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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화신2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글터파수꾼
그림/삽화
ysdp
작품등록일 :
2018.05.10 15:55
최근연재일 :
2020.03.31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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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15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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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화 길고 긴 낮 3

DUMMY

김혁은 작은형님이 미애라는 여자를 사랑한 방식이 뭔지 알 것 같았다. 사랑하기 때문에 떠날 수도 있음을, 사랑하기 때문에 불이익을 감내할 수 있는 게 인간들이라는 걸 잘 알기 때문이었다. 작은형님이 ‘미애’라고 발음할 때 조심스러워지는 기분을 김혁도 알았다. 서정을 생각할 때면 늘 그런 기분이 되곤 한다.

사랑은 죽은 자로 하여금 지옥을 택하고 천국을 포기하게도 만들 수 있다. 사랑은 그런 것이다. 차지하는 것보다 희생하는 것이 더 숭고한 빛을 발할 때가 있다. 어리석어 보일지도 모를 사랑. 후회를 남길지라도 떳떳할 수 있는 그것.


작은형님의 이야기는 느리지만 계속 이어졌다.


“근데 감옥에서 나온지 얼마 안돼서 회장 측에서 연락이 왔어. 회장님이 피습을 당했다고 다 죽어가는데 날 찾는다면서. 나 아니어도 원수들이 많았던 거야. 죽거나 말거나 내가 왜 그를 만나러 가겠어. 하지만 미애를 위해서 와달라고 하는 말엔 갈 수밖에 없었지. 난 그 앞에 가서 그에게 지옥까지 가져갈 말들을 퍼부어주고 맘껏 비웃어주려고 했지만 막상 그를 보니 그럴 수 없었다. 가서 보니 그는 정말 온 몸에 온갖 것들을 다 매단 채 죽어가고 있더구나. 온갖 위세를 다 부리던 남자의 초라한 말로였지. 다 죽어가면서도 그래도 마지막 양심은 챙기고 싶었던 건지 자신 때문에 인생을 망친 여자에게 뭔가 보상이라도 해주고 싶었던 건지 미애를 찾아달라고 했어. 나한테서 뺏어가 놓고 결국 네 엄마를 나한테 부탁하다니 참 기가 막힐 노릇이었지.

나더러 네 엄마 앞으로 약간의 재산을 남겼으니 찾아다 주라고. 미리 마련해둔 거라고 했지. 너희 엄마는 내가 감옥에 간지 얼마 안돼서 어디론가 떠났다는 거야. 꼭꼭 숨어버렸다고. 아직 못 찾았다고. 나더러 찾아서 보살펴주라고.”


작은형님의 얼굴이 눈에 띄게 붉어졌다. 눈가도 발그스레했다.


“난 정말 미친 듯이 찾아다녔어. 가엾은 것. 어리석은 것. 떠날 거면 내게로 오지. 온 사방을 다 해매고 다니면서 난 내가 그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았다. 얼마나 그리워했는지도. 회장의 정보력이 미치지 않는 곳으로 숨어버려서 정말 오랫동안 찾아다녀야만 했어. 제 이름으로 된 건 아무것도 안 만들고 서류상으로 완벽히 없는 사람으로 살고 있더구나. 간신히 찾고 보니... 무한이와 아이까지 낳고 잘 살고 있는 걸 봤지. 그들은 단란하고 행복해 보였어. 난 그냥 그런 줄 알았다.”


여기까지 말을 한 다음 작은형님은 고개를 돌려 탄이를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탄이는 작은형님 쪽을 보고 있지 않은 채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그때 너를 처음 봤지. 조그만 아이가 아장아장 걸어다니면서 어찌나 여기저기 헤집고 다니는지 고놈 참 씩씩하다 싶었지. 그 앞에 나타날 순 없었어. 난 미애가 원하는 대로 해준다는 핑계로 늘 도망쳤던 것 같아. 결국 아랫사람을 시켜서 미애에게 회장이 남긴 유산을 전달해주기만 했다. 그건 해야 될 것 같았어. 회장이 죽었으니 이젠 안심하고 살라고 더 이상 도망다니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줘야 하니까.”


“...”


작은형님의 얼굴에 이제 송글송글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이게, 내가 알고 있는 전부다. 무한이가 날 찾아온 건 훨씬 나중이고. 그 다음은, 너도 아는 그 정도 만남이 다였지. 무한이가, 마지막으로 널, 널 부탁했을 때, 그때야 나도 모르고 있던 일들을 알게 된 거다. 미애를, 이해하는데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어.”


