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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화신2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글터파수꾼
그림/삽화
ysdp
작품등록일 :
2018.05.10 15:55
최근연재일 :
2020.09.18 08:18
연재수 :
159 회
조회수 :
39,700
추천수 :
377
글자수 :
580,098

작성
18.11.27 07:27
조회
232
추천
3
글자
8쪽

제40화 저녁 노을

DUMMY

2층, 지는 해가 정통으로 보이는 벽 한쪽이 없는 빈 공간이었다. 아까 여길 지나쳐 갈 때만해도 사람 하나 없었는데 언제 와서 앉아 있는 건지 새삼 사람 찾아다니는 일이 쉬운 게 아니란 생각을 하며 김혁은 그들 앞쪽 허공에 떠서 그들을 바라보았다. 마지막으로 한껏 식은 빛을 뿌리며 해는 산 너머로 빠져들기 직전이었다. 불그스름한 빛이 그들의 얼굴과 어깨에 내려 앉아 있었다.


“여기서 뭘 해? 엄청 청승스런 꼴을 하구선.”


누군가 다가오는 기척을 듣고 돌아보는 어린남자에게 남자가 살갑게 말을 걸며 옆자리에 자리잡고 앉았다.


“해지는 게 보고 싶어서.”

“하여간.”


남자는 담배를 꺼냈고 어린 남자는 재빨리 제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여주었다.


“너도 한 대 펴.”


그제야 어린 남자도 남자가 내민 담뱃갑에서 담배 한 개피를 꺼내 고개를 돌리고 담뱃불을 붙였다. 나이 차이는 꽤 있어 보이지만 퍽 가까워 보이는 분위기가 풍긴다. 곧바로 몸을 일으켜 ‘형님’하고 90도 인사를 안 하는 것만 봐도 그런 걸 생략할 만큼의 가까운 사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러나 생김새는 전혀 닮지 않았다. 둘이 친형제라기엔 너무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다만 조직 이전에 쌓아놓은 뭔가가 있겠거니 김혁은 짐작해보았다.


아주 먼 옛날, 막 저승사자 일을 하며 돌아다녔던 어느 가을 바닷가에서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상철이형과 바닷가에 나란히 앉아 있는 자신을 누군가 봤다면 아마 지금처럼 생각했을 법하다. 고아원에서 함께 자란 아이들이라거나 혹은 동네에서 아주 가까운 이웃지간이거나 뭔가 서로만의 상처를 아는 사이라거나 그런 사이에서 느껴지는 애틋함 같은 것이 그들에게 있었다.


그들이 담배 연기를 두어 모금 정도 내뿜고 나서야 다시 대화가 시작되었다. 먼저 말을 꺼낸 건 어린남자였다.


“민철이는 정말 좀비였을까, 형?!”

“야, 그 얘기 하지 말랬지.”

“형이니까 하는 거지. 나 딴 사람들하고 말 안 섞는 거 알잖아요.”

“조심해. 누가 듣는다. 의심하지도 말고 생각도 하지마. 여기선 그래야 끝까지 가.”

“.... 그들을 묶은 쇠붙이, 그건 누가 그렇게 해놨을까? 그건...”


어린남자는 포기할 생각이 없는 듯 또 다시 질문을 던졌다. 남자가 심하게 인상을 썼다.


“그런 것도 신경쓰지 말라고. 어차피 알래야 알 수도 없는 거.”

“그래도 민철이는, 걔는 좀비처럼 보이지 않았어. 거기 모두...”


남자가 거칠게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니까 어차피 우리는 모른다니까. 좀비라잖아. 좀비. 그 연구소 전체가 그랬고 그들도 감염됐다고. 우리는 할 일을 깨끗이 마무리했어. 그러면 된 거야.”


남자가 필요 이상으로 핏대를 세우며 화를 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어린남자는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 지는 해를 묵묵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 무표정한 얼굴에 더욱 짙어진 그늘이 김혁에게는 낯이 익었다.


