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멘션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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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유씨
작품등록일 :
2018.05.04 17:19
최근연재일 :
2018.06.26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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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6.26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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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화. 그녀의 싸움

DUMMY

복원사는 싸움을 못할까? 정확히 말하자면 ‘안 한다’라는 게 맞는 말일 것이다. 격리구역에서의 행정작업이 없어진 이래로 불로소득의 대표격인 공무원은 그 자리를 잃었다. 그 자리를 새로 대체한 게 복원사라고 할 수 있겠지.


복원사가 싸움을 안 하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싸움을 하는 것보다 복원만 하는 것이 훨씬 위험부담도 덜하고 돈을 많이 벌기 때문이다. 최정상 헌터에 비한다면야 부족하겠지만 한 몸을 영위하는 데 있어서 복원만한 불로소득은 없었다.


하지만 싸울 줄 아는 복원사가 있다면 어떨까? 어떤 중상이라도 자신의 힘으로 회복하며 싸울 수 있는 복원사가 있다면? 어떤 면에서는 방어형 어빌리티를 배운 헌터보다도 시간을 버는 데 적합했다. 바로 이렇게.


타다다다다다당!


귀를 찢을 정도로 큰 소음이 연달아 들렸다. 윤시우를 놓치고 몰려든 용살단이 놀라며 물러섰다.


“젠장!”

“다가갈 수가 없어!”


총알을 무시할 수 있는 건 A급이나 되어야 가능한 행위다. 아무리 헌터에게 어빌리티가 생기고 신체능력이 상승해도 물리법칙이 있는 한 음속도 뛰어넘는 총알을 피하기란 쉽지 않다. 그게 권총탄이라고 해도, 이렇게 연사하는 상황에서야 더욱 더.


두두두두두두두두두!


권총이라곤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긴 연사소리가 사방을 매웠다. 용살단이라는 거창한 이름이 붙은 헌터들은 공격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숨기 바빴다. 옥상에 있는 헌터들이라고 별 수는 없었다.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순간, 엄폐물도 없이 맞추기 좋은 목표물이 되는 것 뿐이니까.


그만큼 그녀의 어빌리티 ‘시점복원, 뫼비우스’는 대단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녀가 아직 위기를 벗어나지 못한 것은······.


“하아!”


그 우두머리가 A급 헌터이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숨어 있던 콘크리트가 두부가 갈라지듯 베여졌다.


“큭!”


콘크리트와 더불어 잘려나간 그녀의 배가 순식간에 재생된다. 재생된다기보다, 그 전으로 돌아간 것 같은 빠른 속도였다. 그녀가 총구를 앞에 있는 정호에게로 돌렸다.


“이크!”


총알은 음속보다 빠르나, 목표를 포착하는 사람의 눈은 그것보다 느렸다. 잔상이 보일 정도로 빠르게 이동하는 정호의 궤적을 따라 땅바닥에 콩 튀기는 소리를 내며 튀어 올랐다.


“휘유. 과연, 호언장담할 정도는 되는 걸?”


콘크리트 뒤에 숨은 정호가 말했다. 민아는 의외로 태평한 그의 목소리에 눈을 찌푸렸다.


‘아직도 모르는 건가? 놓쳤다는 걸?’


아니, 모를 리가 없다. 전부 윤시우를 쫓으러 간 용살단이 이곳으로 돌아온 이유가 뭐겠는가. 윤시우를 놓쳤다는 것 빼고는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그런데도 왜 저리 태평한 거지?’


그녀가 시간을 번다고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임기응변이고, 임시처치에 불과하다. A급 헌터 앞에서 지금까지 번 시간만 해도 인상적인 업적일 정도로.


‘A급 헌터라서 상관없다는 건가.’


어떤 면에서 그들은 법 밖의 존재에 가깝다. 무법지대는 격리구역보다 훨씬 넓고, 그곳에는 A급 이상의 존재가 아니면 칼도 안 박힐 정도로 강하고 거대한 놈들이 즐비하기 때문이었다.


‘아냐, 이젠 어차피 상관없는 문제다.’


