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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화신2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글터파수꾼
그림/삽화
ysdp
작품등록일 :
2018.05.10 15:55
최근연재일 :
2019.10.15 01:22
연재수 :
75 회
조회수 :
20,105
추천수 :
166
글자수 :
260,583

작성
18.11.10 11:56
조회
194
추천
2
글자
8쪽

제34화 동트는 하늘

DUMMY

김혁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철책으로 둘러싸인 황무지. 뒤집혀진 차 한 대와 온전한 차 두 대. 좀비들이 철책을 뚫고 달아날 수 있을지 없을지 알 수 없었다. 어차피 인간이었던 사람들이니 좀비가 됐다 해도 힘이 과도하게 세진 건 아닐 테고 입구만 봉쇄해 놓으면 아무도 빠져나갈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구소 입구 쪽에 있는 시체들과 뒤집혀진 차의 헤드라이트 불빛을 받은 검은 무리들을 번갈아 보곤 김혁은 말했다.


“얘들아. 줄 좀 찾아봐. 이놈들 좀 묶어야겠어.”


김혁의 말이 끝나자 주은정과 민하진은 재빠르게 움직였고 검은 무리 중 하나가 한껏 애원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 좀 보내주세요. 전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왔어요. 형들이 가자는 대로 따라온 거예요.”


말을 꺼낸 자는 그들 중에서도 좀 어려 보이긴 했다. 이십대 초반 쯤 돼 보이는 서글서글하게 생긴 청년이었다. 그러나 검은 오라를 가진 자가 하는 말은 진실일지라도 그리 들어줄 가치가 없다는 걸 지난 40년 동안 수없이 겪어 본 김혁이었다. 영혼이 썩을 대로 썩은 인간이니 그동안 어떤 악행들을 저질러 왔을지 짐작이 갔다. 아직은 선한 듯한 인상과 나이 어린 것을 무기로 아마 평소에도 거짓말로 꽤나 능숙하게 위기를 모면했던 적이 있던 자라는 느낌이 들었다.


김혁은 그 남자를 말없이 바라보고만 있었다. 대신 차 트렁크를 뒤적거리던 주은정이 냅다 소리를 질렀다.


“시끄러워. 지금 당장 지옥으로 안 끌고 가는 것만 해도 다행인 줄 알아.”


차 트렁크에서 온갖 잡동사니들을 던져내다가 결국 텅 비어버리자 주은정은 타이어를 냅다 걷어찼다. 피슉, 공기가 빠지며 한쪽이 기울었다.


“야, 성질 좀 죽여.”


다른 차를 뒤적거리고 있던 하진이 핀잔했다.


가만히 타이어를 보고 있던 주은정은 이번엔 타이어를 쑥 뽑아내더니 고무를 길게 찢어내기 시작했다. 국수 가락처럼 찢어낸 타이어 고무를 연결해서 줄을 만들려는 심산인 모양이었다. 그러나 매듭을 지어 잡아당기자 타이어 줄은 이내 탄성을 넘어서 끊어져 버렸다.


“아 진짜.”

주은정이 들고 있던 타이어 고무를 던져 버렸다.


“이건 안 되겠네.”

“은정아. 힘 조절하는 법 좀 배워라. 그게 그렇게 쉽게 끊어질 게 아닐 텐데.”

“흥!”


주은정은 이번엔 차체를 말끄러미 바라보고 있다가 겉면을 뜯어내기 시작했다. 김혁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검은 무리들을 바라보았다. 기이한 광경에 넋을 빼앗긴 듯이 모두들 주은정을 바라보고 있었다. 보기 드물게 이쁜 가냘픈 소녀가 아무 힘도 안 들이고 차 하나를 아작내는 모양새가 굉장히 신선해 보이는 모양이었다. 왜 안 그렇겠는가. 같은 저승사자가 봐도 놀라운 괴력인데.


주은정은 뜯어낸 차체를 또 세로로 죽죽 찢어냈다. 둥글게 말아 파이프처럼 만든다. 그런 것들을 연결해서 묶는다.


“야, 민하진. 이리 와. 잡아당겨봐.”


하진이 다가가 한쪽 끝을 잡았다. 주은정이 잡아당기자 그 차 껍데기 줄은 끊어지지 않았고 하진이 온 힘으로 바닥을 지탱하느라 먼지가 잔뜩 일었음에도 결국 딸려 가고 말았다. 지금 저렇게 얼굴이 빨갛게 변하지 않았다면 하진의 얼굴이 얼마나 벌겋게 붉어졌을지 상상이 되고도 남았다. 하진은 주은정을 한번 이겨보겠다고 아마 온 힘을 다 썼을 터였다. 때 아닌 저승사자 줄다리기쇼에 김혁도 재밌다는 생각이 들어 슬며시 미소 지었다.


“뭐 이 정도면 되겠지.”

“아주 그냥 힘만 쎄가지고.”

하진이 줄을 놓고 자신이 딸려간 것이 멋쩍었는지 한마디 했다. 그에 지지 않고 대꾸하는 은정.


“넌 그렇게 비리비리해서 어떻게 죄인들을 데리고 오냐? 응?”

