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살았소이다.(힘들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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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별별조니
그림/삽화
조니
작품등록일 :
2018.05.03 08:29
최근연재일 :
2020.01.0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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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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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또 한 번의 전운(1)-불안한 양국 관계

DUMMY

[1633년 인조 11년 연초부터 금나라와의 외교문제로 무척이나 뒤숭숭 했다. 음력 1월 25일에는 삼양으로 간 사신이 조선에서 보내는 예물을 전하지도 못하고 협박성 답서를 받아 돌아왔고 이에 2월 2일에는 임금께서 금과의 국교 단절 이야기 까지 임금의 답서에 적었다. -인조실록-]


“전하 금에 사신으로 다녀온 신득연이 받아온 답서이옵니다.”

“그래? 한 번 가져와 보시오.”


정묘호란이 일어나고 5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지만 조선과 금나라 사이의 관계는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서로에 대한 불신과 분노만 더욱 커져만 갔다. 금나라에 예물도 보내기도 했고 금에서 조선으로 사신이 다녀가기도 했지만 날이 지날수록 두 국가 사이의 마찰은 점점 심해졌다.


“이. 이 무슨 무례한! 내 이 오랑캐 놈들을 당장 쓸어버리겠다!”

“전하, 고정하시옵소서.”

“감히 우리 측에서 보낸 예물도 거절했으면서 조선에 이런 말도 안 되는 협박을 보내 이 나라 조정과 왕실을 능멸해! 지금 당장 금과의 국교를 끊어버리도록 하라! 더 이상 이런 오랑캐 놈들의 횡포를 과인은 지켜볼 수가 없다! 내 금과의 국교를 단절하겠다는 답서를 친히 쓰겠다. 당장 금나라로 보낼 또 다른 사신단을 꾸려라!”


이토록 화가 난 임금의 모습을 본 적이 없던 신하들은 모두 고개를 숙여 아무런 말도 꺼내지 못했다. 목에 핏줄이 서고 온통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해진 인조는 금으로부터 온 답서를 집어던지고 대전 밖으로 걸어 나갔다. 한 대신이 임금이 던지고 간 금의 답서를 주어서 읽어 보았고 그 내용은 무척이나 충격적이었다.


“이...이게 무슨.”

“왜, 뭐라고 쓰여 있는데 그렇습니까?”

“이건 거의 우리 조선을 금나라의 속국으로 취급하는 아주 무례하고 거만하기 짝이 없는 답서입니다. 한 번 보십쇼.”

“세상에, 이런 거친 말을 쓰면서까지 조선을 욕보이다니.”

“전하께서 저렇게까지 진노하신 연유가 있었어요.”


답서의 내용을 알게 된 신하들은 모두 혀를 차면서 조선이 오랑캐로부터 받은 대우에 대해 기막혀 했다. 지금까지 사이가 별로였던 것은 사실이었지만 이렇게 까지 거칠게 나오기 시작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며칠 뒤 인조는 금나라에 보낼 거친 답서를 적어 왔고 신하들은 임금이 보내기로 한 답서에 대해서 대부분 동조했다. 오랑캐에게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과인이 보내게 될 답서에 대해서 의견이 있는 자는 얘기하도록 하시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당한 수치만큼 저들에게 되갚아 줘야하옵니다.”

“맞습니다! 오랑캐 놈들의 버릇을 단단히 고쳐줘야 합니다!”

“전하의 뜻대로 하시는 것이 가장 옳은 일이라고 사료되옵니다.”


신하들은 모두 임금의 답서에 대해 찬성하는 목소리를 내뱉었지만 굳은 표정으로 이를 지켜보고 있던 최명길은 잠잠해지길 기다렸다가 한 마디 간청을 올렸다.


“아뢰옵기 황망하오나 이 답서를 금으로 보내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사옵니다.”

“뭐라?”

“그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립니까! 이판대감! 오랑캐가 우리를 능멸했어요. 그걸 가만히 보고만 있겠다는 겁니까?”

“저도 사람인지라 당연히 화가 나고 울분이 터져 나옵니다. 헌데 답서를 보낸다 한들 뭐가 달라집니까? 주상전하와 조정 신하들의 기분이 나아지는 것이요? 그 뒤에는 저 오랑캐 놈들이 우리에게 뭐를 요구해 오겠사옵니까. 궁녀와 노예를 보내오라고 할 수도 있고 병사들을 이끌고 몇 해 전 정묘년에 쳐들어 왔던 것처럼 다시 한 번 이 땅을 밟을 수도 있사옵니다. 전하 이 사람 부디 전하께 간곡히 요청하옵건데, 순간의 감정으로 인해서 벌인 일로 더 큰 피해를 자처하지 마시옵소서. 오랑캐 놈들의 간교한 술책일 수도 있사옵니다. 비록 자존심은 상할 수 있으나 더 큰 화를 입지 않기 위해서 군자의 마음으로 오랑캐들의 무례함을 눈감아 주시옵소서.”