그녀는 다른 곳으로 흐르는 생각을 지웠다. 어차피 갈라진 길이었다. 윤시우와 아리스를 걱정할 여유가 아직 그들에게는 없었다.


“절로 가! 포위해야지!”

“저기도 사람 많거든? 게다가 정면을 뛰어가야 된다고!”


마치 바퀴벌레가 기듯이 잽싸게 용살단이 거리를 좁힌다. 썩어도 준치라고 역시 베테랑 헌터들, 움직임에 망설임이 없었다.


이렇게 고민하고 있는 시간에도 헌터들이 그녀의 주위를 포위하고 옥죄여 오고 있었다. 그녀의 권총은 두 정이니 넉넉히 180도는 되는 거리를 커버할 수 없지만 등 뒤는 어쩔 수 없는 법이었다. 정호가 달려드는 것이 아니어도 이미 패색은 짙어지고 있었다.


‘밖에서는 무리다.’


결정을 내린 그녀의 손놀림이 빨랐다. 공중에 잠시 권총을 던진 뒤 주머니에서 작은 버튼같은 것을 꺼내고 벽면에 부착한 후 조작시켰다. 다시 그녀가 권총을 받고 몸을 돌리는 데 드는 시간은 고작해야 몇 초.


쾅!


작은 버튼이 터지며 구멍을 만들었다. 그녀가 건물 안으로 뛰어들었다.


‘사물 복원!’


폭발로 난장판이 된 벽이 순식간에 복원됐다. 휘말리는 걸 두려워 한 탓인지 사람 한 명 없이 조용한 복도를 달렸다. 밖에서 욕하는 헌터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젠장.’


달리던 그녀의 몸이 잠시 휘청거렸다.


“벌써 오고 있네.”


아찔한 현기증이 그녀를 덮쳤다. 이것은 리미트 오버의 증상이었다. 어빌리티를 얻음으로서 체내에 융합하여 순환하게 된 마나가 없어질 때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어빌리티를 얻기 전에는 몸에 존재하지도 않는 마나가 몸에 깊게 융합한 나머지 없으면 일어나는 마나부족현상.


그녀는 이를 악물고 발을 재촉했다. 윤시우와 아리스를 보냈지만 그게 대신 죽는다는 뜻은 아니었다.


쾅!


벽을 만나면 폭파시키고, 복원시키기를 반복하며 직선으로 퇴로를 뚫었다. 좁은 구역에 여러 사람이 살다 보니 난립한 건물들로 복잡해진 골목이다. 직선으로 뚫고 있으니 그녀를 따라올 사람이 없으리라.


‘하아, 젠장.’


생명체 복원쪽으로 어빌리티가 발달한 그녀에게 사물 복원은 가뜩이나 효율이 낮은 어빌리티였다. 위기 앞에 날카로워진 신경이 물러질 정도로 강한 현기증이 머리를 덮쳤다.


그러니까 다음 공격을 피하지 못한 건 필연적인 일이었다.


“용살파(龍殺波)!”


이제 막 건물 하나의 벽을 부수고 벗어나는 그녀를 파도가 덮쳤다. 넓게 퍼지며 달려드는 그 파도의 줄기 하나하나가 참격이었다.


“아······.”


비명을 내지를 틈도 없이 그녀의 몸이 여러 갈래로 갈라졌다. 날카로운 참격이 그녀의 몸을 베고, 그 뒤를 따르며 파도줄기처럼 갈라진 참격들이 그녀의 몸을 거칠게 찢어놓았다. 멈출 줄 모르는 파도가 그녀의 몸을 베고 찢은 것도 모자라 뒤에 있는 건물을 붕괴시킨다!


‘이건!’


사방으로 흩어진 그녀의 파편들이 허공에서 흩어지더니 복원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뒤에 있는 건물이 참격을 버티지 못하고 붕괴되고 있다는 것이다.


시점복원 뫼비우스는 일정 시점을 고정하고 이상이 있을 시 그 시점으로 복원하는 어빌리티, 하지만 건물 파편에 깔린 뒤에는 그 어빌리티도 말짱 헛것이 된다!


“으으으아아아아아!”


