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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정령사 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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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제영운
작품등록일 :
2018.05.08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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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09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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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9.0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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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DUMMY

운디네는 통제 영역에서 지나치게 멀리까지는 정찰하지 않았다. 영운을 기준으로 되도록 100m 거리를 유지했다.


영운이 얼마나 걸었을까 앞서 있던 운디네가 홀연히 나타나 허공에 워터 커터를 날렸다. 물의 칼날이 나뭇가지로 위장하고 있던 뱀의 허리를 동강 냈다. 몸통이 20㎝ 정도에 길이가 10m가 넘는 뱀이었다.


영운이 몇 걸음 물러나며 고송검을 뽑았다. 몬스터 도감에서 보았던 석각사(夕刻蛇)로 동물과 몬스터의 경계에 있으며 약점은 머리였다. 밤에 활동하는 독사로 눈은 퇴화했다. 피부는 질기고 어금니가 맹수의 그것과 다를 바 없었다.


허리가 잘린 뱀이 남은 몸을 웅크렸다가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용수철처럼 튀어나갔다. 영운이 부드럽게 몸을 틀며 고송검을 횡으로 그었다. 뱀의 머리와 닿는 순간 칼에 마나가 담기며 날카로움이 배가되었다.


석각사는 머리가 반으로 잘렸다. 영운이 입맛을 다셨다. 마나를 검에 담는 자체가 높은 경지이지만 그것도 등급이 있는 법이다.

레이문도는 마나 운용이 서툴러서 전투 내내 검에 마나를 두르고 있었고, 영운은 충돌 직전에만 마나를 담고 바로바로 회수했다. 효율이 월등하게 갈리는 것이다. 이것은 아주 복잡한 체계를 가져서 사람마다 다른 형태로 검술에 적용되었다.


“아직 멀었어.”

그가 물의 기운을 일으켰다. 검을 쥔 손 위로 물덩이가 생성되었고, 그것이 칼끝까지 이동하면서 피를 씻어냈다. 영운이 가볍게 검을 털고 갈무리했다.

운디네가 심상을 보내왔다. 주변에 있는 석각사들이 슬금슬금 모이고 있었다. 뱀이 공격하며 지른 괴성 때문이었다.


영운이 잠시 결과를 가늠했다. 밤이라면 훨씬 사납고 독도 강할 것이다. 도감에 따르면 오크 정도는 손쉽게 죽이는 놈이었다. 그러나 낮이었다.

그가 물의 화살을 만들어 죽은 뱀의 머리에 쏘았다. 예리한 화살은 짧고 굵은 송곳 같았다. 그것이 반발 없이 머리에 파고들었다.


“석각사 구역인가? 질긴······ 나무? 이 정도야.”

잠시의 시간 후 석각사 열두 마리가 나타났다. 그중 한 마리가 유독 우람했고, 가장 뒤편에서 똬리를 틀고 앉아 혓바닥을 날름거렸다. 거대한 뱀이 꼬리로 땅을 치자 나머지 뱀들이 영운을 둘러싸고 허리를 곧추세웠다.


열주처럼 원형으로 둘러싼 검은 석각사, 일순간 주위가 어두워졌다. 운디네가 영운의 머리 위에 떠서 밤별 같은 눈동자를 반짝였다.


우두머리 뱀이 다시금 땅을 쳤다. 그러자 뱀 한 마리가 아가리를 벌리고 영운에게 달려들렸다. 그 순간 나머지 뱀들이 연속적으로 가세했다. 손바닥을 펴고 손가락을 차례대로 오므리는 것처럼 부드럽고 빠른 공격이었다. 열한 쌍의 독아가 짓쳐들 때 운디네가 손을 활짝 펼쳤다.


콰아앙.

워트 실드가 뱀들과 충돌했다. 물의 방패에 뱀들의 어금니가 박혔고 독아(毒牙)에서 흐르는 독액이 실드를 타고 땅으로 떨어졌다.

