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가 손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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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최
작품등록일 :
2018.04.30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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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02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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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5.29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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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경계(10)

과학과 미스테리가 만난 본격 SF 소설 '좀비가 손을 물었다' 입니다




DUMMY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알렉산드라 지역


가가호호를 대상으로 한 감염자 수색작전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었다.

처음에 시작할 때는 오늘 안에 절반이나 끝날까 싶었지만, 수색하는 병사들이나 수색당하는 시민들이나 어서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이 앞섰기 때문에 오히려 서로에게 협조적이 되었다.

문을 두드릴 때면 이미 집 안의 사람들은 가장 큰 방에 모여 탈의를 하고 이불을 뒤집어쓴 채로 기다리는 적이 많았다.

그러면, 여군이 먼저 들어가 여성들을 대상으로 육안검사를 실시하고 나면, 남자군인이 들어가서 남성들을 대상으로 검사를 실시한다.

검사대상 가옥의 90%는 여기까지의 과정을 통해 단 몇 분 내에 검사가 종료되었다.


중간 중간 카를로스는 마거릿 첸 WHO 사무총장에게, 마틴은 UN 사무총장에게 전화로 보고하는 모습이 보였다.

아마 두 명의 꼼꼼한 총장 모두 복잡한 사건의 실타래를 푼 듯한 느낌에 흐뭇해하고 있을 것이 눈에 선했다.

이제 남은 가구는 10%도 안 되었다.

이대로만 잘 끝나면, 저녁 식사 시간도 지킬 수 있겠다는 생각에 병사들의 마음도 빨라지고 있었다.


그 때, ‘타타탕’ 하는 연발 사격음이 들려왔다.

이내 응사를 하는 소리. 나도 군사전문가는 아니지만, 두 발사음이 다른 것으로 보아 수색병 들과 시민들 간의 교전이 벌어 졌구나라는 느낌은 금새 알 수 있었다.

반사적으로 남아공 육군 특전단 대원들은 느슨했던 표정을 일순간에 바꾸고 총소리가 나는 쪽을 향해 일제히 뛰고 있었다.

우리들도 누가 뭐랄 것 없이 이미 열 발자국 이상 뛴 제프리 평화유지군 파견대장을 따라 같은 방향으로 뛰었다.

그렇게 숨차게 뛰면서도 마틴은 자신의 어깨에 매달린 홀스터에서 글록을 꺼내 약실을 점검했다.


FBI 타격대 출신이라는 마틴은 늘 사용하던 글록이 편하다며 인도 알라하바드에 갈 때부터 글록을 선택했다.

가볍고 편하며, 오발률이 적은 권총으로 알려진 글록은 얼마 전에 캐나다에서 초기 감염확산 사태가 벌어졌을 때, 토론토에 파견된 캐나다 기마경찰이 작전에 사용하면서 우수성이 다시 확인되기도 했었다.

나는 카를로스와 마틴은 뭔가 다르다는 느낌이 있었다.

카를로스는 노회했고 여우같았지만, 최소한 일관된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정직한 사람이라는 것에 대한 믿음을 주었다.

하지만, 마틴은 세계를 위한 일에 헌신하는 위치에 있으면서도 그의 눈을 들여다보면 도무지 생각을 알 수 없을 때가 많았다.

분명 마틴은 나에게, 아니 카를로스에게도 말하지 않은 무엇인가가 있을 것이다.


교전이 벌어진 곳은 우리가 마지막으로 검사를 실시하던 곳에서 약 700미터 떨어진 곳이었다.

정확히 몇 명인지는 모르지만, 집안에 있는 사람들과 집밖으로 일단 몸을 피한 남아공 특전단 대원 간에 산발적인 총격이 벌어지고 있었다.

곧 특전단장이 달려왔고, 사건의 개요를 알 수 있었다.

어느 정도 수습이 되었다고 생각된 사건이 마무리되지 않은 것이다.


샌튼 시티의 사람들과 무력충돌이 일어난 이후, 몸을 피한 알렉산드라의 사람들이 한 민가에 숨어 있다가 특전단 병력이 집안으로 검사 차 들어오자, 자신들을 체포하러 오는 줄 알고 총을 발사한 것이다.

만약 모른 척 하고 검사를 받았으면 아무 일 없이 지나갔을 텐데, 상황이 꼬여버렸다.