사물 복원을 발현시켰다. 이제는 거의 다 비어버린 그릇을 박박 긁듯이 쥐어짠 그녀의 최후의 발악이었다.


파손 정도가 클수록 더 많은 마나가 필요한 어빌리티가 바로 복원이었다. 하물며 무너지기 시작한 건물이라면 그 난이도는 말할 것도 없다.


“하아아아아아아!”


그녀의 눈에 혈관이 비치더니 터지며 피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참격이 가른 건 건물의 아랫부분 뿐이었다는 것이다.


“우웨에에엑.”


더 이상 쥐어짤 힘도 없어서 무너지지 않을 정도로만 복원해낸 건물이 삐걱거리다 이내 멈춰 섰다. 급하게 행동한 나머지 먹은 것도 없는 그녀가 맑은 위액을 비워냈다.


“하아, 하아······.”


더 이상 도망칠 힘도 없었다. 그녀는 최후의 보루였던 시점복원 뫼비우스도 해제된 상태로 건물에 몸을 기댔다. 급한 대로 일부만 복원한 건물이 아직도 무너질 듯 삐걱거렸다.


“휘유. 대단한 걸?”


정호가 어깨에 도를 걸치고 걸어왔다. 더 이상 아무런 힘도 남지 않은 그녀가 히죽거리는 정호의 얼굴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솔직히 말단이라고 해서 무시했는데 말이지. 거기에서도 복원할 수 있을 줄이야? 게다가 건물까지?”


짝짝짝.


정호가 감동했다는 표정으로 박수를 쳤다. 이미 한계에 달한 그녀의 입에서는 거친 숨소리가 나올 뿐이었다.


“이 정도 어빌리티면 죽이기 아까운데? 너 용살단에 들어오지 않을래? 안 그래도 복원사가 하나쯤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


그녀는 어처구니없는 정호의 제안에 피식 웃었다. 참 대단한 수집욕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 진짜 나라면 죽거나 숙청당하는 일 없이 거둬줄 수 있다니까? 여기에 딱 지장만 찍으면! 이 A급 헌터인 내가! 뒤를 봐 준단 말이지!”


정호가 앞섶에서 종이를 꺼내 흔들었다. 마나그램으로 뒷면이 가득 찬 기아스 페이지의 앞면에는 ‘용살단 입문서’라고 적혀 있었다.


“어때?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지? 당연히 수락하는 거지?”


정호가 낄낄 웃으며 그녀의 앞에 쪼그리고 앉아 그녀의 손에 강제로 연필을 쥐었다. 더 이상 손가락 까딱할 힘조차 없는 그녀는 초점없이 흐린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흠흠, ‘이민아’라고 쓰고······. 사인이 필요한데. 사인은 모르니까 지장으로 하자. 여기 이 피 써도 되지?”


그녀의 손가락에 피를 찍어서 기아스 페이지에 가져갔다. 이제 제대로 보이지 않는 눈으로 보아도 첫 번째 조항이 명령에 절대복종이니, 나머지 조항이 얼마나 구릴지 안 봐도 선했다.


아니, 애초에 그녀를 쫓아오던 용살단이 지금도 골목에 쓰러져 신음을 흘리고 있거나, 더러는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말 그대로 노예계약이나 다름없는 계약이겠지.


하지만 지금 그녀에게는 사소한 반항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무력한 상태였다. 그렇게 그녀의 손가락이 페이지에 닿을 때,


슉.


“이크!”


정호가 화들짝 놀라며 손을 빼냈다. 기아스 페이지에 손가락만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 파손된 기아스 페이지가 저절로 불타 사라졌다.


“뭐야, 너 아직도 조력자가 있었······냐?”


과장스럽게 놀라던 정호가 골목을 보더니 얼굴을 굳히고 일어섰다.


달빛이 새 들어오는 골목에 한 사람이 서 있었다. 달빛을 받아 은색으로 빛나는 갑옷에 투명하게 빛나는 금발이 어깨까지 드리워져 있었다.


“······이거 오랜만인데.”


정호가 장난스러운 태도를 버리고 일어나 땅에 꽂은 도를 뽑아들었다.


