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멘션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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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유씨
작품등록일 :
2018.05.04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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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6.11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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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3화. 모험?캠핑?(2)

DUMMY

“······그래서, 이게 대책이라고?”


기가 찬 얼굴로 중얼거렸다.


“아, 이거 사이즈 잘못 만든 거 같은데? 레이카, 이것 좀 당겨 봐.”

“난 말해준 대로 만들었을 뿐인데? 살찐 거 아냐?”

“웃기지 마! 이거 아무리 봐도 95사이즈가 아니잖아!”


한시웅과 레이카가 옷을 입으며 투덜거리고 있었다.


‘아니, 옷이랄까······.’


새카만 고무재질로 보이는 타이즈다. 결국 완결도 나오지 않고 끝나버린 탐정만화의 범인 역 같은 모습이었다.


그나마 몸이 날씬하고 날렵해 보이는 한시웅은 그나마 나았다. 박용성은 안 그래도 덩치가 큰 탓에 더 꼴사나운 모습이 되어 있었다.


“읏차! 이래 봬도 이게 완전 절연이거든?”


한시웅이 타이즈를 입기 위해 기를 쓰며 말했다. 그래도 그럭저럭 공간이 있는 박용성과 다르게 한시웅의 타이즈는 척 봐도 몸에 딱 맞는 꼴이라 하반신의 묵직함이라던가가 쓸데없이 강조되서 보기가 괴롭다!


“썬더볼트 래빗이라고 해 봤자 전기가 안 통하면 그냥 조금 쎈 보팔래빗일 뿐이지.”

‘아니, 분명히 맞는 말이지만!’


그래도 저런 걸 입고 싶지는 않은데? 내가 어떻게 생각하던 박용성과 한시웅은 옷을 입은 것도 모자라 방패의 표면이나 무기의 손잡이까지 깔끔하게 감쌌다.


‘으아, 뭔가 기분나빠.’


나는 몸매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타이즈의 남자 둘을 보면서 거부감을 느꼈다.


“헌터는 멋으로 사냥을 하는 게 아니지.”

‘······아니, 분명 맞는 말이지만.’


레이카가 나에게 와서 가방에서 타이즈를 꺼내 내밀었다.


“아니, 나는 좀······.”


그렇다고 이 나이를 먹고 타이즈를 입고 싶지는 않단 말이지!


“애초에 당신은 왜 안 입어?”


내 말대로 레이카는 여전히 평상복 그대로였다. 여기선 여자가 타이즈를 입는 게 그나마 위로가 되는 부분이잖아?


“아니, 나는 전투전문이 아니니까.”

“······.”


그녀는 여전히 나에게 새카맣게 빛나는 타이즈를 내밀고 있었다. 내가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 박용성이 말했다.


“헌터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지. 우리는 그냥 폼으로 사냥을 하는 게 아니다. 안전도, 공략도 보장되지 않은 사냥따위 만용에 불과해.”

‘······분명 맞는 말이지만······.’


말없이 나를 압박하는 박용성과 레이카를 보면서 침을 꿀꺽 삼켰다.



“봐봐, 있었잖아! 더 큰 사이즈! 이거 분명히 나 엿먹이려 한 거 맞지?”

“칫.”

“칫? 치잇? 지금 칫이라고 했냐?”


한시웅과 레이카가 싸우는 걸 보면서 창을 만지작거렸다. 차마 타이즈를 입을 수 없었던 내가 타협을 한 게 무기에 절연체를 두르는 것이었다.


“썬더볼트 래빗은 준비가 갖춰지지 않으면 C급에서도 최악의 적 중 하나지만, 대책이 마련되면 D급이랑 별다를 게 없는 놈이지.”


결국 박용성의 말을 무시하지 못한 것이다. 아니, 타이즈를 입는 게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분명히 그게 효과적인 공략법이겠지만!


“온다.”


