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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화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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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터파수꾼
그림/삽화
ysdp
작품등록일 :
2018.05.10 15:55
최근연재일 :
2019.06.25 02:49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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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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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22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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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제47화 그 밤의 이야기

DUMMY

회장과 조만호는 잠시 말을 끊었다. 짧은 침묵이 이어졌지만 그들의 술자리는 쉽사리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회장님, 전화 통화 좀 하고 오겠습니다.”


회장은 그러라는 손짓을 하곤 술잔을 들었다. 조만호는 밖으로 나가 여기저기로 전화를 걸었다. 첫 통화는 병원 쪽에 파견된 조직원에게 건 듯 했다. 유지성은 그들이 바이러스 연구를 위해 유보한 동안만큼은 안전할 듯 보였다. 그러니 병원 쪽은 일단 안심이었다.


조만호가 그 다음 건 전화는 아무도 받지 않는지 인상이 잔뜩 구겨진 채로 신경질적으로 여기저기 더 번호를 눌러댔다. 역시 통화가 되지 않았다. 자신에게 그런 일은 감히 일어나선 안 된다는 사람처럼 그는 화가 나보였다.


“이것들이, 단체로 쳐돌았나?”


그의 손이 저렇게 계속 휴대폰을 눌러대다가는 저 단단한 주먹 안에서 곧 부서지지 않을까 생각 할 즈음에 결국 누군가 전화를 받았다. 자신의 차를 운전해 온 조직원인 듯 했다. 얼떨결에 아무것도 모르고 전화를 받은 자에게 이제껏 쌓였던 화가 폭발하듯 거친 목소리로 날아가 꽂혔다.


“야! 이 썅, 애들 관리를 어떻게 하는 거야? 왜 다들 전화를 안 받는 거야? 엉? 이것들이... 니가 받을 때까지 계속 전화 걸어서 한 놈도 빼지 말고 대기하라고 해.”


조만호가 담배를 한 대 급히 피워내고 흥분을 가라앉히고 룸으로 돌아갔을 때 그 사이 안에는 여자들이 들어와 자리 잡고 앉아 있었다. 이후 실내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여자들의 콧소리와 뒤섞인 회장의 시시한 음담패설과 잡담들이 이어졌고 조만호는 가끔 조용히 술잔만 들이켰다. 이제 그들의 대화가 끝났다는 의미였다.


바깥이 좀비 세상으로 변해가는 중일 텐데 이 밀실은 한없이 느리게 돌아가고 있었다. 저런 장면들은 지난 40년 동안 질리도록 보아왔었다. 평생 햇빛 한 점 들지 않는 밀실에서 벌어지는 뒤틀린 대화들과 몸짓. 곰팡내를 향수로 덮듯이 비밀을 여자로 눈속임하고 저속한 욕정을 돈으로 포장하는 그들만의 공간. 김혁에게 이 공간은 낯선 곳이 아니었다. 아니 이제는 하도 자주 오다 보니 지옥의 출입구처럼 인식될 정도였다.


멀고 먼 지옥에서 돌아와 악마의 리스트에 오른 자들을 찾으면 맞딱뜨리는 곳은 대부분 이런 곳이었다. 그런 자들은 하나같이 음습한 곳들을 찾아들기 마련이었다. 마치 약속이나 한 듯 그런 곳들에 모여 들었다. 부유함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대부분 반쯤 벗은 여자들이 있는 술집이나 담배연기 자욱한 도박장에서 시간을 보낸다. 또 여긴가 싶은 곳들. 김혁에겐 지겨울만 했다. 40년이란 적지 않은 시간이니까. 호기심도 한두 번이고 신기한 광경도 몇 번 보면 익숙해지고 만다.


김혁은 예나 지금이나 이런 분위기를 싫어했다. 자연의 생기가 녹아 있는 밤과는 다른 짙은 어둠과 욕망의 찌든내가 코를 찌르는 갑갑한 분위기에서 어서 벗어나고 싶기만 했다.

그래서인지 그런 곳에서 일처리를 할 때는 늘 신속하게 끝냈다. 한치의 망설임도 들지 않았다. 주변에 사람이 있거나 말거나 남은 자들이 곤란해지거나 말거나 상관하지 않았다. 이런 곳에서라면 그 어느 때보다도 냉정하고 단호해질 수 있었다. 그러면서 좀 더 저승사자다워졌다고나 할까? 아니 저승사자는 원래 이래야 한다는 생각을 굳혀갔다.


망설임도 주저함도 없이 깔끔하게.

사실 그게 지옥의 룰이었다. 서커스 단장 같은 악마나 김혁 같은 저승사자는 지옥에서도 별종 같은 존재들이었다.


김혁은 스스로도 자신이 저승사자답지 못하다고 생각하곤 했다. 갖가지 요사스런 쇼를 벌이는 악마가 악마답지 않다고 생각하듯이.