“니가 비정상적인 거거든?”

“야야 그쯤 했으면 됐고 서두르자고. 좀비 찾아야지.”


김혁이 나서지 않으면 저들의 말싸움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었다. 어쩌면 저승사자들의 새벽의 혈투씬까지 찍어댈지 알 수 없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쇠줄로 등을 맞대고 앉은 검은 무리들을 둘둘 감아버렸다. 모두들 극도의 공포감에 젖어 우왕좌왕했지만 저승사자들의 압도적인 힘에는 당해낼 수 없었다. 그래도 도망쳐 보려던 자는 주은정이 휘두른 쇠줄로 한 대 맞고 바닥에 고꾸라졌고 민하진이 그를 들어 그들 쪽으로 던져버리자 검은 무리는 모두 볼링핀처럼 쓰러졌다. 결국 그들은 얌전히 자리를 잡고 앉아서 쇠줄이 다 감길 때까지 여기 저기서 아악, 악, 비명만 질러댔다.


“안돼요. 제발 살려주세요.”

“차라리 차 안에다 가둬주십시오. 좀비가 있잖습니까? 이건 너무 한 거 아닙니까?”


타인의 목숨은 파리 목숨처럼 아는 것들이 지들 목숨은 꽤나 생각하는 것에 또 한번 부아가 치밀었다.


“왜 그래야 되는데? 사실 주먹 한방이면 너희들 다 지옥으로 바로 보내버릴 수 있지만 음... 그래도 기회를 주는 거야. 좀비에게 뜯어 먹히거나 누가 와서 구해주거나...운에 맡겨보자고. 너희들도 저 연구원들의 심정을 똑똑히 체험해볼 수 있을 거야. 재밌겠지? 다행인 줄 알아. 우리 편인 줄 알았던 사람들한테 저렇게 처참히 죽는 일은 없을 테니까.”


김혁은 그들에게 더 이상의 배려는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럴 가치가 없는 인간들이니까. 그건 주은정이나 민하진도 마찬가지였다. 새벽 하늘이 트이고 있었다. 어둠 속에 여린 빛이 스며들고 어둠이 차츰 희석되고 있었다.


흐엑, 제발, 안돼, 살려줘. 살려주세요. 그들의 코먹은 아우성을 뒤로 하고 저승사자들은 연구소 쪽으로 떠나려고 했다. 그때 누군가 소리쳤다.


“난 집에 병든 가족이 있어, 난 돈이 필요했다고. 우리라고 좋아서 이런 일을 하는 건 아니야.”


김혁은 그 남자를 돌아보았다.


“네 가족이 소중하면 남의 가족도 소중한 거다.”


김혁은 연구소 앞의 하얀 시체들을 가리켰다.


“저들에겐 가족이 없을 것 같나? 저들은 누군가의 가족이 아닐 것 같아? 저들의 목숨, 인생은 아무것도 아냐? 아무리 돈이 필요해도 하지 말아야 할 일은 하지 말아야지. 지금 너희들이 한 짓은 정말 사람으로선 해선 안 되는 일이었어.”


남자는 이제 애원에서 분노로 변한 눈빛으로 쏘아 보며 김혁에게 소리쳤다.


“니가 뭘 알아. 니가 가난이 뭔지 알아? 가난하게 살아봤어? 가족이 병들어 죽어 가는데 얌전히 앉아서 죽는 걸 지켜보라고?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 돈이나 벌라고?”


김혁은 잠시 말이 없었다. 세상에서 가장 가난했던 자신더러 가난이 뭐냐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해줘야 할까. 적어도 나는 가난은 안다고? 그래, 난 가족이 없었어서 니 맘을 모른다고? 나도 모르는 새에 가족들을 잃어버리고 모든 걸 빼앗겼기 때문에 가족 없는 아픔은 안다고?


아니면 난 누군가를 구해주고 싶어하다가 맞아죽었다고 말해줘야 할까? 죽이지 말고 맞아 죽으라고? 가난하면 가난한 대로 그냥 살다 죽으라고? 그런 말들 역시 해주고 싶진 않았다. 자신 역시 그런 모든 일들이 억울했었으니까.