한시웅과 싸우다 말고 레이카가 중얼거렸다. 한시웅이 투덜거리며 전투준비를 했다.


부스럭!


덤불을 헤치고 나타난 썬더볼트 래빗은 새하얀 토끼였다. 털이 바짝 서 있는 것을 제외하면 귀여운 토끼처럼 보인다. 썬더볼트 래빗은 튀어나오자마자 박용성을 향해 달려들었다.


“흠.”


파지지직!


내가 심상찮은 걸 느낀 것은 박용성의 방패에 토끼가 부딪혔을 때였다. 눈이 아플 정도로 강한 전기가 사방으로 방사되었다.


“으윽!”


안구가 화상이라도 입을 것 같은 밝기였다. 하지만 과연 온 몸을 새카맣게 물들인 보람이 있는지, 박용성은 아무런 타격도 받지 않은 것 같았다. 게다가 그 눈에는 방금 전만 해도 착용하지 않았던 물안경 같은 것이 채워져 있었다.


‘한층 더 꼴사나워졌군!’


나는 아직도 전기의 잔상이 남은 눈을 깜박거리며 토끼를 주시했다. 토끼가 총총 뛰며 박용성의 주변을 돌고 있었다.


파밧! 파지직!


토끼가 다시금 박용성과 충돌하며 강렬한 전기를 사방으로 뿌렸다.


‘젠장. 선글라스라도 있어야겠는데.’


눈을 옆으로 돌리며 중얼거렸다. 박용성의 주의에는 틀린 점이 없었다. 이놈은 평범한 방어구로는 맞붙는 것조차 불가능한 몬스터인 것이다. 아마 만용을 부리며 알아보지도 않고 혼자 왔다면 그냥 전기구이가 될 뿐이었으리라.


방패에 부딪히고 다시 토끼가 멀어지는 순간 한시웅이 땅을 박찼다.


“뒈져라!”


토끼가 땅에 닿는 순간을 노려 검을 쑤셔 넣었다. 피할 틈도 없는 군더더기 없는 솜씨였다.


토끼의 몸에서 전기가 튀어나오지만 한시웅의 몸에는 어떤 상처도 입히지 못했다. 한시웅이 꽂은 칼을 비틀었다. 이내 토끼가 축 늘어졌다.


‘빠르다.’


C급 몬스터를 잡았다기엔 너무나 짧은 시간이었다. 레이카가 옆으로 다가와 말없이 타이즈를 내밀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다른 분야에도 맞겠지만 헌터들에게 가장 잊으면 안 될 말 중 하나지.”

“큭······.”


타이즈의 효용성을 눈앞에서 목격한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신음을 삼켰다.


‘젠장. 입으면 되잖아.’


결국 타이즈를 피하긴 무리였던 모양이다. 나는 레이카의 손에서 타이즈를 뺏어들고 덤불로 향했다.



고집을 풀고 타이즈를 입은 보람은 있었다고 해야 할까.


‘입으니까 진짜로 쉽네.’


물안경 같은 것을 쓰니 전기에서 발해지는 빛도 줄어들어 눈이 아프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선글라스라기보다는 일정 이상의 빛을 차단하는 도구 같았다.


실수로 몸에 공격을 당해도 맞은 부분이 뜨끈하게 달아오를 뿐, 전기로 인한 통증은 없었다. 물론 C급인 것도 있어 그냥 맞는 것만으로도 아프긴 하지만.


‘방사는 못하는 놈이었군.’


평소에도 전기로 번쩍거리는 놈이었다면 다른 건 둘째치고 볼 수가 없어 잡기 힘들었을 테지.


아마도 놈의 전기는 공격을 가할 때나 피해를 받을 때만 몸에서 튀어나오는 것 같았다. 즉 자기가 의도해서 전기를 방사하지는 못하는 놈이라는 것이다.