화를 냈던 게 마음 쓰였던지 남자는 부드러운 어투로 다시 한마디 덧붙였다.


“세상이 좀비 천지가 되기 전에 그렇게 한 건 잘한 거야. 우리는 세상을 구했어. 민철이도 고마워할 거야. 자기 가족들을 좀비로 만들지 않게 해줬다고.”


“...”


어린남자는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다. 저녁 노을이 유난히 붉었다. 저런 노을은 늘 마음 한구석을 시큰거리게 만든다. 그럼에도 눈을 뗄 수 없기도 하다. 김혁이 저승에서 길을 떠나 도착하면 이곳은 거의 해질 무렵이었고 기다려야만 했다. 그럴 때마다 적당한 곳에 앉아 일몰을 지켜보곤 했다. 40년 동안 본 전국 곳곳, 가지각색의 저녁노을은 모두 달랐고 늘 새로운 감흥을 일으키곤 했다.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할 나이에 원래 가지고 있었을 천연색을 잃어버리고 검은색 오라를 드리운 저 어린남자의 마음속은 어떤 것일지 잠시 상상해보았다.


김혁이 고아원에 살던 때는 해질녘을 무서워했거나 싫어했지만 저승사자가 되고부터는 자신의 일이 시작되는 시간이다 보니 늘 그 경계를 인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지난 40년간 수없이 많은 일몰을 눈에 담았다. 그런 순간들엔 정말 많은 생각들이 공기 방울처럼 떠올랐다 사라지곤 했다. 인간이었던 때의 기억들이나 자신이 지켜보고 따라다녔던 인간들에 관한 기억들. 때로는 지난날 어둠에서 구하지 못한 자들의 얼굴이 떠오르기도 했다. 조금만 더 빨랐다면 죽지 않아도 됐을 선량한 사람들. 범죄를 경험하지 않아도 됐을 사람들의 얼굴은 유난히 오래 기억에 남아 있곤 했다.


아마도 저 어린 남자에게는 이제 노을만 보면 민철의 얼굴이 계속 떠오를지도 몰랐다. 언제 저 어린남자도 지옥의 리스트에 오를지는 알 수 없지만 언젠가 저 어린남자 앞에도 모습을 드러내게 될 날이 올 거다. 예전에 상철이형에게 그랬듯이 저 어린남자에게도 어서 빨리 그런 곳을 떠나라고 충고해주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하지만 그렇게 개입해선 안 된다는 걸 김혁은 이제 너무도 잘 알았다.


검은 오라를 가진 사람들은 대부분 이미 마음속에 지옥 하나씩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소중한 천연색 오라를 지키기엔 너무 약했거나 진즉에 포기해버린 사람들.

태어날 때부터 검은 오라를 가진 사람은 없다. 다만 세월이 흐를수록 각자가 가진 고유의 천연색 오라를 지켜내느냐 못 지켜내느냐, 그 시기가 빠르냐 늦느냐의 차이일 뿐. 주변의 검은 오라를 가진 다른 사람으로 인해, 혹은 그들이 만들어낸 지옥 같은 상황에 결국 굴복하고 마침내 천연색 오라를 잃어버리는 순간 이전까지는 그게 누구라도 동정 받을 여지가 있다. 그것이 오래 걸리지도 않았다는 건 그만큼 최악의 상황 속에서 살아 왔다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김혁은 제 또래나 젊은 사람이 검은 오라를 휘두르고 있는 걸 보면 한편으론 가엾단 생각이 들곤 했다. 어린남자는 겨우 20대 초반처럼 보인다. 아니 어쩌면 자신과 비슷한 또래일지도 모른다.


“민철이네는 걱정마. 다 알아서 돌봐준다. 우리가 한마음으로 충성하는 이유가 그거기도 하니까. 우리는 우리 모두의 가족을 책임지고 있어. 알지?”


남자의 목소리는 처음처럼 다시 부드러워져 있었고 이번엔 어린남자도 선선히 대답했다.


“네.”