하지만 적어도 누군가 시킨다고 단지 돈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이런 끔찍한 짓을 한 걸 가족을 위해서라는 말로 정당화해선 안 된다는 것만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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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제74화 길고 긴 낮 3 19.10.15 12 0 9쪽
74 제73화 길고 긴 낮 2 19.10.14 15 0 10쪽
73 제72화 길고 긴 낮1 19.10.08 12 0 9쪽
72 제 71화 그 여자의 집 19.09.30 12 0 9쪽
71 제70화 오작교 위의 다른 삼인조 19.09.27 12 0 9쪽
70 제69화 사자들의 고독2 19.09.25 24 0 8쪽
69 제68화 사자들의 고독1 19.09.21 28 0 9쪽
68 제67화 먹장구름 19.09.20 26 0 10쪽
67 제 66화 트렁크 속의 세 남자 19.09.16 27 0 7쪽
66 제 65화 강탄이2 19.09.14 25 0 8쪽
65 제 64화 강탄이1 19.09.12 32 0 8쪽
64 제63화 비밀 속의 비밀 19.09.11 36 0 7쪽
63 제62화 새벽은 오고 19.09.10 28 0 8쪽
62 제61화 고요한 밤 19.09.09 28 0 7쪽
61 제60화 숲속의 남자들 19.09.07 36 0 7쪽
60 제59화 도로에서 2 19.09.06 36 0 7쪽
59 제58화. 도로에서 1 19.09.05 45 0 7쪽
58 제57화 검은 고치들 19.09.04 37 0 8쪽
57 제 56화. 선택 19.09.03 42 0 8쪽
56 제 55화. 불신의 늪 19.09.02 34 0 8쪽
55 제54화 좀비들4 19.07.05 65 0 7쪽
54 제53화 좀비들3 19.06.30 75 0 7쪽
53 제52화 좀비들2 19.06.25 110 0 7쪽
52 제 51화 좀비들1 19.06.05 72 0 9쪽
51 제 50화 그밤의 이야기 4 19.06.05 76 0 8쪽
50 제49화 그밤의 이야기3 19.05.27 75 0 10쪽
49 제48화 그밤의 이야기2 19.05.23 67 0 9쪽
48 제47화 그 밤의 이야기 19.05.22 55 0 9쪽
47 제46화 그들은 울지 않는다. 19.01.17 197 1 9쪽
46 제45화 결단은 어려워 18.12.18 136 1 7쪽
45 제44화 삼인조 18.12.12 134 1 9쪽
44 제43화 짱똘의 여자 18.12.10 144 1 8쪽
43 제 42화 이런 조직 저런 조직2 18.12.09 181 1 7쪽
42 제41화 이런 조직 저런 조직 18.12.09 145 1 8쪽
41 제40화 저녁 노을 18.11.27 150 1 8쪽
40 제39화 그들의 세상 18.11.19 193 1 8쪽
39 제38화 좀비 없는 세상을 위해 18.11.14 210 2 7쪽
38 제 37화 유일한 희망 18.11.13 212 1 8쪽
37 제36화 악마의 환영식 18.11.13 197 1 7쪽
36 제35화 좀비는 못 찾고 18.11.11 207 2 9쪽
» 제34화 동트는 하늘 18.11.10 195 2 8쪽
34 제33화 해뜨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 18.11.09 233 3 7쪽
33 제32화 좀비를 찾아서2 18.11.08 198 2 8쪽
32 제31화 좀비를 찾아서 18.11.08 237 2 7쪽
31 제30화 좀비잡는 저승사자3 18.10.14 241 3 8쪽
30 제29화. 좀비 잡는 저승사자2 18.10.09 290 3 7쪽
29 제28화. 좀비 잡는 저승사자1 18.10.08 276 3 8쪽
28 제 27화 리스트의 비밀2 18.10.03 300 3 7쪽
27 제26화 리스트의 비밀1 18.10.02 290 3 7쪽
26 제25화. 리스트를 찾아서 9- 연구소의 비극 18.09.17 287 3 8쪽
25 제24화 리스트를 찾아서8- 연구소의 비극 18.09.13 294 3 7쪽
24 제23화 리스트를 찾아서7- 연구소의 비극 18.09.12 315 3 7쪽
23 제22화 리스트를 찾아서6 18.06.29 350 3 8쪽
22 제21화 리스트를 찾아서5 18.06.28 341 3 8쪽
21 제20화 리스트를 찾아서4 18.06.28 323 3 7쪽
20 제19화 리스트를 찾아서3 +2 18.06.25 390 4 8쪽
19 제18화 리스트를 찾아서2 18.06.24 346 4 7쪽
18 제17화 리스트를 찾아서1 18.06.23 363 4 7쪽
17 제 16화 부유하는 기억들 +2 18.06.02 386 3 8쪽
16 제 15화 저승사자로 산다는 것 +4 18.05.24 428 4 8쪽
15 제 14화 환상 짜는 악마 18.05.24 411 5 9쪽
14 제 13화 나를 알아? 18.05.21 392 4 7쪽
13 제 12화 여자가 꼬이는 날 18.05.20 425 4 8쪽
12 제 11화 번개를 부르는 사나이 18.05.19 434 4 8쪽
11 제10화 소설책 속의 남자4 18.05.18 446 5 8쪽
10 제9화 소설책 속의 남자3 18.05.14 487 5 8쪽
9 제8화 소설책 속의 남자2 18.05.14 538 6 8쪽
8 제7화 소설책 속의 남자1 18.05.14 556 5 8쪽
7 제6화 기억 이전의 감각 18.05.13 583 6 7쪽
6 제5화 나는 한 조각 어둠이다. 18.05.13 622 6 8쪽
5 제4화 그 여자의 첫사랑 18.05.12 800 5 9쪽
4 제3화 나를 아는 여자 18.05.11 877 7 9쪽
3 제2화 미래에서 온 남자 +2 18.05.10 1,111 8 8쪽
2 제1화 여긴 어디? 나는 누구? 18.05.10 1,467 13 8쪽
1 프롤로그 +4 18.05.10 1,568 8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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