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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화신2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글터파수꾼
그림/삽화
ysdp
작품등록일 :
2018.05.10 15:55
최근연재일 :
2019.10.15 01:22
연재수 :
75 회
조회수 :
20,110
추천수 :
166
글자수 :
260,583

작성
18.05.13 22:17
조회
583
추천
6
글자
7쪽

제6화 기억 이전의 감각

DUMMY

기억이 없다는 건 비교할 것도 생각할 것도 없다는 거였다. 텅빈 머리를 새로운 것들로나 채워 넣어야만 했다.


아무것도 안 해도 저절로 날은 밝아왔고 낮에는 몸이 사라져버리니 마음 놓고 낮의 하늘을 바람처럼 떠돌아다녔다.


반듯반듯하게 구획 지어진 집들과 도로들은 전체적으로 깔끔했고 계획적으로 만들어진 분위기에다 비교적 널찍널찍하게 띄워져 있는 주택들과 대낮에도 여류롭게 애견을 끌고 다니는 노인들이 많은 걸로 보아 오수연이 살고 있는 동네는 조금 나이 들고 부유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인 듯 했다.


밤에는 인간의 몸으로 돌아왔지만 낯선 사람들과 마주치기 싫어서 집에 틀어박혀 TV만 보았다. TV엔 엄청나게 많은 채널이 있었고 그 하나하나를 일일이 보는 데만도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너무도 깨끗한 머릿속, 거기서는 그저 지금 쏟아져 들어오는 이미지들만 새로이 자리잡아갔다. 이곳은 어떤 세상인가? 기억이 없으니 40년 전보다 얼마나 발전했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지금이 40년 전과 별다를 게 없는 세상인지 엄청나게 발전한 세상인지 누가 말해줄 수 있을까 아, 오수연의 딸에게 물어보면 될까? 하지만 그 여자는 아직 서른이 될까 말까 해보였다. 오수연이라면 정확하게 말해줄 수 있었을 텐데 만날 수가 없다.


김혁은 역사를 다룬 채널을 뒤적거렸다. 하지만 다큐멘터리들은 취향이 아닌지 금새 지루해졌다.


옛날 드라마나 영화들을 찾아보았다. 드라마 속에선 남자와 여자가 사랑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 결혼하고 아이 낳고 지지고 볶고 그러는 내용이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었다. 다만 옷이나 말투가 바뀌고 있을 뿐이었다.


인간의 사랑은 몇 백년 아니 몇 천년이 지나도 변함이 없을 최대 관심사인 모양이다. 인간의 본성이 어딜 가겠나, 기억을 잃어버려도 눈앞에서 여자가 옷을 벗으니 자연스레 눈길이 그쪽으로 흐르던 것만 봐도 그건 기억과는 별개인 것이 확실하다.


도심의 외경을 비추는 화면들엔 고층 아파트들이 즐비한 곳들이 많이 눈에 띄었지만 지금 여기 주변엔 고층아파트는 보이지 않는다. 또 어제 연구소에서 여자의 집으로 가는 길만 해도 황량하기 이를 데 없지 않았던가. 그걸 보면 TV 속의 세상과 현실 세상도 똑같지는 않은 것 같고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더 이상 생각하기도 싫었다. 어떻게든 되겠지.


집에 틀어박혀 TV만 본지 며칠이 지나자 김혁은 거의 체념 상태에 가까워져 있었다. 이제는 그마저도 시들해졌다. 세상이 어떻게 변했든 그게 저승사자와 무슨 상관일까?


그러다가 아주 독특한 채널을 발견했는데 그것이 아주 오래된 과거의 영화들이라는 것을 알았다. 흑백화면이었다. 김혁은 신기하게 그 매력에 빠져들어서 내리 몇 편을 보고 있는지 몰랐다. 지직거리듯 실선이 빗금처럼 그어지는 화면이라도 좋았고 말이 아예 없이 행동만으로 웃기는 무성영화를 보며 깔깔거리기도 했다. 말투가 이상하거나 뒷배경이 그림인 것이 뻔히 표시가 나도 왜 그게 그렇게 좋아 보이는지는 자신도 알 수 없었다.


또 김혁은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는 고독한 남자 주인공음 몇 번이나 반복해 보고 또 보았다. 오토바이를 타고 긴 도로를 쌩 달려가는 모습, 고독한 이마에 흐트러지는 앞머리와 가늘게 뜬 눈, 부아앙 바람을 가르며 달려가다 공중으로 떠올라 화면 밖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넋을 잃고 바라보다가 주인공이 도로에 털썩 쓰러져 죽을 땐 눈물까지 흘렸다. 떨어지는 눈물을 닦으며 스스로도 자신이 정말 바보가 된 건가 생각할 정도였다. 왜 이렇게 가슴이 아플까?


