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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화신2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글터파수꾼
그림/삽화
ysdp
작품등록일 :
2018.05.10 15:55
최근연재일 :
2019.01.17 17:11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10,593
추천수 :
114
글자수 :
158,206

작성
18.06.29 15:00
조회
211
추천
2
글자
8쪽

제22화 리스트를 찾아서6

DUMMY

“선배님!!”


민하진은 스카프가 날아가는 것도 신경쓰지 않고 재빨리 떨어지는 김혁을 따라 급강하했다. 가까스로 땅에 완전히 떨어지기 전에 민하진이 김혁을 붙들긴 했지만 김혁의 무게 때문에 민하진이 붙잡은 채로 허공에 멈춰서진 않았다. 떨어지는 속도만 조금 늦췄을 뿐 김혁과 민하진은 함께 땅으로 떨어졌다. 연구소로 가는 길 어디쯤의 황무지였다. 넓디넓은 황무지에 검은 두 개의 덩어리가 널브러져 있는 모양을 달만 고요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먼저 몸을 일으킨 민하진이 김혁 쪽으로 다가갔다.


“선배님, 선배님. 눈 좀 떠보세요. 선배님 아...”


아무리 흔들어 봐도 김혁은 눈을 뜨지 않았다.


“이 악마새끼가 말도 없이 번개를 때리고. 마음의 준비할 시간은 줘야지. 아 어떡해. 선배님, 선배님. 혹시 지옥불로 가버린 건 아니죠? 안 돼요.”


여전히 김혁이 눈을 뜨지 않자 김혁의 몸을 붙들고 민하진이 엉엉 소리내어 울기 시작했다.


“나 선배님한테 할 말 있는데 이럼 안돼요. 일어나세요. 눈 뜨세요. 선배님.”


끝내 민하진은 김혁의 품에 얼굴을 묻고 울었다.


“선배님한테 고백도 못했는데...”


가슴팍에 배어드는 뜨뜻한 눈물, 어느 비밀스러운 밤, 세찬 비에 젖어 울던 소녀. 그 소녀는 잘 있을까? 씨뻘건 덩어리, 공중에 떠 있는 악마는 껄껄 웃으며 말한다. 바보, 꿈이라고 했잖아. 한낱 꿈. 딱딱 손가락을 튕기며 악마는 계속 말한다. 서정은 잘 살아. 천재급의 딸도 낳고.... 병원 침대, 바이탈사인의 요란한 소음 속에 가슴에 기대 울던 소녀. 그래, 나는 죽었어. 그날 그 눈보라치는 밤에. 18세의 끝자락에서 떠나버렸지. 그런데 지금 내 품에서 우는 여자는 누구지? ‘선배님한테 고백도 못했는데..’ 고백? 무슨 고백? 김혁은 눈을 떴다.


하늘은 고요하고 커다란 달이 휘영청 떠 있다. 자신은 땅바닥에 누워 있고 자신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검은 옷에 긴 포니테일을 늘어뜨리고 한 소녀가 울고 있다.


“저, 저기.”


소녀가 고개를 든다. 서정....? 흐억? 누, 누구냐 넌. 온통 시뻘건 얼굴이 눈물에 젖어 바라보고 있다. 악마인가? 하지만 좀 전에 본 악마의 형상과는 사뭇 다른 소녀다.


“선배님.”


온통 빨간 소녀는 눈물을 손등으로 닦았다.


“민하진?”

“괜찮아요? 전 정말 지옥불로 가버린 줄 알았잖아요.”

“너 정말 민하진이냐? 하하핫,”


갑자기 숨이 넘어갈 듯 웃는 김혁 때문에 어리둥절했는지 민하진도 살짝 미소지었다. 그러나 얼룩덜룩한 얼굴은 아까도 봤는데 새삼 뭐가 저렇게 웃긴가 이상해하며 바라보고 있었다.


“너 얼굴이 왜 그래? 완전 토마토잖아.”

“네? 아, 스카프.”


민하진은 스카프가 날아가 버린 것도 그제야 깨달았는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김혁이 웃는 건 얼룩덜룩함 때문이 아니었다. 민하진의 얼굴 전체가 완벽하게 새빨갛게 변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너 또 악마새끼라고 했냐? 조심하라니까. 이젠 얼굴이 얼룩덜룩한 게 아니라 전체가 다 새빨갛다.”


“네? 그게, 정말요?”


