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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화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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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터파수꾼
그림/삽화
ysdp
작품등록일 :
2018.05.10 15:55
최근연재일 :
2019.11.11 21:03
연재수 :
8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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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8,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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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21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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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화 사자들의 고독1

DUMMY

김혁은 곧장 병원으로 날아갔다. 그러나 하진과 은정이 앉아 있던 복도는 비어 있었다.

낮엔 저승사자들끼리만 서로 볼 수 있는 특수한 저승의 기운이 있는데 지금은 그게 없었다.


어딜 갔을까? 병실 안도 기웃거리고 여기저기 좀 더 둘러봤지만 둘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래도 김혁은 찾기를 멈추지 않았다. 하진은 짱돌 애인 집에 갔을 거라 짐작이 되지만 은정이까지 따라갔을까 의문이 들어서였다. 둘이 한 공간에서 말도 잘 안 섞을 만큼 친하지도 않은데 굳이 따라갔을 것 같진 않았다. 병원 밖까지 범위를 넓혔다.


역시 짐작대로 혼자 앉아 있는 주은정이 보였다. 병원 밖 다른 병동과 연결된 둥그런 복도식 통로 지붕에 동그마니 앉아 있었다.

물론 비에 젖을 순 없지만 가릴 것도 없이 빗속에 그냥 앉아 있는 폼이 꽤 처량맞은 느낌을 자아냈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도심지를 바라보고 있는 주은정의 옆모습은 여태껏 한번도 본 적 없는 쓸쓸하고 측은한 모습이었다. 혼자 있고 싶어 할지 어떨지 몰라 그냥 둘까 하다가 이런 기회도 좀처럼 없을 것 같아 말을 걸어보기로 했다.


“여기서 뭐해?

“아, 선배님.”


돌아보는 주은정의 얼굴 역시 침울한 표정을 담고 있고 목소리에도 힘이 하나도 없었다. 김혁은 친근한 느낌으로 그 옆에 걸터앉았다.


“오늘 일요일이라고 유지성의 가족들이 다 왔어요.”

자신이 현재 유지성 곁에 있지 않은 이유에 대한 주은정다운 간단한 설명이었다.


“음, 그래. 하진이는 짱돌 애인집에 간 거야?”

“네.”


다시 도심지를 내려다보는 주은정의 옆 얼굴, 날카로운 콧날과 내리 깐 긴 속눈썹이 더 고독하면서도 음울해보였다. 그저 하릴없이 비나 바라보는 무료한 그런 얼굴은 분명 아니었다. 뭔가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구나 짐작할 수 있었다. 아마도 유지성의 가족들을 보고 자신의 가족들이 떠오른 모양이었다.


김혁이 무슨 얘기든 해야 하나 생각하고 있을 때 의외로 먼저 침묵을 깬 건 주은정이었다.


“선배님도 가족이 그리운 적 있으세요?”

“나?”


뜬금없이 예상치 못한 가족 이야기를 꺼내서 당황스러운 기분이었다. 질문한 사람이 주은정이라서 더더욱 놀라운 일이었다.


주은정과 함께 한 지는 10년 쯤 된다. 하진과 비슷한 시기에 저승사자로 들어왔지만 둘은 늘 비교가 되곤 했다. 하진은 뭐든지 꺼리낌 없이 떠들어대는 아이라 가족 얘기도 심심찮게 들을 수 있었지만 은정은 일절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었다.


민하진과 달리 김혁이나 주은정은 인간 세상에 남아 있는 가족이 없어서 서로 동병상련이 될법도 하건만 그런 이유로 딱히 더 친근하게 대화를 하거나 한 적도 없었다. 그냥 서로 그런 줄 알고만 있는 정도에서 그쳤다. 지금 역시도 짐작은 되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것처럼 그건 그런 종류의 이야기였다. 가족이란 주은정에게는 상처였고 김혁에게는 무지였기 때문이다.


“죄송해요. 이런 걸 물어서.”

“아냐. 괜찮아. 난 별로 그런 건 많이 생각 안 하는 편인데...”


김혁이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자 주은정은 먼 곳에 시선을 두고 혼자 중얼대듯 말했다.


“늘 원망하면서도 그리울 때는 어쩔 줄 모르겠어요. 볼 수 없는데 보고 싶은 것도 참을 수 없고.”


주은정에게서 이렇게까지 솔직한 속내를 듣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오늘은 정말 이상한 날임에 분명했다.


저승사자들이 자신의 죽음에 대해 말하는 건 일상처럼 자연스러운 일이다. 누구나 죽음을 거쳐 지옥문 앞에 이르렀으니 당연했다.