요즘도 저런 탈것이 존재하는지 어떤지 저걸 타보고 싶다는 강렬한 충동이 생겼다. 그는 기어코 연구소의 여자에게 전화를 걸고야 말았다. 여자는 김혁이 전화를 걸만큼 궁금한 것이 영화에 나오는 탈것이라는 것을 듣자 어이없어했다.


“전화기에 보면 빨간 버튼이 있어요. 그거 눌러볼래요? 네 됐어요. 어, 지금 화면에 나오고 있는 거 말인가요?”


“네”

“저건 오토바이라는 거예요”

“오토바이?”


“저건 정말 완전 구닥다리 물건이에요. 요즘 건 저거랑 완전 달라요. 캡이 씌워져 있어서 1인용 차량 같은 느낌인데... 저게 대체 언제적 영화야, 이제 저런 건 타는 사람이 없어요. 박물관에나 가야 있지. 옛날 사람들은 속도감이나 바람을 체감하려고 그걸 타긴 했을 거예요. 근데 당신은 그걸 타지 않아도 바람의 속도감 따위 바로 느낄 수 있잖아요 왜 그런 걸 타고 싶어 하지?“


“그냥 멋져 보여서요”

“멋져 보여서?”

“네”


“참 특이하네. 저런 옛날 영화를 다 보다니, 엄마가 전화를 하시긴 했었는데 혼자 있는 건 어때요?”


“저야 뭐 귀신같은 존재니...”

“아직도 기억은 돌아오지 않았나요?”

“네”

“안타깝네요. 아 잠깐만요”


수화기에선 한참동안 침묵만 이어졌다. 그러다가 다급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 제가 지금은 좀 바빠서요. 또 궁금한 거 있으면 전화줘요.”

“네”


전화는 끊겼다. 가끔 대화를 할만한 사람이 있는 건 좋은 것 같다.


김혁은 다음번 하늘을 날 때는 눈을 감은 채 오토바이를 탄다고 상상해보았다. 그 남자주인공이 된 것처럼 바람을 느끼며 쌩쌩 날았다.


나는 고독한 남자, 지구 끝까지라도 가버릴 거야.


지구 끝까지 가기는, 눈을 떴을 때는 자신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게 돼 버리고 말았다. 여긴 어디야? 낯선 동네였다.


조금 복잡하고 비좁고 지저분한 느낌이 물씬 들고 거리에도 사람들이 훨씬 많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해가 지고 김혁도 지나다니는 젊은이들 틈에 끼어 거리를 걸었다. 실로 오랜만에 걸어보는 밤거리였다.


바람에 꽃향기가 실려 다닌다. 꽃봉오리들이 벌어지기 일보직전이다. 전보다 냄새에 더 민감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이게 이 동네라서 그런 건지 몸의 변화인지는 확실히 알 수는 없었다. 지나치는 사람들의 등뒤로 어려 있는 색상들도 더욱 진해지고 훨씬 구분이 쉬워졌다. 총천연색들이 많았다.


어떤 여자, 붉은기가 도는 노랑색에 휩싸인 채 걸어가는 한 여자가 눈길을 끌었다. 긴머리가 흩날리고 좋은 향기가 흘러왔다.


