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복수의 화신2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새글

글터파수꾼
그림/삽화
ysdp
작품등록일 :
2018.05.10 15:55
최근연재일 :
2019.12.13 23:49
연재수 :
92 회
조회수 :
24,974
추천수 :
177
글자수 :
319,958

작성
19.09.14 18:33
조회
44
추천
0
글자
8쪽

제 65화 강탄이2

DUMMY

강탄이에게도 꽤 불행한 어린시절이 있는 모양이었다. 김혁은 자연스레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고아원에서 자란 17년은 그다지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들로 점철돼 있었다. 서정이 있어서 견딜만 했고 다른 아이들의 천진한 마음들이 있어서 그나마 추억할만한 그런 삶이었다. 그때는 가난하고 부당하고 억울했던 순간들이 많았다.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한때.


불행한 어린아이에게 유일한 희망은 언젠가 어른이 되어 그 시절을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랄까? 지금 너무도 먼 기억이 되고 보니 그것도 맞는 것 같았다. 수많은 사람들의 많고 많은 불행들을 보면서 이제 더 이상 그 시절을 가엾어하지 않게 된지도 오래였다.

사람들은 누구나 저마다의 불행들을 간직하고 살아간다. 누가 더하냐 덜하냐가 무슨 위로가 될까? 놓여진 상황 속에선 바로 그 순간 자신이 가장 불행한 사람일 뿐인 것을.


탄이는 여전히 아무 말이 없었다.


“힘든 세월 살다 보니 그렇지. 미애도 무한이도 사랑스런 친구들이었어. 니 아빠는 미애만 사랑했어. 내가 안다. 미애를 구하려고 물속도 뛰어들고 불길 속에도 뛰어들 놈인데 그 녀석이 아니었다면...


작은형님은 말을 멈췄다. 그 자녀에게 들려주기엔 꺼림칙한 어떤 이야기를 숨기고 싶은 듯 보였다.


“전 늘 못되게 굴었어요. 그렇게 사는 게 한심했죠. 가만있는 엄마한테 화풀이하는 아빠가 싫었고 늘 이해해야 한다면서 참는 엄마도 싫었어요.”


작은형님은 천정을 보고 이야기하고 탄이는 앉아서 이야기 하는 터라 서로의 얼굴을 살필 위치는 아니었다. 그래서 더욱 각자 속엣말을 더 쉽게 털어놓고 있는 건지도 몰랐다. 어쩌면 다시 경험하기 힘든 이런 기묘한 새벽이라 가능한 대화일 수도 있었다. 그들은 지금 누구보다도 죽음 가까이에 있었고 그런 자들만이 느끼는 남다른 감상이라고 한다면 아무에게도 꺼내놓기 힘든 저런 이야기들이 오고갈법 했다.


“... 내 아버지는 고아였는데 늘 너만은 고아를 안 만들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했었지. 근데 결국 날 고아로 만들더구나. 난 이렇게 살 바엔 가족을 안 만들고 심플하게 살다 가야지 했는데 좋아하는 여자가 생기니 또 어쩔 수 없더라고. 가족들을 저렇게 살게 내버려두고... 너도 좀 더 크면 알게 되겠지만 삶이란 게 맘대로 안 되는 거라.”


작은형님의 가족 이야기에 탄이는 고개를 들고 작은형님 쪽을 바라보았다. 그 얼굴에 또 알 수 없는 슬픔이 스며드는 걸 김혁은 보았다. 어린남자의 슬픔의 근원은 뭘까 궁금해졌다.


“난 니가 다르게 살았으면 좋겠다. 무한이나 나나 이렇게 풀려서 벗어나기 힘들단 핑계로 이렇게 살았지만 나처럼 이런 위치까지 오른다고 해봐야 좋은 것도 없고 길게 갈 것도 아니고. 난 정말 널 여기다 데려다 놓은 걸 많이 후회하고 있어. 미애가 있었으면 펄쩍 뛰었겠지? 무한이가 널 부탁한 것도 이렇게 살게 하란 뜻은 아니었을 건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탄이야. 내 말대로 해.”

“.....”

“응?”


