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가 손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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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최
작품등록일 :
2018.04.30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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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02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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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6.21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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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의 방주(2)

과학과 미스테리가 만난 본격 SF 소설 '좀비가 손을 물었다' 입니다




DUMMY

애틀랜타 질병통제센터


UN에서의 총회가 있은 후, 나는 오랜만에 질병통제센터로 돌아갔다.

인도방문부터 시작한 국외 여정이 한국에서의 사고로 중지될 때까지 제법 길어졌고, 지금도 여러 나라의 방문요청이 줄을 이었지만 일단 현재까지의 연구 상황을 정리하고 해법을 다시 찾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동안 나는 서울대병원에서 미리엄을 구하려다 좀비에게 한 번 더 물렸고, 세계에서 최초로 좀비에게 두 번이나 물리고서도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사람이 되었다.

오른손과 왼팔을 번갈아 물리면서 생긴 상처들은 제법 깊은 흉터를 내었고, 그것들을 볼 때마다 나는 지금도 세계 어디에선가 보호받지 못한 채, 다가오는 좀비를 보면서 절망을 느끼고 있을 사람들을 떠올렸다.

국가의 무능력과 원래부터 인권보호 같은 가치들은 있지도 않았던 사회에 살았다는 이유 때문에 집밖에 좀비가 거침없이 돌아다니는 공포속에서 먹을 것을 찾아 가장은 목숨을 걸어야 했고, 가장이 돌아오지 못하면 남은 가족들은 꼼짝없이 죽음을 기다리거나 아니면 용기를 내어 거리로 나왔다가 좀비에게 희생되는 일이 부지기수로 벌어지는 국가들이 많은 것이다.


처음 피해상황을 집계했을 때는 신고되는 건수를 입력하는 방식으로 상황을 파악했었다.

그래서 발생건수가 많아지면 그 지역에 빨간 점들이 촘촘해지면서 위기가 증폭된 것을 나타내는 비주얼한 효과를 나타냈지만, 지금은 워낙 건수가 많아지고, 또 발생자체가 많아진 지역에 출입이 제한되면서 개별적인 건수를 집계하는 것은 불가능해졌고, 결국 그 나라의 행정단위별로 지역을 포괄평가하는 방법밖에 쓸 수가 없었다.

따라서 현장의 상황을 파악하는 방법은 인공위성을 사용하거나 아니면 드론을 날려야 했다.

실제로 아프리카의 소말리아와 에티오피아 같은 지역들은 아예 출입자체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수많은 드론이 이슬람 테러리스트 타격업무에서 해제되어 아프리카 상공을 날면서 촬영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드론조종사들은 처음에 이 임무전환에 대해서 반기는 눈치였다.

매일 콘테이너 박스안에 마련된 조종석에서 자신의 목숨을 걸지 않은 게임 같은 조종임무에 투입되면서 폭탄과 미사일로 남의 목숨을 뺏는 일로 트라우마에 시달리다가 정찰임무로 전환된 것에 대해 다들 좋아하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비교적 저공에서 해당 지역의 상황을 촬영하면서 느끼는 충격은 예전에 못지않았다.

거리와 집마다 죽어 넘어져 있는 인간과 좀비의 시체들, 아이를 등에 업은 채 좀비에게 쫓겨 달아나는 엄마와 말을 듣지 않는 다리를 끌면서 도망가야 하는 노인들의 절박한 모습, 식량을 구하러 나왔다가 좀비들에게 둘러싸여 갈기갈기 찢겨 나가는 불쌍한 사람들, 그리고 좀비 각성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좀비들에게 공격받는 이들의 모습들을 하루 종일 지켜봐야 한다는 것은 폭격임무보다 더 끔찍했던 것이다.


그 끔찍한 영상들 중 일부는 유출되어 유투브에 올라갔고, 곧 상위 검색순위를 차지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는 효과가 컸기 때문에 굳이 군에서도 기밀유출자를 찾거나 책임을 묻지 않고 묵인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결국 아직 감염으로부터 안전하다고 여기고 있던 나라의 국민들도 들썩이기 시작했고, 전 세계가 공동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트위터를 비롯한 SNS에서 모아지기 시작하면서 단시간 내에 거대한 물결을 만들었다.

그중에 구테헤스 총장의 아이디어가 얼마나 작용했는지 모르지만, 국경을 초월해서 하나의 공통된 관심사를 이끌어 내는 데는 확실히 성공한 것이다.


작전에는 유엔평화유지군 약 9만 명 전원이 동원되었고, 나토군이라 불리는 유럽연합군 약 15만 명이 차출되었다.

물론 유럽연합군의 주축은 미군이었고 영국, 프랑스, 독일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작았기 때문에 이번 차출에는 연합군의 의미를 살리는 차원에서 미국 외 다른 나라들의 비중을 높이는데 주안점을 두었다.

그리고 사실 유럽연합군은 원래 개념적으로 전쟁 상대가 러시아와 중국이었지만, 이번 작전은 이념을 초월한 것이었으므로 러시아와 중국에서 각각 10만 명이 차출되어 참가하면서 그들이 연합군내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

여기에 한국과 일본에서도 의회 결정에 따라 각각 5만 명 정도의 병력이 참가하면서 총 50만 명 이상의 연합군이 결성되었다.


