말을 건넬 수 없었다.

하지만 괜한 자존심에 미안하다는 말은 꺼내기 싫었던 그는 조용히 다가가 어깨동무를 해주었다. 그게 조금은 위로가 된 것인지 네이의 훌쩍거림이 조금씩 진정되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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