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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화신2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글터파수꾼
그림/삽화
ysdp
작품등록일 :
2018.05.10 15:55
최근연재일 :
2019.01.17 17:11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10,592
추천수 :
114
글자수 :
158,206

작성
18.06.02 09:40
조회
231
추천
3
글자
8쪽

제 16화 부유하는 기억들

DUMMY

내가 그리워하던 첫사랑은 누굴까? 그런 소중한 존재조차 말끔히 지워져버리다니. 이 기억이란 건 참 희한한 거란 생각이 든다. 긴 머리 여자애가 안겨 있을 때 떠올랐던 그 이상한 이미지들과 느낌은 뭐와 관련이 있을까?


김혁은 다시 한번 가슴에 배어들던 눈물에서 촉발된 이미지들을 떠올려 보았다. 이글거리던 모닥불, 물방울이 떨어지던 머리카락, 새파란 입술. 뭔가 추운 느낌인 건 알겠는데 그 이상은 알 수 없었다.


자신 속에 조각난 채 부유하는 이미지들이 얼마나 더 있을지, 언제나 돼야 아무렇지 않게 떠올린 이미지의 전후 상황을 막힘없이 이해하게 될지 절로 한숨이 나왔다. 마치 우주 한가운데 느릿느릿 둥둥 떠다니다가 어떤 사물 하나를 발견하고 알아보고 또 떠다니다 발견하고 그러는 우주인을 상상하면 딱 그 느낌과 비슷할 듯 하다.


복수란 단어가 떠올랐었다. 복수라... 날 저승사자로 만들기 위한 첫 복수 대상이 고아원 원장이었다면 고아원에서 뭔가 대단한 일이 있었다는 걸 텐데, 아 정말. 어떻게 그렇게 중요했을 법한 일들조차 이렇게 깨끗하게 잊어버릴 수가 있을까? 검은 옷 소녀 앞이라 제 머리를 쥐어박진 못했지만 머리를 마구 두들겨보고 흔들어보고 싶은 심정이었다.


“혹시 내가 말이야. 지옥에 있을 때 과거 기억 때문에 힘들어하고 그런 건 본적이 없어?”


검은 옷 소녀, 민하진도 혼잣 생각에 빠져 있다가 김혁의 질문에 깨어난 모양이었다. 잠시 더 생각하는 듯 하더니


“아니요. 정말 소문으로만 듣는 거였지. 선배님이 뭐 우리한테 직접 이러니 저러니 그런 말을 해준 적은 한번도 없었어요. 선배님은 의외로 과묵한 편이었거든요. ‘내가 옛날에는 말이지’로 시작하는 그런 얘기는 남자애들한테 아주 가끔 ‘짱먹던 시절 어떤 애가 있었는데 말야’ 뭐 그런 예를 들 때만 하는 것 같던데 저한테는 그저 ‘아이돌 그만 그리워해라’, ‘일하면서 딴 생각 좀 하지 마라’, ‘뭘 그렇게 꾸물꾸물 거리냐’ 거의 뭐 이런 잔소리뿐이었고요. 앗, 이건 말하지 말 걸.”


민하진은 중간 중간 목소리를 변조해 가며 떠들다가 말을 멈췄다. 그리고는 그 큰 눈으로 김혁을 바라보고는 살짝 미소지었다. 그러다가 당황한 사람처럼 성급히 말을 이어갔다.


“아, 악마새끼, 아, 악마가 그러니까 가끔 이야기를 들려줄 때는 엄청 가엾다는 투로 빗대어서 말하긴 해요. 정말 악마....는 휴, 선배님을 엄청 아끼는지 어쩔 땐 눈물까지 뿌리면서 얘기를 한다니까요. 그거 엄청 웃겨요. 씨뻘건 덩어리가 물방울을 막 이리저리 튕기면서 키킥”


민하진은 혼자 킥킥대고 나서는 다시 이상한 목소리를 흉내내기 시작했다. 저 성대모사는 엄청 거슬리는데 또 집중은 된다. 묘하다.


“니들 모두를 합친 것보다 가장 불쌍한 게 김혁이야. 그래도 꿋꿋한 거를 봐라. 저토록 묵묵하고 듬직하게 일처리를 해내는 걸 봐. 대단하지 않냐? 대단하잖아. 늬들보다 100배는 힘들게 살다 왔고 가슴 아픈 사랑도 이루지 못했는데 잘 참고 하는데 이것들아, 어디서 투정질이냐? 엉?”