작은형님의 말이 느려지다 못해 점점 더 짧게 툭툭 끊기고 있었다. 탄이는 침대 너머의 바닥에 시선을 고정한 채 고개를 들지 않았다. 이제껏 몰랐던 엄마 아빠의 인생과 엄청난 출생의 비밀을 들으면서 다른 걸 신경쓰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


“...”


“내가 감옥에 가 있을 때 네 엄마가 죽으려 했다는 것도, 회장에게서 도망치려면, 무한이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을 거란 것도 다 이해는 됐어. ... 그럴, 수밖에 없었겠지. 그때는. 네가 무한이, 아이가, 아니란 것도... 그때, 알았다. 탄이 너는 언제 알았지? 무한이가, 후, 얘기했냐?”


작은형님의 검은 오라가 약간씩 흔들리고 있었다.


“엄마가 돌아가실 때요. 엄마가 저한테 말해줬어요. 진짜 아빠가 따로 있다고.”


“미애가? 굳이 왜 그런 얘기를 했지? 너에겐 무한이를, 아빠로 그냥 남겨둬도 괜찮았을 텐데 왜, 왜 그랬지?”


탄이는 여전히 바닥을 본 채 계속 대꾸하고 있었다.


“엄마도 저한테 미안하다고 했어요. 그런 말을 하게 돼서 미안하다구. 진짜 아빠를 찾고 싶으면 만희 삼촌을 찾아가면 얘기해줄 거라고만 했죠. 그리고 키워준 은혜를 잊으면 안 된다고 했어요. 아빠가 좀 힘들게 할 때가 있더라도 아빠는 다른 집 아빠들이 할 수 없는 걸 해준 몇 배나 고마운 분이라고요. 아마 엄마는 돌아가시고 나면 제가 집을 떠날까봐 걱정이 됐는지도 몰라요. 그래서 얘기해준 걸 거예요. 아빠랑 좀 잘 지내라고.”


“맞지. 무한이는 참, 정이 많은, 녀석이었지.”


작은형님의 얼굴이 사과처럼 붉어졌다. 작은형님은 더운지 고개를 여러 번 휘저었다.


“...”


“후, 널 보면, 미애가 생각나서... 옆에 두고 싶었다. 여기 데려다 놓지 말아야 하는 건데 하루만 더 하루만 더 하다가... 이렇게 돼 버렸어. 아, 생각해보니 난 미애한테 늘 몹쓸짓만 하는 남자네. 미애가, 하늘에서, 보고 있다면 날 원망하겠지? 이런 곳에다 널 왜 데려다 놨냐고. 하, 왜 이렇게 덥지?”


탄이는 고개를 들어 작은형님을 바라보곤 서둘러 일어섰다.


“어? 얼굴이, 땀이 많이 나요.”

탄이가 서둘러 제 소매 옷깃을 끌어당겨 땀을 닦아내려 하자 작은형님이 소리쳤다.


“멈춰. 저리 비켜서!”

“네?”

작은형님의 갑작스런 호통에 탄이는 멈칫한 채 서버렸다.


“멀리 떨어져. 멀리. 지금, 지금 땀이 나잖아. 날씨가 쌀쌀한데, 땀이...”

“감정이 격해지셔서.”

“그런 게 아냐. 그게 아닌 것 같아. 내 몸이 이상해. 짱돌 ... 아, 아...”

“왜 왜 그러세요. 형님. 네?”

“그거였군. 그거였어.”

이제 작은형님의 눈동자도 눈에 띄게 붉어졌고 그 위에 체념을 담은 씁쓰레한 미소가 번져갔다.


“총. 피 묻은 총. 하, 그게 내 손에서 묻은 핀 줄 알았는데... 알았는데... 아니란 말이지? 흐흐흐. 짱돌이 짱돌이...”


지금껏 괜찮았다가 갑자기 평정심을 잃은 작은형님의 이상 행동에 탄이는 어쩔 줄 몰라했다. 작은형님은 이제 몸을 떨어대며 말을 이어갔다.