병사들의 얘기에 의하면, 대비 없이 들어갔다가 최초의 총격을 받은 병사가 총상을 입은 채, 집안에 아직 있다는 것이다.

집안에 숨어 고개만 내밀고 총을 쏘는 이들의 피해상황도 알 수 없었다.


나는 부쩍 조바심이 일었다.

90%를 완료해놓고, 우연찮게 터진 사건 하나 때문에 10%를 놓쳐서 처음부터 다시 해야 되는, 아니 검사지역을 남아공 전체로 넓혀야 되는 일이 생길까봐 입이 바짝 마르기 시작했다.

특전단장 도미닉은 더 이상 기다리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특전단 2천여 명이 몇 명의 비정규군에게 묶이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군사작전이 아니었다.

집안에 숨어서 총을 쏘는 이들도 샌튼의 부호들이 불러들인 용병만 아니었다면 총을 잡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을 제압하기는 쉬웠지만, 그들이 피를 뿜고 쓰러지는 모습을 다른 알렉산드리아 주민들이 목격한다면, 남아공은 둘로 갈라질 가능성이 높았다.

준비가 되었다는 부관의 보고를 받고 도미닉은 수신호를 통해 진입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언뜻 봐도 여벌로 챙겨온 최루탄과 섬광탄을 차례로 집안에 던져놓고 사방에서 진입해갈 것이다.


그 때, 나는 그들의 앞을 두 팔을 벌리면서 막아섰다.

“멈춰” 도미닉 특전단장이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막 총구를 겨눈 병사들을 제지했다.

“지금, 뭐하는 겁니까? 군사작전중입니다. 빨리 비켜요”

“안됩니다. 여기서 또 무력충돌이 생기면 지금까지 고생한 보람이 없어집니다. 영원히 가슴속에 남을 상처들로 인해 이 나라가 둘로 갈라져도 괜찮습니까?”

나는 물러설 생각이 아니었다.

카를로스는 입을 딱 벌린 채 시선만 왔다 갔다 하고 있었고, 마틴은 내 그런 행동을 보고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도미닉이 인상을 찡그린 채, 내 앞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지휘봉으로 집안을 가리키면서 말을 이었다.

“박사님, 어차피 벌어진 일입니다. 지금 저 안에는 중상을 입고 죽어가는 내 병사가 있고, 같은 국민들과 자기 나라의 군인에게 총을 쏜 자들이 있습니다. 내가 군인으로서 지금 뭘 해야 할 것 같습니까?”

나는 도미닉의 위협적인 어투에도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혹시 만일의 사고가 생길까 봐, 평화유지군의 제프리와 카를로스가 슬쩍 방아쇠 쪽으로 손을 옮기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만일 우리끼리 총알 한발이라도 주고받는다면, 나중에 남아공이 어떤 처벌을 받느냐를 떠나서 우리는 이곳에서 뼈를 묻어야 할 것이다.


“군인의 의무에 대해서도 이해합니다. 하지만 저들은 적이 아닙니다. 이방인에게 무참하게 생명을 잃은 죄 없는 사람에 대한 책임을 물으려 했을 뿐입니다. 만약 저들이 용병들에게 사살당한 부부의 문제를 법을 통해서 해결하려 했다면 공정하게 집행이 되었겠습니까?”

순간 도미닉은 멈칫했다. 당연히 자신이 없었을 것이다.

“법도 예외는 있습니다. 지금 만약 저들에게 활로를 터준다면 저들과 여기 알렉산드리아의 사람들은 다시 남아공의 순수한 국민으로 남을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저들을 총칼로 쓰러뜨리려고 한다면, 그 결과 또한 모두에게 지워지지 않는 피의 역사가 되겠지요.”


도미닉은 당장 대답할 말이 없는 듯 했다.

잠시 선글라스 속의 눈을 깜빡이면서 생각에 잠겼던 도미닉은 나에게 길을 물어왔다.

“그럼, 박사님은 어떻게 했으면 좋겠습니까?”

우리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육군특전단 병사들, 평화유지군 병사들, 카를로스와 마틴 뿐만 아니라 인근 주택의 사람들도 담 위로 머리를 내밀어 보고 있었다.