탄이의 눈에 눈물 같은 게 반짝한 것 같았다. 그러나 눈물이 볼을 타고 흐르기 전에 눈물은 다시 가뭇없이 스며들었다. 탄이는 다시 우울하고 무표정한 얼굴로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 탄이는 속삭이듯 말했다.


“전 여기가 좋아요.”


늘 우울한 시선으로 지는 해나 바라보면서 조직원들과 어울리지도 못하는 남자의 입에서 저런 말이 나올 거라고 생각지 못했던 터라 김혁은 좀 놀랐다. 대체 여기의 뭐가 좋다는 걸까?


“너는...”

작은형님의 말을 끊고 탄이가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타이어들을 옮겨야겠어요. 아무래도 비가 쏟아질 것 같아요.”


탄이는 성큼성큼 문 쪽으로 걸어가버렸다. 작은형님은 탄이의 발소리를 따라 고개를 옆으로 돌렸을 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탄이는 문가 쪽에 앉아 있는 조직원에게 작은형님의 명령을 전하고 함께 1층으로 내려갔다.

이후 탄이와 조직원은 열심히 페타이어들을 날랐다.


“근데 갑자기 이건 왜? 다 묶여 있는데 작은형님도 참 ...”

“혹시 모르니까요.”


“뭐를? 우리 둘 다 좀비라도 돼서 나갈까봐? 음, 아니면 좀비가 되면 힘이 굉장히 세지나? 묶인 끈을 풀고 벌떡 일어날까봐? ... 아 아까 그 이상한 놈이 뭐라고 떠들었나?”


조직원은 심심했는지 탄이가 대답을 하든 말든 계속 혼자서 이런 저런 상상들을 풀어내며 떠들어댔다. 탄이는 묵묵히 페타이어들을 들고 걸어갔다.


그들이 그렇게 몇 번 오간 다음에 굵은 빗방울이 하나둘 떨어지기 시작했다.


“앗 차거. 비다. 비. 야 야. 이 정도면 문 막을 정도는 되겠어. 그만 들어가자.”


그들은 서둘러 건물 쪽으로 뛰었다. 굵은 빗방울은 점점 많아지더니 세찬 빗줄기가 되어 쏟아지기 시작했다.


“거 참, 비 한번 시원스럽게 오네. 나 담배 한 대만 피우고 올라갈게.”

“네.”

조직원은 혼자 남아 내리는 비를 보며 담배를 피워대기 시작했다.


탄이는 올려다놓은 타이어를 3개씩 나란히 놓고 줄로 단단히 묶기 시작했다. 조직원이 담배를 다 태우고 올라왔을 때 이미 다른 3개를 연결하고 있는 중이었다.


“뭘 어떻게 하려고?”

“이렇게 해서 벽을 사이에 두고 안팎으로 묶으면 일단 뼈대는 될 거고 구멍들은 뭘로든 막고요.”

“야 너, 학교 때 만들기 좀 했냐? 난 침대랑 어떻게 묶어야 되나 생각했는데.”


조직원도 옆에 앉아서 탄이처럼 나머지 타이어들을 줄로 연결하기 시작했다. 손을 재게 놀리면서도 여전히 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아 배고파. 너도 배고프지?”

“네.”

“이러고 반나절을 더 있어야 된다는 거야? 문 막기 전에 뭐라도 가져다 먹여야 되나?”

“...”

“아, 엄마가 해주는 부침개 먹고 싶다. 비오는 날엔 그게 딱인데.”


조직원은 부침개 생각을 해서 침이 고이는지 침을 꿀떡 삼켰다.


“근데 겨우 반나절인데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어? 번거롭기만 하고.”

“작은형님이 뭔가 생각이 있으신가 봅니다.”

“그러니까 말이다. 형님도 참 걱정이 지나치지, 가만. 뭐 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무슨 이유요?”

“아, 아니야.”


남자는 더이상 말을 않고 타이어 묶는 작업에만 열중했다.


빗소리가 점점 거칠어지고 있었다. 김혁은 그들의 작업을 바라보다가 문득 차 트렁크에 가둬둔 조만호 일행이 떠올랐다. 아주 먼 거리가 아니기 때문에 그들의 차에도 비가 떨어지고 있을 거라는데 생각이 미쳤다. 트렁크에 빗물이 들어차면....! 낭패군.