문제는 이들에 대한 통합 지휘와 장비에 대한 것이었다.

말도 다르고 때로는 서로 적이었던 군인들이 일사불란하게 작전을 펼칠 수 있을까하는 우려 외에도 소수의 유엔평화유지군만 관리하던 장 피에르 라크루와 사령관이 이런 대규모 연합군을 전 세계로 파병하여 하나의 줄기로 엮을 수 있을까하는 부분에 대한 걱정들이 많았다.

장비마련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마틴이 테스트를 부탁하며 연구소에 가져온 장비샘플은 거의 시위진압용에 가까운 것이었다.

머리를 제외하고 온몸을 감싼 군복은 좀비의 이빨이 파고들지 못하는 특별 방탄복으로 제작되었고, 장갑도 마찬가지였다.

헬멧도 안면부의 보호용 철망을 두르고 뒤통수까지 덮는 모양으로 만들어지고 나니 시위진압용 특수헬멧과 거의 다를 게 없었던 것이다.


그 장비 전체를 착용하고 나니 예상대로 기동성에 상당한 문제가 생겼다.

통풍을 감안하여 설계했다고는 하나 워낙 밀폐성이 높아서 군복을 입고 작전을 펼치게 되면 온몸에 땀이 비 오듯 흐를 것은 당연했고, 작전 중에 체력이 금방 소진되므로 별도의 훈련이 필요할 것이 뻔했다.

더군다나 아무리 보호기능이 탁월하다고 해도 기동성 문제로 인해 좀비들에게 둘러싸이거나 고립되면 위험성이 극도로 높아지기 마련이었다.

좀비들에게 붙잡힌 채로 헬멧과 장갑, 보호복이 벗겨질 경우, 그야말로 무대책이었던 것이다.

결국 구테헤스 총장의 요청으로 파견병력을 특전 병력 위주로 재구성해달라는 요구가 각국으로 전달되었다.

기본적인 훈련과정에 극기훈련, 산악행군을 포함한 극도의 체력강화 프로그램에 익숙한 병력이 필요했던 것이다.

시간적으로 평범한 병사들을 훈련시킬 여유는 조금도 없었다.


첫 시범작전지는 스와질란드의 수도인 음바바네로 결정되었다.

시작부터 지도에 빨간색으로 표시된 전 지역 감염확산 구역을 선택했다가 미숙함이 큰 희생을 일으킬 우려가 높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었다.

아직 노란색으로 표시된 음바바네는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여 작전 중에 좀비가 다른 지역으로 이탈할 가능성도 낮았고, 주택이나 건물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지 않기 때문에 적의 움직임을 포착하기가 쉬웠다.

더욱이 좀비는 총기를 사용하지 않을뿐더러 매복공격을 할리도 없었기 때문에, 가급적 개활지 면적이 넓은 곳이 유리했다.

원래 음바바네는 비감염지역이었지만,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감염자중 일부가 출입하면서 도시 곳곳에서 습격사고가 생겼고, 지금은 군경이 음바바네 전역을 통제하고 있었다.


첫 작전의 병력은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서 다양하게 구성되었다.

유엔평화유지군 1천 명, 유럽 연합군 1천 명, 그리고 러시아와 중국군이 각 5백 명에 한국군과 일본 자위대가 각 5백 명씩 참여하였다.

병력의 구성을 볼 때, 결과는 상당히 낙관적으로 예상되었다.

유엔평화유지군을 빼고는 대부분 특수전 병력으로 구성되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레인저와 영국의 SAS, 프랑스의 GIGN, 독일의 GSG-9과 러시아의 자슬론과 빔펠, 중국의 설표돌격대 등이 참여했고, 한국과 일본에서도 특전공수여단 병력과 특수작전군이 참여했다.

물론 특수전 병력들이 직접 체험하면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다음 작전에도 유리하겠지만, 마틴의 얘기에 의하면 이 구성은 완전히 오버스펙이라는 것이었다.


아직까지도 좀비는 괴물이 아니라 감염자의 신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늘 상기해야 할 정도로 마주치자마자 사살하기보다 가급적 생포를 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 작전의 골자였다.

물론 위급한 상황에서 자위권 발동의 차원이 되면, 총기발사가 당연히 허용되겠지만, 그래도 좀비는 영화에서처럼 한 번 죽었다가 살아난 시체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인간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인권침해에 대한 부담을 가지고 있는 것이 맞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려면 적군을 파리 잡듯이 쓰러뜨리는 능력을 가진 신출귀몰한, 일당백의 능력을 가진 병력보다는 구테헤스 총장의 요구대로 체력이 월등한 부대가 경무장을 하는 정도가 어울렸다.

히로토의 얘기도 같은 논조였다.

특히 러시아에서 온 자슬론같은 경우에는 특수부대원 중에서 또다시 차출한 엘리트부대 중의 엘리트로서 일격필살의 능력을 가진 인체병기라고 할 수 있는데, 훈련 초기부터 최소한의 동작으로 상대방을 효과적으로 죽일 수 있는 훈련만 받아온 이들을 좀비 생포작전에 투입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는 것이었다.