“또 딱딱해졌다. 자식. 다 너 생각해서 해주는 말이야. 임마. 좀 지나야 익숙해지지.”


남자는 말을 마치고 담배 한 개피를 더 꺼내 어린 남자 쪽으로 내밀며 불 붙여 달라는 시늉을 했다. 어린남자는 라이터불만 켜주고 담배는 더 이상 피우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산꼭대기에 간신히 걸려 있던 해가 완전히 졌다. 붉은 노을만 남아 점점 피빛으로 어둡게 물들어갔다. 김혁은 아주 잠깐 허공에서 몸을 나타나게 만들었다. 어린남자가 김혁을 발견하고 깜짝 놀란 얼굴이 됐다. 2층 높이의 허공에 떠 있는 사람 형상이라니. 어린남자는 믿기지 않는지 남자 쪽을 흘깃 바라보았다가 다시 김혁이 있던 자리를 바라봤는데 그때는 이미 보이지 않게 된 후였다. 혼자만 본 그 장면에 대해서 어린남자는 입을 다물었지만 그 표정엔 혼란스러움이 가득 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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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 제157화 마트1 20.09.01 17 0 11쪽
156 제156화 버스2 20.08.22 15 0 9쪽
155 제155화 버스1 20.08.21 18 0 10쪽
154 제154화 풀리지 않을 오해 20.07.27 27 0 9쪽
153 제153화 강도라구? 20.07.26 30 0 11쪽
152 제152화 진짜에게 가짜가 20.05.16 28 0 9쪽
151 제151화 영혼값 20.04.19 30 0 9쪽
150 제150화 실종자들 20.04.12 32 0 9쪽
149 제149화 보물 상자를 날라라 20.04.10 33 0 10쪽
148 제148화 신도 인간도 아닌 존재 20.03.31 35 0 12쪽
147 제147화 검정과 하양 20.03.24 36 0 9쪽
146 제146화 구원자 20.03.15 38 0 10쪽
145 제145화 눈송이들 20.03.11 43 0 8쪽
144 제144화 하얀 무리 20.03.10 46 0 8쪽
143 제143화 마른 하늘에 날벼락 20.03.08 40 0 9쪽
142 제142화 장회장의 정원 20.03.08 41 0 8쪽
141 제141화 알리바바와 도둑들 20.03.06 40 0 7쪽
140 제140화 스핑크스의 방2 20.03.04 36 0 9쪽
139 제139화 스핑크스의 방1 20.03.04 32 0 8쪽
138 제138화 별걸 다하는 20.02.26 42 0 9쪽
137 제137화 너의 연기 20.02.24 43 0 9쪽
136 제136화 배우야? 저승사자야? 20.02.23 51 0 8쪽
135 제135화 악마와의 대화5 20.02.22 44 0 7쪽
134 제134화 악마와의 대화4 20.02.20 41 0 8쪽
133 제133화 악마와의 대화3 20.02.18 45 0 8쪽
132 제132화 악마와의 대화2 20.02.15 39 0 9쪽
131 제131화 악마와의 대화1 20.02.15 48 0 9쪽
130 제130화 인연의 고리4 +2 20.02.13 44 0 11쪽
129 제129화 인연의 고리 3 20.02.09 44 0 8쪽
128 제128화 인연의 고리 2 20.02.09 44 0 9쪽
127 제127화 인연의 고리 1 20.02.07 43 0 9쪽
126 제126화 나 저승사자라니까! 20.02.03 59 1 8쪽
125 제125화 도시의 밤 20.02.01 48 1 10쪽
124 제124화 고요한 마을 20.01.28 46 1 9쪽
123 제123화 비밀속으로6 20.01.24 45 1 8쪽
122 제122화 비밀속으로5 20.01.24 45 1 8쪽
121 제121화 비밀속으로4 20.01.21 42 1 9쪽
120 제120화 비밀속으로3 20.01.20 43 1 8쪽
