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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신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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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08 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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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8.04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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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3. 계시록 [4]

DUMMY

#


창밖을 지켜보고 있는데 근처에서 누군가를 보았다.


짧은 흑발의 남자였다.

키는 평범해 보였지만 그것과는 비교되는 아주 건장한 몸을 갖고 있었다.


시선이 가기는 했지만 바로 자신에게 오면 어쩌나라는 생각이 들어 조용히 지켜보았다.

길의 방향이 이쪽이었기에 그가 이쪽을 볼 것 같았다.

이피나는 창문에서 멀어져서는 조용히 있었다.


통화가 연결된 스마트폰을 바닥에 두고 소리로 그가 이 근처에서 뭘 하려는지 들어봤다.

딱딱한 뭔가가 바닥으로 떨어지거나 다른 집의 천장에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돌인 것 같았다.

그가 돌을 던지고 있는 것 같았다.


잠깐 고개를 들어봤다.

그가 이쪽을 보고 있지 않았기에 조심스럽게 계속 지켜봤다.

그는 돌을 던져서 이 주변의 가로등을 깨고 있었다.

겉모습은 정상으로 보였기에 정신이 이상한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왜 저러는지를 생각해봤다.

시델의 소설의 요약에서 정신 포식자들이 가로등의 빛에 반응한다고도 했었다.

가로등을 부수는 게 그들의 관심을 돌리려고 그러는 것 같았다.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관점으로 상대를 보고 있으니 상대는 이미 변화하는 세계에 올바르게 적응하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근처에 그런 사람이 있으니 안심이 되기는 했다.


그가 다른 돌을 주우려고 했고 그 과정에서 이쪽을 잠시 보았다.

그렇게 그와 눈이 마주쳤다.


이피나는 바로 창문에서 멀어졌지만 곧바로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한 번 창문을 보았다.

그는 자신에게 관심을 끊고는 돌을 주워서 가로등을 다시 부수기 시작했다.


이 근처를 전부 부수고는 다른 곳으로 떠나갔다.

이피나는 그가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다가 집 밖을 본격적으로 살펴 보기로 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멀리에서 도시 방송 소리가 들려왔다.


[무리들이 역 쪽을 향하고 있습니다. 역 근처에 있으신 분들은 빠르게 피신하십시오.]


자신이 있는 곳과는 반대 방향이었다.

이곳으로 수 많은 정신 포식자가 덮쳐 오는 일은 없을 것 같았다.

다행히 아직은 안전했고 집에 계속 있을 수 있었다.


*


"우리가 충분하게 안전하다고 생각되면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순수함이라는 것에 대한 겁니다."


"시델의 소설에 적혀 있는 순수함을 말하시는 거죠? 정신체들이 원한다는, 그 신앙의 원동력이요. 순수함을 가진 자가 정신체들을 섬기면 정신체들은 특출나게 많은 힘을 얻을 수 있다고 하던데요.."


"네, 그런데 그 부분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제가 말하고자 하는 순수함이라는 건 이 세계의 흐름에 떨어지려고 하는 것에 대한 겁니다. 삶을 포기하고 순수함을 추구하는 것을 말입니다."


기자는 질문으로 끼어들지 않고 그가 하는 이야기에 대해 가만히 듣기로 했다.


"지금 세계는 계속 변화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예상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사태를 겪고 있는 모두가 이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자신의 삶을 버리고 새롭게 시작을 해야 하는 건데, 그걸 누구나 다 할 수가 없습니다. 분명 부적응자가 나타날 겁니다. 그리고 그들은 분명 자신의 원하는 것을 쫓아 순수함을 갖게 될 겁니다."


"확실히 그렇겠네요. 그 다음은 어떻게 되나요?"


"앞으로 그런 사람들이 계속 나타날 겁니다. 그들은 현실의 변화에 따라가기 보다는 자기의 정신이 원하는 것을 쫓아서 행동합니다. 그러니 우리가 겪고 있는 이 현실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루이스는 그로 인해 생길 문제들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갔다.


"그렇다고 우리가 그들을 인정하지 않고 대립을 하게 되면 그들과는 계속 대립을 하게 될 겁니다. 그렇게 되면 문제가 생깁니다. 그들은 우리와 달리 정신체를 자극할 수 있는 순수함을 갖고 있습니다. 순수함은 정신체의 힘을 얻게 만들 수도 있고 그들의 정신을 강하게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들이 아직은 그걸 얻을 방법을 모르는 것 뿐, 욕망을 이뤄주는 정신체들이 있으니 분명 그걸 알아낼 겁니다."


"말로만 들어도 무섭네요."


"실제로도 무서울 겁니다. 그들은 지금 이 현실에서 자신의 순수함을 유지하기 위해서 무엇이든 할 겁니다. 남의 사정은 관심이 없고 자신이 원하는 걸 어떻게든 이루려고 합니다. 거슬리게 하면 자신이 가진 힘으로 공격을 할 겁니다."


"아."