100배는 가슴 아픈 사랑이라... 점점 더 궁금해진다.


“근데 악마 새, 아 이거 그냥 악마새끼라고 하면 안 될까요? 신경쓰여서 말하는 거 너무 힘들어요.”


민하진이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그게 그렇게 안 고쳐져져? 버릇 돼서 악마 앞에서도 그렇게 말하면 어떻게 하려고? 악마가 가만 둬?”


“그 앞에서 그걸 지칭할 이유는 없잖아요.”


눈을 내리깔며 뽀로퉁해지는 민하진의 얼굴. 가만히 보면 귀엽기도 하고 이쁘기도 한데 왜 저런 말을 섞어 쓰는지 그게 자신의 이미지를 망치는 건 알고 있는 건가 궁금해졌다.


“이쁜 말을 많이 해야 더 이뻐 보이는 거야.”


민하진은 또 얼굴을 붉힌다. 소녀는 소녀구나. 얼굴을 어찌나 자주 붉히는지 참. 민하진이 얼굴을 붉힐 때마다 자신도 얼굴이 붉어지는 느낌이다.


“사실 악마는 믿을게 못 돼서 부풀리는 걸 수도 있어요. 다들 짝사랑이나 하던 애들인데 거기서 거기지. 뭐가 100배씩이나 차이가 나겠어요. 안 그래요?”


그런가? 기억나지 않는 존재니 내가 알 턱이 있나! 민하진의 어설픈 성대모사와 이런 저런 설명으로 대충 어떤 느낌의 존재인지는 알겠는데 이 악마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도무지 상상도 되지 않는다. 빨간 덩어리라고 했었지? 그냥 큰 덩어리에 눈 코 입이 있는 뭐 그런 건가? 만화에서 많이 보는 그런 삼지창 들고 뿔 달린 그런 캐릭터랑 닮았을까? 안개 같이 그저 뭉쳐 있고 목소리만 있는 존재?


“전 그다지 악마새... 말을 딱 믿진 않아요. 그래도 가끔 선배님이 엄청 이상한 표정을 지을 때가 있긴 했어요.”


“이상한 표정?”


“음, 뭐랄까. 엄청 고독해 보이고 엄청 슬퍼 보이면서 전 흉내도 못 내는 그런 표정인데 그건 선배님한테서만 볼 수 있었죠. 아주 가끔.”


“그래.”

“진짜 기억나는 게 그렇게 없어요?”

“응.”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신기하네.”


“그나저나 리스트를 찾는 건 당장은 어려울 건데 넌 어떻게 하지? 나 데려갈 때까지 같이 있어야 되는 건가? 악마가 어떻게 하라고 했지?”


“어, 그렇네요. 참."


민하진은 잠시 생각에 잠기는듯 하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오늘은 돌아갔다가 다시 올게요. 길 안내 겸 선배님을 데려 오라던 건데 리스트가 없어서 안 되니까 아무래도 악마새끼... 한테 가서 물어봐야겠어요. 그럼 리스트도 어디서 잃어버렸는지 금방 알 거고 찾기도 수월할 거니까요. 정말 그게 어디로 갔을까, 그냥 보통 물건처럼 흘리고 말고 할 그런 게 아닌데 진짜 이상하네. 그럼 전 갔다가 다시 올게요.”


민하진이 벤치에서 일어섰다.


“그래. 그러든지.”

“그럼 선배님,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민하진은 김혁에게 깍듯이 인사를 하고 사라졌다. 끝까지 연극배우 같은 몸짓이다.


김혁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고 오수연의 집으로 돌아왔다. 낮이 되면 우선 떠오른 대로 연구소로 날아가 볼 생각이었다. 분명히 거기 어디서 떨어뜨렸을 것 같았다.


아닌가? 여기 집 앞에서 악당들과 싸울 때 격렬히 몸을 쓰다 떨어뜨렸을 수도 있으려나? 오수연의 차 안에는? 다시 한번 깨어난 이후 기억을 하나하나 되짚어 봤지만 딱히 종이 같은 건 눈에 띈 적이 없었다. 그런 게 있었다면 오수연이 줍거나 해서 말해주지 않았을까? 어쨌든 민하진이 다시 돌아오기 전까진 찾아볼 만큼은 찾아보리라 생각했다.