김혁은 저도 모르게 그 여자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가끔 김혁을 흘낏거렸다. 옷차림이 조금 특이해서 그런 모양이었다. 젊은이들이 입고 있는 옷들과 많이 달라 보이긴 했다. 김혁이 입고 있는 옷은 영화 촬영중이라면 몰라도 그 거리에서는 몹시 튀는 모양이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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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제74화 길고 긴 낮 3 19.10.15 12 0 9쪽
74 제73화 길고 긴 낮 2 19.10.14 15 0 10쪽
73 제72화 길고 긴 낮1 19.10.08 12 0 9쪽
72 제 71화 그 여자의 집 19.09.30 12 0 9쪽
71 제70화 오작교 위의 다른 삼인조 19.09.27 12 0 9쪽
70 제69화 사자들의 고독2 19.09.25 24 0 8쪽
69 제68화 사자들의 고독1 19.09.21 28 0 9쪽
68 제67화 먹장구름 19.09.20 26 0 10쪽
67 제 66화 트렁크 속의 세 남자 19.09.16 27 0 7쪽
66 제 65화 강탄이2 19.09.14 25 0 8쪽
65 제 64화 강탄이1 19.09.12 32 0 8쪽
64 제63화 비밀 속의 비밀 19.09.11 36 0 7쪽
63 제62화 새벽은 오고 19.09.10 28 0 8쪽
62 제61화 고요한 밤 19.09.09 28 0 7쪽
61 제60화 숲속의 남자들 19.09.07 36 0 7쪽
60 제59화 도로에서 2 19.09.06 36 0 7쪽
59 제58화. 도로에서 1 19.09.05 45 0 7쪽
58 제57화 검은 고치들 19.09.04 37 0 8쪽
57 제 56화. 선택 19.09.03 42 0 8쪽
56 제 55화. 불신의 늪 19.09.02 34 0 8쪽
55 제54화 좀비들4 19.07.05 65 0 7쪽
54 제53화 좀비들3 19.06.30 75 0 7쪽
53 제52화 좀비들2 19.06.25 110 0 7쪽
52 제 51화 좀비들1 19.06.05 72 0 9쪽
51 제 50화 그밤의 이야기 4 19.06.05 76 0 8쪽
50 제49화 그밤의 이야기3 19.05.27 75 0 10쪽
49 제48화 그밤의 이야기2 19.05.23 67 0 9쪽
48 제47화 그 밤의 이야기 19.05.22 55 0 9쪽
47 제46화 그들은 울지 않는다. 19.01.17 197 1 9쪽
46 제45화 결단은 어려워 18.12.18 136 1 7쪽
45 제44화 삼인조 18.12.12 134 1 9쪽
44 제43화 짱똘의 여자 18.12.10 144 1 8쪽
43 제 42화 이런 조직 저런 조직2 18.12.09 181 1 7쪽
42 제41화 이런 조직 저런 조직 18.12.09 145 1 8쪽
41 제40화 저녁 노을 18.11.27 150 1 8쪽
40 제39화 그들의 세상 18.11.19 193 1 8쪽
39 제38화 좀비 없는 세상을 위해 18.11.14 210 2 7쪽
38 제 37화 유일한 희망 18.11.13 213 1 8쪽
37 제36화 악마의 환영식 18.11.13 197 1 7쪽
36 제35화 좀비는 못 찾고 18.11.11 207 2 9쪽
35 제34화 동트는 하늘 18.11.10 195 2 8쪽
34 제33화 해뜨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 18.11.09 234 3 7쪽
33 제32화 좀비를 찾아서2 18.11.08 198 2 8쪽
32 제31화 좀비를 찾아서 18.11.08 237 2 7쪽
31 제30화 좀비잡는 저승사자3 18.10.14 241 3 8쪽
30 제29화. 좀비 잡는 저승사자2 18.10.09 290 3 7쪽
29 제28화. 좀비 잡는 저승사자1 18.10.08 276 3 8쪽
28 제 27화 리스트의 비밀2 18.10.03 300 3 7쪽
27 제26화 리스트의 비밀1 18.10.02 290 3 7쪽
26 제25화. 리스트를 찾아서 9- 연구소의 비극 18.09.17 287 3 8쪽
25 제24화 리스트를 찾아서8- 연구소의 비극 18.09.13 294 3 7쪽
24 제23화 리스트를 찾아서7- 연구소의 비극 18.09.12 315 3 7쪽
23 제22화 리스트를 찾아서6 18.06.29 350 3 8쪽
22 제21화 리스트를 찾아서5 18.06.28 341 3 8쪽
21 제20화 리스트를 찾아서4 18.06.28 323 3 7쪽
20 제19화 리스트를 찾아서3 +2 18.06.25 390 4 8쪽
19 제18화 리스트를 찾아서2 18.06.24 346 4 7쪽
18 제17화 리스트를 찾아서1 18.06.23 363 4 7쪽
17 제 16화 부유하는 기억들 +2 18.06.02 386 3 8쪽
16 제 15화 저승사자로 산다는 것 +4 18.05.24 428 4 8쪽
15 제 14화 환상 짜는 악마 18.05.24 411 5 9쪽
14 제 13화 나를 알아? 18.05.21 393 4 7쪽
13 제 12화 여자가 꼬이는 날 18.05.20 425 4 8쪽
12 제 11화 번개를 부르는 사나이 18.05.19 434 4 8쪽
11 제10화 소설책 속의 남자4 18.05.18 446 5 8쪽
10 제9화 소설책 속의 남자3 18.05.14 487 5 8쪽
9 제8화 소설책 속의 남자2 18.05.14 538 6 8쪽
8 제7화 소설책 속의 남자1 18.05.14 556 5 8쪽
» 제6화 기억 이전의 감각 18.05.13 584 6 7쪽
6 제5화 나는 한 조각 어둠이다. 18.05.13 622 6 8쪽
5 제4화 그 여자의 첫사랑 18.05.12 800 5 9쪽
4 제3화 나를 아는 여자 18.05.11 877 7 9쪽
3 제2화 미래에서 온 남자 +2 18.05.10 1,112 8 8쪽
2 제1화 여긴 어디? 나는 누구? 18.05.10 1,467 13 8쪽
1 프롤로그 +4 18.05.10 1,568 8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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