기자는 확실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고 루이스는 눈 앞에 있는 기자가 불안을 갖기 시작하자 그녀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그러니까 우리는 그들을 존중해야 합니다. 그들도 자신이 일반인과 다르다는 자각은 있습니다. 자신과의 다름으로 다른 사람들과 충돌할 거라는 생각도 하기에 일반인과 섞이는 걸 기피하겠지만 그들도 자신이 속한 집단이 생존하기 위한 최소의 조건은 충족하려고 할 겁니다."


"순수함을 가진 그들에게도 자신의 곁에 있어줄 누군가를 필요로 하게 될 것이라는 것 때문이라는 거죠? 시델의 소설에는 그렇게 적혀있었는데요?"


"네, 시델은 순수함에 대해 그렇게 밖에 표현을 하지 않았지만 이건 앞으로 우리에게 엄청나게 중요하게 될 겁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을 통해서 우리가 가진 순수함에 대해 정확하게 인식을 해야 합니다. 그들은 사회의 부적응자나 문제아로 봐서는 안되고 우리와는 다르게 살아가는 자들이라고 봐야 합니다. 그게 앞으로 일어날 대립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에요. 그리고 이 대립은 언젠가 순수함을 가질 수도 있는 우리에게도 중요하게 될 겁니다."


"그렇네요. 우리들도 언젠가 그런 순수함을 갖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어제는 괜찮았다고 해도 갑자기 순수함을 추구하게 될 수도 있어요. 단 하나의 사소한 일이 계기로 그렇게 변해버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병은 아니에요. 그저 평범한 것에서 달라지는 것일 뿐입니다."


루이스는 말을 잠깐 멈췄다가 다시 말을 시작했다.


"그들을 두려워해서는 안됩니다. 이 변화하는 세계에서 가장 먼저 답을 찾을 자들도 그들일 겁니다. 지금 우리가 시델의 순수함으로 엄청난 구원을 받았듯이 그들이 제일 먼저 이 세계에 적응을 할 거고 우리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살아갈 겁니다. 이전까지는 그들을 부적응자 취급하며 차별로 대했다는 것을 신경 쓰면 안됩니다. 지금 우리에게 그들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받아들여야 합니다."


기자는 자신의 몸에서 생겨나는 불안을 해결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는 것처럼 부정 자체가 없이 받아들이고 있었다.

루이스는 대부분의 사람들도 기자와 똑같은 생각을 할 것이라고 보았다.

기자처럼 대부분의 사람들도 지금은 조심할 것이었다.

순수함을 가진 사람들과의 충돌은 심각해지기 전까지는 시간이 있을 것이었다.

그 시간이면 이 도시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

그 사실이 참 만족스러웠다.

도달하지 못했던 지배자의 영역으로 가는 길을 찾았다는 그런 기분이 확실하게 들었다.



#


멀리에서 움직이는 것들을 보였고 군인들이 근처를 지나가는 게 보였다.

그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

그들을 만나면 내 집을 잃게 될 것 같았다.


그들이 저곳에 있는 게 불쾌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저들은 자신만이 있어야 하는 공간에 누군가가 침입하고 있었다.

빨리 떠나줬으면 했다.

그들이 지나쳐 가는 것을 숨어서 계속 지켜보았고 그들이 자신에게 바로 보이지 않는 곳으로 사라진 것을 보고는 안도했다.

하지만 곧 날이 어두워지니 그들이 이 근처에서 숙영을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불안을 느꼈다.


'반형체가 있으니까 밤에도 움직이지 않을까?'


사람의 힘으로 막을 수 있는 게 아닌 재앙이었으니 그들도 분명 만나고 싶지 않을 것이었다.

그러니 밤에도 움직일 거라는 기대를 했다.


그러다가 그가 다시 돌아온 것을 보게 됐다.

그도 군인들을 피해온 것 같았고 그가 다시 이쪽을 보기 시작했다.

어차피 걸렸기에 이번에는 피하거나 숨지 않았다.

계속 마주 보고 있으니 얼마 있지 않아서 그가 시선을 돌렸다.

그러더니 자신의 맞은 편의 집의 창문을 열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저 사람 집 아니잖아.'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바로 생각을 조금 바꿨다.

하긴 이런 재앙에서 남의 집이 무슨 상관이 있나 싶다.

어디든 자신이 머무르는 곳이 자기의 것이 될 거고, 자기가 손에 넣은 게 자기 것이 되는 세상이 됐으니 말이다.



#


멀리에서 총성들이 들려왔다.

소리가 들리는 것에 신경을 쓰지 않는 것으로 봐서는 정신 포식자나 반형체를 만난 것 같았다.


총성은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다.

군인들이 죽어간다는 것이고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결과였다.

그렇게 다시 고요해졌고 어두운 밤 밖에 없었다.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것에 다시 편안해졌다.

그렇게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갑자기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자신의 앞에 있는 창문에서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생각에 놀라서 잠에서 깼다.

창문 너머에 그 흑발 남자가 있었다.

그 남자가 자신이 정신이 든 것을 보더니 한 쪽을 가리키기 시작했다.


"저쪽을 봐요."


남자가 가리킨 곳에는 미약하고 작은 빛이 있었다.