자신은 생각과 망설임이 너무 많았다. 그토록 오랫동안 악마의 리스트를 취급해왔고 그 모든 리스트에 오른 자들의 악행을 낱낱이 보면서도 혹여나 싶은, 그래도 아직 남아 있을 인간다운 어떤 것을 그들 속에서 찾아내려고 애쓰는 자신을 발견하곤 했다.


‘리스트에 오른 자들에게 동정의 여지나 개선의 의지가 있다고 생각하나? 넌 인간을 너무 몰라.’ 악마는 늘 그런 핀잔을 해댔다.

40년이나 함께 보내온 만큼 이제 악마의 잔소리도 많이 줄어든 편이지만 아직도 악마는 김혁의 그런 단호하지 못함을 마뜩찮아 하는 눈길로 바라보곤 했다.


그러나 김혁은 홀로 인간들의 세계를 날면서 생각하곤 했다. 악마는 악마라서 인간을 모르는 게 아닐까? 하고. 아무리 악당이라도 인간은 그래도 인간이다라고.


그럼에도 저승에서는 신경이 쓰이곤 했다. 악마 다음 서열이고 믿고 따르려는 어린 저승사자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다른 저승사자들보다는 나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다 보니 더 그런 것 같았다. 모습은 여전히 열 여덟 살 앳된 모습이지만 저승에서 보낸 시간까지 합하면 김혁은 벌써 58세의 나이만큼 성장해 있었던 거다. 아무리 생각에 게으름을 부려도 세월의 더께만큼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어른스러워진다는 건 그런 것인가 스스로도 가끔 놀라곤 했다. 열 여덟 살의 자신에서 너무 멀리 와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서둘러 떠나야 할 시간이었다. 오늘은 저승사자로 방문한 이래 처음으로 이런 공간을 조용히 떠나는 경험을 하게 되는 셈이었다. 그만큼 지금 김혁에겐 1분 1초가 아까웠다.

아지트의 조직원 중에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건 더욱 불길했다.

왜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을까? 짱돌이 아지트로 돌아왔다고 들은 건 짱돌의 애인 집 앞이었다. 여기로 와서 이야길 듣고 있었던 건 그리 긴 시간도 아니고 모두가 물렸다 해도 좀비로 변하는 데는 시간차가 있다고 했는데 어째서 아무도 전화를 받질 않는지 뭔가 이상했다. 모두 뿔뿔이 흩어져 도망 중인 걸까? 그렇다 해도 한명도 전화를 안 받는다는 건 아무리 해도 이해가 안 된다. 무시무시한 보스의 전화를 무시할 정도로 뭔가 대단한 일이 벌어진 게 틀림없었다.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여유도 없었다. 김혁의 머릿속엔 이미 무수히 퍼져나가는 좀비 떼들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에 이제 룸에 가득찬 말소리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로 생각이 번잡했다. 리스트 없이 뭔가를 하는 건 너무 막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리스트를 꺼내 남아 있는 이름들을 훑어보았다.


이렇게 마냥 조만호가 아지트로 돌아가기만을 기다릴 순 없었다. 주소지는 제각각 달랐지만 모두 한명 한명 찍어서 가보는 게 나을 듯했다. 어쩌면 유지성이 있는 병원과 가까운 데로 혹은 짱돌이 있는 곳으로 가게 될 수도 있었다. 이도 저도 아니라면 다시 조만호에게 돌아오면 된다. 지금은 한가하게 하등 쓰잘데없는 저들의 여흥을 구경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오늘 밤 안에 짱돌을 찾아야만 했다. 남아 있는 이름 다섯 개 중에 조만호를 빼곤 모두 낯선 이름들이었다. 그나마 익숙한 성이 눈에 띄었다. 명도원. 이름으로 보아 명석원의 형으로 추정되는 인물이다. 리스트에는 xx연구소 ‘박사’로만 돼 있지만 짐작이 맞다면 연구소 소장일터였다. 그는 지금 어디 있을까 생각하며 먼저 손으로 그를 찍었다.


마음 한켠엔 혹시나 하는 마음도 있었다. 같은 연구소 사람이니 유지성의 병문안을 가 있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연구소의 총책임자라면 지하동 연구소에서 일하던 연구원을 방문해서 이것저것 물어볼 법도 하니까. 그게 아니라도 지금으로선 달리 선택하고 말고 할 것도 없었다. 전부 모르는 사람들이고 어느 장소에 흩어져 있는지 그들끼리 어떤 관계인지 아는 게 전혀 없는데 선택에 시간을 낭비할 필요는 없을 듯 보였다. 병원으로만 가면 돌아가는 조직원들과 함께 아지트로도 갈 수 있었다.


그러나 김혁이 명도원의 이름을 찍고 도착한 곳은 혹시나 하는 바람과 달리 김은성이 일하던, 아니 죽어간 그 연구소였다. 명도원의 개인 사무실. 둘러보니 그곳에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듯 모든 게 정돈돼 있고 깔끔하기만 했다.