운디네가 실드를 잔뜩 조이며 어금니를 붙들자 뱀들이 굵은 몸통으로 땅을 후려치며 발광을 했다. 이끼 낀 땅이 뒤집어지고 거대한 소음이 연속적으로 울려 퍼졌다. 몇몇 뱀은 작은 실드를 휘감고 조이기 시작했다. 실드 안은 밤처럼 어두웠다.


운디네가 오른팔을 수평으로 놓고 힘을 쏟아냈다. 울렁거리던 실드가 빙판처럼 미끄러워지고 더욱 단단해졌다. 철통처럼 어금니를 잡고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영운이 한 손을 허공에 놓고 가야금을 타듯이 연신 손가락을 튕겼다. 실드를 저항 없이 통과한 송곳이 신랄하게 날아가 뱀들을 요격했다. 이 무색의 송곳은 대기와 조화를 이루어 육안으로 발견하기는 대단히 어려웠다.


뱀의 머리에 꽂히고서야 형체를 드러낸 송곳은, 조금도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았고 여전히 예리했다. 파앙. 영운이 손끝을 모았다가 펼치며 털어내자 송곳이 망치를 맞은 것처럼 뱀의 머리를 쑥쑥 파고들었다.


운디네가 방어를 하는 동안 영운은 침착하게 공격했다. 뱀마다 두세 대씩 송곳을 맞아서 힘을 써볼 기회도 없이 죽어갔다.

영운이 커다란 원반 형태의 칼날을 생성했다. 짙고 매끄러운 눈썹이 꿈틀했다. 운용이 섬세해질수록 물의 힘을 다루기가 힘에 부쳤다.


그가 강하게 염원하자 원반이 세로로 섰다. 손을 뻗어 원반의 가장자리를 붙들고 우두머리 뱀을 쳐다보았다. 실드에 어금니가 잡힌 뱀들은 이미 죽어 있었다.


“운디네.”

워터 실드가 사라지자 우두머리 석각사가 꼬리를 땅에 박고 몸을 일으켰다. 근 10m의 몸이 꼿꼿하게 서며 하늘로 솟아올랐다. 영운이 손으로 쥐고 있던 원반을 힘차게 돌렸다. 원반이 몇 바퀴 도는가 싶더니 맹렬하게 회전했다.


순간 뱀이 거대한 나무가 쓰러지는 것처럼 영운에게 짓쳐들었다. 독아를 드러내며 찢어질 듯 입을 벌리고서 굉장한 속도로 내리꽂혔다. 세로로 선 원반이 고무줄을 당겼다가 놓은 것처럼 쏜살같이 튀어나갔다.


싸아악! 뱀의 얼굴이 쪼개지고, 원반이 고공 어디까지 튀어나가서 멈추었고 여전히 강렬하게 회전했다. 핏물이 폭발하듯이 터져 비처럼 쏟아졌다.

뱀의 몸통이 힘을 잃고 영운에게 쏟아질 때 영운이 수도를 내려쳤다. 그러자 허공의 원반이 하강하며 뱀을 반으로 갈라놓았다.


“과했어.”

작은 공터에 피 냄새가 진동했다. 영운이 욱신거리는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자리를 피했고, 얼마 후 맹수들이 나타나 사체를 먹어치웠다.


크앙! 물 화살이 나무를 타는 표범의 미간에 박혔다. 저녁이 되기까지 그는 다채로운 전투를 했다. 모두 물의 기운을 사용하였고 운디네는 나서지 않았다.


영운은 정찰도 맡기지 않았다. 기감과 물의 비밀을 통한 대기의 탐색. 기감은 15m, 물의 비밀을 통하면 영역이 30m였다. 그런데 이 둘은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영성으로 하나로 융합되어 있었다.

운디네에 비하면 조잡한 능력에 거리도 짧지만 숲으로 들어오기 전에는 불과 10m를 넘지 못했었다.