김혁은 떠오르는 상상을 애써 누르며 그 정도로 많이 내리진 않겠지, 하는 마음을 담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먹장구름이 꽤 두터워 보여서 걱정이었다. 쉬이 그칠 비가 아니었다.


김혁은 리스트를 꺼내 조만호의 이름을 찍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복수의 화신2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간헐적 글쓰기 양해부탁드립니다. +2 19.09.02 78 0 -
공지 글터파수꾼의 소식입니다. 19.03.01 131 0 -
공지 드디어 복수의 화신 김혁이 표지에 등장 18.10.10 159 0 -
공지 [엽편] 복수의 화신2 작가를 인터뷰하다. +1 18.10.09 177 0 -
공지 휴재 아닌 휴재입니다. +2 18.06.17 204 0 -
공지 복수의 화신2? 18.05.10 416 0 -
92 제92화 인과응보 NEW 12시간 전 8 0 8쪽
91 제91화 잔악한 자 19.12.13 17 0 10쪽
90 제90화 좀비와 마스크맨2 19.12.09 15 0 7쪽
89 제89화 좀비와 마스크맨1 19.12.08 17 0 7쪽
88 제88화 좀비가 출몰하는 숲5 19.11.28 31 0 8쪽
87 제87화 좀비가 출몰하는 숲4 19.11.28 23 0 8쪽
86 제86화 좀비가 출몰하는 숲3 19.11.11 30 0 8쪽
85 제85화 좀비가 출몰하는 숲2 19.11.09 24 0 7쪽
84 제84화 좀비가 출몰하는 숲1 19.11.08 24 0 9쪽
83 제83화 탈출4 19.11.04 27 0 7쪽
82 제82화 탈출3 19.11.03 28 0 8쪽
81 제81화 탈출2 19.11.02 28 0 7쪽
80 제80화 탈출1 19.11.01 28 0 7쪽
79 제78화 종말의 시작2 19.10.28 44 0 8쪽
78 제77화 종말의 시작1 19.10.27 51 0 10쪽
77 제76화 길고 긴 낮 5 19.10.21 44 0 8쪽
76 제75화 길고 긴 낮 4 19.10.19 40 0 8쪽
75 제74화 길고 긴 낮 3 19.10.15 42 0 9쪽
74 제73화 길고 긴 낮 2 19.10.14 38 0 10쪽
73 제72화 길고 긴 낮1 19.10.08 36 0 9쪽
72 제 71화 그 여자의 집 19.09.30 77 0 9쪽
71 제70화 오작교 위의 삼인조 19.09.27 36 0 9쪽
70 제69화 사자들의 고독2 19.09.25 45 0 8쪽
69 제68화 사자들의 고독1 19.09.21 55 0 9쪽
68 제67화 먹장구름 19.09.20 47 0 10쪽
67 제 66화 트렁크 속의 세 남자 19.09.16 48 0 7쪽
» 제 65화 강탄이2 19.09.14 45 0 8쪽
65 제 64화 강탄이1 19.09.12 52 0 8쪽
64 제63화 비밀 속의 비밀 19.09.11 58 0 7쪽
63 제62화 새벽은 오고 19.09.10 48 0 8쪽
62 제61화 고요한 밤 19.09.09 45 0 7쪽
61 제60화 숲속에서 19.09.07 54 0 7쪽
60 제59화 도로에서 2 19.09.06 56 0 7쪽
59 제58화. 도로에서 1 19.09.05 67 0 7쪽
58 제57화 검은 고치들 19.09.04 56 0 8쪽
57 제 56화 우리 중 누구? 19.09.03 62 0 8쪽
56 제 55화 불신의 늪 19.09.02 57 0 8쪽
55 제54화 좀비들4 19.07.05 84 0 7쪽
54 제53화 좀비들3 19.06.30 93 0 7쪽
53 제52화 좀비들2 19.06.25 134 0 7쪽
52 제 51화 좀비들1 19.06.05 90 0 9쪽
51 제 50화 그밤의 이야기 4 19.06.05 102 0 8쪽
50 제49화 그밤의 이야기3 19.05.27 101 0 10쪽