“난, 짱돌이 돌아오고 나서만 걱정했는데 ... 했는데 ... 후, 그런 거였어. 탄이야 얼른 도망쳐. 어서. 돌아오고 나서 닿은 적 있던가? 없지? 응? 후아, 내가 담배를 너무 자주 피웠지? 불 붙여 주면서.. 음 아니 그건 괜찮을 거야. 그럼. 괜찮아야지. 아 귓속말도 했네. 어쩐다? 어쩌지? 아니야. 아니야. 그 정도는. 넌 괜찮을 거야. 그래, 그 정도론 아니지. 그럼 그럼. 걱정 말고 도망쳐라. 도망쳐버려. 여기 있지 말고. 앞으론 여기서 있었던 일 절대 생각도 말고 다 잊어버리고. 하, 하,”


작은형님의 몸이 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작은형님의 검은 오라도 깃발처럼 펄럭이고 있었다. 침대가 요란하게 삐걱거렸다. 탄이는 다가가지도 못한 채 얼굴이 점점 공포에 젖어갔다.


“흐흐. 우리 민혜, 못 본지 오래됐네. 보고싶다. 탄이... 넌 미애의 아들, 무한이의 아들이야. 그거면 돼... 민혜야. 민...”


작은형님이 침을 흘리느라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얼굴은 붉어지다 못해 검붉어졌으며 눈 흰자위가 충혈돼서 본래의 얼굴과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몸을 더 거세게 흔들어대자 침대가 더 심하게 삐걱거렸고 그 소리는 실내의 고요를 깨뜨렸다. 문가의 조직원이 졸음을 떨치고 달려왔다.


