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살았소이다.(힘들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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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별별조니
그림/삽화
조니
작품등록일 :
2018.05.03 08:29
최근연재일 :
2020.01.0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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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2,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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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9.28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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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99.정사년 통신사(2)-높은 나리들

DUMMY

[1617년 정사년, 광해군 9년 음력 4월에 조선은 일본으로 회답사를 보냈다.]


“전하, 이번 사신은 회답사로 칭하는 것이 좋을 듯 싶사옵니다.”

“아니? 쇄환을 하지 말자는 것이오?”

“소신이 뜻은 그런 것이 아니오라 이미 전쟁이 끝난 지 20년이 지나서 쇄환의 의미가 많이 흐려졌사옵니다. 물론 일본에 남아있는 억울한 백성들을 찾아오는 일을 하지 말자는 뜻은 아니옵니다. 그리고 일본에 끌려간 조선인들 중에서 조총을 잘 다루는 병사들이 있을 수도 있지 않사옵니까? 그러한 인재들을 찾아서 돌아오는 것은 당연히 옳은 일이지요. 지금의 회답사는 혹시 모를 북쪽 오랑케를 막을 목적의 쇄환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옵니다.”

“비변사에서 그러한 결론을 내렸다고 하니 과인도 그 뜻에 따르겠소.”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정사년 봄 조선에서는 확실하게 일본에 보낼 사신들을 정립했고 사신단의 명칭을 ‘회답사’라고 정했다. 아무래도 전쟁이 끝난 지 20년이 다 되어서 대규모의 쇄환은 없을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아이고... 마루 어머니 괜찮으세요?”

“예, 뭐 저야... 끄윽. 괜찮습니다. 그나마 바깥사람이 잘 살았다고 하시며 돌아가셔서.”

“휴. 만득이 정말 열심히 살았는데 죽어서라도 저승에서 편히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게요. 울 아버지 정말 고생 많으셨죠.”


평양성의 한 고을에서는 돌아가신 마루 아버지의 장례가 진행되었고 여러 사람들이 방문을 해서 위로를 해주었다.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으신 아버지를 깨끗한 천으로 잘 감싼 다음 나무판으로 만든 관에 넣어드리고 상여를 매서 무덤까지 편하게 모셨다.


“아저씨 진짜 좋으신 분이셨는데.”

“그러게. 마루 아버지 처음에는 좀 미웠어도 나중에는 정말 많은 걸 해주셨지.”

“끄윽. 그러게. 조선에 와서 20년 넘게 같이 지냈는데. 이렇게 가시다니. 너무 슬프다.”

“하루야 너무 울지 마, 아저씨가 속상해 하셔.”

“끕! 그래도 눈물이 나오는 걸 어떡해!”


하루는 자신을 아들이라 불렀던 이국의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마음이 너무 아팠다. 처음에는 좀 왜놈이라고 멸시도 하셨지만 금세 가족처럼 대해주셨고 심지어 부모의 역할까지 해주셨기 때문에 하루에게는 특별한 인물이었다.


“자! 하루야. 아버지 이불 덮어드리자.”

“어? 그래.”


마루와 하루는 삽자루를 들어 흙으로 아버지의 새 이불을 덮어드렸다. 부디 저승에서라도 푹 쉬시길 바라면서 말이다.


장례식이 끝이 났고 망자를 잘 보내드렸다. 사람들은 마지막까지 죽은 만득이의 무덤 옆에서 망자에 대한 예를 갖췄고 많은 농민들이 찾아와서 절과 묵념을 하고 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했다.


“여기가 하루라는 사람이 계시는 집입니까?”

“예, 제가 하룬데요?”

“일본으로 갈 회답사 때문에 방문했습니다. 준비가 되셨으면 바로 한양으로 이동하시죠.”


집으로 돌아오자 낯선 사람 둘이 하루를 데려가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하루는 당황스러웠고 지금당장 떠나고 싶지 않은 생각이 들었다. 뭔가 죽은 이국아버지 생각 때문이었을까? 이렇게 망설이고 있는 하루의 모습을 바라본 마루는 하루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하루야! 빨리 가봐! 우리 아버지가 하셨던 말씀 기억 안나? 일본에 계신 부모님도 잘 뵙고 오라고 하셨잖니? 아버지 부탁을 거절할 건 아니잖아?”

“그래! 맞아 그랬었지.”

“자, 여기 네 짐이랑 아버지가 남기신 돈이다. 조선에 있는 엄마도 열심히 기도하고 있을 테니까 부디 다치지 말고 무사히 일본에 있는 가족을 만나고 돌아오너라.”

“예, 알겠습니다.”


하루는 조선 가족들의 응원 속에서 곧바로 떠날 준비를 마쳤고 다시 한 번 왕복 1만 리 먼 여정을 떠나게 되었다.


“그럼 잘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잘 다녀와!”