다만 모두가 다 알고 있는 내용이라도 직접 말하지 않으려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것에 누구보다 철저했던 사람이 주은정이었다. 10여년 동안 자신의 죽음을 포함해서 인간이었던 때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법이 절대 없었다. 그런 은정이 처음으로 어렵사리 말을 꺼냈으니 뭔가 대답을 해줘야 할 것 같긴 한데...


“어 ... 난 애초부터 가족들만이 가지는 특유의 느낌이 어떤 건지조차 모르니까 그런 종류의 그리움은 아닌데...”


김혁이 머뭇대는 사이 주은정이 다시 말을 이어갔다.


“비가 오면 전 막 화가 나요.”

“그렇구나.”


서둘러 응답은 했지만 별달리 해줄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악마에게서 주은정이 죽던 날 폭풍과 비바람이 세찼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래서 오늘 같은 날 더 기분이 울적한 걸까? 왜 갑자기 평소에 하지도 않던 이런 얘기들을 꺼내는지도 의아하기만 했다. 그야말로 주은정답지가 않았다. 인간 세상에 오래 머물다 보니 뭔가 감상적으로 변하는 부분도 있는 모양이라고 멋대로 이해하는 수밖에.


“...비오는 날이었거든요. 제가 ...죽은 날이.”

정말 뭔가를 말해버리자 결심한 게 분명하다. 왠지 조금 긴장되는 느낌이었다.


“으음. 그때가 떠올라서 침울한 거야?”

“아뇨. 그런 건 아니에요. 그냥 유지성네 가족을 보니까...”


주은정은 하던 말도 채 잇지 못하고 다시 침묵 속으로 가라앉았다. 떠올리고 싶지 않지만 떠올라져서 괴로운 게 있는 법이다.


김혁에게도 그런 게 하나 있었다. 악마가 심어놓은 환상, 비오는 날 원장에게 복수하러 갔었던 그날밤이 바로 그런 종류였다. 악마가 만들어낸 환상이란 걸 뻔히 알면서도 실제 경험한 것만 같고 기억 속에 콱 박혀서 문득 문득 떠올라 마음을 어지럽히곤 했다.


그날의 차가운 기억. 어둠속에 내리던 비와 진흙탕에 처박힌 서정의 슬픔. 폐가에서 보낸 둘만의 시간. 눈물처럼 젖은 머리칼에서 떨어지던 빗방울들. 그건 서정과 공유할 수 없는 정말 김혁 혼자만의 추억이었다. 그런데도 그 기억을 떠올리면 왜 그렇게 가슴이 아릿해지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주은정도 그럴지 몰랐다. 주은정은 사랑하던 가족에 의해 살해당한 아이였다. 아버지의 동반자살에 느닷없이 생을 절단당한 열 일곱 살 소녀. 죽음에 대해 생각해본 적 없는 천진하고 꿈많은 고등학생에게 어느 날 갑작스레 찾아온 죽음. 저항해볼 새도 없이 어느 순간 지옥문 앞에 버려졌던 아이. 그런 아이에게 가족이란 어떻게 추억되고 있을까 김혁으로선 상상불가였다.


그 아버지는 혼자 죽는 게 겁이 났던 걸까? 왜 다른 가족들 목숨마저 뺏을 생각을 했던 걸까? 그런 궁금증이 들지만 그 이유는 아마 당사자인 은정도 여전히 모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어쩌면 그 이유를 생각해내느라 더 침울한 건지도 몰랐다.


세상은 한 가족의 미스터리한 동반자살로 떠들썩했지만 곧 잊어버렸다. 정신병인지 경제적 문제 때문인지를 놓고 한동안 말이 많았던 사건이었다. 김혁도 리스트에 오른 자를 데리러 갔다가 그 사건을 뉴스를 통해 본적이 있었다. 몇날 며칠을 그 사건이 보도됐으니 온갖 TV마다 나와서 안 볼래야 안 볼 수가 없었다. 충격적이었고 밝혀진 게 많지 않다 보니 오래 기억에 남았던 사건이었다.


그래서 시간이 흐른 어느 날 예쁜 여자 아이가 저승사자라며 합류하게 됐을 때 그 아이가 그 사건의 희생자라는 걸 알았을 때 너무도 깜짝 놀랐었다.