인조반정의 주축 세력이었으면서 당시 임금의 총애를 받는 신하 중 하나였던 최명길이 간언을 올리니 임금은 잠시 주춤했다.


“전하, 정녕 오랑캐의 밑으로 들어가자는 최명길의 말을 듣겠사옵니까?”

“지금 금나라에 답서를 보내는 일에 명분이 있사옵니까? 일어나지도 않을 싸움을 부추기지 마시옵소서.”

“싸움은 저들이 먼저 시작했소! 정묘년에 오랑캐들이 쳐들어와서 조선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이판께서는 모르시오?”

“압니다! 김상헌 대감,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아야 백성들이 살 것 아닙니까?”

“그만들 하여라. 이 일에 대해서는 경들의 상소문을 받고 결정하도록 하겠다. 이 일에 대해서는 더 이상 의논치 말거라!”


김상헌과 최명길 사이의 논쟁이 이어지자 두 충신이 싸우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던 인조는 답서를 보내는 일에 대한 언쟁을 그만두고 상소로만 신하들의 의견을 받겠다고 선포했다.


그 뒤로 며칠 동안 수십 개의 상소가 임금에게로 올라왔는데 오직 최명길만이 임금의 거친 답서를 금나라로 보내지 말자고 거듭 요청을 해왔고 그의 뜻에 분노를 가라앉힌 인조는 이성적으로 금나라에게 해당 답서는 보내지 않기로 결론을 내렸다.


그 뒤로도 조선과 금나라 사이의 마찰은 점점 더 심화되어만 갔다.


〔그래서 공격해야 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데? 조선과 또 한 번 싸운다고 지금 나아지는 일이 있겠는가?〕

〔폐하, 소장에게 기병 천을 주시면 제가 저 놈들의 버릇을 단단히 고쳐놓고 오겠습니다. 폐하 제게 병사를 내려 주십쇼.〕

〔아직 그 정도 까지는 아니야 촐콘. 지금도 양국 사이의 관계가 별로인데 괜히 우리가 무력으로 나섰다가 저들이 우리의 요구들을 거절한 대의명분만 만들어 줄 수도 있어. 서쪽에는 명나라 남쪽에는 조선이 동시에 우리를 공격한다면 우리에겐 별로 좋지 않은 상황이 펼쳐진다.〕

〔...대장님들이 나서지도 않는데 소장이 너무 경거망동하게 행동한 것을 용서해 주십쇼.〕

〔이번 일에 대해서는 전문가가 있지 않느냐? 명의 신하에서 우리 대금제국의 충직한 신하가 된 어드의 의견을 물어보도록 하지.〕


금나라의 칸 홍타이지는 조선과의 관계가 계속 틀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 여러 신하와 장수들을 불러 모아놓고 의논하고 있었다. 딱히 좋은 방도가 나오지 않고 쳐들어가야 한다 말아야 한다. 라는 쓸데없는 갑을논박만 이어지고 있었다. 이에 실증을 느낀 촐콘은 자신이 직접 병사를 이끌고 나가서 조선을 치겠다고 했지만 칸은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서 새롭게 신하가 된 어드에게 의견을 물었다.


〔본래 조선은 하나의 민족이 수백 년 동안 터를 잡고 살아왔던 나라입니다. 못해도 3~4천년은 반도 땅에서 터를 잡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자부심이 강하겠나이까? 때문에 그들의 보이지 않는 명예와도 같은 자부심을 계속 자극하는 행동은 하지 않는 것이 좋사옵니다.〕

〔허면 어찌 하면 좋겠는가? 명에 있을 때 조선에 통역관으로 여러 번 다녀온 자네라면 조선의 사정을 잘 알고 있을 터.〕

〔이럴 때는 억압보다는 회유책을 쓰시는 것이 좋사옵니다. 칸께서 조선에서 오는 예물들을 기쁜 마음으로 받아주시고 사신들을 예로써 대접해 주시면 되옵니다. 비록 칸께서 조선을 눈엣 가시로 여기고 계시오나 싸움 없이 그들을 품을 수 있는 방법은 예로써 그들을 회유하는 방법밖에 없사옵니다. 병법에도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상의 방도라고 하지 않았나이까? 부디 일단 되는 데까지 조선을 예로써 대해 주소서.〕

〔예로써?〕

〔맞사옵니다. 그것도 조선의 예인 성리학과 유교의 예로써 그들을 대해 주시면 되옵니다.〕

〔흠... 나름 일리가 있는 말이군. 내가 몇 달 동안 너무 홀대하긴 했지. 그대의 말을 들어보겠노라. 이것으로 되었다. 이번에는 어드의 말대로 한 번 해보도록 하지.〕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칸은 어드의 의견을 수용했고 장수와 신하들은 홍타이지의 뜻에 따랐다. 일을 마친 사람들은 하나 둘씩 퇴청을 했고 입에서 오늘 결정난 일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고갔다.