“그럼, 출발하시죠.”

“잠깐. 다른 집에 있는 친구들에게도 인사를 하고 떠나겠습니다.”


하루는 소우스케와 켄타네 집에도 방문을 해서 인사를 했다.


“그래, 잘 다녀와. 이번에는 좋은 일이 있기를 기원할게!”

“이야! 넌 재주도 좋아? 아무튼 잘 다녀오고 기다리고 있을게!”


조선에 있는 가족, 친구들과 모두 인사를 나눈 다음에 드디어 새로운 여정이 시작되었다. 대동강을 건너고 남쪽으로 한양을 향해 걸어 나갔다.


“그런데, 이번에 제가 맡게 될 나리는 어떤 분이십니까?”

“예, 가보시면 알겁니다. 이번에는 전보다 높은 관직이신 두 분을 모시게 될 겁니다.”

“높은 관진이요? 그럼 무서운데.”

“하하, 두려워하실 것 없습니다. 아니요. 죄송합니다. 한 분은 조금 엄격하신 분이긴 해요. 일단 여기서 하루 밤 자고 내려가도록 합시다.”


하루는 엄격한 고위 관료를 모시게 된다는 생각에 약간 걱정이 되어 잠이 오지 않았다. 자신을 막 부려먹지는 않을지, 혹시 나가시노에 가는 것을 허락하지는 않을지, 공적인 일만 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그렇게 걱정을 하는 동안 조선의 도성에 입성하게 되었고 여러 관청들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였다. 그곳은 이미 일본으로 갈 준비로 분주했고 여러 높고 낮은 관직의 관료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여러 병사와 백성들이 물건을 나르고 있었다.


“나리, 그전에 말씀하신대로 임시 통역관을 데려왔습니다.”

“그래, 수고 많았다. 네가 그 하루라고 하는 총각이지?”

“예, 만나서 반갑습니다. 나리들을 열심히 모시겠습니다!”

“뭐, 그럭저럭 쓸 만한 놈이겠지.”

“이 사람이, 우릴 도와주려고 온 사람인데 그리 말하면 쓰나?”


하루는 처음 만난 사람에게 인사를 올렸다. 한 분은 딱 보기에도 꽤 상냥해 보이는 나리였다. 하지만 다른 한 분은 딱 보기에도 엄격해 보이는 나리였고 처음 건넨 말도 무척이나 불친절했다.


“이 분들은 이번 회답사에서 외교문서와 관련된 일을 하시는 두 명의 사자관(寫字官)분들이십니다. 이분들이 일본어를 아예 못하시는 건 아니지만 우리 본토에 있었던 하루님만큼은 못하실 거예요. 때문에 외교를 하는데 하루님께서 잘 도와주셔야 돕니다.”

“예, 알겠습니다. 그러도록 할게요.”

“이놈아! 차라리 일본어를 아예 못한다고 말하지 그러던?”

“그런데, 겨우 일본문자를 읽으시는 수준이잖아요?”

“시끄럽다! 돌아가 보거라!”

“네, 나리. 그럼 저는 다른 일행 분들을 도와드리러 물러나겠습니다.”


하루가 맡게 된 두 명의 관료들은 사자관으로 파견되는 자들이었다. 사자관이 통신사 일행에 있어서 얼마나 높고 중요한 직책이냐면 사자관 위에 있는 직책의 사람은 10명 정도이고 직접 양국의 국왕의 서신을 비롯한 외교문서를 담당하기에 매우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이었다. 때문에 일본에서도 높은 직급의 상관들이 나와서 접견을 해줬다.


“그래, 뭐 곧 있으면 출발을 하니까. 일단 만난 김에 밥이라도 먹자구나.”

“뭘, 밥을 먹나? 이 사람이 일본으로 떠나기 전에 할 일이 아직 남아있는데!”

“어허, 자네는 예전부터 그놈의 일일.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밥 좀 먹고 일하면 어디가 덧나나? 그래 뭘 먹고 싶은가? 얘기하게.”

“됐어! 나는 먹지 않을 거네! 알아서 먹고들 들어와!”

“아이참. 이 사람이. 괜찮아 원래 저 사람이 좀 저렇단다.”


엄격하게 생기신 나리께서는 뭔가 못마땅했는지 밥도 거르고 일을 하기 위해 관청으로 들어가셨다. 다른 나리는 헛웃음을 지으면서 하루를 안심시켰고 간단하게 밥을 먹고 돌아왔다.


돌아오고 나서 이번 일정에 자신들이 맡은 사자관이 하게 되는 일과 하루가 통역과 더불어 어떤 일을 보좌해 줘야 되는지 상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아무래도 저번 통신사 경험도 있고 아저씨들이 좋은 평을 해주셨기 때문에 하루가 중요한 직책의 사람들의 통역 겸 보좌를 맡게 된 듯싶었다.