악마에게 들은 전말은 이랬다. 그 아버지는 아내가 가끔 복용하던 수면제를 가족들이 먹을 음식에 몰래 탔다. 평소와 다름없는 어느 저녁이었다. 원래 유복하고 단란했던 그 가족들은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나누었고 유쾌하게 떠들어대기까지 했다. 불행의 전조는 없었다. 폭풍만이 요란한 그날 밤 아버지는 깊이 잠든 가족들을 모두 칼로 찔렀다. 영문도 모른 채 모두가 죽음길에 동행한 거였다. 악마도 그 아버지의 마음까지는 설명해주지 않았다.


세상에 한이 많은 아이. 늘 쌀쌀맞은 찬 서리 같은 아이는 악마에게 낙점돼 결국 저승사자라는 새로운 삶을 얻었다. 악마가 선호하는 ‘천국에 갈 뻔한 아이’에 왜 주은정이 해당되는지는 여전히 모를 일이지만 어쨌든 주은정은 가장 저승사자다운 유능한 지옥의 인재였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이렇게 감상적이고 슬픈 얼굴을 보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더 놀라운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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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제84화 좀비가 출몰하는 숲1 19.11.08 10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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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제81화 탈출2 19.11.02 14 0 7쪽
80 제80화 탈출1 19.11.01 17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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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제77화 종말의 시작1 19.10.27 32 0 10쪽
77 제76화 길고 긴 낮 5 19.10.21 31 0 8쪽
76 제75화 길고 긴 낮 4 19.10.19 27 0 8쪽
75 제74화 길고 긴 낮 3 19.10.15 32 0 9쪽
74 제73화 길고 긴 낮 2 19.10.14 28 0 10쪽
73 제72화 길고 긴 낮1 19.10.08 27 0 9쪽
72 제 71화 그 여자의 집 19.09.30 55 0 9쪽
71 제70화 오작교 위의 다른 삼인조 19.09.27 28 0 9쪽
70 제69화 사자들의 고독2 19.09.25 35 0 8쪽
» 제68화 사자들의 고독1 19.09.21 44 0 9쪽
68 제67화 먹장구름 19.09.20 37 0 10쪽
67 제 66화 트렁크 속의 세 남자 19.09.16 37 0 7쪽
66 제 65화 강탄이2 19.09.14 35 0 8쪽
65 제 64화 강탄이1 19.09.12 41 0 8쪽
64 제63화 비밀 속의 비밀 19.09.11 45 0 7쪽
63 제62화 새벽은 오고 19.09.10 38 0 8쪽
62 제61화 고요한 밤 19.09.09 37 0 7쪽
61 제60화 숲속에서 19.09.07 46 0 7쪽
60 제59화 도로에서 2 19.09.06 48 0 7쪽
59 제58화. 도로에서 1 19.09.05 56 0 7쪽
58 제57화 검은 고치들 19.09.04 49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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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제48화 그밤의 이야기2 19.05.23 79 0 9쪽
48 제47화 그 밤의 이야기 19.05.22 68 0 9쪽
47 제46화 그들은 울지 않는다. 19.01.17 212 1 9쪽
46 제45화 결단은 어려워 18.12.18 148 1 7쪽
45 제44화 삼인조 18.12.12 145 1 9쪽
44 제43화 짱똘의 여자 18.12.10 157 1 8쪽
43 제 42화 이런 조직 저런 조직2 18.12.09 196 1 7쪽
42 제41화 이런 조직 저런 조직 18.12.09 162 1 8쪽
41 제40화 저녁 노을 18.11.27 162 1 8쪽
40 제39화 그들의 세상 18.11.19 208 1 8쪽
39 제38화 좀비 없는 세상을 위해 18.11.14 225 2 7쪽
38 제 37화 유일한 희망 18.11.13 232 1 8쪽
37 제36화 악마의 환영식 18.11.13 215 1 7쪽
36 제35화 좀비는 못 찾고 18.11.11 227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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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제26화 리스트의 비밀1 18.10.02 312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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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제 15화 저승사자로 산다는 것 +4 18.05.24 466 4 8쪽
15 제 14화 환상 짜는 악마 18.05.24 455 5 9쪽
14 제 13화 나를 알아? 18.05.21 439 4 7쪽
13 제 12화 여자가 꼬이는 날 18.05.20 476 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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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제4화 그 여자의 첫사랑 18.05.12 918 5 9쪽
4 제3화 나를 아는 여자 18.05.11 1,007 7 9쪽
3 제2화 미래에서 온 남자 +2 18.05.10 1,273 9 8쪽
2 제1화 여긴 어디? 나는 누구? 18.05.10 1,689 15 8쪽
1 프롤로그 +4 18.05.10 1,796 8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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