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복수의 화신2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새글

글터파수꾼
그림/삽화
ysdp
작품등록일 :
2018.05.10 15:55
최근연재일 :
2019.10.19 02:46
연재수 :
76 회
조회수 :
20,406
추천수 :
167
글자수 :
264,217

작성
18.12.09 11:19
조회
147
추천
1
글자
8쪽

제41화 이런 조직 저런 조직

DUMMY

저승사자는 리스트에 있는 인간 외에는 개입할 순 없지만 김혁은 그렇게라도 하고 싶었다. 그 의미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는 어린남자의 몫이었다. 그저 또래 같아서 더 마음이 쓰이는 건지 어떤 건지 다른 사람들보다 한번이라도 더 눈길이 가는 건 사실이었다.


김혁은 몸을 숨긴 채 높이 떠서 건물 주변을 넓게 배회했다.


‘시키는 대로만 해.’


이런 말은 인간 세상을 돌아다니다 보면 꽤 자주 듣는 말이긴 하다. 생각보다 훨씬 많은 곳에서 윗사람들은 그런 말을 남발하곤 하니까. 하지만 전지전능에 가까운 지옥의 악마도 그런 말은 하지 않는다.


저승사자가 마음대로 하게 놔두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시키는 대로만 하길 바라는 것도 아니다. 리스트 내의 인물들을 만나는 걸로 움직임이 한정 돼 있지만 그 이외의 것은 전적으로 저승사자 고유의 권한이었다. 저승으로 죄인을 데려오기만 한다면 죄인에 한한한 그 어떤 방법을 쓰든 얼마나 걸리든 대부분 별 말을 하지 않았다. 방법이 좀 과했거나 지나치게 미적거리거나 뭔가 죄인 이외의 누군가에게 개입했을 때 핀잔과 엄포가 들어오긴 하지만 그건 시키는 것만 하는 것과는 엄연히 다른 거다.


저승사자와 인간이라 다른가? 아니다. 인간은 로봇이 아니다. 줄 달린 마리오네뜨가 아니다. 그렇게 되라고 강요해서도 안 되고 그렇게 만든다고 그렇게 살아서도 안 된다. 인간들은 종종 그걸 잊는 것 같다.


저들은 시키는 대로 해, 라고 하면서 모두를 꼭두각시로 만들어놓은 다음 막상 책임을 물어야 할 때는 행동한 사람에게 미루기 일쑤다. 조종한 사람이 더 큰 벌을 받아야 할 것 같은데 말이다. 그런 면에선 시키는 대로 한 사람은 또 억울할 법도 하다. 원해서 한 것도 아닌데 모든 잘못이 나에게 있다고? 왜 내가 다 책임져야 하지? 그저 꼭두각시의 비애라고만 치부하기에는 가혹한 처사다. 그러나 늘 일은 그렇게 흘러가다 끝난다. 인간이 꼭두각시로 살아선 안 된다는 교훈이기도 하다.


생각할수록 진짜 악마는 여기 이 지상에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지옥의 악마에게 ‘악마’라고 하는 게 잘못된 일처럼 여겨질 정도다.


지옥에서 기다리는 ‘악마’가 악마인가 아닌가는 저승사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헷갈리게 하는 면이 분명히 있다. 김혁은 지난 40년 동안 겪어본 결과 악마가 진짜 악마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쪽이었지만 악마에게 정체를 캐묻거나 다른 저승사자들에게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한 적도 없었다. 그냥 처음부터 그렇게 알고 있듯이 여전히 ‘악마’라는 이름으로 대하고 떠올리고 있을 뿐이다. 악마의 진짜 이름이 궁금한 적도 있었지만 묻지 않았고 악마도 따로 가르쳐주지 않았었다. 악마도 지옥에 속한 자신을 그런 이미지로 떠올려 주기를 바라는 것처럼 보이니까. 가장 즐겨 애용하는 이미지가 바로 악마 이미지인데다 저승사자들의 마음속을 훤히 다 읽으니까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미 다 알 텐데도 내키면 벌써 가르쳐줄 법도 하건만 침묵하는 데는 그냥 그렇게 생각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어서가 아닐까 싶어서다.