그래도 모든 것은 일단 시작하고 나서 종료 후에 재평가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시작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예단하기가 어려웠다.

내 입장에서 상당히 불만스러웠던 것은 작전본부 측에서 나와 마틴의 참여를 공식적으로 요청해왔다는 것이다.

황당한 마음에 재차 확인해봤지만, 분명한 공식요청이었다.

이유인즉 마틴에게는 군사작전의 적절성을 평가해달라는 것이었고, 나에게도 비슷한 요구를 해왔다.

현장에서 직접 보고 좀비의 특성에 따라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적절한 지에 대한 의견을 달라는 것이었다.


그걸 꼭 과학자가 해야 하는가라는 불만을 직접 표시하면서 거절하고 싶었지만, 연구진의 요구까지 따라왔다.

현재까지는 중국 운남성에서 사로잡힌 좀비들을 대상으로 연구해왔지만, 분위기상 곧 운남성 회복작전에 들어가게 되면 연구의 맥이 끊길 수 있다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유전자가 각기 다른 좀비를 구할 수 있다면 연구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의 바람이었다.

결국 내가 작전지역을 따라다니면서 샘플을 수거해달라는 얘기일 것이다.

군병력에게 부탁할 수도 있겠지만, 과학자의 안목으로 직접 샘플을 얻는 것이 필요하긴 할 것이다.


나와 마틴은 스와질란드로 가는 비행기에 탑승했다.

수송기에 수백 명씩 실려 가는 군인들에 비하면 걸프스트림을 타고 가는 것은 호화에 가까웠지만, 가는 동안 내내 라크루와 사령관과 작전에 대한 토의를 해야 했다.

히로토도 어느새 내 경호를 전담하게 되었고, 자신의 경험을 되살려 작전에 대한 의견도 서슴없이 내놓고 있었다.

이제 약 30분 후면, 스와질란드 국제공항에 도착할 것이고, 인류 역사상 첫 회복작전이 펼쳐질 것이란 마음에 나도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그 때, 작전을 위해 켜놓았던 노트북에 긴급 메일이 들어왔고, 동시에 위성전화기가 울려댔다.

나와 연구를 같이하는 나오미의 전화.

긴급하다는 것은 분명 반가운 소식은 아닐 것이다.




우리가 아는 좀비는 과연 사실일까,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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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6

  • 작성자
    Lv.87 NOEL
    작성일
    18.06.21 12:00
    No. 1

    아무리 인권 인권하지만 사태가 저지경인데 경무장에 비살상은 아무리 위험할때 무기릉 쓰라고 했지만서도 납득인 잘 안가네요 그간 경험으로 부족하다는것을 충분히 안텐데도 특수부대라는 이유로 다잡을수 있다고 생각하는것도 잘 이해가 안가요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0 니콜라스최
    작성일
    18.06.21 12:42
    No. 2

    원래 인권수호는 불편하고 복잡합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렇게 원칙을 세워놓고 시작하겠지만, 한두번 실전을 겪다보면 자연스럽게 현실을 따라가기 마련이겠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7 bujoker
    작성일
    18.06.21 12:26
    No. 3

    어찌되려나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0 니콜라스최
    작성일
    18.06.21 12:41
    No. 4

    나오미의 전화가 전환을 가져올 것 같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7 TheMemor..
    작성일
    18.06.21 19:24
    No. 5

    잘보고있어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0 니콜라스최
    작성일
    18.06.21 19:57
    No. 6

    감사합니다 행복한 저녁 되세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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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운명(9) +6 18.06.15 489 8 9쪽
56 운명(8) +6 18.06.13 511 14 11쪽
55 운명(7) +6 18.06.12 491 13 12쪽
54 운명(6) +5 18.06.11 480 9 13쪽
53 운명(5) +2 18.06.10 464 11 12쪽
52 운명(4) +6 18.06.09 544 10 13쪽
51 운명(3) +8 18.06.08 543 14 12쪽
50 운명(2) +13 18.06.06 558 13 14쪽
49 운명(1) +7 18.06.04 583 15 12쪽
48 인간의 경계(14) +8 18.06.03 580 14 12쪽
47 인간의 경계(13) +6 18.06.01 628 13 12쪽
46 인간의 경계(12) +2 18.05.31 579 12 12쪽
45 인간의 경계(11) 18.05.30 553 14 13쪽
44 인간의 경계(10) +3 18.05.29 557 14 10쪽
43 인간의 경계(9) 18.05.28 598 17 11쪽
42 인간의 경계(8) 18.05.28 613 16 13쪽
41 인간의 경계(7) +2 18.05.27 662 16 10쪽
40 인간의 경계(6) 18.05.24 685 14 10쪽
39 인간의 경계(5) +2 18.05.22 685 15 11쪽
38 인간의 경계(4) +2 18.05.21 673 18 11쪽
37 인간의 경계(3) +7 18.05.20 809 17 10쪽
36 인간의 경계(2) +7 18.05.19 851 1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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