요령과 대책이 갖춰지자 토끼 학살자라는 칭호를 달아도 될 정도로 사냥이 쉬워졌다. 심지어 나는 무기가 창이라 한시웅처럼 위험을 감수하고 뛰어나갈 걱정도 없었다.


그저 박용성이 공격을 막은 후 멀어지는 토끼에게 창질 몇 번만 하면 사냥이 끝나는 것이다.


“한시웅보다 훨씬 낫네.”


레이카가 중얼거렸다. 한시웅이 발끈했다.


“뭐, 임마?!”


하지만 레이카의 말대로 나와 박용성의 조합은 발군이었다. 옛날 전쟁에서 왜 방패병의 뒤에 창병이 서는지 알 수 있었을 정도였으니.


“일단 휴식하자.”


한동안 토끼의 시체로 가득해진 주변을 보면서 박용성이 말했다.



“뭘 그렇게 항상 적고 있는 거지?”


마석을 다 채집한 후 나무둥치에 앉아 쉬고 있을 때, 나는 레이카의 옆으로 다가갔다. 전투도 하지 않는 그녀가 이 파티에 굳이 따라올 이유가 있었을까?


그녀는 옆에 다가와 앉는 나를 딱히 제지하지는 않았다. 레이카의 옆에 조심스레 앉아 그녀가 적고 있는 종이를 바라보았다.


‘세간에 말해졌던 것과는 다르게 썬더볼트 래빗의 전기는 공격할 때나 당할 때, 즉 몸에 접촉이 있을 때마다 자동으로 방사되며······.’

‘이건?’


마치 공략집이라도 적고 있는 것 같았다. 썬더볼트 래빗의 대략적인 생김새가 크로키로 그려져 있고, 몸의 크기나 특징에 대해서 적혀 있었다.


심지어 다른 쪽에는 지금까지 우리가 다가간 지도까지 상세히 그려져 있었다.


“전투에는 쓸모도 없는 레이카가 우리를 따라오는 이유지.”


한시웅이 말했다.


“지도만 그리는 게 아니었나?”

“쯧쯧, 아무것도 모르는구만.”


한시웅이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말했다.


“지도를 만드는 파티가 얼마나 된다고 생각해? 파티라면 일단 한 번 쯤 손대는 게 맵핑이라고. 우리보다 훨씬 멀리까지 가 본 사람도 셀 수 없이 많지.”

“그래서 우리는 생각했지.”


박용성이 자연스럽게 한시웅의 말을 받았다.


“차이점을 두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고민 끝에 나온 게 이거다.”


박용성이 작은 책자를 내밀었다. 작은 문고본이나 될 법한 책자였는데,


“······아르마니아 완전 공략집 Ver1.8?”

“제목이 딱 와닿지 않냐? 내 작품이지!”


한시웅이 으스댔다. 아니, 굳이 따지자면 사기꾼 같은 제목이라 오히려 집고 싶지 않은 제목이지만······.


하지만 책자를 연 나는 깜짝 놀랐다. 물론 지도도 완벽했지만 지도 뿐만이 아니었다.


“거의 백과사전 수준인데?”


서식지에서 나타나는 몬스터의 종류와 습성, 특징에 효과적인 공략법까지 적혀 있었다. 굴속에 사는 고블린이라면 연기를 피워 안으로 들여보내는 방법부터, 오크 정찰병의 습성과 형태 같은 것들까지!


“우리가 파는 것 중에 가장 비싼 물건이지.”

“······얼마나 하는데?”


침을 삼키며 물었다. 조금 과장을 더하면 이 책을 열심히 읽는 것만으로도 고블린 정도는 수월히 잡을 수 있을 정도로 자세했다.


“흠. 달러로 따지면 1.8이니까, 만 팔천 달러 정도?”

“만 팔천?!”

“뭐야. 말해두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싼 편이라고?”

‘고블린으로 따지면 180마리 값이잖아!’


입이 떡 벌어지는 가격이었다. 한 달에 한두 권만 팔아도 셋이 사는 데 지장이 없을 가격이었다.


