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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정령사 제이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연재 주기
제영운
작품등록일 :
2018.05.08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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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09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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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6.12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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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호텔에서

DUMMY

*

호텔로 돌아온 영운은 마법 가방에서 약재 상자를 꺼냈다. 기초재료로 생지황, 백복령, 꿀을 쓰고, 부재료로 당귀, 산수유, 간 사향, 숙지황을 쓴다.


다시 야생 더덕과 영지를 추가하여 누락된 인삼, 녹용을 보충한다. 마지막으로 천종산삼이 추가되면 기본 청명단이 완성되는 것이고, 여기에 추가 재료가 50가지 정도 따라다니며 전문 처방이 가능하게 꾸려져 있었다.


보조 재료는 범용적인 것부터 송이, 해구신, 와송, 백하수오, 초종용, 호골, 천갑산 같은 희귀 약재까지 다양해서 좀 더 맞춤식 제조를 할 수 있었다. 소수를 제외하고는 모두 야생이고, 무엇보다도 요정이 손질하였기에 약성이 어마어마했다.


이미 일반적 약초들이 아니라 모든 재료 하나하나가 첩첩산중, 심산유곡, 기암고봉의 기화요초와 맞먹는 수준이었다. 가격의 수십 배를 불러도 살 사람이 줄을 이을 것이다. 탁월한 약성 때문에 재료 하나를 제대로 다루기 위해서 부작용을 얼마나 겪었는지 몰랐다.


김길수 관장은 약성을 제대로 흡수할 것이 분명해서 과작용으로 숨이 차거나 기혈이 치솟으며 기침이 터질 공산이 높았다. 영운은 천궁, 작약, 육계를 추가하여 단을 만들고 더 이상 약성을 올리지 않았다.


영운이 청명단 한 알을 들고 입맛을 다셨다.

“웅담을 약간만 쓰면······ 없는 것이 다행일지도. 운디네, 이걸 판다면 오천은 받을 거야. 놀랍지?”


영운이 서둘러 청명단에 금박을 입혔다.

진화 후의 운디네는 치료수의 공능이 하루 이상 갔고 효과도 2배 이상이었다. 천종과 치료수는 상생이 좋아서 그냥 두어도 2할을 부여잡고, 금박을 입히면 3할을 영구적으로 가둬놓을 수 있었다.


수령 30년 이상의 천종은 하급 마정석의 2할에 달하는 마나를 보유해서 그것만 잘 달여도 무도인의 원기를 강화시키고, 경우에 따라 내공이 증강할 가능성이 있었다. 영운은 통상적으로 알려진 여러 방법을 집대성하고 발전시켜서 천종을 제대로 우려낼 비전을 가지고 있었다.


영운이 오동나무 합에 청명단 5정을 담았다.

“그냥 천종만 달여 줄까? 아냐, 박산은 더 귀하게 써야 맞아. 이래야 김관장에게 미안하지 않아.”


그는 김길수 관장에게 전화를 걸어서 함부로 유출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김관장은 자신이 3정을 먹고 2정은 제자를 위해 남긴다고 확언을 해주었다. 무(武)에 대한 자존심까지 들먹거려서 영운은 안심했다.


그가 뚜껑을 닫으며 중얼거렸다.

“그럼 줘야지. 운디네, 고 수령의 천종을 쓰고 치료수의 비율을 높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거기에 희귀 약재까지 추가되면?”


옆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던 운디네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 세계의 약초는 약성이 대단할 거야. 신기한 재료도 많겠지. 포션도 있을 테고······ 오랜 연구와 공부가 필요하겠어.”


영운이 미술 도구를 회수하고 최집사를 들였다. 그리고 오동나무 합을 내밀었다.

“내일 오전 중으로 김관장에게 보내주세요.”


최집사가 킁킁거렸다.

“향기롭군요.”


영운이 빙긋 웃었다.

“최집사도 필요해요?”

“무슨 말씀을, 지어주신 보약도 얼마나 좋은데요. 아침저녁으로 곤란한 지경입니다. 청춘이 돌아왔지 뭡니까?”

“하하, 잘 다녀오셨어요? 김희철은 어땠습니까?”

“겉보기로는 개과천선했습니다.”


영운이 미심적은 얼굴로 말했다.

“시어머니는요?”

“허영기 말고는 평범하던데요? 아가씨가 고약하다고 말할 정도인데 이상하더군요. 제가 있어서 그럴지도 모르지요.”

“일단 지켜봅시다. 수현이는 왜 안 왔어요?”

“일찍 잠들었습니다. 아가씨 친구분이 어지간히 잘 놀아주었어요.”


영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표님, 동창회 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별로······ 술판이라 늦어도 상관없습니다.”


느긋한 영운을 보며 최집사가 작게 말했다.

“혹시 한성 그룹과 부딪힌 일이 있으십니까?”

“한성 그룹? 자세하게 말씀해보세요.”