미소년의 모습을 한 천사의 모습이나 중년 아저씨의 모습이나 이제 모두 익숙해져서 어떤 게 진짜 모습이건 상관이 없기도 했다. 어린애처럼 굴 때는 진짜 어린애가 아닌가 싶을 만큼 유치하고 아저씨의 모습일 땐 또 그 모습이 진짜 같으면서도 유치했다.


전부 다 악마의 진짜 모습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저 환영일 뿐이고 전혀 다른 무엇인지도 알 수 없다. 악마의 변신은 무궁무진해서 그 중에 진짜를 슬쩍 숨겨 놓으면 알아낼 재간이 없다. 가끔 여자로도 변신할 때도 있는 걸 보면 꼭 남자라는 법도 없다. 여자일 수도 있고 남자일 수도 있고 노인일 수도 어린애일 수도 있다. 혹은 그저 환영이거나 안개 같은 것. 아니다. 그런 게 중요하지 않은 존재다. 악마는 그런 걸 따지는 게 무의미한 존재다. ‘악마는 무엇이다’ 딱 지정해둬야 할 이유 따위도 없다. 악마는 그냥 거기서 제 할 일을 잘 하고 있고 저승사자들을 잘 관리하고 있다.


리스트를 들고 돌아다니면서 최악의 인간들을 추려낸다 해서 세상이 좀 나아지고 있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최근 들어 김혁이 부쩍 회의적으로 생각하곤 하던 게 그거였다. 이러나 저러나 세상은 최악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정말 주은정의 말처럼 그냥 내버려두고 지옥으로 만들어버리는 게 나은 거 아닐까...


김혁은 이런 생각을 하다 문득 지난 40년을 통틀어 요즘이 악마에 대해 가장 많이 생각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떨어져 있는 시간이 길어서 그런 건지 어쩐 건지 늘 서로에게 으르렁대던 사이였는데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나저나 시키는 대로만 해야 하는 좀비 같은 인간들은 수두룩하지만 지금 당장 꼭 찾아내야 하는 좀비는 여기 없다는 게 문제였다.


건물과 공터는 이미 어둠속에 잠겨 있었다. 사방팔방 멀리까지도 깜박이는 불빛 한 점도 눈에 띄지 않았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악마의 말로는 좀비가 되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린다고 했지만 안심할 수도 없었다. 좀비가 되기 전에 아무 일도 벌이지 않고 짱똘이 돌아와 준다면 좋으련만 짱똘이 정말 여자를 만나러 간 건지 병원에 간 건지도 확실치 않고 자신이 물린 걸 아는 상태니 다시 여기로 돌아올지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김혁은 자꾸만 엄습해오는 불길함이 그저 유난히 붉은 핏빛 저녁노을을 보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려고 했다. 그저 잠시 불행한 옛 생각이 났기 때문에, 김은성의 죽음이 가져다준 충격이 가시지 않아서 감정이 혼돈스러운 거라고, 저 어린 남자의 어둠을 상상한 때문이라고.


하지만 그게 아니란 건 이미 김혁도 잘 알고 있었다.


김혁은 허공에 떠서 어둠속을 잠시 내려다보다가 다시 건물 1층으로 돌아갔다. 중간 보스와 어린남자도 이제 돌아와 남자들과 함께 있었다. 모두가 비슷한 검은 차림에 비슷한 머리 모양을 하고 있어서 그들 하나하나의 얼굴을 자세히 기억해두지 않으면 별다르게 구분도 잘 되지 않았다.