그 다음에는 전반적인 통신사 일정을 설명해 주었다. 어떻게 이동하고 얼마정도의 시간의 걸릴지, 이번 방문의 목적은 무엇인지 등등이었다. 대부분의 사항들은 10년 전에 일본에 갔을 때와 마찬가지였다.


“자, 밤이 깊었으니 일단 오늘은 잠을 편히 자게. 먼 길 찾아오느라 수고 많았어.”

“뭐, 내일도 일이 없지는 않을 거니. 들어가서 자거라.”

“예, 그럼 나리들도 안녕히 주무세요.”


그렇게 이번에 모시게 될 관료들과의 첫 날이 지나갔고 하루는 방에 들어와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잠에 들었다. 한 분은 상냥하신데 한 분은 너무나도 차가운 분이셨기에 이번 여정에 대해서 걱정하면서 잠에 들었다.


그리고 며칠 뒤


“전하, 일본으로 갈 회답사 일행의 준비가 마무리 되었사옵니다.”

“그래, 정사와 부사를 비롯한 이번 회답사의 주요 관료들을 정전에 들이도록 하여라.”


정사 오윤겸과 부사 박사를 비롯해서 하루가 모시는 나리들까지 스무 명 정도의 관료들이 창덕궁 인정전으로 들어왔다.


“그래, 다들 일본으로의 여정준비를 하느라 노고가 많습니다.”

“전하,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그대들이 일본에 가서도 서로의 관계가 더욱 돈독해질 수 있도록 힘을 써주시고 혹여 남아있을 억울한 백성들의 쇄환을 위해 노력해 주시길 바라오. 부디 먼 길 다치거나 낙오되시는 분들 하나 없이 안전하게 다녀오시길 기원하겠소.”

“전하, 성은이 망극하옵나이다.”


광해군은 통신사 관료들에게 여러 가지 부탁과 당부의 말 그리고 위로와 응원의 말을 전했다. 관료들은 모두 임금의 말에 감사를 올렸고 반드시 좋은 결실을 맺어서 돌아오겠다고 다짐을 했다.


일본으로 떠나기 전에 하늘과 바다에 제사를 지냈다. 부디 먼 길 이동하는 동안 하늘의 천재지변과 바다의 노여움으로 사람들이 다치거나 죽는일이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는 목적으로 말이다. 그렇게 간절하게 기도를 드린 다음 조선통신사 일행은 본격적인 여정을 시작했다.


“근데, 그 배에 타면 배 멀미가 그렇게 심하냐? 강에서 배타는 거란 또 틀리더냐?”

“예, 바다의 파도는 정말로 매섭습니다. 저도 멀미 많이 했어요.”

“그깟 멀미가 뭐가 무섭다고 이 사람들이 벌써부터 걱정들이야! 출발한지 얼마나 되었는데 겁을 먹어서야 사람들이 쓰나!”

“에이, 그래도 이 사람아 경험해 보지 못했으니까 두렵고 겁이 나지. 자네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없어서 아주 좋겠어, 그래.”

“시끄러워! 파도가 불어치고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져도 주상전하의 문서를 일본 쇼군에게 전달하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라는 것을! 나는 죽는 한이 있더라도 주상전하의 명을 성사시킬 것이네!”

“그래, 그래. 자네라면 일 열심히 하니까 이번 사신일은 아무것도 아니겠지. 그렇다고 너무 피곤하게 굴지 말더라고. 1만 리 여정인데 쉽지는 않을 테니 말이야. 그렇지 하루?”

“예, 정말 엄청 피곤합니다. 특히 돌아올 때는 죽을 맛이었죠. 그러니까 주무실 수 있을 때 푹 주무셔야 됩니다.”


엄격한 나리는 일밖에 모르는 일 바보였다. 얼마나 일에 집착이 많은지 같이 있던 다른 나리는 당연하다는 듯 한숨을 쉬시며 약간 비꼬는 말투로 답을 하셨다.


그렇게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한강을 건너고 계속 남쪽을 몇 날 며칠을 이동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부산포가 보이기 시작했다. 여러 배들이 정박해 있었고 대마도로 이동할 준비가 딱 끝나 있었다. 수백 명의 사람들이 배에 올라탔고 배가 힘차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과연 이번 일본으로의 여정은 잘 마칠 수 있을까?


작가의말

다시 한 번 일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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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마지막회.마지막 여정(5)-잘 살았소이다. 19.12.28 248 1 13쪽
169 169.마지막 여정(4)-조선과 작별하다. 19.12.26 134 1 12쪽
168 168.마지막 여정(3)-일본으로 떠나다. +2 19.12.23 140 2 11쪽
167 167.마지막 여정(2)-임금을 만나다. 19.12.20 101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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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 158.또 한 번의 전운(1)-불안한 양국 관계 19.12.04 56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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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 154.산킨코타이(1)-합류 19.11.11 65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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