운디네를 어깨에 올린 채로 숲길을 걷던 그가 걸음을 멈추었다. 그의 감각을 묘하게 건드리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그가 동개활과 화살을 꺼내고 세밀하게 영역을 훑었다. 그의 탐색은 여느 검사와 달랐다.

검사는 살기와 위화감으로 판별하지만 영운은 실루엣까지도 알아냈다. 이것은 상대가 살기를 품지 않아도 피아를 구분할 수 있는 장점이었다.


그가 활대에 전통 화살을 걸었다.

활줄이 우아하게 휘며 25m 바깥, 몬스터 도감에도 없는 나무 위의 원숭이를 겨냥했다. 찢어진 입과 손가락보다 긴 손톱을 보노라면 몬스터였다. 무성한 나뭇잎에 가려졌으나 위치를 파악했기에 문제가 없었다.


원숭이는 굵은 나뭇가지에 멧돼지 새끼를 걸쳐놓고 손톱으로 내장을 파먹고 있었다. 영운이 눈을 가늘게 떴다. 짧은 시간 물의 기운을 일으켜 가는 경로를 가늠하며 손을 놓았다. 쐐애액. 직사로 날아가는 경로가 빨랫줄이 쫙 펴지는 것처럼 시원했다.


원숭이의 귀가 움찔했다. 펄쩍 뛰어올랐으나 종아리에 화살이 꽂혔고 귀청이 찢어질 듯한 비명을 질렀다. 나무 뒤에 숨어서 화살을 뽑고 귀를 쫑긋거렸다. 잠시 후 화살이 날아온 방향으로 고개를 내밀다가 눈을 부릅떴다. 푸른 송곳이 코앞에 있었고 그것이 원숭이의 목에 틀어박혔다.


원숭이가 나무에서 떨어지자 영운이 다가가 목을 베었다. 초저녁, 점점 해가 짧아지는 봄임에도 주위는 어두웠다. 그가 나무 위에 올라가 숲 안쪽을 살폈다. 석양에 물든 꺼먼 숲, 음울한 냄새가 바람을 타고 밀려왔다.


“바위 절벽까지······ 열흘? 아니 보름쯤.”

영운이 접명단을 배꼽에 새로 붙이고 머그컵에 담긴 심정차를 내밀자 운디네가 치료수를 섞어주었다. 저녁 식사였다. 거대한 나무 군락을 넘은 이후로 식욕이 없었다. 긴장감, 모든 것이 처음이고 끊이지 않는 싸움 때문이었다. 그러나 체력이 떨어지지는 않았다.


그는 나무 아래 널찍한 공터에 자리를 마련했다. 운디네가 꽤 멀리까지 정찰을 해서 주변에 위험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


영운은 하루 동안 석각사 13마리, 맹수 3마리, 원숭이를 비롯한 몬스터 5마리를 잡았다. 내내 가벼운 긴장을 유지해서 몸이 찌뿌둥했다. 마법 반지에는 텐트가 3개 있는데 2인용, 5인용, 10인용이었다. 모두 방충망이 딸려있고 자동 폴(Pole)을 이용하는 원터치 형식이라 실용적이고 간편했다.


설치한 5인용 텐트는 가로 570에 세로 350㎝로, 한편에 여닫을 수 있는 칸막이가 있어서 내부에서도 요리가 가능한 구조다. 또 바깥으로 넓은 캠프타운도 있었다. 만약 이 야외 천막에서 조리를 한다면 안 공간은 작은 방 정도의 크기였다.


텐트 안으로 들어온 영운이 뜸을 꺼냈다가 도로 집어넣고 이동식 욕조를 꺼냈다. 랜턴을 달고 욕조 옆에는 사이드 테이블을 놓았다.


운디네에게 뜨거운 물을 채우게 하고 약간의 치료수와 입욕제를 넣고 몸을 담갔다. 뜨끈한 물은 온천 한가지였다. ㄷ자 테이블을 당겨 욕조에 끼워 넣으니 훌륭한 책상이 되었다. 그가 경미한 통증이 있는 어깨를 주무르다가 책을 골랐다.