민하진은 얼굴을 더듬어보고 손을 내려다보았다. 민하진의 손도 팔목도 온통 빨갛다. 온몸이 새빨개진 모양이다.


“아, 악. 뭐야 이건. 정말 정말 ... 이 악마...새끼가 진짜 이건 너무하잖아. 야!!!”


달만 덩그란 하늘가에 민하진의 고독한 울부짖음이 쩌렁쩌렁 울렸다.


새빨가니까 그 모습이 더 기괴하고 무섭게 보인다. 새삼 지옥의 허공에 떠서 갖은 모양새로 변하며 말을 늘어놓던 악마의 모습이 떠올랐다. 때로는 완벽한 미소년 천사의 모습으로 나타날 때를 빼고는 거의 시뻘건 상체만 공중에 떠 있는데 그 모양도 꽤 다채로웠다. 40년동안 본 모습만 다시 되돌려보기를 할 수 있다면 대단한 영화 저리 가라 할 거다. 화를 낼 때는 시뻘건 불덩이가 마구 튀었다. 어쩔 땐 시뻘건 불덩어리와 눈물이 동시에 튀어서 이게 불인지 물인지 어리둥절할 때도 있었다. 때로는 아저씨처럼 때로는 소년처럼 보이던 악마. 크기도 줄었다 늘었다 자유자재였고 세상의 온갖 캐릭터들은 한번씩 흉내내봐야 직성이 풀리는 호기심꾸러기이기도 했다. 이제 악마의 얼굴이 또렷이 기억난다. 지난 40년 동안 정말 수많은 악마의 얼굴을 보았다. 지옥으로 돌아갈 때마다 다른 모습으로 맞아주던 악마. 어릿광대처럼 분장하고 맞이한 적도 있었고 서커스 단장 같았던 때도 있었다. 악마는 나름대로 저승사자들을 위해서 애를 쓰고 있었던 것이리라. 앙숙처럼 으르렁거리긴 했지만 악마와 김혁은 호흡이 꽤 잘 맞는 콤비였었다.


악마를 못 본지 꽤 오래 돼서 그런지 악마가 슬몃 짓곤 하는 슬픈 표정이 그립기까지 하다. 장난꾸러기 같고 악동 같다가도 가끔 슬픈 표정을 지을 때면 왠지 가슴 한켠이 아팠다. 그 표정이 문득 떠올랐던 것이다. 달빛 때문인지.


“민하진. 좀 진정하고 여기 누워. 그냥 우리 하늘 보고 잠깐 얘기하자.”


민하진이 김혁 옆에 누웠다. 둘은 나란히 누운 채 보름달로 환한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근데 하진아. 음, 무슨 고백을 못 했어?”


“네? ..... 그게 ... 고백이라뇨? 무슨 말씀이신지.”


“아까 울면서 그랬잖아. 고백도 못했다고.”


“그런 적 없는데요?”


“야야 내 가슴팍에 네 눈물도 아직 안 말랐다. 어디서 거짓말을."


“...그걸 들었어요?”


“그 고백이 뭔가 궁금해서 지옥불로 뛰어들기 직전에 깨어났지. 그러니까 내가 지옥불로 사라질 뻔 한 걸 살린 한 마디야. 그게.”


“.... ”


평소에도 지옥에서 김혁은 민하진을 놀리는 게 재밌었다. 깜짝 놀라는 모습도 귀여웠고 매번 속는 것도 재밌었다. 찬수 얘기를 하며 놀리면 쩔쩔매는 모양도 귀여웠다. 한번 쓰다듬어 보고 싶은데 그럴 수 없어서 꿀밤을 때리기도 했다. 하진이 찬수 생각을 하면서 멍 때리고 있는 걸 보면 질투가 났었다. 그래서 더 그랬다. 김혁은 지금 이 심각한 순간에도 민하진을 놀리고 싶어졌다. 그건 얼굴이 악마와 똑같은 색깔로 변한 민하진을 딴 생각하게 만들 수 있으리란 걸 알기 때문이다.


“그 말 들으려고 돌아왔다니까. 나 다시 지옥불로 갈까?”


“치, 한번 돌아왔으면 그만인지 가고 싶다고 그게 선배님 맘대로 될까요? 뭐.”


“암튼 빨리 말해봐. 무슨 고백인지. 궁금해.”


“저기 근데요, 선배님.”


“응!”


“우리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는데요. 김은성 그 여자 위험한 거 아니었어요?”