119 제119화 비밀속으로2 20.01.17 47 1 8쪽
118 제118화 비밀속으로1 20.01.16 51 1 8쪽
117 제117화 부서진 꿈들 20.01.14 46 1 7쪽
116 제116화 악마가 이상해 20.01.12 47 1 9쪽
115 제 115화 악마의 용건 20.01.10 48 1 8쪽
114 제114화 역사적인 순간 20.01.09 61 1 9쪽
113 제113화 너의 죄를 알라 20.01.08 48 1 8쪽
112 제112화 복수의 무게 20.01.07 44 1 8쪽
111 제111화 복수라고? 20.01.06 45 1 10쪽
110 제110화 좀비는 어디에나 있다. 20.01.05 47 1 8쪽
109 제109화 사랑하기에2 20.01.04 45 1 8쪽
108 제108화 사랑하기에1 20.01.03 52 1 8쪽
107 제107화 좀비? 그게 뭐여? 20.01.03 50 1 8쪽
106 제106화 예상치 못한 위험 20.01.02 48 1 8쪽
105 제105화 마을 사람들2 20.01.02 45 1 8쪽
104 제104화 마을 사람들1 20.01.01 43 1 8쪽
103 제103화 마을로 가는 길 3 20.01.01 41 1 8쪽
102 제102화 마을로 가는 길2 19.12.27 39 1 7쪽
101 제101화 마을로 가는 길1 19.12.25 46 1 7쪽
100 제100화 모두 한 자리에 19.12.25 42 1 8쪽
99 제 99화 악마의 메세지 19.12.22 49 1 9쪽
98 제98화 진실의 힘 19.12.20 57 1 9쪽
97 제97화 산 자와 죽은 자 19.12.18 54 1 8쪽
96 제96화 오두막 앞에서 19.12.18 47 1 8쪽
95 제95화 좀비는 저승으로 19.12.17 53 1 8쪽
94 제94화 진실과 마주할 시간2 19.12.16 52 1 9쪽
93 제93화 진실과 마주할 시간1 19.12.16 52 1 9쪽
92 제92화 인과응보 19.12.13 49 1 8쪽
91 제91화 잔악한 자 19.12.13 69 1 10쪽
90 제90화 좀비와 마스크맨2 19.12.09 51 1 7쪽
89 제89화 좀비와 마스크맨1 19.12.08 55 1 7쪽
88 제88화 좀비가 출몰하는 숲5 19.11.28 67 1 8쪽
87 제87화 좀비가 출몰하는 숲4 19.11.28 56 1 8쪽
86 제86화 좀비가 출몰하는 숲3 19.11.11 74 1 8쪽
85 제85화 좀비가 출몰하는 숲2 19.11.09 62 1 7쪽
84 제84화 좀비가 출몰하는 숲1 19.11.08 67 1 9쪽
83 제83화 탈출4 19.11.04 62 1 7쪽
82 제82화 탈출3 19.11.03 63 1 8쪽
81 제81화 탈출2 19.11.02 66 1 7쪽
80 제80화 탈출1 19.11.01 63 1 7쪽
79 제78화 종말의 시작2 19.10.28 83 1 8쪽
78 제77화 종말의 시작1 19.10.27 91 1 10쪽
77 제76화 길고 긴 낮 5 19.10.21 85 1 8쪽
76 제75화 길고 긴 낮 4 19.10.19 77 1 8쪽
75 제74화 길고 긴 낮 3 19.10.15 81 1 9쪽
74 제73화 길고 긴 낮 2 19.10.14 68 1 10쪽
73 제72화 길고 긴 낮1 19.10.08 73 1 9쪽
72 제 71화 그 여자의 집 19.09.30 183 1 9쪽
71 제70화 오작교 위의 삼인조 19.09.27 76 1 9쪽
70 제69화 사자들의 고독2 19.09.25 83 1 8쪽
69 제68화 사자들의 고독1 19.09.21 93 1 9쪽
68 제67화 먹장구름 19.09.20 82 1 10쪽
67 제 66화 트렁크 속의 세 남자 19.09.16 88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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