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가 손을 물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SF, 공포·미스테리

니콜라스최
작품등록일 :
2018.04.30 19:07
최근연재일 :
2018.07.02 19:15
연재수 :
64 회
조회수 :
60,859
추천수 :
1,451
글자수 :
316,817

작성
18.05.09 21:51
조회
1,049
추천
16
글자
10쪽

적자생존(8)

과학과 미스테리가 만난 본격 SF 소설 '좀비가 손을 물었다' 입니다




DUMMY

‘이젠 정말 고집을 부리지 말고 순리대로 가야할까?’

공창섭은 얼마 전, 자신이 신입대원일 때부터 자신의 사수였고,

일일이 자신을 지도해준 양치국이 자신에게 내근직으로 옮길 것을 제안했을 때,

아직 현장에 있는 것이 후배들에게도 도움이 된다며 완고히 거절한 것이 생각났다.


오늘 새벽같이 사고 소식을 듣고 몸을 일으키려 했을 때,

시트가 흥건히 젖다시피 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자기 전에 열이 조금 있고, 눈두덩이 간질거리는 것을 느끼긴 했지만,

아침 무렵은 고열과 근육통으로 컨디션이 정말 최악이었다.

자신의 건강한 신체가 이 일을 하는 가장 큰 자산이라고 자부해왔지만,

이제 어떠한 응급 상황에서도 100% 컨디션을 유지할 자신이 없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쓰촨성에서의 비교적 가벼웠던 구조 활동을 끝내고,

운남성으로 자리를 옮겨 쓰촨성에서 대피해온 주민들의 건강상태를 살피느라

이틀을 더 머물러야 했다.

그러다 파견근무 마지막 날 밤에 자신까지 두 명이나 취침 중에 동물의 습격을 받았던 것이다.


상처는 비록 경상이었고, 직업상 예방접종도 가능한 것은 다 맞아두었지만,

왠지 모르는 찝찝한 마음이 가시질 않았다.

자신과 같이 공격을 받은 김병국 대원은 아무래도 자신들을 문 것이 사람인 것 같다고 몇 번이나 얘기했다.

둘 다 팔뚝을 물렸고, 반응이 늦었던 나와 달리 김병국은 억지로 몸을 일으켰던 것이다.


그리고 열려진 문으로 달아나는 동물이 직립보행을 한 것을 확실히 봤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광견병 환자라는 얘기가 되지만,

중국에서 만성적인 유행이 사라지지 않는 광견병 환자도 그렇게 은밀히 돌아다니면서 사람을 물거나 하진 않는다.


그런데 지금의 증상은 그 후, 무언가 이상이 있긴 있는 것이고,

김병국도 문자를 통해 어제 전해온 것을 보면, 같은 증상을 겪고 있었다고 했다.

분명 그 습격이 몸을 불편하게 하는 원인은 맞다는 결론을 얻었다.

오늘 사고 수습이 끝나면 둘 다 정밀검사를 받아야 할 것 같다고 공창섭은 결심을 내렸다.

그리고 가족을 위해서라도 이제 위험하지 않은 내근직 전환을 다시 진지하게 생각해볼 것이라고 마음을 먹었다.


“선배님, 준비 되었습니다. 정말 먼저 내려가실 겁니까?”

자신과 마찬가지로 또 하나의 구조대를 이끌고 있는 박민철 대장이 정중하게 물어왔다.

비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의무감을 이기지 못해 나온 선배를 먼저 내려 보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새벽부터 인근 구조대가 모두 출동한 긴급 사고가 발생했다.


올림픽공원 사거리에서 동문사거리 쪽으로 좌회전을 기다리고 있던 버스가 갑자기 생긴 씽크홀로 빠져 들어간 것이다.

좌회전 신호가 켜진 것을 확인하고, 천천히 핸들을 돌리면서 엑셀레이터를 밟자,

갑자기 쿵하고 버스가 멈추면서 흔들리다가 비스듬히 내려앉는 것이 느껴졌다고, 살아남은 기사는 후일 증언했다.

이때만 해도 타이어가 펑크나지 않았나 하고 의심할 정도였다는 것이다.


여태까지의 씽크홀은 그저 구멍이 크게 뚫린 정도였다.

그런데 이번 것은 개념자체가 다른 것이었다.

CCTV확인 결과로는 처음에 지름 2미터 안쪽의 작은 균열이 있었고,

버스가 좌회전을 기다리는 동안 서서히 균열이 커지면서 안쪽으로 꺼져 들어갔다.


그 상태에서 버스가 출발할 때쯤엔 이미 버스가 옆으로 기울면서 땅속으로 서서히 빠져 들어갈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었다.

바로 옆 차선의 차량들이 황급히 차선을 바꾸며 피하려 했지만, 버스 앞쪽에서 좌회전을 우선 시작했던 승용차 2대가 먼저 빨려 들어갔다.

그 찰나의 순간으로 승용차에 탑승했던 사람들은 모두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떨어진 승용차들이 완충작용을 해준 덕분에, 나중에 승용차들 위로 추락했던 버스의 사고는 비교적 가벼운 편이었다.