아론의 마법 상점에서 산 마법 해석서와 마법 기초 이론을 꺼냈고, 마법 가방을 얻었을 때 들어있었던 마법사의 책 51권 중 한 권을 뽑았다.


마법사의 책은 마법책이 10권, 정령 계약 책자가 3권, 나머지 38권이었다. 이미 공용어를 터득했기에 각 책의 제목과 용도 정도는 알고 있었다.


먼저 10권은 순수한 마법이었다. 4서클까지 있었고 각 서클별로 2권씩으로 각 서클의 대표적인 마법을 기술하였고, 나머지 2권은 서클에 구애를 받지 않는 마법이 적혀있었다.


그리고 38권은 마법 물품 및 약품 제조 15권, 마법진의 이해 15권, 나머지 8권은 마법사의 모든 인생이 담긴 일기였다. 모든 글자가 또박또박하고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었다.


영운이 8권의 수기 중 1권을 꺼냈다.

“내 생각으로는 중요한 것들은 대부분 들고 다닌 것 같아. 나머지는 숨겨 두었겠지. 치밀한 성격이고 좀처럼 남을 믿지 못했을 거야. ······나와 비슷한 부분이 있어.”


운디네가 고개를 젓자 그가 빙긋 웃었다.

“마법이야말로 꽃이 아닐까? 정령사에게도 분명 도움이 될 거야. 이제는 열어볼 때가 되었어. 아야, 아야.”


그의 어깨를 주무르던 정령이 한숨을 쉬었다.


“알았어. 살살······.”

따끈따끈한 정령의 손이 그의 어깨를 어루만졌다.


영운은 마법 기초이론과 해석서에 먼저 손을 대었다. 책 첫 장에 명시된 바로는 기초이론은 어떤 마탑이나 학파와도 상충하지 않는 범용적인 내용이었고, 해석서는 기초이론에서 나오는 마법 문자를 상세하게 풀이해 놓았다고 했다.


그는 언어 사전을 외우듯이 일단 머리에 집어넣었었다. 기초적인 책이라지만 마법의 문턱이 높아서 내용이 뜬구름을 잡는 것처럼 모호하게 다가왔다. 각 책이 30장 정도여서 한 시간이 지나자 외울 것이 없었다.


영운은 욕조를 집어넣고 작은 탁자를 놓고 노트에 메모를 하면서 내용을 정리했다.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그러나 마법의 문턱이 높아서 이능의 힘을 가진 그로서도 바로 이해하기는 무리였다.


“이거 정말 어려워. 마나 관련 부분은 괜찮은데 마법 문자의 의미는 읽고도 잘 모르겠어. 더 많은 책이 필요해.”


그가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마법사의 수기를 펼쳤다. 그리고 잠시 만에 푹 빠졌다.

“케인······ 그의 이름은 케인이야.”


어머니는 어디론가 팔려가고 아버지는 영주에게 맞아 죽은 농노 소년. 피맺힌 복수와 4서클 마법사가 되기까지 겪은 치열한 투쟁. 영운은 손을 뗄 수가 없었다. 해가 중천에 오를 때쯤 책을 덮었다.


“정말 파란만장해.”

악인이 분명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처절한 사연이 담겨있었다. 영운이 쌓인 8권의 책에 손을 올리고 잠시 묵념을 했다. 그리고 케인의 마법반지를 만지작거렸다.


“헛돈을 썼어.”

영운은 일기를 통하여 정신을 맑게 하고 기억력을 보강하는 반지의 비밀을 알아냈다.

아우레올루스 아넬루스(Auréŏlus anéllus).

케인은 루가 마탑 유적을 발견하고 최상층에서, 부스러진 미라에서 마법 반지 아넬루스를 찾았다. 비밀을 벗기는 과정은 일기에 적혀있었다. 미라는 마탑주였고, 반지는 마탑주를 상징하는 물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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