주변은 전부 어두웠지만 그곳만 밝았기에 생각보다 눈에 띄었다.

그 빛이 깜빡거리는 것도 규칙이 있지 않았고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기에 그곳에 누군가가 뭔가를 하고 있다고 보았다.


"뭐에요?"


"한참 동안 저랬어요. 하는 짓이 정상은 아닌데, 그걸 하는 자에게 문제가 생기지 않고 있어요."


이피나도 그의 말처럼 저 자가 운이 좋아서 저러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적어도 이 사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봐요. 공격 당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 사람이라는 거죠."


그는 그녀의 대답을 듣지 않고 바로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난 저기에 갈 거에요. 뭘 얻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갔다 올 거에요. 따라오고 싶으면 지금 바로 와요."


이피나는 바로 의미를 깨닫고 고민을 잠깐 해보았다.

그리고 가장 먼저 이건 괜찮아 보였다.

갔다가 돌아온다고 했으니까,

그런 생각이 들자 밖으로 나갈 준비를 했다.


다녀오는 것 뿐이라서 간단하게 챙기기로 했다.

여름이라도 새벽이라 쌀쌀하다는 느낌이 있었기에 가디건을 입고 스마트폰을 챙겼다.

어머니와 통화가 계속되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현관으로 움직였다.


현관에 놓인 골프채가 보이자 그것을 들고 현관문을 열었다.

그는 마당의 문 앞에서 자신을 지켜보더니 먼저 걸어나갔다.

그녀는 그의 뒤를 따라서 걸어갔다.


말없이 나아가고 있으니 갑자기 자신의 행동에 대해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이상한 상황이 펼쳐지고 그런 게 다시 없을 기회라고 생각해서 따라 나오기는 했는데 이게 잘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없다는 말에 다급했었지만 역시나 아니었다.

앞에 가는 남자의 말을 너무 쉽게 따라준 것 같았다.


아무래도 그가 오후에 했던 일 때문에 이렇게 의식하게 된 것 같았다.

별것도 아닌 걸로 유세를 떠는 것이라 보았다.

그는 돌아볼 때마다 그녀와의 거리가 멀어지는 걸 보고는 입을 열었다.


"그렇게 불안하면 돌아가요. 강제하지 않으니까."


"아니에요."


그렇지만 저 돌아가라는 말에는 따라주고 싶지는 않았다.

여기에서 물러나면 완벽하게 뒤처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것은 정말로 싫었다.

약간 뛰어서 거리를 좁혔고 다시 거리를 맞춰서 걸어갔다.

빛에 가까워지니 다른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들 근처에 짐이 많이 있었다.

떠나다가 이곳에 온 사람인 것 같았다.

이렇게 얇게 바깥으로 나온 게 잘못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들이 자신을 보고 있는 시선이 너무나도 싫었다.

하고 있는 이야기도 자신에 대해 말하는 것 같았다.


그는 빛이 있는 곳으로 계속 가고 있었기에 자신도 멈출 수가 없었다.

시선들과 관심들을 참으면서 계속 가야 했다.

가까이 갈 수록 사람이 많아졌다.

그리고 빛과 가까운 곳에서 격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아무 짓도 안 할 테니까, 이제 놓으라고."


그에게는 힘이 없었지만 엄청난 분노가 느껴지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번 재앙으로 뭔가를 잃어서 그 관계자인 그에게 그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 것 같았다.


저게 당연한 반응일 수도 있었다.

자신도 이 재앙으로 모든 걸 잃었으니 이해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자신은 저렇게 할 수가 없었다.

저래봤자 잃게 된 건 돌아올 리가 없을 거였고 지금 가진 힘으로 돌아오게 만들 수도 없을 거였다.

자신이 약하다는 것만 계속 생각날 뿐이었다.

그래서 하고 싶지가 않았다.


빛은 그들의 너머에 있었다.

그래서 그들을 지나쳐서 빛에 더 가까이 다가갔다.

거기에서 익숙한 소리를 들었다.

자세하기 들어보니 루이스의 목소리였다.

가운데에 있는 그는 그 영상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가까이 가보니 인터뷰에 공개된 초상화의 그 사람이었다.


흑발 남자가 제압하는 무리를 지나가서는 거의 앞에서 멈춰 섰다.

이피나도 그와 떨어져서 멈추려고 했다가 주변에서 보는 시선 때문에 그의 곁으로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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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3. 계시록 [5] 18.08.06 29 0 11쪽
» 3. 계시록 [4] 18.08.04 27 0 13쪽
13 3. 계시록 [3] 18.08.03 20 0 12쪽
12 3. 계시록 [2] 18.08.01 23 1 9쪽
11 3. 계시록 [1] 18.07.30 26 1 10쪽
10 2. 기적을 겪은 자들 [6] 18.07.29 35 1 10쪽
9 2. 기적을 겪은 자들 [5] 18.07.28 27 1 17쪽
8 2. 기적을 겪은 자들 [4] 18.07.25 30 2 12쪽
7 2. 기적을 겪은 자들 [3] 18.07.20 32 2 10쪽
6 2. 기적을 겪은 자들 [2] 18.07.19 34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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