버스에 타고 있던 사람들은 마침 잠들어 있다가 균형을 잡지 못하고 경추에 심각한 손상을 입은 사람 두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목숨을 건졌다.


사고현장 위에서 내려다본 상황은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었다.

아스팔트속의 철근이 느리게 휘어지는 바람에 나름대로 천천히 떨어지긴 했지만,

버스가 12미터나 추락하면서 마치 개미지옥 비슷한 공동(空洞)이 생긴 것이다.

사거리 주변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고,

씽크홀에서 되도록 멀어지려고 차선을 넘나든 차량들 때문에 교통은 일순간에 마비되었다.


이전에도 여러 번 탄광사고나 추락사고 때, 제일 먼저 인명구조에 앞장섰던 공창섭 대장은

이번에도 당연한 듯 1번을 자원했다.

구조는 신속해야 했다.

크레인은 구조상 씽크홀에서 너무 멀리 있을 수 없었고,

시간을 끌다가 씽크홀이 커지면 크레인도 같이 빨려 들어가기 마련이고, 사고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될 우려가 있었다.


더구나 1번 대원은 현장에 내려가자마자, 정확한 사태파악부터 해야 했다.

사망자와 중상자, 경상자를 분류한 뒤, 누구부터 구조해야 할지를 신속히 결정해야 했다.

그 순서에 따라 사람이 직접 붙잡고 견인할 경상자와,

구조용 바스켓을 통해서 구할 중상자 여부를 결정할 수 있었다.


안전 클립 착용을 모두 확인한 후,

공창섭은 서서히 씽크홀 속으로 하강해갔다.

얼른 보면 줄에 매달려 내려가는 일이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지만,

자세가 잘못되면 허리가 그대로 나갈 수도 있는 어려운 동작이다.


12미터는 보기보다 꽤 깊었다.

4층 높이가 넘는 거리를 내려간 후에, 버스에서 신음소리가 가까워진 것을 듣고 공창섭은 서둘러 안전장치를 해제했다.

그리고 버스를 향해 첫 발을 내딛을 무렵, 그대로 주저앉을 뻔 했다.

내려가는 도중에도 눈두덩의 간질거림이 점차 통증으로 커진다 싶었는데, 순간 시야를 잃을 뻔 한 것이다.

그리고 몸 안에서 무엇인가 가슴을 열고나올 듯이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


공창섭은 학창시절부터 에일리언 시리즈를 빼놓지 않고 보았다.

여전사 리플리 역을 맡은 시고니 위버의 열연도 인상적이었지만,

극한의 능력을 가진 에일리언과 목숨을 걸고 벌이는 사람들의 역동적인 사투가 매번 가슴에 깊은 인상을 준 것이다.

그런데 에일리언의 희생자가 된 사람들은 여지없이 그들의 숙주가 되었고,

가슴에서 터져 나오는 새끼 에일리언과 함께 운명을 다했다.

자신의 가슴에서 지금 느껴지는 그 충격도 그와 같은 것처럼 느껴졌다.

‘나도 누군가의 숙주가 된 것일까?’


구조본부 대원들은 공창섭이 비틀거리며, 구조를 시작하지 못하는 것을 내려다보고 몹시 혼란스러워했다.

“공 대장, 어떻게 된 거야? 다쳤어? 밑에 유독가스라도 나온 거야?”

이어마이크를 통해 물어오는 말에 대답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의식이 흐려져 왔다.

이제는 남을 구하기 이전에 자신의 위중한 상태를 먼저 구조해야 할 정도로 안 좋아졌다는 것을 공창섭은 확연히 느꼈다.


“뭐야, 안 되겠어 빨리 다음 대원 내려 보내야겠는데”

“내가 내려가지”

상황을 지켜보던 박민철 대장이 선뜻 나섰다.

최고 베테랑이 내려가자마자 위기에 빠졌고, 원인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경험이 부족한 대원들을 내려 보낼 수는 없었다.


박민철이 준비를 급히 마치고 패스트 로핑을 시작했다.

“선배님, 제가 내려갑니다, 조금만 기다리세요, 무리하지 마시고 앉아있으세요”

걱정 가득한 박민철의 걸걸한 목소리가 이어마이크를 가득 채우며 들려왔지만,

공창섭의 의식은 이미 점점이 끊어져갔고, 대신 다른 객체가 그의 의식을 차지하며 새로운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박민철은 패스트 로핑으로 내려가는 약 2분 동안,

공창섭이 서서히 일어나서 버스 쪽으로 다가서는 것을 보고 내심 안도감을 느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승객들을 공격하는 것을 보고 충격으로 혼이 거의 나가다시피 했다.

뭔가 끔찍한 일이 벌어진 것을 직감했지만, 모두들 놀란 탓에 박민철이 계속 내려가야 할지 아니면 다시 끌어올려져야 할지에 대해서도 모두 손을 놓고 있었다.