“그렇네. 별로 만나고 싶은 얼굴은 아니었지만.”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목소리와 복장을 보면 마치 유럽의 귀공자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격리구역을 나갔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아, 맞아. 방금 돌아온 참이지.”

“무슨 바람이 불어서······. 아니, 됐다. 고작 그딴 걸 생각할 때가 아니었네.”


정호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 웃음에 살기가 짙게 배여 있었다.


“강룡. 이 개새끼. 안 그래도 짜증났는데 잘 만났다.”

“나는 오히려 만나서 짜증이 나는데 말이지. 정호.”


달빛을 등지고 선 남자가 부드럽게 웃었다.


“용살단, 네놈들의 임무를 다 할 시간이다!”


숨죽이고 숨어있던 헌터들이 계약을 어기지 못하고 슬금슬금 나와서 강룡이라는 남자를 포위했다.


“그렇군. 농담인 줄 알았더니, 정말로 만들었나?”

“전부 사람 몫은 하는 놈들이지. 아직도 불살인가? 아직도 불살이라면······오늘은 네놈이 죽는 날이다.”


정호가 뒤로 손을 돌리더니 도를 하나 더 꺼내어 양손에 쥐고 사납게 으르렁거렸다. 강룡이라는 남자는 손에 얇은, 마치 펜싱검 같은 검을 들고 있었다.


“흠. 내가 언제 불살이라는 말을 했던가?”


턱에 손을 가져가 긁더니 피식 웃었다.


“그냥 귀찮아서 안 죽인 건데 말이지. 발악한다고 위험한 것도 아니잖아?”

“······개새끼가.”

“덤벼라.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채점해 주지.”

“죽여버려!”


정호와 용살단이 가운데 남자를 향해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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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화. 그녀의 싸움 18.06.26 166 4 12쪽
39 39화. 빚을 받아내다 18.06.22 178 2 14쪽
38 38화. 희생 없는 승리는 없다 18.06.18 158 1 12쪽
37 37화. 도주 18.06.15 167 3 13쪽
36 36화. 턱 밑에 치달은 위기 18.06.14 197 3 12쪽
35 35화. 모험?캠핑?(4) 18.06.13 184 2 12쪽
34 34화. 모험?캠핑?(3) 18.06.12 206 2 12쪽
33 33화. 모험?캠핑?(2) 18.06.11 187 2 12쪽
32 32화. 모험?캠핑?(1) 18.06.08 232 2 12쪽
31 31화. 그녀와 그녀의 하루 18.06.07 275 2 13쪽
30 30화. 사건은 언제나 갑작스럽게 +1 18.06.06 281 4 12쪽
29 29화. 업보(2) 18.06.05 281 2 12쪽
28 28화. 업보(1) 18.06.04 295 3 12쪽
27 27화. 톱니바퀴는 돌아가고 18.06.01 296 2 12쪽
26 26화. 교감 18.05.31 339 1 13쪽
25 25화. 뒷처리가 가장 어려운 법 18.05.30 333 1 12쪽
24 24화. 때로는 사람이 가장 무섭다(2) 18.05.29 358 3 13쪽
23 23화. 때로는 사람이 가장 무섭다(1) +2 18.05.28 378 4 12쪽
22 22화. 배웠으면 익혀야지 18.05.25 343 3 12쪽
21 21화. 세상 일은 쉽게 풀리지 않는다 18.05.24 357 5 12쪽
20 20화. 큰어금니 레이드(3) 18.05.23 359 3 13쪽
19 19화. 큰어금니 레이드(2) 18.05.22 348 3 10쪽
18 18화. 큰어금니 레이드(1) 18.05.21 356 4 12쪽
17 17화. 레이드 공고 18.05.19 382 4 14쪽
16 16화. 육아는 어렵다 18.05.18 445 5 10쪽
15 15화. 택배가 도착했습니다 18.05.17 418 5 11쪽
14 14화. 정하연 18.05.16 430 5 11쪽
13 13화. 수색단 18.05.15 446 7 13쪽
12 12화. 혈전과 보상 18.05.14 446 7 10쪽
11 11화. 두 번째 사냥은 평탄히? 18.05.11 486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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