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편] 복수의 화신2 작가를 인터뷰하다.

- 안녕하세요. 작품 잘 읽고 있습니다. 인터뷰 하는 동안 녹음 좀 해도 될까요?
- 네 그러시죠.
- 그럼 빠르게 진행할게요. 다른 인터뷰 약속이 잡혀 있어서요. <복수의 화신2>를 쓰고 계시죠?
- 네
- 지금 중반쯤 쓰신 걸로 아는데 갑자기 좀비가 출현했어요. 저승사자와 좀비가 뭔가 매치가 안 되는데 갑자기 왜 그러신 건가요?
- 좀비 얘기는 어떤 외딴 곳에 지어진 연구소에 지옥 갈 죄인들이 득실거리고 그 리스트를 가지고 김혁이 방문하게 하겠다, 생각할 때부터 이미 생각하긴 했습니다. 연구소에서 벌어진 나쁜 짓이 뭐가 있을까 생각해봤지만 악한 과학자들이라면 사실 잘못된 연구, 조작질, 비밀스럽고 비인도적인 인체 실험 같은 게 먼저 떠오르잖아요.
- 그래도 저승사자 얘기에 좀비는 좀 생뚱맞지 않나요?
- 원래 그런 생뚱맞음이 이야기의 흥미를 돋우는 겁니다.
- 더구나 처음엔 타임머신으로 시작하셨는데 그건 어디로 가고 갑자기 좀비가 등장해서 놀랏습니다.
- 전 그 두 가지 이야기를 다 하고 싶었습니다만 타임머신을 성공시키기엔 아직 시기상조고 사실 1편 때문에 김혁의 기억을 지우려는 의도가 컸습니다. 2편을 쓰기 시작할 때만 해도 1편이 소수 독자만 읽고 있는 형편이었고 이미 완결지어서 한쪽에 치워둔 상태인데다 2편은 따로 생성된 이야기로 진행되고 있다 보니 그냥 처음 들어와서 읽는 사람들도 1편 안 읽고도 읽게 하자는 생각에서 그러는 게 좋을 것 같았거든요.
1편을 완결 지을 때까지만 해도 2편을 이어서 쓸 생각이 아니었어서 서둘러 완결부터 지어놓았거든요. 1편은 저승사자 쪽보다는 저승사자가 되는 과정을 담은 내용이라 좀 평범한 내용이고 김혁이 돌아다니면서 관찰자에 가깝고 옴니버스 형식이라서 여러 가지로 독자들의 호불호가 갈리는 내용들이 이것저것 들어가 있어요. 그래서 에피소드마다 어떤 편은 인기가 높고 어떤 편은 인기가 없고 그것도 뚜렷이 나뉘더라고요. 저는 작가로서 그 한편 한편의 에피소드에 애정이 많지만요. 독자들의 취향은 제각각이니까요.
1편은 그 정도에서 만족하자 하고 2편을 시작하면서 2편만 따로 읽어도 내용 이해가 가능하게 하자 생각해서 처음 타임머신을 등장시킨 거지요. 아무래도 1편과 연결성이 크면 2편도 안 읽겠구나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김혁의 기억을 지우면서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살짝 과거 회상을 넣고 대략적인 1편 내용을 추려서 전달하려고 했고요. 그래서 타임머신 안에 들어갔다가 기억을 잃는다는 걸로 시작했던 거예요. 하지만 처음부터 하려던 이야기는 저승사자들이 인간이 아닌 좀비들을 해치우는 이야기로 잡았었습니다. 아무래도 1편을 쓰면서 산 사람의 생명을 거두는 저승사자 역을 하면서 괴로운 적도 있어서일지 그들의 초인적인 특성을 인간 아닌 존재를 해치우게 하는 건 어떨까 생각하기 시작했거든요.
좀비 이야기는 흥미롭고 인류를 위협하는 전염병은 언제나 공포의 대상이기도 하니까 근데 쓰다 보니 문제가 발생했어요. 직접적으로 좀비들을 살상하는 장면을 쓰는 게 너무 힘들다는 거죠. 피가 튀고 살점이 뜯기고 ... 아 정말!
- 아 죄송해요 갑자기 급한 전화라 실례했습니다. 녹음은 계속 되고 있었으니까 제가 가서 다시 정리할게요. 그러니까 좀비를 해치우는 저승사자 얘기는 왜 쓰게 되셨다고요?
- 좀비는 그러니까 재밌잖아요. 독자들은 저승사자보다 좀비 얘기를 더 좋아하는 것 같더군요.
- 아 그러시군요. 뭐 쓰시면서 어려움은 없으신가요? 이야기가 1편 만큼 빠르게 진행이 안 되고 있던 것 같은데요.
- 좀비를 죽이는 묘사를 쓰기가 힘들어서요. 잔인한 장면을 보는 것과 직접 쓰는 건 다르니까요.
-좀비 얘기를 쓰시기로 작정하셨다면 그런 정도는 예상하신 것 아닌가요? 원래 좀비물이 잔인하기도 하고 징그럽기도 하고 그런데 애초에 사람을 뜯어먹는다는 것 자체가 잔인한 설정인데요.
- 그러니까 말이죠. 그게 제가 가진 딜레마라는 겁니다. 잔인한 묘사를 못하겠거든요. 근데 좀비 얘기를 어떻게 쓰자는 건지... 그런 어려움이 있습니다.
- 그러시군요. 또 하나 색다른 건 이번엔 저승사자들이 여러 명이에요. 여자애들도 있고 근데 왜 저승사자들이 다들 청소년인 거죠?
- 그건...
그때 전화가 걸려왔다. 녹음 파일을 중단시키고 전화를 받았다. 편집부에서 이번에 <복수의 화신> 작가 인터뷰는 안 싣겠다고 한다. 요즘 한창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만능회귀자 철수와 영희> 작가의 인터뷰로만 분량을 늘려 싣기로 했다는 거였다. 젠장. 그럴 거면 빨리 빨리 말을 해주던가. 시간이 없다. 마감 시간이 촉박하다.
작가가 말하는 도중에 말을 끊기 싫어서 몸짓만 하고 잠깐 전화 받으러 간 사이에 작가 혼자 저렇게 많은 말을 했는지는 몰랐지만 막상 내용을 듣고 보니 이쪽 내용이 훨씬 더 흥미롭다는 생각이 드는데 어쩌겠는가. 또 저 뒤쪽 질문에 대한 대답까지 다 하면 괜찮은 인터뷰 기사가 완성될 듯도 한데 ... 내가 지금 해야 하는 건 다른 작가의 인터뷰를 정리해서 마감에 늦지 않게 하는 거다. 시스템창 장착에 회귀해서 ‘내가 다 알아’ 하는 주인공이 나오는 소설만 주구장창 쓰는 작가의 인터뷰라 ...사실 난 좀비 얘기가 더 흥미롭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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