김혁은 오랫만에 생긴 이 목적이 반가울 정도였다. 뭔가 할 일이 있다는 건 좋은 거다. 고아원 아이들이 나오는 드라마를 다시 보며 빨리 날이 밝기만 기다렸다.


근데 저건 정말 보면 볼수록 민하진에게 들은 자신의 얘기랑 너무 비슷하단 생각이 든다. 저 작가도 혹시 과거에 만난 적이 있는 건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눈물 한 방울이 턱을 타고 톡 떨어졌다. 역시나 또 울어버렸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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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제46화 그들은 울지 않는다. 19.01.17 57 1 9쪽
46 제45화 결단은 어려워 18.12.18 73 1 7쪽
45 제44화 삼인조 18.12.12 75 1 9쪽
44 제43화 짱똘의 여자 18.12.10 87 1 8쪽
43 제 42화 이런 조직 저런 조직2 18.12.09 90 1 7쪽
42 제41화 이런 조직 저런 조직 18.12.09 83 1 8쪽
41 제40화 저녁 노을 18.11.27 84 1 8쪽
40 제39화 그들의 세상 18.11.19 107 1 8쪽
39 제38화 좀비 없는 세상을 위해 18.11.14 119 1 7쪽
38 제 37화 유일한 희망 18.11.13 106 1 8쪽
37 제36화 악마의 환영식 18.11.13 106 1 7쪽
36 제35화 좀비는 못 찾고 18.11.11 108 1 9쪽
35 제34화 동트는 하늘 18.11.10 103 1 8쪽
34 제33화 해뜨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 18.11.09 118 2 7쪽
33 제32화 좀비를 찾아서2 18.11.08 107 1 8쪽
32 제31화 좀비를 찾아서 18.11.08 123 1 7쪽
31 제30화 좀비잡는 저승사자3 18.10.14 139 2 8쪽
30 제29화. 좀비 잡는 저승사자2 18.10.09 160 2 7쪽
29 제28화. 좀비 잡는 저승사자1 18.10.08 158 2 8쪽
28 제 27화 리스트의 비밀2 18.10.03 169 2 7쪽
27 제26화 리스트의 비밀1 18.10.02 173 2 7쪽
26 제25화. 리스트를 찾아서 9- 연구소의 비극 18.09.17 168 2 8쪽
25 제24화 리스트를 찾아서8- 연구소의 비극 18.09.13 185 2 7쪽
24 제23화 리스트를 찾아서7- 연구소의 비극 18.09.12 183 2 7쪽
23 제22화 리스트를 찾아서6 18.06.29 211 2 8쪽
22 제21화 리스트를 찾아서5 18.06.28 197 2 8쪽
21 제20화 리스트를 찾아서4 18.06.28 199 2 7쪽
20 제19화 리스트를 찾아서3 +2 18.06.25 234 3 8쪽
19 제18화 리스트를 찾아서2 18.06.24 210 3 7쪽
18 제17화 리스트를 찾아서1 18.06.23 215 3 7쪽
» 제 16화 부유하는 기억들 +2 18.06.02 232 3 8쪽
16 제 15화 저승사자로 산다는 것 +4 18.05.24 262 3 8쪽
15 제 14화 환상 짜는 악마 18.05.24 236 4 9쪽
14 제 13화 나를 알아? 18.05.21 232 3 7쪽
13 제 12화 여자가 꼬이는 날 18.05.20 257 3 8쪽
12 제 11화 번개를 부르는 사나이 18.05.19 263 3 8쪽
11 제10화 소설책 속의 남자4 18.05.18 262 4 8쪽
10 제9화 소설책 속의 남자3 18.05.14 290 4 8쪽
9 제8화 소설책 속의 남자2 18.05.14 302 5 8쪽
8 제7화 소설책 속의 남자1 18.05.14 316 4 8쪽
7 제6화 기억 이전의 감각 18.05.13 338 4 7쪽
6 제5화 나는 한 조각 어둠이다. 18.05.13 353 4 8쪽
5 제4화 그 여자의 첫사랑 18.05.12 434 3 9쪽
4 제3화 나를 아는 여자 18.05.11 490 5 9쪽
3 제2화 미래에서 온 남자 +2 18.05.10 593 4 8쪽
2 제1화 여긴 어디? 나는 누구? 18.05.10 746 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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