49 제48화 그밤의 이야기2 19.05.23 92 0 9쪽
48 제47화 그 밤의 이야기 19.05.22 78 0 9쪽
47 제46화 그들은 울지 않는다. 19.01.17 223 1 9쪽
46 제45화 결단은 어려워 18.12.18 158 1 7쪽
45 제44화 삼인조 18.12.12 157 1 9쪽
44 제43화 짱똘의 여자 18.12.10 166 1 8쪽
43 제 42화 이런 조직 저런 조직2 18.12.09 210 1 7쪽
42 제41화 이런 조직 저런 조직 18.12.09 173 1 8쪽
41 제40화 저녁 노을 18.11.27 174 1 8쪽
40 제39화 그들의 세상 18.11.19 221 1 8쪽
39 제38화 좀비 없는 세상을 위해 18.11.14 237 2 7쪽
38 제 37화 유일한 희망 18.11.13 247 1 8쪽
37 제36화 악마의 환영식 18.11.13 232 1 7쪽
36 제35화 좀비는 못 찾고 18.11.11 245 2 9쪽
35 제34화 동트는 하늘 18.11.10 233 2 8쪽
34 제33화 해뜨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 18.11.09 269 3 7쪽
33 제32화 좀비를 찾아서2 18.11.08 234 2 8쪽
32 제31화 좀비를 찾아서 18.11.08 275 2 7쪽
31 제30화 좀비잡는 저승사자3 18.10.14 277 3 8쪽
30 제29화. 좀비 잡는 저승사자2 18.10.09 332 3 7쪽
29 제28화. 좀비 잡는 저승사자1 18.10.08 339 3 8쪽
28 제 27화 리스트의 비밀2 18.10.03 345 3 7쪽
27 제26화 리스트의 비밀1 18.10.02 335 3 7쪽
26 제25화. 리스트를 찾아서 9- 연구소의 비극 18.09.17 330 3 8쪽
25 제24화 리스트를 찾아서8- 연구소의 비극 18.09.13 341 3 7쪽
24 제23화 리스트를 찾아서7- 연구소의 비극 18.09.12 364 3 7쪽
23 제22화 리스트를 찾아서6 18.06.29 398 3 8쪽
22 제21화 리스트를 찾아서5 18.06.28 392 3 8쪽
21 제20화 리스트를 찾아서4 +2 18.06.28 378 3 7쪽
20 제19화 리스트를 찾아서3 +2 18.06.25 447 4 8쪽
19 제18화 리스트를 찾아서2 18.06.24 399 4 7쪽
18 제17화 리스트를 찾아서1 18.06.23 418 4 7쪽
17 제 16화 부유하는 기억들 +2 18.06.02 450 3 8쪽
16 제 15화 저승사자로 산다는 것 +4 18.05.24 493 4 8쪽
15 제 14화 환상 짜는 악마 18.05.24 483 5 9쪽
14 제 13화 나를 알아? 18.05.21 467 4 7쪽
13 제 12화 여자가 꼬이는 날 18.05.20 505 4 8쪽
12 제 11화 번개를 부르는 사나이 18.05.19 523 4 8쪽
11 제10화 소설책 속의 남자4 18.05.18 535 5 8쪽
10 제9화 소설책 속의 남자3 18.05.14 591 5 8쪽
9 제8화 소설책 속의 남자2 18.05.14 661 6 8쪽
8 제7화 소설책 속의 남자1 18.05.14 686 6 8쪽
7 제6화 기억 이전의 감각 18.05.13 726 7 7쪽
6 제5화 나는 한 조각 어둠이다. 18.05.13 774 7 8쪽
5 제4화 그 여자의 첫사랑 18.05.12 982 6 9쪽
4 제3화 나를 아는 여자 18.05.11 1,083 8 9쪽
3 제2화 미래에서 온 남자 +2 18.05.10 1,367 10 8쪽
2 제1화 여긴 어디? 나는 누구? 18.05.10 1,817 16 8쪽
1 프롤로그 +4 18.05.10 1,934 9 1쪽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글터파수꾼'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