명도원은 심각한 얼굴로 책상에 앉아 화상통화중이었다. 말끔한 양복을 차려 입은 상대방 역시 굳은 얼굴이었다. 비극적인 일이 일어난 연구소에서 나눌 대화야 당연히 심각할 법하지만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간 연구소에 아직 누군가 남아 있다는 게 더 이상해 보였다. 그런 엄청난 일이 벌어진 장소에 남아 있다는 자체도 놀라운데 명도원이 상대방에게 설득조로 말하고 있는 내용은 더 놀라웠다.


작가의말

오랫만에 찾아 봽습니다.

글을 안 올린지 이렇게 오래 되다니 새삼 놀랐습니다.

구독자님들께 정말 죄송하고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끝내지 못한 이야기가 그렇더라고요.


이제 이야기의 끝을 향해 나아가야죠.

열심히 쓰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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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제52화 좀비들2 19.06.25 7 0 7쪽
52 제 51화 좀비들 19.06.05 16 0 9쪽
51 제 50화 그밤의 이야기 4 19.06.05 13 0 8쪽
50 제49화 그밤의 이야기3 19.05.27 26 0 10쪽
49 제48화 그밤의 이야기2 19.05.23 22 0 9쪽
» 제47화 그 밤의 이야기 19.05.22 18 0 9쪽
47 제46화 그들은 울지 않는다. 19.01.17 105 1 9쪽
46 제45화 결단은 어려워 18.12.18 94 1 7쪽
45 제44화 삼인조 18.12.12 95 1 9쪽
44 제43화 짱똘의 여자 18.12.10 103 1 8쪽
43 제 42화 이런 조직 저런 조직2 18.12.09 111 1 7쪽
42 제41화 이런 조직 저런 조직 18.12.09 98 1 8쪽
41 제40화 저녁 노을 18.11.27 101 1 8쪽
40 제39화 그들의 세상 18.11.19 136 1 8쪽
39 제38화 좀비 없는 세상을 위해 18.11.14 150 2 7쪽
38 제 37화 유일한 희망 18.11.13 137 1 8쪽
37 제36화 악마의 환영식 18.11.13 131 1 7쪽
36 제35화 좀비는 못 찾고 18.11.11 132 2 9쪽
35 제34화 동트는 하늘 18.11.10 123 2 8쪽
34 제33화 해뜨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 18.11.09 153 3 7쪽
33 제32화 좀비를 찾아서2 18.11.08 132 2 8쪽
32 제31화 좀비를 찾아서 18.11.08 163 2 7쪽
31 제30화 좀비잡는 저승사자3 18.10.14 163 3 8쪽
30 제29화. 좀비 잡는 저승사자2 18.10.09 188 3 7쪽
29 제28화. 좀비 잡는 저승사자1 18.10.08 187 3 8쪽
28 제 27화 리스트의 비밀2 18.10.03 203 3 7쪽
27 제26화 리스트의 비밀1 18.10.02 200 3 7쪽
26 제25화. 리스트를 찾아서 9- 연구소의 비극 18.09.17 193 3 8쪽
25 제24화 리스트를 찾아서8- 연구소의 비극 18.09.13 208 3 7쪽
24 제23화 리스트를 찾아서7- 연구소의 비극 18.09.12 211 3 7쪽
23 제22화 리스트를 찾아서6 18.06.29 245 3 8쪽
22 제21화 리스트를 찾아서5 18.06.28 227 3 8쪽
21 제20화 리스트를 찾아서4 18.06.28 222 3 7쪽
20 제19화 리스트를 찾아서3 +2 18.06.25 269 4 8쪽
19 제18화 리스트를 찾아서2 18.06.24 236 4 7쪽
18 제17화 리스트를 찾아서1 18.06.23 248 4 7쪽
17 제 16화 부유하는 기억들 +2 18.06.02 264 3 8쪽
16 제 15화 저승사자로 산다는 것 +4 18.05.24 301 3 8쪽
15 제 14화 환상 짜는 악마 18.05.24 279 5 9쪽
14 제 13화 나를 알아? 18.05.21 276 4 7쪽
13 제 12화 여자가 꼬이는 날 18.05.20 300 4 8쪽
12 제 11화 번개를 부르는 사나이 18.05.19 307 4 8쪽
11 제10화 소설책 속의 남자4 18.05.18 306 5 8쪽
10 제9화 소설책 속의 남자3 18.05.14 340 5 8쪽
9 제8화 소설책 속의 남자2 18.05.14 361 6 8쪽
8 제7화 소설책 속의 남자1 18.05.14 377 5 8쪽
7 제6화 기억 이전의 감각 18.05.13 399 5 7쪽
6 제5화 나는 한 조각 어둠이다. 18.05.13 421 5 8쪽
5 제4화 그 여자의 첫사랑 18.05.12 522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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