평소 박민철과 공창섭의 관계를 생각할 때, 바닥에 닿기 전에 다시 끌어올렸어야, 한 사람이라도 더 구했을 것이라는 것이 후일 대원들의 증언이었다.

박민철은 공창섭의 그 충격적인 공격 장면을 목격하고도 바닥에 닿자마자,

자신의 안전 따위는 생각해본 적도 없다는 듯이

공창섭에게 뛰어갔던 것이다.

그리고 그 날 세 번째로 공창섭에게 공격을 받은 희생자가 되었고, 끝내 목숨을 잃었다.


중국에서 한국으로의 연락이 가장 늦었다는 것이 후일 보고서의 중심 내용 중 하나였다.

그 원인을 구체적으로 규명할 수는 없었지만, 일본이나 캐나다, 싱가포르에 즉시 전달되었던 시각 들을 비교했을 때, 한국에 전달된 시각은 많이 늦었다는 것이다.

그 바람에 비번이었음에도 불려나와 구조작업에 참가한 공창섭을 미리 막지 못한 원인이 되었고,

버스 승객들의 구조 작전을 끔찍한 참사로 만들었다는 것도 보고서의 객관적 기술이었다.


보고서의 두 번째 결과에 따르면, 이 늑장연락이 김병국 대원을 통해 일어난 두 번째 참사에서도 결정적이었다고 했다.

그 날, 대기 중이었던 구조대에 구조 명령이 떨어졌고,

아직 대원들의 신병에 관해 어떤 연락도 받지 못한 재난본부는 비번인 공창섭 대장을 빼고,

쓰촨성에 파견되었던 대원들 4명 모두를 추락사고 현장으로 출동시켰다.


네 명 중의 세 명은 운남성에서 좀비에게 물리지도 않았고,

격리 후에 실시된 항체 검사에서도 음성으로 나왔다.

하지만 김병국 대원은 좀비에게 분명히 공격을 받은 것으로 확인이 되었고,

부검 시에도 양성 반응이 나온 것으로 보고서에 기술되어 있었다.


그날 버스에서의 사고에 대해서 관계부처 못지 않게 난감했던 곳은 사실 방송국을 포함한 언론이었다.

씽크홀 사고는 분명 엄청난 사고였고, 그 자체만으로도 파장이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그런데, 승객 대부분을 구조할 수 있는 상황에서 구조대원에 의한 습격이 있었고,

그 습격 때문에 씽크홀 조난자들 중에 최종적으로 무사히 구조된 사람이 많이 줄었다는 소식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우리가 아는 좀비는 과연 사실일까,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2 토우치
    작성일
    18.05.10 02:22
    No. 1

    설명하지 말고 그냥 보여주세요. 그러면 더 재밌을 것 같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0 니콜라스최
    작성일
    18.05.10 11:46
    No. 2

    조언에 감사드립니다. 저도 같은 아쉬움이 있는데요. 직접 일러스트를 하면 좋은데 전문가가 아니라서 나중에 혹시 출판할 기회가 되면 적극 검토하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좀비가 손을 물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를 마치며... +12 18.07.02 854 0 -
64 노아의 방주(6) -끝- +16 18.07.02 606 8 9쪽
63 노아의 방주(5) +2 18.06.29 474 9 13쪽
62 노아의 방주(4) 18.06.27 467 9 10쪽
61 노아의 방주(3) +6 18.06.22 481 9 10쪽
60 노아의 방주(2) +6 18.06.21 495 12 11쪽
59 노아의 방주(1) +6 18.06.20 467 10 13쪽
58 운명(10) +6 18.06.18 466 10 11쪽
57 운명(9) +6 18.06.15 489 8 9쪽
56 운명(8) +6 18.06.13 511 14 11쪽
55 운명(7) +6 18.06.12 491 13 12쪽
54 운명(6) +5 18.06.11 480 9 13쪽
53 운명(5) +2 18.06.10 464 11 12쪽
52 운명(4) +6 18.06.09 544 10 13쪽
51 운명(3) +8 18.06.08 543 14 12쪽
50 운명(2) +13 18.06.06 558 13 14쪽
49 운명(1) +7 18.06.04 583 15 12쪽
48 인간의 경계(14) +8 18.06.03 580 14 12쪽
47 인간의 경계(13) +6 18.06.01 628 13 12쪽
46 인간의 경계(12) +2 18.05.31 579 12 12쪽
45 인간의 경계(11) 18.05.30 553 14 13쪽
44 인간의 경계(10) +3 18.05.29 556 14 10쪽
43 인간의 경계(9) 18.05.28 598 17 11쪽
42 인간의 경계(8) 18.05.28 613 16 13쪽
41 인간의 경계(7) +2 18.05.27 662 16 10쪽
40 인간의 경계(6) 18.05.24 685 14 10쪽
39 인간의 경계(5) +2 18.05.22 685 15 11쪽
38 인간의 경계(4) +2 18.05.21 673 18 11쪽
37 인간의 경계(3) +7 18.05.20 809 17 10쪽
36 인간의 경계(2) +7 18.05.19 851 17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