중앙에 커다란 드럼통에 나무들이 한 가득 타고 있었고 뻥 뚫린 외벽들에는 아무렇게나 만든 넓적한 판자들을 걸쳐 놓아 창문 대신 외부 공기를 차단시켜 놓고 있었다. 이런 삭막한 곳에서 그들은 무얼 위해 존재하고 있는 걸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왜 이렇게 늦지? 짱똘한테 전화해봐.”

작은 형님이 시계를 보더니 말했다.


“안 받습니다.”

“안 받아? 요즘 짱똘 뭐 이상한 거 없었어?”

“없었습니다.”

“몸을 과하게 푸나?”

한쪽에 있던 남자가 싱글거리며 말하자 다른 남자가 과격하게 소리쳤다.


“야! 입 다물어라. 형님 앞에서”

“죄송합니다.”

“그 여자 전화는?”

작은 형님이 다시 물었다.


“거기도 해봤는데 꺼져 있어서...”

“이 자식 이거, 그 냄비 집 알지?”

“네.”

“가서 잡아 와.”

“네.”


따로 지목하지 않았는데도 당연하다는 듯 모여 있던 사람들 중 세 사람이 벌떡 일어나더니 차로 달려 나갔다. 김혁도 그들을 쫒아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복수의 화신2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간헐적 글쓰기 양해부탁드립니다. 19.09.02 37 0 -
공지 글터파수꾼의 소식입니다. 19.03.01 109 0 -
공지 드디어 복수의 화신 김혁이 표지에 등장 18.10.10 140 0 -
공지 [엽편] 복수의 화신2 작가를 인터뷰하다. +1 18.10.09 146 0 -
공지 휴재 아닌 휴재입니다. +2 18.06.17 188 0 -
공지 복수의 화신2? 18.05.10 369 0 -
76 제75화 길고 긴 낮 4 NEW 13시간 전 8 0 8쪽
75 제74화 길고 긴 낮 3 19.10.15 16 0 9쪽
74 제73화 길고 긴 낮 2 19.10.14 18 0 10쪽
73 제72화 길고 긴 낮1 19.10.08 13 0 9쪽
72 제 71화 그 여자의 집 19.09.30 14 0 9쪽
71 제70화 오작교 위의 다른 삼인조 19.09.27 13 0 9쪽
70 제69화 사자들의 고독2 19.09.25 26 0 8쪽
69 제68화 사자들의 고독1 19.09.21 32 0 9쪽
68 제67화 먹장구름 19.09.20 28 0 10쪽
67 제 66화 트렁크 속의 세 남자 19.09.16 28 0 7쪽
66 제 65화 강탄이2 19.09.14 26 0 8쪽
65 제 64화 강탄이1 19.09.12 33 0 8쪽
64 제63화 비밀 속의 비밀 19.09.11 38 0 7쪽
63 제62화 새벽은 오고 19.09.10 31 0 8쪽
62 제61화 고요한 밤 19.09.09 31 0 7쪽
61 제60화 숲속의 남자들 19.09.07 40 0 7쪽
60 제59화 도로에서 2 19.09.06 40 0 7쪽
59 제58화. 도로에서 1 19.09.05 48 0 7쪽
58 제57화 검은 고치들 19.09.04 41 0 8쪽
57 제 56화. 선택 19.09.03 44 0 8쪽
56 제 55화. 불신의 늪 19.09.02 36 0 8쪽
55 제54화 좀비들4 19.07.05 67 0 7쪽
54 제53화 좀비들3 19.06.30 77 0 7쪽
53 제52화 좀비들2 19.06.25 112 0 7쪽
52 제 51화 좀비들1 19.06.05 74 0 9쪽
51 제 50화 그밤의 이야기 4 19.06.05 80 0 8쪽
50 제49화 그밤의 이야기3 19.05.27 78 0 10쪽
49 제48화 그밤의 이야기2 19.05.23 69 0 9쪽
48 제47화 그 밤의 이야기 19.05.22 57 0 9쪽
47 제46화 그들은 울지 않는다. 19.01.17 201 1 9쪽