“라마포사 대통령을 연결해 주십시오”

도미닉은 물끄러미 나를 다시 쳐다보다가 전화를 걸었다.

주도권이 나에게 넘어온 것일까?

만약 라마포사 대통령이 거절한다면, 나는 포기해야 하는 것일까?

남아공에서 감염의 사슬을 끊어내지 못한다면, 아프리카를 감염의 땅으로 버려야 하는 것일까?라마포사 대통령에게 전화가 연결될 때까지 나는 상념에 잡혀 있었다.


“박사님, 도미닉 단장에게 얘기는 들었습니다. 저에게 상의하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까?”

라마포사 대통령의 어투는 신중하면서도 무거웠다.

흑인들의 편을 들어주는 편파적인 대통령으로 몰린다면, 그의 정치적 생명뿐만 아니라 차후 성공적인 흑인 대통령이 나오기 더 힘들어질 것이다.

“저 안에 있는 사람들을 사면해 주십시오. 그리고 이 지역에 있는, 저들과 같은 입장을 가진 다른 사람들도 사면해주시기 바랍니다. 대통령님도 아시다시피 지금 저들도 피해자일 뿐입니다. 지금 저들에게 총을 겨눈다면 원칙을 지킬 수는 있어도 이 나라에 커다란 상처만 남길 뿐입니다. 물론 그 시작은 아직 인종차별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들 하겠지요.

그러나 대통령님이 지금 저들을 관대하게 받아들인다면, 이 나라는 인종차별국가라는 잘못된 역사의 낙인에서 벗어날 것입니다. 아울러 지금 마무리 지어야 하는 검사를 끝낸다면, 안전한 나라로서 이 나라를 지켜갈 수 있을 것이고, 국민들에게 대통령님의 최선을 다하는 길이 될 것입니다“


카를로스는 내 얘기에 박수라도 칠 것 같은 기세였다.

마틴은 여전히 미소를 띠고 있었고...

결국 라마포사 대통령은 그들을 사면했고, 헬기편으로 그들의 사면장을 보낸다고 약속했다.

금방이라도 집안으로 돌입할 것 같았던 도미닉도 대통령의 명령이라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하고 자리를 피했다.

내 간절한 설득으로 집 안에서 죽음을 각오했던 5명의 주민들은 총을 버리고 나왔다.

그리고 음성으로 판정난 검사를 받았다.


만약, 특전단이 진입했다면 쉽게 그들을 제압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알렉산드리아 지역은 반국가적인 정서로 가득 차 있었을 것이다.

내 무모한 만류가 없었다면, 검사도 끝까지 진행하지 못했을 것이다.

알렉산드리아 지역에서 총 10여명의 상처를 입은 감염 의심자가 나왔다.

그들 중 양성반응을 보인 사람들은 8명이었다.

그들은 고맙게도 순순히 결박을 받아 들였고, 억류장소로 떠났다.


이 남아공의 사건들은 후일 인간과 좀비의 경쟁이 한쪽으로 기우는 데에 커다란 역할을 한 것으로 기록되었다.

물론 아직 이렇게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못할 나라들도 많을 것이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다른 독재자들은 또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그리고 나는 다음 행선지로 정해진 필리핀에서 두테르테가 어떤 일을 벌여 놓았을지, 추측과 짐작으로 수없는 경우의 수를 그려가며 비행기 안에서 눈을 붙이지 못했다.




우리가 아는 좀비는 과연 사실일까,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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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운명(2) +13 18.06.06 558 13 14쪽
49 운명(1) +7 18.06.04 583 1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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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인간의 경계(13) +6 18.06.01 628 13 12쪽
46 인간의 경계(12) +2 18.05.31 579 12 12쪽
45 인간의 경계(11) 18.05.30 553 14 13쪽
» 인간의 경계(10) +3 18.05.29 557 14 10쪽
43 인간의 경계(9) 18.05.28 598 17 11쪽
42 인간의 경계(8) 18.05.28 613 16 13쪽
41 인간의 경계(7) +2 18.05.27 662 1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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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인간의 경계(5) +2 18.05.22 685 15 11쪽
38 인간의 경계(4) +2 18.05.21 673 18 11쪽
37 인간의 경계(3) +7 18.05.20 809 17 10쪽
36 인간의 경계(2) +7 18.05.19 851 1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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