아 맞다. 김은성을 구하러 가던 중이었지 깜빡했다. 그 리스트에는 분명히 명석원이라는 이름이 있었다. 그날, 김혁은 첫 번째 이름을 손으로 찍었고 그 타임머신이 있는 연구실에 가게 되었다. 그때 막 회색 곱슬머리에 동그란 안경을 쓴 남자가 실험실을 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들어온 여자가 김은성이었다. 명석원이 누군지는 알았으니 언제나처럼 주변 구경을 한다고 늑장을 부리다 호기심이 들어 타임머신 안에 들어갔었다. 그때 갑자기 기계가 작동하면서 그렇게 된 거였다.


김혁은 벌떡 일어났다.


“그래 가야지. 그게 먼저지.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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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제46화 그들은 울지 않는다. 19.01.17 57 1 9쪽
46 제45화 결단은 어려워 18.12.18 73 1 7쪽
45 제44화 삼인조 18.12.12 75 1 9쪽
44 제43화 짱똘의 여자 18.12.10 87 1 8쪽
43 제 42화 이런 조직 저런 조직2 18.12.09 90 1 7쪽
42 제41화 이런 조직 저런 조직 18.12.09 83 1 8쪽
41 제40화 저녁 노을 18.11.27 84 1 8쪽
40 제39화 그들의 세상 18.11.19 107 1 8쪽
39 제38화 좀비 없는 세상을 위해 18.11.14 119 1 7쪽
38 제 37화 유일한 희망 18.11.13 106 1 8쪽
37 제36화 악마의 환영식 18.11.13 106 1 7쪽
36 제35화 좀비는 못 찾고 18.11.11 108 1 9쪽
35 제34화 동트는 하늘 18.11.10 103 1 8쪽
34 제33화 해뜨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 18.11.09 118 2 7쪽
33 제32화 좀비를 찾아서2 18.11.08 107 1 8쪽
32 제31화 좀비를 찾아서 18.11.08 123 1 7쪽
31 제30화 좀비잡는 저승사자3 18.10.14 139 2 8쪽
30 제29화. 좀비 잡는 저승사자2 18.10.09 160 2 7쪽
29 제28화. 좀비 잡는 저승사자1 18.10.08 158 2 8쪽
28 제 27화 리스트의 비밀2 18.10.03 169 2 7쪽
27 제26화 리스트의 비밀1 18.10.02 173 2 7쪽
26 제25화. 리스트를 찾아서 9- 연구소의 비극 18.09.17 168 2 8쪽
25 제24화 리스트를 찾아서8- 연구소의 비극 18.09.13 185 2 7쪽
24 제23화 리스트를 찾아서7- 연구소의 비극 18.09.12 183 2 7쪽
» 제22화 리스트를 찾아서6 18.06.29 212 2 8쪽
22 제21화 리스트를 찾아서5 18.06.28 197 2 8쪽
21 제20화 리스트를 찾아서4 18.06.28 199 2 7쪽
20 제19화 리스트를 찾아서3 +2 18.06.25 234 3 8쪽
19 제18화 리스트를 찾아서2 18.06.24 210 3 7쪽
18 제17화 리스트를 찾아서1 18.06.23 215 3 7쪽
17 제 16화 부유하는 기억들 +2 18.06.02 232 3 8쪽
16 제 15화 저승사자로 산다는 것 +4 18.05.24 262 3 8쪽
15 제 14화 환상 짜는 악마 18.05.24 236 4 9쪽
14 제 13화 나를 알아? 18.05.21 232 3 7쪽
13 제 12화 여자가 꼬이는 날 18.05.20 257 3 8쪽
12 제 11화 번개를 부르는 사나이 18.05.19 263 3 8쪽
11 제10화 소설책 속의 남자4 18.05.18 262 4 8쪽
10 제9화 소설책 속의 남자3 18.05.14 290 4 8쪽
9 제8화 소설책 속의 남자2 18.05.14 302 5 8쪽
8 제7화 소설책 속의 남자1 18.05.14 316 4 8쪽
7 제6화 기억 이전의 감각 18.05.13 338 4 7쪽
6 제5화 나는 한 조각 어둠이다. 18.05.13 353 4 8쪽
5 제4화 그 여자의 첫사랑 18.05.12 434 3 9쪽
4 제3화 나를 아는 여자 18.05.11 490 5 9쪽
3 제2화 미래에서 온 남자 +2 18.05.10 593 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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