“뭐, 뭐야? 작은형님 왜 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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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 제148화 신도 인간도 아닌 존재 20.03.31 11 0 12쪽
147 제147화 검정과 하양 20.03.24 17 0 9쪽
146 제146화 구원자 20.03.15 20 0 10쪽
145 제145화 눈송이들 20.03.11 27 0 8쪽
144 제144화 하얀 무리 20.03.10 26 0 8쪽
143 제143화 마른 하늘에 날벼락 20.03.08 25 0 9쪽
142 제142화 장회장의 정원 20.03.08 27 0 8쪽
141 제141화 알리바바와 도둑들 20.03.06 25 0 7쪽
140 제140화 스핑크스의 방2 20.03.04 25 0 9쪽
139 제139화 스핑크스의 방1 20.03.04 20 0 8쪽
138 제138화 별걸 다하는 20.02.26 28 0 9쪽
137 제137화 너의 연기 20.02.24 31 0 9쪽
136 제136화 배우야? 저승사자야? 20.02.23 36 0 8쪽
135 제135화 악마와의 대화5 20.02.22 26 0 7쪽
134 제134화 악마와의 대화4 20.02.20 28 0 8쪽
133 제133화 악마와의 대화3 20.02.18 31 0 8쪽
132 제132화 악마와의 대화2 20.02.15 26 0 9쪽
131 제131화 악마와의 대화1 20.02.15 30 0 9쪽
130 제130화 인연의 고리4 +2 20.02.13 30 0 11쪽
129 제129화 인연의 고리 3 20.02.09 30 0 8쪽
128 제128화 인연의 고리 2 20.02.09 31 0 9쪽
127 제127화 인연의 고리 1 20.02.07 30 0 9쪽
126 제126화 나 저승사자라니까! 20.02.03 38 1 8쪽
125 제125화 도시의 밤 20.02.01 33 1 10쪽
124 제124화 고요한 마을 20.01.28 33 1 9쪽
123 제123화 비밀속으로6 20.01.24 33 1 8쪽
122 제122화 비밀속으로5 20.01.24 34 1 8쪽
121 제121화 비밀속으로4 20.01.21 31 1 9쪽
120 제120화 비밀속으로3 20.01.20 32 1 8쪽
119 제119화 비밀속으로2 20.01.17 36 1 8쪽
118 제118화 비밀속으로1 20.01.16 38 1 8쪽
117 제117화 부서진 꿈들 20.01.14 37 1 7쪽
116 제116화 악마가 이상해 20.01.12 40 1 9쪽
115 제 115화 악마의 용건 20.01.10 40 1 8쪽
114 제114화 역사적인 순간 20.01.09 40 1 9쪽
113 제113화 너의 죄를 알라 20.01.08 36 1 8쪽
112 제112화 복수의 무게 20.01.07 34 1 8쪽
111 제111화 복수라고? 20.01.06 34 1 10쪽
110 제110화 좀비는 어디에나 있다. 20.01.05 35 1 8쪽
109 제109화 사랑하기에2 20.01.04 35 1 8쪽
108 제108화 사랑하기에1 20.01.03 38 1 8쪽
107 제107화 좀비? 그게 뭐여? 20.01.03 38 1 8쪽
106 제106화 예상치 못한 위험 20.01.02 35 1 7쪽
105 제105화 마을 사람들2 20.01.02 33 1 7쪽
104 제104화 마을 사람들1 20.01.01 32 1 8쪽
103 제103화 마을로 가는 길 3 20.01.01 31 1 8쪽
102 제102화 마을로 가는 길2 19.12.27 31 1 7쪽
101 제101화 마을로 가는 길1 19.12.25 32 1 7쪽
100 제100화 모두 한 자리에 19.12.25 33 1 8쪽
99 제 99화 악마의 메세지 19.12.22 40 1 9쪽
98 제98화 진실의 힘 19.12.20 46 1 9쪽
97 제97화 산 자와 죽은 자 19.12.18 44 1 8쪽
96 제96화 오두막 앞에서 19.12.18 38 1 8쪽
95 제95화 좀비는 저승으로 19.12.17 43 1 8쪽
94 제94화 진실과 마주할 시간2 19.12.16 40 1 9쪽
93 제93화 진실과 마주할 시간1 19.12.16 44 1 9쪽
92 제92화 인과응보 19.12.13 38 1 8쪽
91 제91화 잔악한 자 19.12.13 47 1 10쪽
90 제90화 좀비와 마스크맨2 19.12.09 41 1 7쪽
89 제89화 좀비와 마스크맨1 19.12.08 43 1 7쪽
88 제88화 좀비가 출몰하는 숲5 19.11.28 52 1 8쪽
87 제87화 좀비가 출몰하는 숲4 19.11.28 46 1 8쪽
86 제86화 좀비가 출몰하는 숲3 19.11.11 58 1 8쪽
85 제85화 좀비가 출몰하는 숲2 19.11.09 53 1 7쪽
84 제84화 좀비가 출몰하는 숲1 19.11.08 53 1 9쪽
83 제83화 탈출4 19.11.04 52 1 7쪽
82 제82화 탈출3 19.11.03 54 1 8쪽
81 제81화 탈출2 19.11.02 56 1 7쪽
80 제80화 탈출1 19.11.01 54 1 7쪽
79 제78화 종말의 시작2 19.10.28 68 1 8쪽
78 제77화 종말의 시작1 19.10.27 76 1 10쪽
77 제76화 길고 긴 낮 5 19.10.21 73 1 8쪽
76 제75화 길고 긴 낮 4 19.10.19 65 1 8쪽
» 제74화 길고 긴 낮 3 19.10.15 71 1 9쪽
74 제73화 길고 긴 낮 2 19.10.14 60 1 10쪽
73 제72화 길고 긴 낮1 19.10.08 64 1 9쪽
72 제 71화 그 여자의 집 19.09.30 166 1 9쪽
71 제70화 오작교 위의 삼인조 19.09.27 65 1 9쪽
70 제69화 사자들의 고독2 19.09.25 72 1 8쪽
69 제68화 사자들의 고독1 19.09.21 80 1 9쪽
68 제67화 먹장구름 19.09.20 73 1 10쪽
67 제 66화 트렁크 속의 세 남자 19.09.16 77 1 7쪽
66 제 65화 강탄이2 19.09.14 78 1 8쪽
65 제 64화 강탄이1 19.09.12 80 1 8쪽
64 제63화 비밀 속의 비밀 19.09.11 88 1 7쪽
63 제62화 새벽은 오고 19.09.10 74 1 8쪽
62 제61화 고요한 밤 19.09.09 74 1 7쪽
61 제60화 숲속에서 19.09.07 80 1 7쪽
60 제59화 도로에서 2 19.09.06 82 1 7쪽
59 제58화. 도로에서 1 19.09.05 100 1 7쪽
58 제57화 검은 고치들 19.09.04 85 1 8쪽
57 제 56화 우리 중 누구? 19.09.03 93 1 8쪽
56 제 55화 불신의 늪 19.09.02 83 1 8쪽
55 제54화 좀비들4 19.07.05 110 1 7쪽
54 제53화 좀비들3 19.06.30 125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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