46 제45화 결단은 어려워 18.12.18 138 1 7쪽
45 제44화 삼인조 18.12.12 136 1 9쪽
44 제43화 짱똘의 여자 18.12.10 147 1 8쪽
43 제 42화 이런 조직 저런 조직2 18.12.09 183 1 7쪽
» 제41화 이런 조직 저런 조직 18.12.09 148 1 8쪽
41 제40화 저녁 노을 18.11.27 152 1 8쪽
40 제39화 그들의 세상 18.11.19 195 1 8쪽
39 제38화 좀비 없는 세상을 위해 18.11.14 212 2 7쪽
38 제 37화 유일한 희망 18.11.13 215 1 8쪽
37 제36화 악마의 환영식 18.11.13 200 1 7쪽
36 제35화 좀비는 못 찾고 18.11.11 210 2 9쪽
35 제34화 동트는 하늘 18.11.10 197 2 8쪽
34 제33화 해뜨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 18.11.09 236 3 7쪽
33 제32화 좀비를 찾아서2 18.11.08 202 2 8쪽
32 제31화 좀비를 찾아서 18.11.08 241 2 7쪽
31 제30화 좀비잡는 저승사자3 18.10.14 243 3 8쪽
30 제29화. 좀비 잡는 저승사자2 18.10.09 292 3 7쪽
29 제28화. 좀비 잡는 저승사자1 18.10.08 278 3 8쪽
28 제 27화 리스트의 비밀2 18.10.03 303 3 7쪽
27 제26화 리스트의 비밀1 18.10.02 292 3 7쪽
26 제25화. 리스트를 찾아서 9- 연구소의 비극 18.09.17 289 3 8쪽
25 제24화 리스트를 찾아서8- 연구소의 비극 18.09.13 297 3 7쪽
24 제23화 리스트를 찾아서7- 연구소의 비극 18.09.12 320 3 7쪽
23 제22화 리스트를 찾아서6 18.06.29 354 3 8쪽
22 제21화 리스트를 찾아서5 18.06.28 344 3 8쪽
21 제20화 리스트를 찾아서4 18.06.28 326 3 7쪽
20 제19화 리스트를 찾아서3 +2 18.06.25 393 4 8쪽
19 제18화 리스트를 찾아서2 18.06.24 349 4 7쪽
18 제17화 리스트를 찾아서1 18.06.23 367 4 7쪽
17 제 16화 부유하는 기억들 +2 18.06.02 390 3 8쪽
16 제 15화 저승사자로 산다는 것 +4 18.05.24 432 4 8쪽
15 제 14화 환상 짜는 악마 18.05.24 414 5 9쪽
14 제 13화 나를 알아? 18.05.21 396 4 7쪽
13 제 12화 여자가 꼬이는 날 18.05.20 428 4 8쪽
12 제 11화 번개를 부르는 사나이 18.05.19 439 4 8쪽
11 제10화 소설책 속의 남자4 18.05.18 451 5 8쪽
10 제9화 소설책 속의 남자3 18.05.14 492 5 8쪽
9 제8화 소설책 속의 남자2 18.05.14 544 6 8쪽
8 제7화 소설책 속의 남자1 18.05.14 561 5 8쪽
7 제6화 기억 이전의 감각 18.05.13 591 6 7쪽
6 제5화 나는 한 조각 어둠이다. 18.05.13 631 6 8쪽
5 제4화 그 여자의 첫사랑 18.05.12 809 5 9쪽
4 제3화 나를 아는 여자 18.05.11 887 7 9쪽
3 제2화 미래에서 온 남자 +2 18.05.10 1,127 9 8쪽
2 제1화 여긴 어디? 나는 누구? 18.05.10 1,488 13 8쪽
1 프롤로그 +4 18.05.10 1,590 8 1쪽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글터파수꾼'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