“쯧쯧. 돈 없는 애들 용으로 나온 게 아니니까. 어디까지나 날고 기는 놈들만을 위한 물건이라고.”

‘아무리 그래도 과한데?’


아니, 생각해 보면 그렇지도 않을지도. 어빌리티가 높은 놈들이 하루 종일 사냥하면 나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벌 수 있겠지.


썬더볼트 래빗만 해도 나도 이 절연타이즈만 있으면 보팔래빗 때려잡듯이 하루 종일 잡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렇군. 생각보다 싼······건가?”


나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책을 넘겼다.


“수고를 생각하면 충분하지. 레이카가 됐다고 할 때까지 일주일 동안 오크 군락에서만 생활한 적도 있다고? 오크 챔피언이 바로 옆을 지나간 적도 있었지.”


한시웅이 아직도 무섭다는 듯 어깨를 부들거렸다.


“그러니까 이건 굉장히 싼 편이라고. 이제 집으로 돌아가면 나올 Ver1.9도 벌써 예약이 꽉 차서 한동안은 책만 만들어야 한단 말이지.”


한시웅이 언제 어깨를 떨었냐는 듯 투덜대며 말했다. 나는 그의 투덜거림을 한 귀로 흘리며 책을 뒤적거렸다. 이제 슬슬 책을 덮으려던 나는 한 쪽에서 시선을 멈췄다.


“잠깐, 이거 설마 격리구역 바깥인가?”


격리구역 밖이 지도로 그려져 있었다. 몇 남지 않은 도로까지 선명했다.


“밖으로 나가는 길이 있다고?!”

“아차. 그걸 깜박했네.”


한시웅이 내 손에서 자연스럽게 책을 빼앗아 갔다. 격리구역 외곽은 콘크리트와 철벽을 섞은 족히 5미터는 될 법한 벽으로 둘러싸인 구역이었다. 게다가 순찰을 도는 사람들은 스카이하이 직속 보안요원들, 뇌물이나 협상이 통할 존재도 아니었다.


‘아니, 아웃로 이야기가 들리는 걸 보면 없을 리야 없겠지만.’


격리구역 밖에서 살아가는 무법자들, 아웃로가 암시장이나 기타 격리구역 내부의 사람들과 거래한다는 건 이제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확실한 증거는 아무 것도 없지 않았나.


‘스카이하이를 거치지 않고도 나갈 수 있는 길이 있다고?’


이건 중요한 문제였다. 나한테 있어서 격리구역 서울을 나가는 건 이미 어느 정도 확정된 상태였다. 내 목표를 위해서도, 아리스를 위해서도 언젠가는 알아둬야겠다고 생각한 것!


‘저거, 사야겠어.’


그것뿐만이 아니라 나가는 길에 대해서도 들어야 될 이유가 생겼다. 나는 눈을 탐욕으로 빛내며 한시웅의 손에 들린 책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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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36화. 턱 밑에 치달은 위기 18.06.14 197 3 12쪽
35 35화. 모험?캠핑?(4) 18.06.13 184 2 12쪽
34 34화. 모험?캠핑?(3) 18.06.12 206 2 12쪽
» 33화. 모험?캠핑?(2) 18.06.11 187 2 12쪽
32 32화. 모험?캠핑?(1) 18.06.08 232 2 12쪽
31 31화. 그녀와 그녀의 하루 18.06.07 275 2 13쪽
30 30화. 사건은 언제나 갑작스럽게 +1 18.06.06 281 4 12쪽
29 29화. 업보(2) 18.06.05 281 2 12쪽
28 28화. 업보(1) 18.06.04 295 3 12쪽
27 27화. 톱니바퀴는 돌아가고 18.06.01 296 2 12쪽
26 26화. 교감 18.05.31 339 1 13쪽
25 25화. 뒷처리가 가장 어려운 법 18.05.30 33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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