“가사도우미가 한성 끄나풀 같습니다. 좀 유별나다 싶도록 사진 찍기를 좋아했어요. 정원에서 찍는 걸 넘어가 준 적이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실내를 찍어서 말썽이 났고요. 참 거슬리지요.”

“한성이면······ 자회사 LK가 커피 프랜차이즈군요. 구멍가게에 스파이? 아니면 도우미가 도둑인가?”


영운이 얼굴을 찌푸렸다.

“대표님, 침실 금고 확인하시죠.”

“비밀번호 알려줄 테니 최집사가 확인하세요. 도우미와 한성은 어떻게 연결되는 겁니까?”


“2층이 비었을 때 올라가는 사람은 저뿐입니다. 휴대폰을 들고 계단을 오르려는 걸 잡았지요. 의심스러워서 뒤를 캐보았더니 고급 가사도우미였습니다. 현재 급여보다 1.5배를 더 받더군요. 구태여 급여를 낮추며 근무한다?”


“미심쩍군요.”

“기회를 보는 중에 오늘 오후에 연락을 받았습니다. 6년 경력에 한성에서 5년을 일했어요. 정보를 빼내려는 수작입니다. 다른 연결고리가 없지요. 최상품의 커피가 중간 가격대이니 궁금했을 겁니다.”

“새로 채용하세요. 믿을만한 사람으로 가능하시죠?”


최집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족쳐야지 않겠습니까?”

“집에는 기밀 없습니다. 금고는 현금 약간 들었고요. 사진은 회수할 수 있으면 회수하세요. 뭐, 회수해도 늦었겠지만 말입니다.”


“도우미 휴대폰 패턴은 알고 있습니다. 며칠 내로 파악하고 해고하겠습니다.”


영운이 손아귀를 쥐었다 폈다 반복했다.

“커피는 정보 작전을 펼칠 품목이 아닌데.”

“한성과 다른 일은 없으셨습니까?”


영운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럴 일이 뭐가 있겠어요? 하지만 LK가 관심을 가질 정도라? 하긴 노운은 틀림없이 최고입니다. 이미 전국적인 브랜드 네임을 가졌어요. 어느 업체도 노운을 따라오기는 어렵죠.

슬슬 생두를 확보해야겠어요. 종래에 커피가 톤 단위로 소모될 겁니다. 훼방을 놓겠다고 작정하면 한성 물산이 나설 것이고······ 아예 해외 업체에서 발주하도록 조처하세요.

현재는 소모량이 작아서 타격이 없습니다만 차후를 위해 대비를 해야겠어요. 도우미는 눈치 볼 것 없습니다. 즉시 해고하세요.

······최집사가 수고 좀 해야겠습니다. 수프레모(Supremo)와 엑셀소(Excelso)로, 이참에 안데스 커피로 갈아타죠. 케냐는 드립으로 소량만 다루겠습니다.

박실장에게 오더를 내릴 테니 최집사는 선을 놓아보세요. 신속하게 처리하세요. 규모가 작을 때 바꿔야 편합니다. 도우미가 한성이든 아니든 상관하지 않습니다. 누구도 수작을 못 걸도록 원천봉쇄를 하면 그뿐입니다.”


최집사가 살짝 감탄했다.

“메델린(Medellin)에 아는 사람이 있습니다. 선을 넣어보지요. 그리고 창고에 주문하신 품목 8할을 채웠습니다. 나머지는 내일 오전 중으로 완료될 겁니다.”


이번에는 영운이 감탄했다.

“정희 보느라 시간이 없으셨을 텐데 애쓰셨어요.”

“별말씀을, 인도행에 위험한 일은 없으십니까? 권총을 두 정 주문했습니다. 나흘 뒤에 받지요. 출국 전에 구하려고 했습니다만, 하기야 구해도 들고 갈 순 없지요.”


영운이 눈이 동그래졌다.

“권총? 있어서 나쁠 건 없죠. 우선 최집사가 보관하세요.”

“호기심을 참기가 어렵군요. 혹시 유적이나 유물을 찾는 일이라면.”

“하하. 가만 보면 최집사, 소년 같을 때가 있어요. 단순한 여행입니다. 물론 그런 기회를 만난다면 잡겠죠. 그러나 무모한 일은 하지 않아요.”


영운이 최집사가 준비해준 옷을 입고 나왔다. 그가 고른 옷은 하나 같이 바디라인이 살아있으면서도 움직임에 불편함이 없었다.

영운은 안목이 높아서 눈이 여간 까다롭지 않았다. 그러나 최집사는 한 번도 그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부드러운 질감의 검정 바지와 푸른 남방, 남색 점퍼만으로도 무척 멋스러웠다.


“자, 어때요? 옷이라는 게 이런 기능을 하는지 정말 몰랐습니다. 사람이 달라 보이네요. 이런 옷은 얼마나 해요?”