〔에이! 이 참에 병사들을 이끌고 가서 조선에 따끔한 맛을 보여줬으면 좋았을 텐데.〕

〔조선이 보통 기가 센 나라가 아니잖아. 어쩌면 칸께서도 계속 이렇게 거칠게 밀고 나갈 수 없다고 생각하셨기에 어드의 뜻을 수용하신 거겠지.〕

〔하기사 말타고 싸움하는 우리들 보다야 최소 6개 국어를 할 수 있고 국제정세에 훤한 만능통역사님이 지략적으로는 우리보다 더 뛰어나시겠지.〕

〔게다가 원나라 황제의 옥쇄까지 폐하께 가져다 받치면서 충성을 맹세했잖아? 비록 그가 몽골인이지만 칸께서 아끼지 않으시는 것이 이상하지.〕


신하와 장수들은 이렇게 지략적으로 총체적 난국에 봉착했을 때마다 명에서 온 몽골인 어드에게 의견을 묻는 상황이 부럽기도 했고 그를 대단하게 여기기도 했다. 하지만 이를 굉장히 시기하는 사람이 있었으니 그는 바로 10여 년 전 조선인 포로들로부터 죽임을 당한 아버지의 아들인 촐콘이었다.


〔저 녀석. 머리가 좀 좋고 아는 게 많다고 계속 나대는데? 조선과 어떤 감정이 있는지 모르지만 감히 꿀 바른 이야기를 하면서 매번 조선을 감싸고돌아? 내가 나중에 내 아비를 죽인 조선놈들을 끌고와서 잔인하게 죽일 때 반드시 내 목표를 가로막는 네놈 역시 죽여주마.〕


촐콘은 어드에 대한 열등감과 화로 이를 아득바득 갈면서 그를 오랫동안 노려보았다.



“전하, 금에서 드디어 우리가 보낸 패물을 받아줬다고 하옵니다.”

“뭣이? 그것이 정말 사실이더냐?”

“예, 그리고 이번에 보내온 서신은 우호적인 이야기로 적혀 있사옵니다. 금의 왕이 말하기를 패물이 많은 양은 아니지만 이정도면 이제 되었다고 하는군요.”

“허허, 오랑캐 놈들이 드디어 예와 법을 알고 우리를 대해주는 구나.”

“모든 것은 전하의 어진 마음으로 인해 오랑캐들이 감동해서 진행된 일이옵니다.”

“그렇사옵니다. 모든 것이 전하의 홍복이옵니다.”


며칠 뒤 오랜만에 우호적인 태도로 변화한 금의 태도에 조선 조정도 크게 놀랐다. 올해 들어서 처음, 아니 요 몇 년간 처음 있는 행보였다.


“전하, 곧 있으면 망가진 창경궁의 수리도 끝이 나는데. 분명이 이는 앞으로 조선이 다시 강성해 질 것이라는 좋은 징조가 아니겠사옵니까.”

“과인도 그러길 빕니다. 드디어 이 못난 사람이 선왕들의 얼굴을 볼 면목이 생기겠구려.”

“모든 것이 전하의 은덕이며 앞으로도 이런 좋은 소식들만 계속 들어오길 기원하옵니다.”

“어디 과인만의 노력이겠습니까. 몇 달 전 그 때 명길의 말을 듣고 금에 비방성 서신을 보내길 아주 잘한 것 같소. 이판의 공도 큽니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조선 조정은 금과의 관계가 개선되고 있다는 생각에 긴장을 풀고 국내 정사를 돌보는 데 더욱 신경을 쏟게 되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러한 평화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작가의말

한민족과 만주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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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마지막회.마지막 여정(5)-잘 살았소이다. 19.12.28 248 1 13쪽
169 169.마지막 여정(4)-조선과 작별하다. 19.12.26 134 1 12쪽
168 168.마지막 여정(3)-일본으로 떠나다. +2 19.12.23 140 2 11쪽
167 167.마지막 여정(2)-임금을 만나다. 19.12.20 101 1 13쪽
166 166.마지막 여정(1)-영웅 마루 19.12.18 70 1 12쪽
165 165.병자호란(5)-쫓는 자, 쫓기는 자 19.12.16 66 1 17쪽
164 164.병자호란(4)-포로가 될 것인가... 19.12.14 56 1 14쪽
163 163.병자호란(3)-항복 19.12.13 79 1 11쪽
162 162.병자호란(2)-몸을 옮기다. 19.12.11 58 1 11쪽
161 161.병자호란(1)-조선을 쳐야만 하겠노라. 19.12.09 116 1 11쪽
160 160.또 한 번의 전운(3) 19.12.07 57 1 12쪽
159 159.또 한 번의 전운(2) 19.12.06 51 1 12쪽
» 158.또 한 번의 전운(1)-불안한 양국 관계 19.12.04 56 1 11쪽
157 157.다시 집으로 19.12.02 72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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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 155.산킨코타이(2)-두 이복형제의 만남 19.11.18 87 1 11쪽
154 154.산킨코타이(1)-합류 19.11.11 65 1 11쪽
153 153.옥새를 찾아라! 19.11.07 53 1 12쪽
152 152.일본행(4)-보내드리다. 19.11.06 69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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