“잘 입으시면 충분하지요. 제가 할 일을 넘보시면 섭섭합니다.”



*

밤 11시.

인적이 드문 거리에 휴대폰을 들고 있는 여자가 있었다.

밤색 머리칼, 어깨와 가슴에 무성의하게 흩어진 웨이브, 농염한 얼굴에 권태로움이 가득했다. 그녀가 피우던 담배를 버리고 그것을 하이힐로 으깼다. 고급 향수와 매캐한 담배 냄새가 바람에 흩어졌다.

지나가는 건장한 남자의 눈길에 그녀가 대놓고 침을 뱉었다.


지애는 다가오는 남자를 보며 픽 웃었다. 다분한 경멸조에 그의 얼굴이 무섭게 굳어졌다.

-문을 나섰습니다. 입구에서 집사와 대화를 합니다. 약간 더 시간이 지체되겠습니다.


지애가 휴대폰을 끄고 코트 깃을 세웠다. 그 남자가 코앞에 도착했을 때 손을 코트 주머니에 넣고 고개를 뒤로 젖혔다.

“난 내 것을 기다리고 있어요. 넌 내 것이 아니잖아요. 왜? 내 것이 되고 싶니? 그럴 주제가 되겠어?”


지애의 음성은 건조하고 냉소적이었다. 남자는 일순 말과 행동을 찾지 못했다.

“이름.”

“당신 뭡······.”


지애가 입술을 핥으며 그에게 다가섰다. 야릇한 체향이 그를 덮쳤다.

“묻잖니. 스물다섯? 여섯? 누나 바빠, 어서.”

“스물일곱.”


지애가 로비 커피숍을 가리켰다.

“난 말 잘 듣는 남자가 좋더라. 기다려.”


한결은 다시 적절한 반응을 찾지 못했다. 그녀가 밀착하듯 다가가서 그의 힙에 손을 올렸다.

“이름.”

“하, 한결.”


지애가 게슴츠레 눈을 떴다.

“얌전하게 앉아있어. 말 안 들으면 때린다? 아프겠지. 넌 무릎을 꿇고 울지도 몰라.”


그의 하체를 훑은 그녀가 로비를 지나쳐서 승강기 앞에 섰다. 휴대폰이 진동하자 한결 따위는 까맣게 잊어버렸다.

지애는 승강기 문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웃었다. 그러다가 마스카라가 살짝 번진 걸 발견하고 입술을 깨물었다. 승강기 층수가 바닥을 치고 있었다.


그녀는 몸에 힘이 빠지고 눈동자가 풀어졌다. 승강기 문이 열림과 동시에 지애가 휘청했다. 옆에 서 있던 남자가 잡아주기도 전에 그녀는 앞으로 쏠렸다. 문에서 나오려던 사람이 그녀를 붙잡았다.


“죄송해······.”

지애는 즉시 떨어졌다.


최집사가 외투에 찍힌 립스틱 자국에 눈썹을 찌푸렸다. 그의 음성이 얼음장 같았다.

“비키세요.”


지애가 길을 터주고 휴대폰을 귀에 붙였다.

-다시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지애가 휴대폰을 든 채로 승강기 앞 의자에 앉았다.

-룸서비스로 안주를 주문했습니다.


그녀가 기계음 같은 음성을 뱉었다.

“철수하고 인도 티켓 끊어. 그리고 쓰레기 하나 붙었어.”

-쓰레기는 정리하겠습니다. 그러나 출국은 회장님께 보고해야 합니다.


이마에 힘줄이 돋아났다.

“까라면 까.”

-아가씨.


지애가 부드럽게 말했다.

“널 귀여워 해준지 얼마나 됐니?”

-이, 일 년 됐습니다.

“후후, 후후.”


휴대폰에서 애원 같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옆자리에 예약한 인간을 쳐내. 못 쳐내겠으면 그를 새로 예약하게 만들어. 비행기라도 주저앉히란 말이야. 오, 그래. 난 시원한 걸 좋아해. 주저앉혀, 알았니?”

-그러려면 차회장 쪽에 손을 벌려야 합니다. 필연적으로······.

“그만.”


지애가 다시 승강기 앞에 서서 자신을 직시했다. 참 묘한 눈빛이었다. 그녀가 만족한 얼굴로 말했다.

“너무 갔지? 알았어. 그런데 넌 아웃이야. 죽는시늉이라도 했어야지. 부실하기 짝이 없는 놈.”

-주저앉히겠습니다. 제발.


지애는 승강기를 벗어나자 갈증이 났다. 미소가 짙어졌다.

“나를 깨운······ 보석보다 아름다워. 우리는 숨을 쉬는 것처럼.”


출구에서 로비 커피숍으로 발길을 돌리다가 그곳에 앉아있는 얌전한 강아지 한 마리를 발견했다.

그녀가 입구에 놓인 화분에 손을 뻗었다. 나뭇가지가 크게 휘어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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